<터미네이터2>는 여전히 액션 SF 영화의 최고봉이고 이 거룩함은 깨지지 않을 겁니다. 이는 같은 시리즈가 잘 보여줍니다. 2003년 12년 만에 개봉한 <터미네이터3>는 터미네이터2의 아성을 그런대로 잘 이어 받은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터미네이터와 한몸인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나오지 않는 2009년 개봉작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은 액션 영화로는 꽤 볼만했지만 아놀드 옹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2015년 개봉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터미네이터도 늙는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을 들고 나온 황당한 영화이자 여러모로 참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린다 해밀턴과 아놀드 슈왈제너거가 뭉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터미네이터가 또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데드풀의 감독인 팀 밀러가 맡았습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1,2편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연출했지 6편까지 다 다른 감독이 연출을 했네요. 그만큼 연출도 중구난방이고 스토리도 따로 국밥 같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없다 보니 이전 스토리를 다 모른척 합니다.
터미네이터 6편 격인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올드한 아놀드 옹이 나옵니다. 아놀드 옹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 2편에서 여전사로 대활약을 한 '린다 해밀턴'도 함께 출현합니다. 제작자인 '제임스 카메론'감독과 '린다 해밀턴'은 부부였던 적이 있고 아놀드와 린다가 함께 나온 터미네이터1,2편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을 위해서 같이 출연했나 봅니다.
'문화가 있는 날'이라서 영화관은 꽉 찼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40대 이상 중년 분들이 가득했습니다. 아마도 1991년 개봉한 터미네이터2를 본 추억을 간직한 분들이고 이런 중년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같은 영화가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입니다.
그러나 10,20대들은 터미네이터도 모를 뿐 아니라 그 아우라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워낙 터미네이터2가 명작 영화라서 찾아본 분들도 있더라고요. 영화가 끝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관객들이 터미네이터2 개봉년도를 헛깔려 하면서도 이야기를 잘 나누더군요.
터미네이터 몇 편까지 보고 가야 하나요?
터미네이터1,2편을 보고 가시면 됩니다. 시간 없으시면 2편만 보시면 됍니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터미네이터2편과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여기서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터미네이터 1편에서는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켜서 지구를 정복한 암울한 미래가 그려집니다. 인간 반란군들의 리더인 '존 코너'는 로봇들에게는 골치 아픈 존재입니다. 이에 로봇들이 타임머신에 터미네이터를 태워서 '존 코너'의 어머니인 '사라 코너'를 죽이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이를 안 '존 코너'는 인간인 '카일 리스'를 타임머신에 태워서 과거로 보냅니다. 카일에게 내려진 명령은 '사라 코너'를 지켜라!입니다. 그런데 지킴을 넘어서 존 코너의 아버지까지 됩니다.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카일은 사라를 지켜내는데 성공합니다. 2편에서는 또 다시 기계들이 사라 코너와 '사라 코너'의 아들이자 반란군의 리더인 어린 시절 '존 코너'를 죽이기 위해서 터미네이터를 다시 보냅니다. 이에 '존 코너'는 자신과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서 구형 모델인 터미네이터를 보냅니다.
<터미네이터2>이 놀라운 이유는 1편에서는 악당으로 나오는 터미네이터 T-800이 2편에서는 존 코너를 지키기 위한 보디 가드가 됩니다. 그렇게 이 모녀와 지내면서 터미네이터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는 가슴 뭉클함까지 전해주는 놀라운 명작입니다. 액션, 스토리, 연출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1+1 터미네이터? 그러나 무서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는 스토리가 단순 명징해서 누가 봐도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를 인간 또는 또 다른 터미네이터가 막아내는 이야기입니다. 살인 미션을 받은 터미네이터는 물불 가리지 않고 자신의 미션을 종료하기 위해서 무섭도록 쫒아오고 주인공들은 이 살인 기계로부터 필사의 도주를 하는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1,2편을 안 봐도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린다 해밀턴'이 왕년에 터미네이터와 맞서 싸운 적이 있다는 정도만 이해하면 됩니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이야기 구조도 동일합니다. 미래에서 온 신형 터미네이터가 사라 코너가 아닌 대니(나탈리아 레예스 분)을 죽이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왔고 이 터미네이터를 막기 위해서 인간과 기계의 중간 형태인 강화 인간인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 분)가 대니를 구하기 위해서 미래에서 급파됩니다.
이 구조는 터미네이터 1,2을 섞어 놓은 모습이죠. 스토리 자체는 전작들과 비슷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야기가 비슷하다고 손가락질 할 사람도 없습니다. 다만 그 이야기에서 뽑아낼 수 있는 집념이 투철하고 거침이 없는 저돌적인 터미네이터를 보고 경악은 아니더라도 공포감만 많이 느끼게 해주면 때땡큐입니다. 물론 아놀드 옹이나 영화 사상 최고의 공포스러운 무시무시한 달리기를 보여준 '로버트 패트릭'의 그 포스를 뛰어넘지 못함을 이미 잘 알고 있지만 그 반만이라도 해줘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외모부터 너무 샌님입니다. 터미네이터 역을 하는 '가브리엘 루나'는 너무 학구파 느낌이자 범생이 느낌입니다. 이런 이미지에서 무슨 공포가 나오겠습니까. 오히려 사기술로 무장해서 사람들 사기치고 홀리는 사기꾼 로봇이 낫죠. 왜 이런 배우를 섭외했을까요? 외모야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니 그렇다고 칩시다. 터미네이터의 능력이 무시무시해야 저 터미네이터는 못 막어! 절대 못 막어라는 절망감을 줘야 합니다.
그런 무시무시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먼저 터미네이터 특성이 터미네이터2편에서 나온 액체 로봇이라는 혁명적인 개념처럼 독특함이 있어야 하는데 액체 로봇을 또 들고 나왔습니다. 이게 민망했는지 2개로 분리하는 1+1 전략을 들고 나옵니다. 외골격이 있는 로봇과 액체 로봇이 쌍으로 나오는 모습에 실소가 나왔습니다. 기껏 생각한 게 이거라니 너무 허망하더군요.
<터미네이터 1, 2편을 짜집기 한 듯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스토리를 소개하면 1,2편과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사라 코너'는 아들 '존 코너'를 살리면서 지구를 구합니다. 그러나 기계가 보낸 또 다른 터미네이터 T-800이 '존 코너'를 죽입니다. 다소 황당하죠. 아니 액체 로봇인 T-1000을 T-800이 막았는데 또 다른 T-800은 또 기계가 보냈다고요?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존 코너가 죽었지만 미래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른 미래가 그려집니다. 사이버다인 인공지능이 들어간 로봇이 아닌 또 다른 인공지능이 만든 로봇들이 인류와의 전쟁을 합니다.
또 다른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지만 여기서도 인간군의 리더가 등장하고 기계학습을 통해서 깨달았는지 과거의 역사를 보고 배운 건지 또 다시 타임머신을 태워서 새로운 인간군 지도자를 제거하기 위해서 터미네이터를 보냅니다. 이에 인간군 리더는 인간과 기계의 중간에 있는 강화 인간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 분)가 대니(나탈리아 레예스 분)를 지키기 위해 급파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터미네이터 1편과 비슷합니다. 강화인간이라고 하지만 사이보그에 가깝습니다. 사이보그이다 보니 인간의 약점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수시로 치료제를 맞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전투 능력은 아주 뛰어납니다. 그러나 1+1 터미네이터를 막을 수는 없고 도망만 다녀야 합니다. 이 도망에 힘을 실어주는 인물이 '사라 코너'입니다.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 분)'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미래에서 오는 터미네이터 좌표를 찍어주면 그 터미네이터를 제거하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발신지 불명의 문자를 받고 찾아간 곳에서 무시무시한 1+1 터미네이터를 보게 되고 보자마자 박살을 냅니다. 이렇게 3명의 여자는 한 팀이 되어서 도망을 가는 내용입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1,2편에 이어지고 제작자가 제임스 카메론이다 보니 1,2편의 명장면을 많이 오마주합니다. 아니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건 날로 먹으려는 건지 너무 많이 우려 먹네요. 적당히 해야죠. 아놀드 옹이 등장하는 장면이나 자동차 추격 장면까지는 이해를 하지만 영화 전체가 1,2편을 섞어 버린 느낌입니다. 약간의 비틈이 있지만 크게 감동적이거나 예측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물론 액션 시퀀스나 전체적인 배경은 다릅니다. 다르지만 어디서 많이 본 기시감이 드는 장면이 한 두 개가 아닙니다. 1.2편의 명장면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팬들을 위한 팬 서비스라는 것을 잘 알지만 새로운 면을 많이 넣어야 하는데 대체적으로 손 안대고 코 풀려는 느낌이 강하네요. 그럼에도 영화 초반 액션 장면은 창의성은 없지만 볼만했습니다. 문제는 중반부터 대사가 많이 나오는 구간은 살짝 지루하네요.
지루한 구간이 지나고 드디어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등장합니다. 이때가 영화 상영하고 1시간 10분이 지난 시점입니다. 이때부터 액션에 활력이 들어갑니다. 터미네이터 액션은 T-800이죠. 액체 로봇같이 맞아도 티도 안 나는 로봇 말고 맞으면 터지고 깨지고 박살하면서도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려는 불굴의 의지가 심어진 T-800 액션이 나와야 합니다.
아놀드 옹이 하드캐리하는 영화 후반 아쉬움을 줄이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초반 좀 볼만하다가 중반 지루한 구간을 지납니다. 그리고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나오자 활력을 얻습니다. 외모는 할아버지지만 그건 외피일 뿐 속에는 T-800이 들어 있습니다. T-800은 강력한 피지컬로 액체 로봇과 대결을 합니다. 그러나 능력 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과오를 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합니다. 이 과정에서 터미네이터2의 그 착한 터미네이터가 떠오릅니다. 영화 마지막 시퀀스는 터미네이터2의 용광로 시퀀스를 많이 떠오르게 합니다. 역시나 오마주라기 보다는 배꼈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아놀드 옹의 현역 시절을 떠올리면서 보게 되네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 시리즈는 아놀드 옹 그것도 젊은 시절의 모습이 아니면 복원하기 어렵습니다. 그냥 봉인을 해야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럭저럭 볼만은 하지만 2편의 아성을 근접하지도 못합니다. 80년대 명작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드니 빌뇌브'가 걸작으로 만든 것처럼 좋은 감독과 좋은 배우로 리부팅 하지 않고 올드한 배우들 모시고 추억 팔기는 이 영화로 종결되었으면 하네요.
그냥저냥 볼만은 하지만 추천은 못하겠네요
별점 : ★★
40자 평 : 90년대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했지만 3분 요리의 맛이 느껴지는 터미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