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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우리가 키우는 개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애니 <언더독>

by 썬도그 2019.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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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키운 적이 있지만 지금은 키우지 않고 앞으로도 키울 생각은 없습니다. 개라는 동물은 참 좋은데 그 개를 평생 책임질 자신이 없어서 키우지 않습니다. 게다가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키우겠지만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고 개에게도 좋아 보이지 않아서 키우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즘 아파트에서 개 키우는 분들 참 많죠. 공동 주택인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면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이웃에 피해를 줍니다. 그래서 성대 수술을 해서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거나 짖으면 전기 충격이 가해지는 '전기 충격 개 목걸이'를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그런 전기 목걸이를 하고 성대 수술을 한 강아지가 행복할까요? 그런 행동 자체가 강아지를 나의 장난감이나 나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시선이 아닐까요? 나중에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 가면 개를 키워볼까 합니다. 

개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사회성 짙은 애니 <언더독>

애니 <언더독>은 유기견의 삶을 조명한 국산 애니입니다. 220만 명이라는 놀라운 흥행 성적을 기록한 <마당을 나온 암탉>을 연출한 오성윤 감독과 이춘백 감독이 함께 만든 애니입니다. 많은 분들이 국산 애니를 응원합니다. 물론 저도 국산 애니를 응원하지만 항상 성적이 좋지 못합니다.

그나마 손익분기점을 넘긴 애니가 <마당이 나온 암탉>입니다. 한국 애니는 작화 하청 강국이라서 그런지 작화는 세계적입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도 그렇고 한국 애니 중에 스토리도 작화도 모두 뛰어났던 <천년여우 여우비>도 꽤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 <언더독>은 그보다 더 진일보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작화가 뛰어납니다. 

애니 <언더독>은 유기견의 삶을 조명한 사회성 짙은 애니입니다. 손익분기점 120만 명을 넘기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19만 관객동원만 했습니다. 사후약방문이지만 애니의 소재가 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무거운 소재였고 그 때문에 엄마, 아빠 손잡고 볼만한 소재가 아니여서 관객들이 외면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전에 배급사와 영화 체인점이 영화를 보고 흥행이 어렵다고 판단해서 적은 개봉관수를 잡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요. 그럼에도 소재 자체가 밝고 맑은 소재가 아닌 사회성 짙은 것은 흥행에 안 좋은 영향을 줬습니다. 

뭉치(디오 목소리)는 주인이 차를 몰고 와서 야산에 버립니다. 그러나 그 자신은 버려졌는지 모릅니다. 주인이 기다리라고 했다고 기다립니다. 그러나 재개발을 앞둔 마을에 살고 있던 유기견인 짱아(박철민 분) 무리는 뭉치에게 환상에서 깨고 우리와 살자고 제안을 하죠. 그러나 주인이 준 테니스공을 놓지 않는 뭉치.

그때 또 다른 자동차가 지나가고 또 다른 강아지가 버려집니다. 뭉치는 주인이 개를 버릴 수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고 점점 인간을 증오하게 됩니다. 

유기견 무리와 살던 뭉치는 산 위쪽에 사는 들개 무리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유기견 무리는 선량한 인간이 주는 먹이를 먹는 인간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개들이지만 산 위에 사는 들개들은 인간이 주는 먹이 대신 직접 사냥을 해서 살아가는 자급자족의 완벽한 짐승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실 개라는 것이 들짐승이었죠. 그런 들짐승을 우리 인간이 길들여서 키운 것이 개입니다. 개는 충성심이 뛰어나고 외부 침입을 알리는 왓치독 역할도 해서 인간에게 사랑을 받는 동물입니다. 이 들개들이 멧돼지를 잡는 모습을 지켜보던 뭉치는 그들의 자유로움과 그 무리 속에 밤이(박소담 목소리분)를 보고 한눈에 반합니다. 그렇게 뭉치는 점점 인간을 멀리하고 중간 단계인 유기견 단계를 지나서 들개들과 어울리게 됩니다.

이 과정이 아주 매끄럽지는 않습니다. 감독은 뭉치가 인간을 그리워하는 상징물로 테니스공을 집어 넣습니다. 항상 입에 물고 다니던 테니스공을 다른 유기견이 죽자 테니스공을 강물에 떠내려 보내면서 탈 인간화 첫 단계인 지난 유기견 무리에 있다가 갑자기 들개 무리가 되겠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한 개연은 밤이에게 반했다는 것과 들개들의 자유로움이 투입되지만 주인이 버린 줄도 모르고 충성하던 뭉치가 너무 빠르게 들개로의 태세 전환 호흡이 가파릅니다. 조금만 더 갈등하고 슬퍼하거나 인간에 대한 증오심을 느끼게 하는 에피소드가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밤이에 반한 뭉치는 들개 무리에 속하고 싶어 하지만 쥐 한 마리도 못 잡는 떠돌이 개라면서 끼워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에 뭉치는 자신의 사냥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서 산 중턱에 있는 흑염소 농장을 급습해서 흑염소를 밤이 무리에 가져다 놓습니다. 이에 밤이 무리는 재앙을 몰고 왔다면서 인간들이 자신들을 추격할 것이 뻔하다면서 이동을 합니다. 이 이동에 짱아 무리인 유기견 무리도 함께 합니다.

그렇게 유기견과 들개 무리들은 개코(강석 목소리분)가 말한 사람이 전혀 없는 유토피아를 향해서 떠납니다. 

뜯어내면 바로 동화책이 되는 수채화 같은 뛰어난 작화가 일품인 <언더독>

작화가 놀랍습니다 놀라워요. 개 캐릭터들은 3D로 만든 티가 좀 많이 나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이 참 매혹적입니다. 특히 밤이는 정말 예쁩니다. 딱 박소담이 개로 만들어진 느낌입니다. 3D로 만들어서 그런지 개들이 질주하는 액션 장면은 꽤 몰입감 높고 속도감이 느껴집니다. 또한 배경이 수채화 그 자체입니다. 그냥 뜯어내면 동화책 1권이 바로 만들어질 정도로 뛰어난 작화입니다. 역시 작화 강국 코리 아닙니다. 채화나 작화는 세계적 수준입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뭉치 캐릭터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뭉치는 도경수처럼 눈이 큰 개입니다. 눈이 큰 것은 좋은데 '스티븐 시갈'처럼 분노, 슬픔, 놀라움 모두 같은 표정입니다. 눈동자나 표정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얼굴에 담아야 하는데 모든 감정이 비슷하다 보니 몰입감이 뚝 떨어집니다. 마치 표정 없는 실사화 된 '라이언 킹'과 비슷합니다. 

그럼 이게 작화 표현력의 문제냐? 아닙니다. 밤이는 표정이 다양합니다. 차라리 밤이가 주인공이었으면 할 정도로 뭉치의 표정이 참 아쉽네요. 

뜯어내면 바로 동화책이 되는 수채화 같은 뛰어난 작화가 일품인 <언더독>

한 세대 전만 해도 개는 누가 주면 받아서 키우는 것이지 돈 주고 사는 문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옆집에서 강아지 낳았다고 하면 그 강아지를 혼자 키우기 어려우면 이웃집에 분양을 해줍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충무로 같은 애완견 도매상에서 개를 사 옵니다. 심지어 마트에서도 강아지를 팝니다.

그냥 마트 갔다가 사오는 소비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는 마트 물건과 달리 살아 있는 생명체이고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쉽게 구하면 쉽게 버려지나요? 키우다 싫증 난다고 병에 걸렸다고 너무 쉽게 버립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많은 강아지들이 매몰찬 주인에게 버림을 당했을 겁니다. 애완견 문화가 제대로 정착이 안 되어서일까요? 

우리는 그냥 귀여운 강아지를 사서 집으로 데리고 오는 것만 봅니다만 그 강아지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지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공장에서 물건 찍듯이 생산된 강아지들입니다. 어미 개는 자궁이 밖으로 나올 정도로 새끼만 낳다가 죽습니다. 이런 동물들의 문제를 우리는 잘 모릅니다. 최근에 개공장 문제가 불거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은 동물들에게는 비참한 나라입니다. 

애니 <언더독>은 개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키우는 개들이 어떤 곳에서 태어나고 버려지는 현실을 그리고 있습니다. 들개와 유기견들을 우리는 잡아서 없애야 할 존재로 생각하죠. 그러나 그 개들이 처음부터 야생에서 자란 개들이 아닌 주인이 있던 개들입니다. 그런데 자기 편하자고 주인이 버린 개들이 들개가 되는 것이죠. <언더독>은 이런 들개들의 입장에서 사람들의 잔혹함을 보여줍니다.

악당 같은 주인공인 개장수가 나오지만 진짜 잔혹한 사람들은 개들을 산에 버린 개 주인들이죠. 만약 이 애니가 개는 선하고 사람은 악하다는 이분법적인 태도로 끝났다면 참 마음이 무거웠을텐데 다행스럽게도 영화 후반에 선한 사람들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좀 보입니다. 사냥개와의 전투를 그린 액션 장면은 개 싸움도 아니고 사람 싸움도 아닌 이상한 모습으로 그리고 첫 사냥을 한 후의 식사 장면은 방금 전까지 사료만 먹던 유기견들이 맞나? 할 정도로 너무 태세 전환이 빠릅니다. 

가장 아쉬운 장면은 가장 마지막 클라이막스 장면으로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집니다. 메시지는 참 건강하고 좋습니다. 우리가 눈여겨보지 못한 유기견들의 삶과 개공장에서 개를 생산해 내고 가지고 놀다가 싫증 나면 버리는 장난감 같아진 한국에서의 개들의 삶을 잘 담았습니다. 

다만 다소 무거운 소재로 가족 관객 특히 어린이 관객들을 끌어 모으기는 쉽지 않습니다. 디즈니 애니가 인기 있는 이유는 어려운 소재나 심각한 소재를 잘 다루지도 않지만 전체적으로 밝은 톤에서 가끔 어두운 이야기 심각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따라서 어린이도 즐겁고 어른도 즐거운 애니를 잘 만듭니다. 

소재와 주제가 모두 무겁다 보니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것은 아닐까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아주 잘 만든 애니는 아니지만 꽤 좋은 애니임은 틀림없습니다. 대중성 높은 소재는 아니지만 한 번은 눈여겨봐야 할 시선이기도 합니다. 작화는 정말 아주 아주 좋습니다. 

<언더독>은 흥행에 큰 실패를 했습니다.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가 실패함으로서 앞으로 한국 장편 애니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개봉 중인 <레드슈즈>는 <언더독>의 33억보다 훨씬 많은 220억이 들었다고 하죠. 그러나 100만 관객도 못 넘고 있습니다. 해외를 노린 애니라고 하지만 한국에서 한국 장면 애니가 계속 큰 인기를 끌지 못하네요.

항상 느끼지만 한국 애니의 문제점은 시나리오입니다. 작화 퀄리티에 비해서 시나리오가 정교하지 못합니다. 이 <언더독>도 소재 자체가 대중성이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야기의 개연성이 아주 매끄럽지도 못합니다. 마치 한국 축구를 보는 듯하네요. 항상 응원하지만 개인기가 딸리는 한국 축구처럼 한국 애니는 항상 시나리오가 아쉽습니다. 그나마 <마당을 나온 암탉>은 원작 동화가 워낙 흥미롭고 인기가 높았지만 다른 애니들은 항상 스토리가 아쉽습니다.

<언더독>의 기술력은 꽤 놀라우니 이 기술로 또 다른 애니가 나왔으면 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유기견을 통해서 우리 주변의 개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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