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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줄서는 사람들이 왜 인싸지? 워너비 아닌가?

by 썬도그 2019.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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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무리짓기를 참 좋아해요. 그래서 항상 어디에 소속되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죠. 그나마 요즘 20대들은 혼자 놀기를 잘 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무리짓기를 좋아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의 구분입니다. 

어떤 무리를 보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인기가 높은 주류가 되는 부류가 있고 소심하고 내성적이라서 사람들과 함께 수다를 떨면 에너지가 탈탈 털리는 밖으로만 도는 아웃사이더들이 있습니다. 타의에 의해서 밖으로만 도는 아웃사이더도 있지만 저 처럼 자의적으로 주류에서 벗어난 반골 기질과  자유를 만끽하는 아웃사이더도 있습니다.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는 개인 취향과 성격의 영향이 큽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의 구분을 오로지 인기로만 구분합니다. 인기인은 인사이더이고 비인기인은 아웃사이더라고 합니다. 그냥 인기인, 비인기인이라고 하면 될 것을 단어의 의미와 다른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라고 구분합니다. 뭐 한국이 원단어를 곡해해서 사용하는 것이 한 두개가 아니라서 그러려니 합니다. 

줄서서 제품, 음식 먹는 것이 인싸라고? 워너비 아닌가?

여기저기서 인싸템이다 인싸들의 성지다 인싸라는 단어가 공해가 될 정도로 많이 사용합니다. 원래 뜻과 상관 없이 그냥 마냥 인싸라고 외칩니다. 이러다보니 인싸라는 단어만 보고 천박스럽게 느껴집니다. 제가 인싸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인싸가 되길 원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인싸(인사이더)와 아싸(아웃사이더)는 수평적인 관계인데 요즘 기업들이 하는 인싸 마케팅이나 인싸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인싸는 상류층 아싸는 하류층이라고 보는 상하관계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 저렴하고 천박스러운 시선입니다. 

최근 블루보틀에서 줄서서 커피 마시는 것이 인싸들의 행동이라는 말에 실소가 나왔습니다. 줄서서 먹는 것이 왜 인싸들의 행동일까요? 제가 보기엔 유명 브랜드를 추종하는 전형적인 워너비들의 행동이잖아요. 진짜 인싸들은 자신을 따르게 만들지 누굴 따르지 않아요. 

왜 우리는 워너비들을 인싸라고 할까요?

왜 그들이 인싸라고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줄서기 자체를 인싸라고 하지 않고 그런 줄서기를 하면서 어렵게 구한 음식과 제품을 SNS에 올려서 좋아요 숫자 많이 늘리는 것을 인싸라고 하네요. 좋아요가 많으면 인싸라는 것 자체가 좀 이해가 안 갑니다. 

줄을 서서 유명인과 함께 셀카를 찍은 사람을 우리는 인싸라고 하나요? 그냥 그 유명인을 좋아하는 팬이라고 생각하죠. 


내가 줄을 서지 않는 이유는 기회 비용 때문

<줄을 서는 사람들/작성자: Shawn.ccf/셔터스톡>

전 줄을 서서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어 본 적이 딱 1번 있습니다. 2001년 직장 상사와 외근을 나갔다가 상사가 육수가 끝내주는 냉면집에 가자고 갔는데 워낙 인기가 많은 냉면집이라서 약 10분 간 줄을 서서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전 줄을 서서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먹더라도 10분 정도는 기다리지만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음식점은 안 갑니다. 그 30분 동안 시간을 낭비하고 내 기회비용을 날리는 행위라고 생각하고 다른 곳으로 갑니다. 그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면 기다리는 시간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전 기다리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 기다려서 제품을 사고 음식을 먹는 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면 기다릴 수 있습니다. 다만 전 기회비용이 아까워서 기다리지 않습니다. 

기회비용이란 어떤 것을 선택함으로서 포기해야 하는 다른 가치입니다. 예를 들어 저 줄을 서는 동안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저 줄서는 시간에 집에서 밀린 잠을 더 자거나 일을 해서 돈을 더 벌거나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줄을 서면 이걸 다 못합니다. 그나마 요즘은 스마트폰이라는 손안의 TV이자 컴퓨터가 있어서 줄을 서면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여러가지 콘텐츠를 소비해서 기회비용이란 단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긴 합니다만 내가 선택할 가치의 제한이 있습니다. 

줄서기를 하는 이유는 남들보다 먼저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요즘은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가 좋은 제품이 더 인기가 많다고 하죠. 남들이 하지 못하는 특별한 경험을 먼저 체험하고 그 경험을 SNS에 올리는 사람들을 흔히 인싸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느끼기엔 인싸라는 단어보다는 얼리 워너비라고 하는 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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