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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영풍문고 가산점에 랩핑 된 책이 늘어난 이유

by 썬도그 2019.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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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의 유일한 대형서점인 영풍문고 가산점은 마리오아울렛 1관 6층에 있습니다. 이곳은 다른 대형서점처럼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참 많이 마련했습니다. 한 마디 도서관화 된 대형서점의 트랜드를 따르고 있습니다. 

무료 와이파이는 제공하지 않지만 전원 콘센트를 제공해서 편하게 책을 읽으라고 테이블까지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공부를 하는 분도 계시고 책을 가지고 와서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따내는 체리피커도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을 안 좋게 보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행동을 하라도 유도한 것이 영풍문고가 문제지 책을 도서실처럼 사용하는 사용자의 문제는 아니라도 합니다.

물론 영풍문고 입장에서는 가장 안 좋아하는 고객이지만 그런 고객들까지 품어서 고객들이 참새 방앗간 또는 휴식처로 느끼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런 마케팅을 고객의 시간 점유율을 올리는 '타임 마케팅'이라고 하는데 스타벅스와 교보문고가 이런 마케팅을 잘 하고 있습니다. 


대형 서점의 고객의 시간 점유율을 높이는 타임 마케팅의 피해자는 출판사

을지로의 '아크 앤 북'은 고객의 타임마케팅을 극대화 함을 넘어서 일본의 츠타야 서점처럼 서점 빙자 카페 및 음식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서점은 액세서리이고 주 수익은 카페나 빵집이나 음식점에서 수익을 내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은 종로서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서점은 그냥 풍경으로 배치하고 주 수익은 음식 장사로 내겠다는 전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는 '아크 앤 북'이나 '종로서점'과는 달리 서점이 메인입니다. 다만 도서관처럼 꾸며서 손님들을 좀 더 오래 붙들어 놓고 있습니다. 오래 앉아 있고 편하게 쉬다가 '책 한 권 사 볼 까'하는 고객들을 잡기 위함이기도 하죠. 


마리오아울렛 1관 6층에 있는 영풍문고 가산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긴 하지만 서점이 있기에는 좀 어울리지 않은 면도 있습니다. 마리오아울렛이라는 대형 의류 쇼핑몰에 쇼핑하러 오는 분들이 대부분이지 책 사러 오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서점이 있는 이유는 집객 효과 때문입니다. 일부러 책만 사러 오는 분은 많지 않지만 책도 사 볼까? 또는 서점을 휴게실처럼 꾸며서 쇼핑하다가 잠시 쉬었다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쇼핑도 하고 서점도 들리는 2개의 일을 한 번에 할 수 있기에 보다 많은 쇼핑객을 끌어 모을 수 있습니다. 

대신 휴게실 같은 공간이라서 영풍문고 가산점의 책 매출은 높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한 참 있어봐도 책을 둘러보는 사람들은 가끔 있어도 책을 구매하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 넓은 공간의 임대료가 꽤 비쌀텐데 운영비도 제대로 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에 마리오아울렛은 다른 공간보다 임대료를 낮게 받아서 운영을 할 수 있게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영풍문고 가산점에서 책을 안 사게 되는 이유는 휴식 공간이라는 개념이 큰 것도 있지만 아이쇼핑은 서점에서 하고 구매는 온라인 서점에서 하는 쇼루밍이 보편화 된 것도 있습니다. 10원이라도 온라인 서점이 더 저렴하거나 하다못해 사은품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오프라인 대형 서점은 그게 없습니다. 그나마 온라인에서 10% 싸게 구매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는 '나우 드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걸 애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영풍문고 가산점에 들렸습니다. 한 3개월 만에 찾은 것 같은데 뭔가 많이 변했습니다. 먼저 명당자리라고 할 수 있는 바깥을 볼 수 있는 창가에 있던 편안한 의자가 다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카페 테이블과 책상 테이블에 도서훼손 금지라는 다소 살벌한 안내문이 있네요. 얼마나 사람들이 책을 많이 훼손하면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을까요?

이해가 갑니다. 교보문고도 그렇고 영풍문고 가산점도 그렇고 판매하는 책을 너무 심하게 다루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예 공부하는 분도 있으니까요. 판매하는 책을 보더라도 조심 조심히 봐야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책들이 비닐로 쌓여진 책들이 꽤 많이 늘었습니다. 


보통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볼 수 있는 잡지나 만화책은 랩핑하는 건 이해합니다. 책은 안 사고 30분 만에 다 읽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가벼운 책들은 읽지 못하게 하는 건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소설책과 자기계발서나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없는 두꺼운 책들 중에 랩핑된 책이 꽤 많았습니다. 

여행의 기술이라는 베스트셀러도 랩핑이 되어 있네요. 샘플로라도 1개 정도는 오픈을 해야 책에 어떤 내용이 있는 지 알 수 있는데 모두 이렇게 해놓으니 목차도 확인할 수 없네요. 이렇게 되면 온라인 서점보다 못하게 됩니다. 온라인 서점은 책 표지와 목차와 책 초입부의 10~20페이지 정도는 미리볼 수 있는데 그마저도 못하네요. 

너무나 많아진 랩핑된 책. 아마도 출판사들이 책은 안 사고 읽기만 하는 고객들 때문에 이렇 고육지책을 마련했나 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고객이 너무 험하게 읽어서 파손된 책은 전량 출판사가 감당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안 사도 좋으니까  책 파손하지 말라는 준엄한 항의 같은 느낌이 드네요. 


물론 모든 책이 이렇게 비닐 랩핑이 된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책이 랩핑이 되어 있었습니다. 파손이 걱정이면 아예 책을 공급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장 좋은 건 샘플 서적은 샘플이라고 낙인을 찍어서 마음껏 둘러볼 수 있게 하고 책이 마음이 들면 랩핑 된 책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책 파손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 것 같은데요. 


베르베르의 최신 소설 고양이를 읽어볼까 했는데 모두 랩핑이 되어 있어서 읽지도 못했습니다. 


대충 어떤 내용일 지 목차라도 확인하고 싶었는데 그 마저도 못하네요. 

대형서점의 도서관화에 대한 출판사들의 반격으로 보여집니다. 이렇게 랩핑된 책이 많아지면 대형서점을 덜 가게 될 것 같네요. 게다가 저 비닐 랩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유발하기도 하고요.  샘플 책을 1권씩 배치해서 문제점을 해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나저나 저도 그렇고 점점 많은 분들이 책을 덜 읽게 되네요. 책 가격도 비싸고 신도서정가제 때문에 저렴하게 책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출간한 지 18개월 이상이 된 구간은 크게 할인을 해서 늦게라도 저렴하게 읽을 수 있는데 그 마저도 못하게 되었고 도서월정액제도 정착하게 되어서 책도 음반이 음원시장으로 넘어가듯 소유보다는 대여하는 서비스로 전환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의지만 있다면 좋은 책을 좀 더 싸게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신흥 경쟁자들이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면서 책을 읽는 시간은 더 줄어들 것 같네요. 공멸의 기를 가는 출판도서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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