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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홍대 경의선 책거리에서 본 능청스런 길냥이

by 썬도그 2019.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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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길 고양이들이 살기 적합한 나라가 아닙니다.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춥습니다. 특히 추위에 약한 고양이들이 영하로 내려간 날씨에 많이 죽는다고 하죠. 게다가 물이 꽁꽁 얼 정도로 추우면 마실 물도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도둑 고양이라는 말도 사라지고 길냥이라는 말이 보편화 될 정도로 고양이에 대한 시선은 부드러워졌습니다. 전국에서 캣맘, 캣대디들이 길냥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공존하는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홍대에는 폐철로들이 많습니다. 당인리 발전소까지 이어지는 철로가 사라지고 주차장이 생겼고 최근에는 경의선 철길이 용도 폐기 되면서 경의선 철로길이 공원화 되었습니다. 


이 경의선 폐철로 중 연남동 쪽은 연트럴파크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핫 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사실 가보면 너무 작고 볼품 없어서 이런 곳을 왜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연남동 이면도로의 각종 분위기 좋은 카페와 식당들이 많아서 인기가 많습니다. 

반대쪽인 서강대 쪽 철길은 책거리로 꾸며졌습니다. 출판사들이 자신들이 책을 전시 판매하고 책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초창기에는 꽤 아기자기했는데 딱히 찾아갈만한 매력이 없어서 요즘은 거의 찾지 않았네요.

그래도 이런 공원이 있어서 잠시 지친 다리를 녹였습니다. 카메라 테스트 때문에 밤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홍대 주변 주택가에는 예쁜 상점들이 꽤 많습니다. 이런 예쁜 거리들의 필수 조건은 주변에 아파트가 없어야 하고 대형 쇼핑몰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홍대 주변에 대형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네요. 별 특색 없는 또 하나의 거리가 될까 걱정을 하지만 공원이 주는 여유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드문드문 철로들이 있네요. 

이 책거리 철로길을 걷다 보면 조형물이 있습니다. 폐선이 되기 전에는 이렇게 건널목 차단기가 있었고 철도역무원이 차단기를 내리고 올렸나 봅니다. 


근처 벤치에서 해가 지길 기다리고 있는데 단장하고 있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누가 키우는 고양이는 아니고 길냥이인가 봅니다. 그런데 사람 손을 탔는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태어나서 3개월 안에 세상을 배운다고 하잖아요. 아마 그 3개월 동안 인간은 피해야 할 존재가 아닌 또 다른 거대한 고양이라고 인식했나 봅니다. 

이 고양이 꽤 열심히 몸 손질을 하네요. 

그렇게 챰을 그루밍을 하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저에게 다가옵니다. 초상권 따지러 오나요?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캣워크로 다가옵니다. 


야유롭게 기지개를 쫙 펴주면서 도도함을 보여주네요. 


이리저리 세상 구경을 하다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발각이 됩니다. 요즘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 타는 외국인 관광객들 참 많더라고요.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이 길냥이 촬영하는 분들 꽤 많았습니다. 지나가다가 길냥이 쓰다듬어 주시고 같이 놀아주시고 가시는 분들 많았습니다. 


배를 보이면서 아주 즐겁게 놀고 있네요. 애교도 많고 도도하고 능청스럽기까지 합니다. 사람들이 만지려고 하면 도도하게 걸어가면서 빠져나오고 사람 다룰 줄 아네요. 


한 바탕의 폭풍이 지나가고 다시 저와 둘이 남았습니다. 사진 독점권을 획득하고 촬영하고 있는데 바로 뒤 고깃집 종업원이 길냥이 이름을 부르네요. 이름도 있는 네임드입니다. 아마 고짓집에서 먹이를 주면서 보살피는 고양이인 듯 하네요. 잘 생긴 길냥이인데 경의선 책거리에 가면 자주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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