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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감독의 과한 욕심이 영화를 망친 영화 <우상>

by 썬도그 2019.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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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상>을 만든 이수진 감독의 전작인 2014년에 개봉한 <한공주>는 꽤 좋은 영화였습니다. <한공주>는 한 지방 도시에서 일어난 천인공노할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놀랍고 가슴 아팠던 것은 실제 사건 자체가 21세기 대한민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가해자가 화를 내고 피해자가 숨어사는 몰상식이 지배한 한국이라는 나라를 정면으로 고발했습니다. 

이 <한공주>는 천우희라는 배우가 없었다면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천우희 배우의 강인하고 선 굵은 연기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영화로 배우 천우희는 그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감독 이수진은 신인감독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수진 감독의 영화를 기다렸고 올해 드디어 개봉을 했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우상>입니다. 

이 <우상>은 전작의 저예산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 한석규, 설경규 그리고 천우희라는 연기 잘하는 배우 3명이 동시에 출연합니다. 또한 손익분기점 260만 명의 중규모의 예산을 들어간 영화입니다. 


우상을 만들고 추종하는 좀비 같은 우리들을 비판한 영화 우상

경남도지사 후보인 명회(한석규 분)은 권력이라는 우상을 추종하는 인물입니다. 탄탄대로 같았던 경남도지사로 가는 길에 아들 요한(조병규 분)이 뺑소니 살인 사고를 저지릅니다. 놀란 요한은 시체를 뒤 트렁크에 싣고 집으로 옵니다. 더 놀라운 건 죽은 줄 알았던 피해자가 트렁크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뺑소니를 숨기기 위해서 살인 방조까지 합니다. 고심을 하던 명회는 경찰에 자진 신고를 하고 아들을 감옥으로 보냅니다.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던 부남을 옥이야 금이야 키우던 전과자인 중식은 신혼 여행에서 주검으로 돌아온 부남의 시체에 절망을 합니다. 

경찰은 부검에 의하면 아들 부남이 차량 사고 후에도 한 동안 살아 있었다는 사실에  중식은 분노를 합니다. 이는 뺑소니를 넘어서 살인 방조와 시쳬 유기까지 했다는 소리입니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사고 현장에 있었던 부남의 조선족 아내인 련화(천우희 분)를 찾아야 합니다. 





이 련화가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남도지사 후보 명회는 거액의 돈을 주고 흥신소에 련화를 찾아달라고 합니다. 이는 중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를 가진 혈육인 아들이 죽자 피가 섞이지는 않았지만 가족인 련화를 찾습니다. 


련화는 사연이 참 많은 조선족입니다. 중국에서 살인을 저질러서 중국으로 돌아가면 감옥에 가야 합니다. 불법체류자인 련화는 유흥업소에서 근무를 하다 중식의 아들인 부남과 결혼을 합니다. 련화는 하루 하루가 파리 목숨 같은 나날들입니다. 생존이 삶의 목표일 만큼 현재도 어둡고 미래도 어둡습니다. 이 시궁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지차장애가 있는 부남과 결혼을 합니다. 

이 3명의 주인공은 각자의 우상을 추종합니다. 

도지사라는 권력이라는 우상을 쫓는 명회, 혈육이라는 우상을 이으려는 중식 그리고 생존을 위해서 영주권이라는 우상을 숭상하는 련화. 이 3명의 사람은 각자의 욕망을 위해서 성실하게 질주합니다. 이 3명의 우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욕망입니다. 사람이라면 높은 권력을 가지고 싶어합니다. 특히 한국인들은 혈육에 대한 욕망이 무척 강합니다. 그래서 자식을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도구로 생각하며 내 소유물이라는 생각합니다. 그런 애착이 자식에 대한 무한 사랑으로 실현되죠.

련화는 살아내기 위해서 한국에 거주할 수 있는 영주권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인과 결혼해야 합니다. 중식의 혈육에 대한 욕망은 대가 끊길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서 지체장애를 가진 아들을 결혼시키기 위해서 불법체류자인 련화를 선택합니다. 련화는 자신이 원하는 영주권을 얻고 중식은 련화가 아기를 낳으면 혈육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중식과 련화는 서로의 우상을 위해서 협력을 합니다. 이 협력에 권력이라는 우상을 따르는 명회도 함께합니다. 가해자 부모인 명회의 앞길을 피해자 부모인 중식이 막고 있습니다. 중식은 시체유기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명회를 압박합니다. 그러나 흥신소가 찾아낸 련화를 중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권력을 가진 명회와 손을 잡습니다. 





그렇게 3명의 우상은 협력관계를 통해서 서서히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이 우상이라는 욕망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3명은 서서히 괴물이 되어갑니다. 특히 도지사가 꿈인 명회는 도지사가 되는 길을 막고 있는 중식은 물론 아들까지 버릴 정도로 매서운 모습을 보입니다. 

가장 놀라운 장면은 서로 대립하던 명회와 중식이 명회의 회유로 중식을 자신의 선거운동원으로 만들어 자신의 우상화 도구로 활용합니다. 자신의 앞길을 막던 사람을 자신의 드라마의 조연 배우로 삼는 명회의 권력욕은 욕망이라는 기차가 되어 폭주하게 됩니다. 


영화 <우상>에는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동상이 파괴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동상은 우상화의 도구로 많이 활용됩니다. 이 동상은 그 자체로는 그냥 금속 덩어리지만 그 금속 덩어리가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의 형상을 하면 우리는 이 동상을 우러러 봅니다. 우러러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동상들은 대부분 크거나 높은 곳에 올려져 있습니다. 

이 동상을 누군가가 훼손하거나 파괴한다면 우리는 어떤 느낌이 들까요? 대부분의 국민들은 분노에 치밀 겁니다. 예를 들어서 광화문의 저 이순신 동상이 어느날 누군가가 훼손하거나 파괴한다면 국민들의 공분이 들끊어 오르겠죠. 그러나 동상은 다시 만들면 됩니다. 또한 동상 자체는 보물도 국보도 아닙니다. 이순신 동상은 친일 전적이 있는 조각가가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고증도 잘못된 동상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순신 장군의 분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상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상 그 자체는 별 의미도 가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우상을 신을 모시듯 하는 우리들의 태도 때문에 우상은 우상이 됩니다. 한국에서는 한 번 우상이 되기 어렵지 한 번 우상이 되면 영원히 우상으로 살 수 있습니다. 우상이 되면 모든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게 됩니다. 누군가가 우상을 비판하면 우상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쉴드를 쳐줍니다. 조그마한 비판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우리들이 만든 우상이 황우석, 박근혜 같은 우상입니다. 합리적 비판 마저 원천봉쇄 당하면서 우상은 우상화 작업이 더욱 고도화되어서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하고 그렇게 우상은 신과 가까워집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명회가 국적불명의 말로 연설을 해도 청중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는 모습이 바로 우상을 대하는 우리들의 민낯입니다. 

영화 <우상>은 3명의 주인공을 통해 맹목적 믿음으로 만든 우상의 허망함과 욕망의 폭주가 가져다 주는 비극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줄거리와 요점만 설명하면 꽤 좋은 영화라고 느낄 수 있지만 이 영화 비추천 영화입니다. 


대사의 반 정도가 안 들리는 이상한 영화 <우상>

대사가 안 들립니다. 볼륨을 키웠습니다. 그래도 안 들립니다. 설경구가 딕션이 나쁜 배우가 아닌데 옹알이를 하고 있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연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한석규 대사도 안 들립니다. 한석규는 성우까지 했던 배우인데 잘 안들립니다. 가장 안들리는 배우는 천우희입니다. 연변도 아닌 하얼빈 조선족 사투리를 사용하는데 이 하얼빈 사투리는 우리가 모르는 단어도 많아서 더 안 들립니다.

내 귀가 이상한가?하고 다른 분들의 100자 평을 보니 온통 대사가 안들린다는 소리가 가득하네요. 검색을 해보니 이수진 감독이 일부러 배경 효과음을 키워서 대사가 안 들리게 했다고 하네요. 일부러 대사를 안들리게 했다? 좀 황당합니다. 실험 영화도 아니고 영화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대사인데 대사를 옹알거리게 처리했다? 좀 이해가 안 갑니다.

이수진 감독은 대사가 안 들려도 배우들의 표정과 뉘앙스 등으로 영화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했다고 하네요. 아마도 영화가 블루 칼라인 중식과 화이트 칼라인 명회 사이에 놓인 계급의 간극에서 나오는 불통을 대사가 들리지 않게 함으로써 관객에게 답답함을 유발하는 것 같네요. 이 시도는 독특하고 실험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사가 얼마나 중요한 메시지 전달 수단인데 이걸 과감하게 포기했네요.





그렇다면 대사를 포기한만큼 영화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나 깊이가 있냐? 없지는 않지만 깊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수진 감독의 모험심이 크게 발동한 느낌이네요. 일부러 대사를 뭉게는 시도 자체는 크게 지적하고 싶지 않지만 이 영화가 실험 영화도 아니고 상업 영화 그것도 큰 예산이 투입된 영화라면 이런 모험은 무모하게 느껴집니다. 

대사가 안 들리니 영화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스토리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대사들이 잘 안 들리다 보니 자막 없는 외화를 보는 느낌이네요. 여기에 영화가 매끄럽지도 않습니다. 명회가 권력욕에 취해서 폭주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고 중식이 갑자기 태도를 변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않고 설득력도 떨어집니다. 


여기에 필요 이상으로 잔인한 장면으로 영화의 주제를 흐트러 놓습니다. 그나마 잔인한 장면을 짧게 처리를 하긴 하지만 필요 이상의 잔혹함은 영화 보기를 더 어렵게 합니다. 메시지 전달력이 좋지 못하네요. 전체적으로 연출에 대한 아쉬움이 많습니다. 

소통의 문제를 지적하다 관객과의 소통이 먹통이 된 영화 <우상>

우상이 주는 메시지는 어려운 메시지가 아닙니다. 맹목적인 믿음으로 파멸해가는 3명의 주인공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맹목적 믿음으로 우상 숭배를 하는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비판한 영화입니다. 그러나 감독이 너무 잔기술을 쓰다가 자빠진 영화로 느껴지네요. 소통의 어려움을 위해서 대사를 뭉개버린 시도로 인해 관객과의 소통도 뭉개버렸습니다.

영화 <한공주>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것은 좋은데 자신감이 자만감으로 변해버린 모습이네요. 대중성도 크게 떨어져서 추천할 수 없는 영화입니다. 유명 배우 3명이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점은 좋으나 영화 전체가 어둡고 답답하고 잔혹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쉬운 이야기를 어렵게 말하다. 감독 스스로가 우상이 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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