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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힘든 영화입니다. 그래서 추천하지 않습니다. 보지 않을 것을 권해드립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깊게 들여다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추천합니다. 그럼에도 너무 자극적인 영상과 소재가 주는 우울함을 지나 암울함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보면서 몇 번을 보기를 멈추고 숨을 고르고 봤을 정도로 보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로 하는 영화네요.

우울증이 있는 분들은 절대 권하지 않습니다.

2018년 주목할만한 영화 <죄 많은 소녀>

김의석 감독의 2018년 개봉작 <죄 많은 소녀>는 2018년 올해의 영화로 꼽는 평론가가 많았습니다. <살아 남은 아이>, <소공녀>와 함께 2018년을 빛낸 인디 영화로 많은 분들에게 회자 되었던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드디어 봤습니다. 

제가 본 <죄 많은 소녀>는 영화 후반의 섬뜩한 반전과 집단이 개인에 가하는 씻지 못할 폭력을 다룬 영화의 주제는 좋은데 그 표현이 너무 습하고 어두워서 보기가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 영화 <한공주>가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보다 더 보기 힘든 영화네요. 


왜? 죽었는지 이유를 말하라는 학교와 세상

경민과 한솔(고원희 분)과 영희(전여빈 분)은 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어느 날 경민이 실종됩니다. 경찰은 다리 밑에서 경민의 가방과 구두가 발견됩니다. 경찰은 경민의 사망을 염두해 두고 강을 수색합니다. 

학교는 난리가 납니다. 교장 선생님은 공부도 잘하고 부모도 좋은 직장에 다니는데 왜 죽었냐고 묻습니다. 이에 학업 스트레스라고 말하는 선생님도 있지만 경민의 담임은 우울한 90년대 북유럽 밴드 음악을 들어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경민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는 학교. 이는 학교 교장 선생님 뿐 아니라 급우들도 그리고 관객도 모두 궁금해 하는 사안입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 참 궁금해 합니다. 그러나 살아보면 이유를 모르는 일도 참 많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유 없이 일어난 일을 이해 가능한 일로 인식해야 편합니다. 그래야 그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거나 또 다시 일어나게 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인과관계와 이유를 밝혀서 이야기를 만들어서 인식해야 직성에 풀립니다. 문제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일은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로 둬야 하지만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일을 가장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인식합니다. 


희생양이 된 영희 그리고 집단이라는 가해자

영희(전여빈 분)은 경민과 친했고 경민이 실종되기 전까지 있엇다는 이유로 학교로부터 경민의 자살의 원인이자 희생양이 됩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쉬쉬하지만 학생들은 대놓고 영희 때문에 경민이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명확한 가해자는 아니지만 심증만 가지고 집단 린치를 가합니다. 차라리 학생들은 대놓고 하기라도 하지 담임은 앞에서는 점잖을 떨면서 학생들을 시켜서 영희의 가방을 뒤지라고 하는 치졸한 모습을 보입니다. 

분명 영희가 경민의 죽음에 영향을 준 것도 맞고 가장 마지막에 만난 사람이 영희인 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경민의 죽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이해하지 않습니다. 영희를 살인자로 취급합니다. 


특히 자신과 친한 그리고 경민의 자살에 같이 영향을 준 한솔(고원희 분)의 거짓말로 인해 영희는 가해자로의 삶을 살게 됩니다. 이런 풍경은 영희만 겪는 건 아닙니다. 우리 세상을 돌아보세요. 수많은 이슈들을 잘 살펴보면 명명백백한 가해자가 아님에도 여론 재판을 통해서 가해자로 지목을 하고 여론의 집단 구타를 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법은 멀고 당장 분노는 표출해야하니 뉴스 댓글창에 욕지기를 쓸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건이 우리가 짐작한 사실과 다른 결과로 나오게 되면 모두 모른척합니다. 양심이 있는 몇몇 개인이 개인적으로 사과를 하지만 집단은 사과하지 않습니다. <죄 많은 소녀>는 영희에서 다른 학생으로 희생의 타켓이 옮겨가자 또 다시 물어 뜯기 시작합니다. 마치 좀비 떼 같습니다. 생각은 몇명이 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생각인양 동조를 합니다. 

학교에서 집단 생활의 좋은 점을 배우지만 동시에 집단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배웁니다. 영화 <죄 많은 소녀>는 죄 없는 또는 죄 적은 영희를 죄 많은 소녀로 낙인을 찍고 조리돌림을 열정을 다해서 하다가 다른 먹이감이 튀어 나오면 득달같이 달겨들어 물어 뜯는 우리들의 못난 집단의 습속을 고발합니다. 이는 학생이라는 미성숙인에게만 보이는 행동이 아닙니다. 앞에서는 점잖을 빼지만 뒤로는 영희를 손가락질 하는 교사라는 집단체도 문제입니다. 

삐뚤어진 모성애

영화 <죄 많은 소녀>를 보다 보면 참 무서운 캐릭터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경민의 엄마(서영화 분)입니다. 큰 기업을 다니는 경민의 엄마는 영희가 가장 마지막까지 있었고 경민에게 자살을 부축이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영희를 가해자 취급합니다. 물론 그 심정 이해는 합니다. 영희가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영희가 자살 시도를 한 후 병원에 있을 때도 병원비를 지원하면서 영희 주변에 계속 머무릅니다. 그 자체가 가해적인 행동임을 아는 지 모르는지 경민의 엄마는 너무하다고 할 정도로 영희를 괴롭힙니다. 

영화 <죄 많은 소녀>를 보면 이 경민의 엄마 때문에 고구마 100개를 먹은 답답함이 있습니다. 가장 못된 캐릭터로 나오고 보고 있으면 화딱지가 납니다. 그럼에도 자식을 잃은 어미의 심정을 다 알고 우리도 저 상황이 되면 저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장담을 못합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자해를 한 영희에게까지 와서 다그치고 협박을 하는 모습에 치를 떨게 만듭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영희

영희가 자해를 하고 병원에 입원 한 사이에 또 다른 희생양이 발견되자 영희로 향하던 폭력은 사라지고 경민의 죽음 이전보다 더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늡니다. 영희는 목소리를 회복하는 동안 수화를 배웠습니다. 학교에 복학하자마자 수화로 아이들에게 인삿말을 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 첫 장면에 나옵니다. 담임도 반 친구들도 수화를 전혀 모르기에 영희의 뜻모를 수화에 박수를 칩니다. 이 장면은 영화 후반에 다시 보여줍니다. 이번엔 수화 내용을 자막으로 보여줍니다. 그 수화의 내용은 섬뜩한 내용입니다. 영희가 다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유는 희망을 발견해서가 아닙니다. 자신이 받은 고통을 그대로 되돌려주기 위해서 그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견딥니다. 


억지 이유를 다는 순간, 누군가는 또 다른 희생자가 된다

누구나 그런 말을 합니다. "우리집 개는 안 물어요" "우리 아이가 그럴리 절대 없어요. 내가 잘 알아요" 그러나 내가 콘트롤 할 수 있는 존재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아는 범위 밖에서 생각하고 활동을 합니다. 경민의 엄마는 자신의 딸의 죽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행동합니다. 착하고 공부 잘하는 딸이 죽은 이유는 나쁜 친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는 우울한 음악 때문이라고 하고 학업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다만 살아 있는 자들이 이유를 만듭니다. 그 이유 때문에 영희가 가해자가 됩니다. 영희는 자신에게 가한 폭력을 기억하고 그대로 세상에 되돌려줍니다. 


주목해야 하는 배우 전여빈

영화 <죄 많은 소녀>는 너무 날이 서 있습니다. 과도한 표현, 다큐식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될 장면, 구차스러운 장면들이 꽤 있습니다. 특히 과도한 표현은 영화를 전체적으로 어둡게 만듭니다. 그래서 전 이 영화 추천하지 못합니다. 조금만 톤 다운 해서 보여줬어도 좀 더 공감대가 높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그럼에도 꼭 봤으면 하는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전여빈입니다. 이 영화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이 꽤 보입니다. 먼저 전여빈입니다. 순진하면서도 광끼와 처절함과 무서움까지 모든 면을 다 담고 있는 묘한 얼굴과 그 모습을 제대로 연기한 전여빈이라는 배우는 꼭 주목해봐야 합니다. 영화 <한공주>의 천우희 못지 않게 강렬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앞으로 스크린에서 더 많이 봤으면 합니다. 경민의 엄마를 연기한 서영화도 응팔로 뜬 유재명 배우와 담임 역의 서현우까지 꽤 좋은 배우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 배우들 덕분에 영화가 담고자 하는 주제가 더 도드라졌습니다. 


사춘기라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경민의 죽음의 이유가 영화 후반 밝혀집니다. 아니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경민이 죽기 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영희와 한솔의 말을 통해서 드러납니다. 그리고 사춘기 소녀들의 은밀한 모습이 보여집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사춘기 시절의 감정의 폭풍 속에서 경민이 떨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점은 꽤 좋았습니다. 사춘기라는 불안정한 시기의 사춘기 소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라인을 꽤 잘 담았습니다. 

영화 <죄 없는 소녀>는 우리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반추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희생양을 찾아서 물고 뜯는 우리들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섬뜩한 영화입니다. 혼자서는 못하지만 집단이 되면 쉽게 하는 그 행동들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집단은 사과하지 않습니다. 개인만 사과할 뿐이죠. 학교라는 집단에 대해서 돌아보게 하고 사회라는 집단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 <죄 많은 소녀>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말없는 죽음의 이유를 짜맞추려는 집단이라는 악의 없는 폭력을 음습하게 담다. 

썬도그
하단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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