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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왜 노인들은 비싼 DSLR과 렌즈를 살까?

by 썬도그 2018.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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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사진 출사지에 가면 취미로 사진을 즐기는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실로 다양한 카메라로 무장한 취미 사진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50대 이상 중 노년 분들이 들고 다니는 카메라 장비들은 상당히 비싼 카메라입니다.   어마무시하게 비싼 렌즈와 풀프레임 DSLR와 삼각대도 수십만원이나 하는 고가 삼각대를 사용합니다. 

렌즈, 바디, 삼각대 포함해서 대략 3~400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솔직히 그런 모습을 보면 부럽긴 합니다. 저도 풀프레임 카메라의 좋은 점을 잘 알고 있어서 구매를 예정하고 있지만 그게 잘 성사되지 않네요. 


노인들은 왜 비싼 DSLR을 살까?

작년에 수원 화성 야경을 촬영하기 위해서 출사를 갔습니다. 저는 주로 혼자 다닙니다. 혼자 다니는 것이 기동성도 좋고 사진 촬영하면서 사색하기 좋아서 주로 혼자 다닙니다. 많아야 둘 정도가 서로 사진을 가르치고 배우고 수다 떨 수 있어서 2~3명이 가장 적당한 것 같습니다.  더 많으면 사진보다는 친목도모의 성격이 짙어집니다.

야경 촬영을 하다가 앞에 있던 시니어 사진가 4분이 사진이 안 나온다고 불만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미러리스를 삼각대에 꽂아서 촬영을 하는데 액정에 뜬 제 사진을 보더니 어떻게 찍으면 이렇게 나와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그래서 셔터스피드와 조리개 ISO 수치와 야경 촬영 팁을 알려드렸습니다. 알려드리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4분 모두 풀프레임 바디에 값비싼 백통을 꽂아서 촬영하시는데 기본적인 촬영법도 모르시는 모습에 좀 놀랬습니다. 4명 중 1명은 강사라서 사진 촬영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4분 모두 제대로 모르십니다. 그러나 이론이나 세팅법은 잘 아시는지 제가 알려드리면 알아서 설정을 잘 바꾸십니다.


새로운 서울 야경 촬영 명소인 서울로 7017에 올라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제 바로 옆자리에 한 할머니가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저를 툭툭 치면서 초점이 잘 안 맞는다면서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풀프레임 카메라를 사용하고 계시더군요. 노안 때문인지 어두운 도시의 야경이 잘 안 보이시나 봅니다. 게다가 난간의 높이가 있어서 삼각대를 높이 올려야 합니다. 할머니는 키가 작으셔서 뷰파인더를 보고 촬영하기도 버거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라이브뷰 모드로 전환하시고 촬영하라고 권해드렸습니다. 

할머니는 라이브뷰 모드로 촬영한 적이 없다면서 주머니에서 뭘 꺼내더니 이렇게 세팅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할머니가 전해준 쪽지에는 야경 촬영 세팅값이 있었습니다. F22에 셔터스피드 10초라고 적혀 있는 걸 보고 

"이거 누가 적어 준거에요?"
"사진 강의하는 강사분이 이렇게 찍으라고 하던데"


수원 화성 야경을 촬영하고 집으로 가려다가 한 할머니가 누군가가 통화를 하고 계셨습니다. 실루엣 사진을 촬영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는 말에 귀에 들어왔습니다. 그냥 지나가려다가 통화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도와드릴까요? 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실루엣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은 간단해요. 노출만 낮추시면 됩니다"
할머니는 노출을 3스텝 정도 낮추니 인물의 실루엣만 보이는 사진을 촬영하시더니 만족해 하셨습니다. 릴리즈로 촬영하셔야 하는데 릴리즈가 없으시니 타이머를 이용하시면 미러쇼크 없이 촬영할 수 있는 팁을 알려드렸습니다. 

아까 통화한 분이 누구냐고 여쭈었더니 사진 강사님이라고 하시네요. 나이 드신 강사님인데 사진 수상 경력이 많은 분이라고 하시네요. 할머니가 들고 있는 카메라는 보니 역시나 풀프레임 카메라였습니다. 이 경험을 1주일 사이에 하게 되니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노인 분들은 풀프레임 DSLR을 들고 다닐까?'
지나가는 말로 카메라는 누가 권해주신건가요? 라고 여쭈었더니 "아까 통화한 그 사진 강사님이 권해 주신건데"라고 하시네요. 



초보 노인 취미 사진가가 풀프레임 DSLR을 사는 이유!

왜 초보 노인 취미 사진가들은 비싼 풀프레임 DSLR을 살까요? 제가 직접 물어본 것과 페이스북에 올라온 의견을 추려서 소개하겠습니다. 


1. 사진강사

은퇴 후에 사진을 취미로 선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진을 취미로 두면 좋은 점이 참 많습니다. 많이 걷게 되니 운동도 되고 사진을 찍고 출력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창조하는 느낌이 듭니다. 크리에이티브한 활동에 주는 재미는 어떤 취미보다 좋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배우려고 해도 손주가 아들이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노인 분들이 사진을 배울 수 있는 곳은 구나 시에서 마련한 평생교육관 같은 곳에서 배웁니다. 사진 강의는 참 인기가 많습니다. 이 사진 강의를 하는 사진강사분들이 풀프레임 DSLR을 권합니다. 

모든 사진강사님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부 사진강사님들이 풀프레임 DSLR 구매를 권합니다. 제가 만난 할머니도 그렇고 사진강사님들 중에는 풀프레임 DSLR을 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풀프레임 DSLR을 권하는 것이 나쁘다 옳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매뉴얼 기능이 있는 카메라면 어떤 카메라도 좋다고 말씀해주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2. 이왕 살 거 좋은 거 사야지

이게 가장 클 겁니다. 은퇴한 노인 분들 중에는 돈이 많은 분들이 꽤 있습니다. 돈과 시간에 여유가 있다 보니 이왕 사진을 취미로 할 거면 사진 잘 찍히는 비싼 카메라를 원합니다. 당장에 사진 실력은 늘지 않지만 비싸고 좋은 카메라를 사서 촬영하면 사진이 확 달라 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카메라 제조사들은 이 시니어 취미사진가를 위한 사진 강의도 많이 하고 사진 강의에 많은 노인 분들이 찾아옵니다. 그만큼 사진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높습니다. 그 사진에 대한 열정이 비싼 카메라의 열정으로 쉽게 이어집니다. 


3. 과시욕

한국 분들은 과시욕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등산복도 자전거도 비싼 것을 삽니다. 뒷산 올라가는데 에베레스트 등산복을 구매하는 것이나 강변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때도 수백 만원짜리를 삽니다. 카메라도 똑같습니다. 내 돈으로 비싼 제품 사건 말건 간섭할 일은 아닙니다. 제가 우려스럽고 짜증스러운 풍경은 자신이 비싼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다고 저가 DSLR이나 미러리스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낮춰 보는 시선입니다. 

노인분들만 이러는 것은 아닙니다. 젊은 사람들도 출사지에 가면 다른 사람들의 카메라를 훔쳐 보면서 이러 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는 할 수 있는데 자신보다 싼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다고 사진 실력까지 낮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동호회에서 사진 출사를 가면 출사지에 들고 나온 카메라 평가를 합니다. 대놓고 하거나 뒤에서 하거나 사진 찍는 틈틈이 카메라 비교를 하죠. 그런 비교에서 열등감을 느낀 분들이 비싼 풀프레임 DSLR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4. 카메라 판매상이 권해서

사진을 취미로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바로 카메라를 사러 카메라 상가로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인터넷 오픈마켓 가격이 더 싸도 직접 매장에서 사는 것이 편하고 신뢰도가 높아서 카메라 매장에서 사는 노인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카메라에 대해서 잘 모르는 노인 분들에게 비싼 카메라를 권하는 카메라 판매상들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비싼 카메라 구매를 독려해서 큰 마진을 남기는 것이 카메라 판매상 입장에서는 더 좋겠죠. 단 모든 판매상이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카메라 판매상의 권유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덜컥 사버리는 노인 분들이 풀프레임 DSLR을 들고 집으로 향합니다. 



초보 노인 취미 사진가에게 풀프레임 DSLR이 필요할까?

풀프레임 DSLR은 성능이 아주 뛰어납니다. 여유만 된다면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카메라입니다. 그러나 이제 막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이 풀프레임 DSLR로 입문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풀프레임 DSLR로 입문한 초보 취미사진가 분 중에서 많은 분들이 풀프레임 DSLR을 들고 사진 출사를 가시다가 1년도 안되어서 무겁다면서 장롱 속에 집어 넣어 버리고 사진에 대한 열정도 꺼집니다. 사진은 계속 찍을수록 늘고 재미가 생기는데 카메라가 무거워서 사진 취미를 접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차라리 좀 더 가벼운 보급형 DSLR으로 시작했으면 카메라가 무거워서 사진 찍기를 접는 분들은 조금이라도 줄겠죠. 게다가 사진 출사를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진 출사지까지 가서 사진 촬영을 하고 포인트를 찾아서 이동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이 포인트를 찾으려면 많이 걸어야 합니다. 무거운 풀프레임 DSLR을 들고 오래 걷기 힘들죠. 그래서 젊은 분들도 풀프레임 DSLR로 입문 했다가 무거워서 장롱 케이스로 이동하는데 근력이 딸리는 노인 분들은  더 빠르게 장롱 케이스에 풀프레임 DSLR를 넣습니다. 

초보 노인 취미 사진가이지만 잠깐 취미 활동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오랫동안 취미로 할 생각인 분들은 풀프레임 DSLR로 입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런 확신 또는 열정 또는 자신감이 없는 분들이라면 무턱대고 풀프레임 DSLR으로 입문했다가 사진에 대한 재미도 열정도 다 떨어지면 비싸게 산 풀프레임 DSLR이 애물단지가 됩니다. 

그래서 사진 초보자들에게 권하는 카메라 구입 순서는 보급형 DSLR로 입문하시고 DSLR 카메라의 기능의 80% 정도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고 사진 찍는 재미가 식지 않으시면 보급형 DSLR과 렌즈를  묶어서 중고 시장에 판매한 후 풀프레임 DSLR로 넘어갈 것을 권합니다. 

사진을 배우다 보면 사진을 배우는 것인지 카메라를 배우는 것인지 갈피를 못잡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카메라를 배워야 하는데 카메라를 배우기 위해서 사진 강의를 듣습니다. 그러다 취미 사진가가 아닌 카메라 매니아가 되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카메라 매니아가 목표인지 사진 매니아가 목표인지 수시로 점검하는 취미 사진 생활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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