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면 생각나는 영화들이 꽤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하나와 앨리스>입니다. 얼마 전에 <하나와 앨리스>의 프리퀄인 <하나와 앨리스 : 살인사건>을 소개 했습니다. 이 애니를 보면서 2004년에 개봉한 <하나와 랠리스>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10년 전에 보고 다시 보니 생각보다 기억이 나지 않는 장면들이 꽤 많네요. 어렴풋한 기억 속에 침전되어 있어 있다가 다시 먼지를 털고 보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단짝 친구인 하나와 앨리스의 우정 이야기
<하나와 앨리스>는 <러브레터>의 '이와이 슌지'감독의 영화입니다. 당연히 이 영화도 순수함이 가득한 맑은 영화입니다. 프리퀄인 <하나와 앨리스 : 살인사건>에 이어지는 내용으로 하나(스즈키 안 분)과 앨리스(아오이 유우 분)의 우정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후반에 두 친구가 한 남자 선배 때문에 다투게 되는데 그때 같은 발레교습소에 다니던 친구가 친구끼리 싸우면 안된다면서 옛 이야기를 합니다.
"싸우면 안돼. 꽃귀신의 집에 살던 소녀를 데리고 학교에 함께 나온 친구가 앨리스야"
여기서 꽃귀신은 하나입니다. 하나는 은둔형 외톨이처럼 1년 4개월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다가 앨리스 손에 이끌려 다시 세상에 나옵니다. 이 작은 이야기 하나가 프리퀄 영화 <하나와 앨리스 : 살인사건>의 주된 이야기가 됩니다. 이렇게 두 영화를 함께 보니 그 접합부의 이음새가 너무나도 부드럽고 매끄럽네요.
하나와 앨리스는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절친입니다. 앨리스는 외국물 먹은 학생은 아니고 '아리스가와 데츠코'인데 발레 교습소 친구가 아리스가와를 줄여서 '앨리스'로 부른 후 '앨리스'가 애칭이 됩니다.
겨울을 지나 벚꽃이 피는 계절에 깔깔거림과 함께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이 두 여학생이 지켜보는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전철역에서 보게 되는 꽃미남 '미야모토' 선배를 몰래 몰래 훔쳐봅니다. 이중에서 하나가 더 적극적입니다. 하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짝사랑하는 미야모토 선배가 가입한 만담 동아리에 가입을 합니다.
그렇게 선배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하나는 선배가 셔터문에 머리를 부딪혀서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잠시 정신을 잃은 선배 앞에서 하나는 능청맞게 "선배 나랑 사귀는 것도 기억 안 나세요?"라는 장난을 칩니다. 놀랍게도 선배는 하나의 말을 그냥 믿어 버립니다. 그렇게 기억도 나지 않는 아니 기억에 없는 하나와의 연인 관계가 시작됩니다. 하나의 장난은 점점 깊어집니다.
그 사랑 장난질에 앨리스까지 집어 넣습니다. 앨리스는 선배가 전에 사귀던 여자 친구였다는 설정입니다. 물론 다 거짓말이죠. 앨리스는 절친 하나의 부탁을 받고 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 연기를 합니다. 그런데 이 미야모토 선배는 이상하게 하나 보다는 앨리스가 더 끌립니다. 그리고 고백하죠. 자기는 하나 보다는 앨리스에게 더 끌린다면서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요.
그리고 하나 몰래 앨리스를 찾아가서 옛 추억을 말해달라고 합니다. 난감한 앨리스. 앨리스는 있지도 않는 추억을 즉석에서 만들어 내면서 위기를 모면해 갑니다. 그러다 앨리스도 이 미아모토 선배가 점점 좋아집니다. 그러나 하나를 위해서 그걸 내색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세 사람은 바닷가 여행을 가서 하나와의 우정을 위해서 연기를 하던 앨리스가 속내를 살짝 비춥니다.
하나와 앨리스의 사랑 이야기
영화 <하나와 앨리스>는 2개의 이야기가 병행합니다. 하나는 하나와 앨리스의 우정 및 사랑 이야기와 또 하나는 앨리스의 성장기 또는 성공기가 동시에 출발합니다. 2개의 이야기는 잘 어울려지지 않고 그냥 전혀 다른 이야기로 펼쳐지네요. 앨리스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서 다양한 매체에 오디션을 보러 다닙니다. 처음에는 연기도 못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영락없는 여고생의 어설픔이 가득하지만 선배와의 가짜 사랑 놀음을 통해서 점점 성장해갑니다.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는 하나의 거짓말에 속은 선배를 놓고 하나와 앨리스는 거짓 연기를 계속합니다. 악의가 없고 본의 아니게 거짓말이 커지게 되면서 언젠가는 이 거짓말이 끝날 것을 서로 알고 있습니다. 하나는 짝사랑을 이어가고 싶어서 이 거짓 사랑을 이어가고 앨리스는 친구의 요청으로 거짓 사랑 놀음에 동참하지만 선배의 호감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엇갈린 사랑의 시선 때문에 하나와 앨리스는 관계가 서로 소원하게 됩니다. 결국 하나는 결심하게 됩니다.
첫사랑을 언제 할까요? 남녀 공학이라면 아마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시작하지 않을까요? 이 시기는 많은 경험 특히 많은 감정 경험을 하게 됩니다. 우정도 사랑도 동시에 시작되기도 하고 사랑이 치고 들어오기도 합니다. 우정 사이에 사랑이 들어오면 우정에 금이가기도 하죠. 영화 <하나와 앨리스>는 사랑과 우정사이라는 흔한 관계를 아주 매끄럽고 부드럽게 잘 담습니다.
여기에 '아오이 유우'와 '스즈키 안'의 연기도 무척 좋습니다. '아오이 유우'야 일본의 대스타가 되었고 연기력도 인정 받아서 말할 것도 없지만 '스즈키 안'의 연기도 무척 좋습니다. 후반에 무대 뒤에서 고백하는 장면은 압권이네요. 눈물이 나지만 뒤에 있는 선배에게 우는 모습 들키지 않기 위해서 울음을 삼키면서 대사를 하는 장면은 잊혀지지가 않네요. 정말 명장면입니다.
또 하나의 인상 깊은 장면은 하나와 선배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서로 다투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거대한 아톰이 밖에서 쳐다 봅니다.
이날은 하나와 앨리스가 다니는 데츠카 고등학교의 축제날이었습니다. 데츠카는 '철완 아톰'을 그린 '데츠카 오사무'에서 이름을 따온 고등학교입니다. 아주 흥미로운 장면이죠. 하나와 선배의 사랑을 아톰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 아톰이 현재의 우리가 아닐까요? 그 시절 무엇이든 현재보다 더 좋아하고 마음 아파 했던 그 시절을 응원하는 모습처럼 느껴지네요. 꽃비 내리는 4월에 보면 더 좋은 사춘기의 설레임을 가득 담은 영화입니다. 10년 만에 다시 봤지만 다시 봐도 꽃향기가 가득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우정과 사랑이 함께 피던 꽃같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