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벚꽃을 무척 좋아합니다. 아마도 벚꽃이 많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그런지 일본 영화에는 유난히 벚꽃이 아름담게 담긴 영화들이 꽤 있습니다. 특히 감수성 만랩인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들은 유난히 벚꽃 풍경을 잘 담습니다. <러브레터>, <4월 이야기>, <하나와 앨리스>를 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2004년 개봉한 <하나와 앨리스>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영화입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이와이 슌지' 감독의 새로운 영화였기 때문이죠. 국내에서도 많은 팬이 있는 '이와이 슌지' 감독은 <러브레터>와 비슷한 정서를 가진 <하나와 앨리스>를 선보입니다. 그런데 전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주연 배우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일본의 대스타가 되었지만 이 당시는 이제 막 얼굴을 알리는 신인인 '아오이 유우'입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한 기자가 전지현 닮았다는 말에 살짝 웃던 '아오이 유우'의 맑은 미소가요. 이 영화로 인해 지금까지 '아오이 유우'가 출연한 영화라면 조건 반납하고 봅니다. 그만큼 참 매력적인 배우입니다. 사생활은 모르겠지만 필모만 보면 이 배우가 전지현과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전지현은 다작을 하지 않고 주연만 하는 배우지만 '아오이 유우'는 다릅니다. 주연급 배우가 수시로 조연 배우로 자주 등장합니다. 게다가 영화 참 많이 찍습니다.
그것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잘 나옵니다. 곧 개봉할 <오버 더 펜스>도 보러 갈 생각입니다. 정말 정말 정말 생기 가득한 배우이고 웃음이 참 아름다운 배우입니다. 2004년 작 <하나와 앨리스>는 이웃집에 사는 하나와 앨리스라는 애칭을 가진 두 중학생의 웃음 가득한 청춘이라는 봄빛을 담은 영화입니다. 절친인 두 친구가 한 남학생을 두고 일어나는 귀여운 에피소드가 가득한 사랑스러운 영화죠. 지금 예고편만 다시 봐도 벚꽃향이 가득하네요
그런데 <하나와 앨리스>의 프리퀄인 <하나와 앨리스 ; 살인사건>이 2015년 5월에 개봉했습니다. 보려고 했지만 워낙 소규모로 개봉해서 시간이 맞지 않아서 못 봤습니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어제 드디어 이 영화를 봤습니다.
로토스코프로 만들어진 <하나와 앨리스 : 살인사건>
먼저 영화 기법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로토스코프 기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로토스코프는 실사로 촬영한 영화를 애니매이션처럼 변환시킨 영화입니다. 따라서 모든 동작이 실사와 동일합니다만 그걸 애니메이션처럼 보이게 변환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잠시 유행한 에버필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실사를 촬영한 사진을 만화처럼 변환해주는 것이죠. 그래서 영화를 보면 면 광각 카메라 앵글이 많이 보입니다. 영화 초기에 일부러 광각렌즈의 왜곡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로코스코프 기법임을 명시하고 시작하네요.
이 로코스코프를 사용한 이유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배우들의 나이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리 동안인 '아오이 유우'지만 중학생을 연기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배우를 쓰자니 프리퀄 이야기가 영화 <하나와 앨리스>와의 접착력이 떨어지고요. 그래서 연기는 다른 배우가 하고 목소리만 '아오이 유우'의 목소리만 붙여 넣었습니다.
영화 내용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하나와 앨리스 : 살인사건>은 제목이 무시하긴 하지만 <하나와 앨리스>처럼 사랑과 우정이 넘실거리는 아주 맑고 청아하고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하나와 앨리스>의 프리퀄이라서 하나와 앨리스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 지 어떻게 진한 우정을 쌓아갔는 지를 잘 담고 있습니다
사춘기 청춘들의 순수함과 순진함이 미소 짓게 하는 영화
아리스가와 데츠코(애칭 앨리스)는 부모의 이혼으로 시골 학교로 전학을 갑니다. 전학하자마자 왕따를 당한 데츠코. 여간 짜증스러운 게 아닙니다. 친구 하나 없는 아리스가와는 옆집에서 자신의 집을 훔쳐보는 눈길을 발견합니다. 의뭉스러운 눈길에 관심을 가지지만 누군인 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왕따를 당하다가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됩니다. 유다와 4명의 신부. 자신이 앉은 책상이 1년 전에 죽은 유다의 책상이라는 소문을 알게 되죠. 무당 같은 친구와 급우들에게 이끌려 강제로 퇴마술을 받은 앨리스는 왕따에서도 풀려나게 됩니다. 앨리스는 퇴마술을 행한 친구에게서 학교 전설을 자세히 듣게 됩니다.
1년 전에 유다라는 선배가 있었는데 4명의 신부 중 한 명이 배신을 해서 유다를 독살했다는 것입니다. 아주 끔찍한 이야기이자 중학생들의 귀여움도 잔뜩 묻어있습니다. 그 시절 그 때는 왜 그리 허황된 이야기를 쉽게 믿고 따랐는지 모르겠어요. 그게 다 세상을 배워가는 과정이자 그 시절의 추억이죠.
그렇게 유다 선배 살인사건이라는 학교 소문의 실체를 알게 되자 앨리스는 호기심이 생깁니다. 게다가 자신이 이사온 집이 유다 선배가 살던 집이라는 소리에 대성통곡까지 합니다.
그러나 앨리스는 씩씩한 여중생입니다. 싸움도 잘하고 달리기도 잘하는 여장부입니다. 유다 선배와 같은 반이었던 옆집에 사는 하나의 집을 방문합니다. 하나는 유다 사건 이후에 집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서 1년 이상 학교도 가지 않았습니다. 씩씩한 앨리스는 유다 선배의 시험지를 들고 하나의 집에 무턱대고 방문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첫 만남을 가집니다. 하나는 유다와 소꼽친구였습니다. 일방적으로 유다를 짝사랑 했지만 지금 죽었는 지 살았는 지 알 수 없다면서 앨리스에게 유다의 생사 여부를 찾아보라고 합니다. 그렇게 영화는 두 주인공의 우정의 꽃길이 이어집니다.
하나와 앨리스는 유다의 생존 여부를 찾아가는 작은 여행을 통해서 우정을 자연스럽게 쌓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데 하나하나가 벚꽃향을 품은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향기가 가득한 에피소드입니다. 덕분에 10분에 한 번 씩 미소가 지어지네요. 어쩜 '이와이 슌지'감독은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잘 잡아낼까요? 누구나 한 번 씩 느꼈지만 말로 전하지 않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잘 담습니다. 게다가 억지라곤 1%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그래서 작은 에피소드에도 크게 공감하면서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하네요. 그 시절 모든 것이 새롭고 무섭고 두렵고 과장과 허위 의식으로 가득했지만 모든 관계가 순수하고 계산하지 않았던 그 시절을 한올한올 떠올리게 합니다. 영화는 초반에 나오는 말도 안되는 유다와 4명의 신부라는 학교 전설을 자연스럽게 풀어줍니다.
그렇게 작지만 큰 미션을 성공한 후 두 소녀는 학교에 함께 등교합니다. 영화 <하나와 앨리스 : 살인사건>의 마지막은 영화 <하나의 앨리스>의 첫장면과 이음새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그리고 두 소녀의 사랑 이야기는 다시 시작됩니다. 내가 본 프리퀄 중에 가장 사랑스럽고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프리퀄입니다. 두 영화는 한 몸 같은 영화입니다. 두 영화 모두 보지 못하셨다면 이 <하나와 앨리스 : 살인사건>을 먼저 보시고 <하나와 앨리스>를 볼 것을 권합니다. 특히 벚꽃이 환하게 웃는 4월에 보시면 그 재미는 더 풍성해 질 것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벚꽃이 몽우리 질 때의 설레임과 떨림을 잘 담은 아름다운 프리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