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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이념의 그물에 걸린 남북한 모두를 비판한 영화 그물

by 썬도그 2017.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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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부가 표류하다가 국군에게 발견되어서 서울 구경을 하다가 판문점을 넘을 때 남한에서 준 옷과 선물을 다 버리고 돌아가는 풍경은 아주 익숙한 풍경이죠. 실제로 80년대에 그런 북한 주민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북한 사람들이 단단히 세뇌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공포감이 깃든 적대감도 느껴졌습니다. 


그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영화 <그물>은 쌍팔년도 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쌍팔년도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함께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니 쌍팔년도도 이렇게 서로를 증오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서로에게 욕지기를 인삿말처럼 하는 사이가 되었네요.

어떻게 보면 이런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이자 신냉전 시대에 사는 이 혹독한 세상을 아무도 제대로 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골 기질이 가득한 김기덕 감독이 남북한 문제를 빼어 들었습니다. 


표류하던 북한 어부 남한에서 간첩으로 몰리다

 북한에서 사는 남철우(류승범 분)는 어부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휴전선 근처에 쳐 놓은 그물을 걸린 물고기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합니다. 그날도 군 감시초소를 통과한 후 그물을 거두기 위해서 모터 보트를 타고 나갑니다. 그런데 모터가 그물에 걸려서 남쪽으로 표류하게 됩니다. 이를 발견한 국군은 철우를 국정원 요원에게 인도합니다.

그렇게 국정원에서 여러가지 조사를 받기 시작합니다. 정황상 단순 기관 고장으로 표류한 북한 어부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의해 피해를 받은 가족이 있는 국정원 요원이 철우를 자꾸 간첩으로 몰아갑니다. 위장 취조를 통해서 북한 8군단에서 근무한 것을 알아낸 국정원 요원은 철우를 간첩으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에 후배인 오진우 요원(이원근 분)이 선배 요원의 막무가내 행동을 막아섭니다. 선배 요원이 매파라면 오진우 요원은 비둘기파입니다.

오진우 요원은 철우를 형님처럼 챙기면서 철우가 간첩이 아닌 평범한 북한 가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간첩 협의를 벗고 북한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국정원에서 귀순 회유를 시도합니다. 여러가지 시도가 통하지 않자 명동 한복판에서 일부러 풀어줍니다. 그렇게 강제로 남한의 풍요로움을 보게 된 철우는 종로 거리를 헤매다가 술집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마음도 착하고 얼굴도 예쁘게 생긴 여자가 몸을 파는 남한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남한이라는 자본주의의 빛과 어두움을 다 본 철우는 국정원 안에서 만난 간첩 용의자가 전해 달라는 메시지를 남한에 있는 가족에게 전해줍니다. 이걸 빌미로 철우는 간첩 혐의가 발각되고 간첩으로 몰리게 됩니다. 


남과 북의 썩어빠짐은 닮았다

남한 자본주의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목격한 철우는 오진우 요원의 따스한 성품에 잠시 흔들리긴 하지만 북에 둔 가족이라는 확고한 행복을 포기하지 못하고 북으로 돌아갑니다. 북에 도착하자마자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게 됩니다.

남한 국정원처럼 자신이 행한 일을 진술서에 자세히 쓰라는 말에 질려 버립니다. 게다가 북한 고위층도 남한처럼 썩은내가 풀풀 풍기는 모습을 보자 방황하게 됩니다. 그냥 가족을 위해 사는 소시민인데 기관 고장으로 남한에 잠시 있다가 돌아왔다고 혹독한 조사를 받으면서 남한과 북한 정권 모두에 질려 버립니다. 이념의 갈등만이라면 예측 가능한 갈등이자 고통이지만 그렇게 순수함을 찾고 조국을 찾던 인간들의 썩은내를 온몸으로 들이킵니다. 

남한도 북한도 인간 살 곳이 못 된다고 느껴진 철우는 무감각해집니다. 극과 극은 닮았다고 하죠. 자본주의의 최첨단인 한국이나 공산주의의 최첨단인 북한은 서로를 증오하지만 고위층의 삶의 행태는 비슷합니다. 이런 모습을 목격한 철우는 살아가는 이유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작위적인 스토리, 조악한 제작 환경이 그물 사이로 보인 영화 <그물>

2012년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세계적인 감독인 김기덕은 그 명성에 맞지 않게 그의 영화에 투자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아무래도 흥행과 거리가 먼 강하고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를 주로 하기 때문이겠죠. 또한, 한국 같이 다구리 문화가 심한 나라에서 소수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야기는 사랑 받지 못합니다. 

이런 반골 기질이 가득한 김기덕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많은 돈을 들이지 못합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 자체가 조악한 모습이 많습니다. 영화 <피에타>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초점이 나간 장면도 많고 영화를 보다 보면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급하게 찍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피에타>가 큰 상을 받고 상황이 좀 달라질 줄 알았지만 쉽게 달라지지 않았네요. 영화 <그물>도 어설픈 세트장이 눈에 많이 밟히네요. 또한, 영화가 야외 촬영 보다는 실내 세트장 촬영 그것도 몇 곳에서만 촬영을 했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미장센 보다는 강한 스토리가 매력인 감독이기에 그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스토리도 약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먼저 햇볕 정책 같은 선한 사마리아인 같은 오진우 요원은 철우에게 무조건 다 퍼주는 천사 같이 나오고 선배 요원은 때려잡자 빨갱이만 외치는 너무나도 획일화 되고 경직된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이게 좀 비현실적으로 비추어지네요.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드캐리하는 배우는 주인공 류승범입니다. 북한 사람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북한 어투를 제대로 구사하고 연기 또한 아주 강력합니다. 류승범 필모에 꼭 들어갈 영화가 영화 <그물>입니다. 류승범은 이제 연기에 물이 오르다 넘어서 철철 넘치네요. 빨리 후속작을 통해서 스크린에서 다시 만났으면 합니다. 


남북 갈등의 열쇠는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심

가난한 달동네에 뛰어 노는 아이에게 불쌍하다면서 과자를 사주는 행위는 아름다운 행동일까요? 무례한 행동일까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불쌍한 아이를 도와주는 행위를 칭찬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러나 아이 입장에서 보죠. 가난한 동네에 사는 아이는 자신이 가난한 줄도 모르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달동네에 살고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고 무조건 불행한 삶이고 불쌍하다고 느껴서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주는 것은 아이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입니다.  또한, 아이의 부모가 보면 그런 행동은 상당히 불쾌한 행동이죠.

원하지 않는 도움을 주면서 고마운 줄 알아야지!라고 혼찌검을 내는 꼰대들의 행동과 다를 게 없습니다. 
도움은 상대가 도와달라고 하더나 도움을 받기를 동의할 때 도와주는 것이 좋은 도움이지 일방적으로 내가 판단해서 넌 불행해! 라고 도와주는 것은 도움이 아닌 불쾌한 행동입니다. 

남한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습니다. 북한은 불쌍한 나라이기에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나라입니다. 또한, 북한 사람들은 독재 정권에 시달리는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들이 가득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이러다 보니 북한 사람들이 북한 지도자가 차를 타고 지나가는 길가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세뇌된 북한 주민들이라고 혀를 차죠. 

그러나 정말 북한 사람들이 독재 정권에서 모두 신음을 내면서 살까요? 사람이란 각자 자신의 생활에 맞춰서 삽니다. 그게 생활력이죠. 따라서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남한 사람들이 행복한 것이 아니듯, 물질적으로 못 산다고 북한 주민들이 모두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모습을 곰인형을 통해서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 <그물>은 철우를 통해서 북한 사람들의 심적 상태를 잘 보여줍니다. 철우가 오히려 갈등하고 붕괴 된 것은 남한과 북한의 물질적 풍요의 차이가 아닌 두 사회 모두 권력과 돈을 가진 가진 자들이 똑같은 썩은내가 난다는 것입니다. 

남북한의 갈등은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심으로 출발합니다. 그러나 지금 남한과 북한은 이념의 그물를 쳐 놓고 서로를 증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휴전선이라는 이념의 그물을 친 남북한의 현주소를 담은 영화 <그물>

김기덕 감독의 이전 영화 달리 쉽고 편합니다. 잔혹하거나 그로테스크한 내용이나 장면은 없습니다. 너무나 쉽지만 던져주는 메시지는 가볍지는 않습니다. 고기를 잡기 위해 쳐 놓은 그물은 고기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영화 초반과 후반에 나오는 휴전선 철조망을 보면서 저게 바로 우리의 생각을 가두는 인간 이념의 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오늘도 이념의 시녀가 되어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남북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불행하다고 일방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나 정말 불행한 사람들은 이념의 그물 안에서 양식되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영화 그물은 거대한 휴전선이라는 그물이 드리워진 남북한 대치 상태에서 이념 전쟁 놀이를 하는 우리들을 준엄하게 꾸짖는 영화입니다. 성긴 모습이 여전히 많지만 강력한 메시지 전달력이 좋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입니다. 꽤 좋은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휴전선이라는 거대한 이념의 그물을 드리운 남북한을 꾸짖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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