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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JTBC 정유라 보도윤리 논란은 기자와 일반인의 괴리감 때문

by 썬도그 2017.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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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정유라가 체포 되었습니다. 그것도 우리의 슈퍼히어로인 JTBC 기자의 신고로 잡혔습니다. 한 사람이 이 나라를 망쳤다면 종편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온기 가득한 따스한 시선으로 만든 손석희 사장 같은 사람이 이 나라를 구했습니다. 2016년 올해의 인물은 '손석희'입니다.


JTBC의 정유라 보도 논란이 일어나다

JTBC가 정유라 체포에 큰 도움을 주어서 많은 사람들이 JTBC가 경찰보다 낫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도 쾌재라고 좋아했었습니다. 그런데 정유라를 신고하고 체포하는 과정까지 카메라로 담은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네요. 

JTBC가 언론계에 돌이킬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라는 기사가 뜨거운 화제입니다. 기사 내용은 길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이겁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가 시민으로서 신고하기로 했다면 보도를 포기했어야 했다. 그리고 만약 보도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관찰자로 남았어야 했다. 그게 보도윤리다. 그런 게 2017년 언론계에 남아 있다면 말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기자는 목격자이지 사건에 개입하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나 신고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바로 거부 반응이 나올 것입니다. 위 기사에 반감을 가지는 분들은 가끔 나오는 기자가 취재하다가 불법 영업을 하는 업주를 신고해서 경찰과 함께 취재하는 행동을 말하면서 이건 뭐냐고 하시겠죠. 그런 행동은 좋은 행동은 아닙니다. 기자는 목격자이지 신고자가 아닙니다. 기자는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사림이어야지 불법마다 신고를 하고 보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위 글은 제목이 상당히 자극적인 것이 맘에 안들지만 우리가 간과할 수 있는 보도윤리를 꼬집고 있습니다. 물론, 저 글에 공감하는 분도 아닌 분도 많을 것입니다. 또한, 판단은 각자 다르고 생각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기자들은 저 지적을 어느 정도 공감을 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물론, 저 기사에 반대 의견을 낸 기자의 글도 봤습니다. 


"기자는 목격자이지 사건의 개입자가 아니다"

위 사진은 세계적인 전쟁 사진가인 제임스 낙트웨이(James Nachtwey)가 르완다 내전을 카메라로 담는 모습을 동료 사진가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이런 풍경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80년대 최루탄이 난무하던 시위 현장에서 헬멧을 쓰고 거대한 카메라를 여러 개 메고 대학생 시위대와 전경 사이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기자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렸을 때 그 장면을 보면서 이해가 안 갔습니다. 저 기자들이 촬영한 사진이 정부에 이롭지 않은 뉘앙스로 나올텐데 왜 전경들이 지켜만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사진을 찍는 기자를 경찰이 가장 먼저 공격하거나 막아서 내 쫒아 버릴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전두환 정권 시절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이명박 정권 때 광우병 시위 때 기자의 카메라를 막고 뺏고 하는 모습에 "나 기자에요"라는 말에도 막무가내로 기자를 내치고 밀어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건 경찰의 판단 잘못이자 미성숙한 판단입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시위 현장에 있는 기자를 공격하는 군인이나 경찰은 없습니다. 있다면 독재 정권이겠죠. 

전쟁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위 사진에서 '제임스 낙트웨이'가 총을 쏘려고 하는 민병대를 촬영하려고 하지만 민병대는 기자들에고 총을 겨누지 않고 쏘지도 않았습니다. 전쟁터에 있는 사람들은 잘 압니다. 기자들은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그냥 기록만 한다는 것을요. 

그런데 어느 기자가 정부군을 돕거나 반군을 돕는다면 전쟁터에서 기자는 조준 사격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적십자와 기자는 전쟁터에서도 조준 사격을 하지 않습니다. 기자는 기록하는 목격자이지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아닌 것을 알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많은 사진기자들이 전쟁터에서 죽습니다. 이는 사진기자의 생리를 모르는 군인이나 우발적인 사고나 포격이라는 불특정 다수를 죽이는 공격에 사망을 합니다. 

그래서 "기자는 목격자이지 사건 개입자가 아니다"라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물론. 이는 법에 적혀 있는 것도 기자마다 언론사마다 해석은 제각각이고 동의하지 않는 기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저런 룰을 따르고 있습니다.


<1998년 수단 국경지대 Ajiep 기아 캠프, 사진기자 Tom Stoddart>

여기 아주 극단적인 예가 있습니다. 위 사진은  1998년 수단 국경지대의 한 기아 캠프에서 촬영된 사진입니다. 한 남자가 배급된 음식을 훔쳐가자 깡 마른 사람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돌려달라고 합니다. 

이 사진을 촬영한 Tom stoddart에게 이런 질문이 날아옵니다. 

"당신은 그냥 지켜만 봤나요?" "저 상황에 끼어들어야 하지 않나요?"
이런 질문에 Tom Stoddart는 이렇게 말 합니다. "난 구호단체 요원도 아니고 경찰도 아닙니다. 난 사진가입니다"

아주 당돌한 대답이자 당혹스러운 질문입니다. 인간이라면 저 상황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은 이해한다고 쳐도 (세상을 고발하는 목적이기에) 촬영 후에 이단 옆차기로 도둑을 날려 버리거나 구호 단체에 신고해서 저 사람을 감옥에 넣거나 최소한 음식을 뺏어서 주인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이게 인류 보편적인 상식이죠. 

그러나 이 사진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한 사진기자는 어떻게 보면 아주 극단적인 대처 또는 융통성 없는 대처라고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융통성 있는 대처가 만연하고 기자들이 사건 현장에서 한쪽 편을 들어주는 가치 판단을 하기 시작하면 전쟁터나 분쟁터에서 사진기자는 조준 사격 대상 1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불문율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이걸 확대 해석해서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는 사람을  사진 촬영만 하고 그 자리에 떠나는 사진기자의 행동이 옳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 사진이 세상을 변화시키거나 환기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촬영을 하고 촬영 후에도 손을 내밀어서 도와줘야 합니다. 그러나 낭떠러지에 매달린 사람 사진을 촬영해서 보도 한다고 해서 그 사진을 보고 "어머나 세상에 낭떠러지에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건 촬영해도 사회면이 아닌 가십란에 잠깐 등장하고 말 사진이죠. 

그런 상황에서는 카메라로 세상을 목격하는 사진기자가 아닌 한 시민으로써 손을 내밀어서 구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진기자들은 그렇게 행동할 것입니다. 

 

기자의 시선과 일반인의 시선은 다르다

Tom stoddart의 말에 비난을 하고 화를 내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 또한 상식이라는 시선으로 보면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니까요. 그러나 기자의 시선으로 보면 이해는 합니다. 사건에 개입하면 이해 당사자들이 가장 먼저 기자를 공격할 것이 뻔하고 기자가 취재를 한다고 해도 누가 보낸 쁘락치냐며 멱살 잡이나 심하면 죽여 버릴 수 있습니다. 

가끔 테러 단체 수장과 인터뷰를 한 용감한 기자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기자가 어떤 기사를 쓸 줄 알고 인터뷰를 할까요? 모르긴 몰라도 기자는 사실만 전달하는 목격자 역할을 하는 존재이기에 인터뷰를 하는 것 아닐까요? 물론, 특종에 눈이 멀어서 거짓 기사를 쓰거나 너무 심한 가치 판단을 해서 보도 했다가 한쪽에서는 열화와 같은 환호성을 한쪽에서는 분노를 자아내게 합니다. 사실만 전달해도 가치 판단이자 사건 개입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 있고요.

이번 JTBC 보도 논란은 하나의 해프닝일수도 있고 기자 윤리에 대한 중대한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논란에 대해서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그럼 범죄자를 보고 신고하지 말라는 소리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또한, 판단은 각자 다를 것입니다.

제가 이번 논란에 가치 판단을 하자면 저는 JTBC 기자가 신고를 할 때부터 카메라를 내려 놓고 체포하는 과정을 텍스트로 전해도 충분히 잘 전달되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도 윤리에 따르면 보도 조차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신고를 하는 자체는 시민으로써 하는 신고이고 여기까지는 누가 뭐라고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 취재하면 특종을 위한 신고라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기자에게는 기자 윤리가 있습니다. 그 윤리는 같은 생태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윤리입니다. 보편타당한 상식이라는 윤리보다 좀 더 정밀합니다. 이번 JTBC 보도 논란은 기자 윤리라는 업종 윤리와 상식이라는 보편 타당한 윤리의 괴리감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논란은 앞으로 꾸준하게 나올 것입니다. 

물론, 난 신고하고 취재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그게 무슨 큰 문제냐?라고 반문하는 기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자가 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하고 기자는 한쪽 편을 두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기자가 취재하려고 하면 누가 취재에 응할까요? 

네 압니다. 기자마다 언론사마다 이미 논조가 있어서 이미 가치 판단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자는 양쪽 말을 듣고 기록하는 존재로 남아야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지 자기 주관을 넣고 가치 판단을 잔뜩 넣은 글은 기사가 아닌 컬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촛불 시위대는 MBC 같은 현 정부 나팔수 같은 언론사의 취재를 거부하고 욕을 하죠. 그래서 MBC가 숨어서 방송하는 것 아닐까요? 진실대로 말하지 않는 언론은 언론이 아닙니다. 또한, 한쪽 이야기만 부풀리고 한쪽 이야기는 묵음 처리하는 언론도 언론이 아닙니다. 

JTBC를 욕하는 글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보도 윤리에 대한 지적은 한 번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종을 위해서 윤리를 저버리는 '나이트 크롤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적어봤습니다.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JTBC를 항상 응원합니다. 그러니 이 글을 JTBC 죽어라!로 읽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만,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취재를 하거나 사건에 개입했으면 취재를 하지 않는 둘 중에 하나만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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