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CGV가 좌석별 차등 요금제를 적용해서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의 꼼수"라고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CGV는 좌석별 차등 요금제의 근거로 2014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관람객 500명을 상대로 설문해보니 상영관 좌석 위치에 따라서 관람료를 달리 하는 차등 요금제 도입에 65%가 찬성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CGV의 좌석별 차등요금제의 문제점
1. 영화는 사진처럼 복사가 가능한 매체라서 좌석별 차등요금제는 불필요하다
대한극장 같은 영화관이 아니면 롯데나 메가박스 같은 체인 영화관은 평일 오후 영화 1편을 볼 경우 보통은 9,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봅니다. CGV는 좌석별 차등요금제를 실시해서 가장 좋은 자리인 중간 자리는 프라임존(붉은색 자리)으로 지정하고 1,000원이 더 비싼 1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녹색으로된 스탠다드존은 9,000원, 가장 앞줄인 이코노미존은 8,000원을 받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9,000원을 내면 아무 곳이나 앉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9,000원으로는 좌우 양 사이드에서 봐야합니다. 가장 사람들이 좋아하는 명당 자리인 가운데는 1,000원을 더 내고 봐야 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가격 상승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많고 합리적 비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CGV의 좌석별 차등요금제가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맨 끝자리나 가장 앞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는데 똑같은 가격을 낸다는 것이 불합리해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좌석별 차등요금제는 생소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연극이나 뮤지컬이나 오페라, 콘서트 같은 곳에서 좌석별 요금이 다 다릅니다. CGV는 아마도 콘서트나 오페라 같은 공연에서 영감을 얻은듯 하네요.
그러나 콘서트와 오페라, 연극, 뮤지컬과 영화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란 바로 무한 복제성입니다. 이승환 콘서트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이승환이 손오공이 아니기에 무제한으로 콘서트를 할 수 없습니다. 연극, 뮤지컬도 2~3팀이 돌아가면서 연기를 할 정도로 하루에 보통 최대 2번 밖에 공연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고 싶은 사람은 많고 공연이 적거나 공연 관람료가 너무 비싸서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좌석별 가격에 차등을 두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다릅니다. 영화는 사진처럼 무한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상영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아침부터 새벽까지 영화를 무한대로 상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다른 공연보다 싸죠. 또한, 인기 있는 영화는 상영관 10개 중에 6개 이상을 상영하는 한국이기에 잠시만 기다리면 다음 상영 열차가 출발하기에 안 좋은 좌석에 앉아서 보느니 1시간 정도 기다리면 다음 회차에의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격이 싼 앞자리에 대한 수요는 공연이나 콘서트보다 현저하게 낮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실질적인 가격 상승이라는 볼멘 소리가 소비자들에게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건 괜찮습니다. 좀 더 고급스러운 좌석과 소수의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프리미엄 상영관이나 사운드가 더 뛰어난 특화관을 운영하면서 가격을 더 받는 것은 좋죠. 그러나 똑같은 사운드, 똑같은 화면, 똑같은 좌석이지만 위치가 다르다고 돈을 달리 받는 것은 천박해 보입니다.
2. 영화 중간에 이코노미존에서 프라임존으로 이동하는 사람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저렇게 좌석별 차등 요금제를 한다고 쳐도 앞자리 좌석을 끊었다가 영화 상영 중간에 프라임존으로 이동하는 관객은 어떻게 다스릴지도 궁금하네요. 뭐 전 CGV를 초대권이 아니면 가지 않을 생각이기에 어떻게 운영할지 알 수는 없지만 만약 영화 중간에 자리 이동하는 관객을 잡지 못하면 분란이 일어날 것 같네요. 사람은 공평하게 피해를 받는 건 참아도 불공평한 것은 못참는 동물입니다. 프라임존에 있던 관객이 이코노미석에 앉았던 사람이 영화 상영 10분 후에 프라임존으로 이동하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 사람 참 똑똑하네"라고 할까요? "2,000원 더 낸 나만 바보인가?"라고 생각할까요?
3. 영화가 문화가 아닌 돈벌이 수단이 된 슬픈 자화상
CGV가 잘하는 것은 문화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CGV가 잘하는 것은 돈벌이입니다. 분명, CGV 덕분에 한국 영화가 규모의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CGV와 롯데시네마는 철저하게 문화적인 관점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영화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편적인 스토리와 보편적인 배우와 감독을 기용해서 보편적인 상업 영화만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 영화가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거나 해외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는 소리 들어 보셨나요?
거의 없습니다. 이는 롯데시네마와 CGV가 대중성만 끌어 올린 상업 영화만 주로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돈 벌이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에 이런 좌석별 차등요금제도 생각해 낼 수 있고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관객이 선택해야 하는데 자기들이 먼저 보고 재미 없을 것 같은 영화는 상영관을 줄여서 선택의 기회조차 받기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영화 '귀향'이 그래서 귀중한 영화이자 기적같은 영화입니다. 오로지 관객의 힘으로 확대 개봉한 영화이니까요.
돈이 되는 영화만 만들고 상영하는 것이 과연 문화 논리인지 묻고 싶네요. CGV가 잘하는 것은 문화가 아닌 경제입니다. 이 CGV의 좌석별 차등요금제는 영화관 이외에서는 흔한 모습입니다. KTX 좌석도, 패밀리 레스토랑이 낮 시간대 가격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도 그렇고 다양한 곳에서 차등 요금제로 소비자를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그 논리를 영화관에 접속 시켰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영화는 문화라는 측면으로 봐야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의 날'이라고 정부에서 5,000원에 영화 관람할 수 있게 하고 있잖아요.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문화의 날에도 프라임존은 1,000원 더 받을까요? CGV는 좌석별 차등요금제는 한 영화관 안에서 위화감 조성을 만드는 추잡한 가격 정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