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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자아 비판을 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품격

by 썬도그 2016.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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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났습니다. 결국 레오가 받았습니다. 1993년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지체장애아 역할을 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드디어 5수 끝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 어느 때 보다 재미는 없었습니다.



먼저 그 유명한 화려한 오프닝 이벤트가 없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화려한 오프닝 보는 재미로 본다고 할 정도로 쇼의 시작이자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주 썰렁했습니다. 올해 오프닝은 작년에 개봉한 영화 클립만 잔뜩 보여주더니 사회자인 '크리스 록'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장장 10분 이상 비난을 했습니다.

CGV 채널의 어설픈 동시통역 때문에 제대로 의미 전달이 되지 않았지만 아주 살벌하게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난하더군요. 




백인 잔치라는 비난이 쏟아진 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배우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마이클 케인'입니다. 배트맨과 최근에 개봉한 영화 '유스'에서 명연기를 한 명배우죠. 이 '마이클 케인'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이 백인잔치라면서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케인은 아이드리스 엘바 같은 배우가 노미네이트도 안 된 모습에 항의 차원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와 배우 '윌 스미스'도 보이콧을 했습니다. 
사실, 이 백인 잔치라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사회자 '크리스 록'도 말했지만 60,70년대 아카데미 시상식도 '시드니 포이티어'가 없었다면 백인 잔치였죠. 

또한, 21세기 들어서 '할 베리'에게 첫 흑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변화의 기류가 감지 되기도 했지만 워낙 이 아카데미 상를 심사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아카데미 회원)'가 보수적이라서 잘 변하지 않네요. 어떤 집단체가 변하기는 사람이 변하기만큼이나 힘들어 보입니다. 그래서 작품상은 '매드 맥스'는 절대 되기 힘들다는 소리도 있었잖아요. 매드 맥스 스토리가 워낙 과격해야죠. 혁명을 외치는 빨갱이 논리를 아카데미 회원들이 지지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사회자가 아카데미 상을 비판하다

재미를 넘어서 좀 살벌했습니다. 사회자인 '크리스 록'은 대놓고 아카데미라는 백인 잔치를 10분 동안 유머를 섞어가면서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잔치를 진행 해야 하는 사회자가 그 잔치를 비판한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 일입니다.

그러나 아카데미는 한국의 대종상과 달랐습니다. 자신들의 잔치를 사회자가 비판하도록 놓아두었습니다. 스스로 비난을 감수하겠다는 소리죠.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을 진행하는 주체와 시상식 후보를 뽑은 아카데미 회원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해도 이렇게 자기들의 상을 자기들이, 그것도 사회자가 오프닝 멘트로 한다는 것은 아주 놀라운 일입니다. 

그것도 오프닝만 한 것이 아닙니다. 시상식 전체에 흑인들을 등장 시켰습니다. 흑인들의 인터뷰나 걸스카웃 쿠키를 전달 하는 등 의도적으로 흑인들을 전면 배치 시켰습니다. 이런 인종 차별에 대한 인식은 시상자들도 함께 했습니다. 

감독상을 2년 연속 수상한 '레버넌트'의 '곤잘레스 아냐리투' 감독은 자신의 아버지가 한 말이라면서 '피부색이 우리 머리카락 길이만큼이나 의미 없는 것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습니다.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온통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고 이는 후보 선정을 한 '아카데미 회원'들에 대한 강력한 압박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내년에는 화이트 오스카라는 말은 들리지 않겠네요. 



멕시코 올림픽 200m금메달, 동메달 리스트의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1968년, 존 도니미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2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미국의 두 흑인 선수가 고개를 숙이고 손을 들어서 미국내의  인종차별에 대한 무언의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오른손은 흑인 인권 운동을 상징하고 왼손은 흑인들의 단결을 상징하며 신발을 신지 않은 것은 미국의 가난한 흑인을 상징합니다. 

위 사진의 포즈처럼 '크리스 록'은 오른손을 들어서 인종차별을 항의했습니다. 전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카데미 시상식은 역시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대종상을 보세요. 작년에 대종상 시상식장에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는 소리를 해서 남녀주연상 후보 모두 불참하게 만드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또한, 대종상 시상식 후에도 많은 비판을 하자 쓴소리를 하기도 했죠. 

이런 대종상과 비교하는 자체가 말이 안되긴 하지만 자신들의 시상식을 자신들이 비판하는 자아 비판력은 정말 보기 드문 모습입니다. 그래서 전 자기 스스로 비판할 줄 아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품격이 높다고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비판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은 항상 옳다고 생각하면서 그걸 남에게 강요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우리들을 꼰대라고 합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꼰대가 아니였습니다. 스스로 비판하는 훌륭한 청년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내년에는 올해와 다른 시상식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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