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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우리가 보지 못한 뒷모습을 이력서에 담은 엉뚱한 사진관 사진전

by 썬도그 2016.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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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일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미셀 투루니에의 뒷모습 중에서>


<에드아르 부바 사진>

뒷모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할 수가 없습니다. 등에 손이 닿지 않듯 내 눈으로 보기 힘든 뒷모습까지 우리가 직접 치장하고 꾸밀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뒷모습은 그 사람의 가장 꾸미지 않고 진실 그 자체를 담고 있습니다. 앞에서는 얼굴이라는 가면으로 가짜 웃음, 가짜 슬픔, 위조된 감정을 보일 수 있지만 뒷모습을 위조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의 가장 진실 된 모습은 앞이 아닌 뒤라고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우리의 정체성을 제대로 담고 있는 것은 앞 모습이 아닌 뒷 모습이 아닐까 하네요.  조용히 친구의 뒷모습, 엄마의 뒷모습, 아빠의 뒷모습을 찍어서 보여줘 보세요. 그 뒷모습을 한 참을 볼 것입니다. 뒷모습은 셀카로 찍을 수 없습니다. 남이 바라보는 나! 실제로 타인이 가장 많이 보는 내 모습인 뒷모습을 촬영한 사진전이 있습니다. 


서울문화재단과 올림푸스가 함께한 사진 프로젝트에서 1등을 한 엉뚱한 사진관 사진전을 보러 갔습니다. 이 사진전은 
2015년 11월 27일 ~ 12월 10일까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전시를 했었습니다. 이 전시회가 2016년 1월 8일부터 23일까지 강남 올림푸스홀에서 전시를 합니다. 


올림푸스홀은 봉은사 옆에 있는 강남 올림푸스 매장 지하에 있는 공간입니다. 올림푸스는 독특하게도 건물 지하에 콘서트홀과 전시 공간을 마련해서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캐논도 지하에 작은 갤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니콘, 소니, 삼성전자, 파나소닉 등은 이런 문화 활동이 거의 없습니다. 니콘 같은 경우는 니콘 갤러리가 무척 유명한데 한국에서는 특별히 갤러리 운영을 하지 않네요. 제안을 하자면 시내에 카메라 브랜드가 후원하는 사진 전문 갤러리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사진전 보러 갔다가 그 카메라 브랜드 제품도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지하 2층으로 내려가지 올림푸스 홀 앞에 전시공간을 마련해서 전시를 하고 있네요
사진전이라고 하기엔 사진은 거의 없었습ㄴ다. 정말 엉뚱한 사진전이죠. 


테이블 뒤에 작은 사진 액자가 있네요


가까이 가서 보니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사진 촬영을 했던 과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3면의 벽에는 이력서가 가득 붙어 있었습니다.  무슨 사진전이 이럴까요? 엉뚱한 사진관 다운 엉뚱한 발상입니다. 




엉뚱한 사진관은 우리들의 앞면인 얼굴을 촬영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우리의 뒷면을 촬영을 해주는 사진관이었습니다. 이 엉뚱한 사진관에서 뒷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꿈과 희망과 관계를 적은 이력서를 적으면 한 사람의 뒷모습 이력서가 완성됩니다. 그렇게 완성된 이력서를 전시하는 전시회가 엉뚱한 사진관 프로젝트인 3x4cm 우리들의 초상이라는 사진전입니다.

이 사진전은 관계;대명사라는 팀이 기획 전시를 했는데 기발한 아이디어로 인해 서울문화재단의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했네요. 


한 쪽에는 뒷모습을 담은 사진을 이용한 설치 조형물이 있네요.





사람의 뒷모습만 담는 사진작가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력서 사진 즉 증명사진 크기로 촬영한 사진은 처음 보네요. 뒷모습 + 이력서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네요.  

뒷모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뒷모습이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죠. 바로 익명성입니다. 우리가 흔히 초상권 생각한다면서 얼굴만 가리는데 정확하게 법적으로 따지면 우리의 몸도 초상권에 포함됩니다. 누가 봐도 그 사람의 몸이다라고 대번에 알 수 있는 몸이면 그것도 초상권에 포함됩니다.  그러나 그건 극히 일부고 뒷모습이나 얼굴만 가리면 대부분 익명으로 느낍니다. 

이렇게 익명성을 위해서 뒷모습을 촬영하고 그것도 얼굴 부분만 오려내서 누구인지 전혀 할 수 없습니다. 단, 사진 촬영을 한 본인은 알겠죠. 엉뚱한 이력서의 색은 나이별로 색이 다릅니다. 20대, 30대 색이 다 다르고 이력서 중에 흥미로운 글은 따로 빼서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이력서가 덕지덕지 붙은 엉뚱한 사진관 사진 프로젝트는 완성되었습니다. 



엉뚱한 이력서는 스펙을 적는 곳이 없습니다. 나이도 묻지 않습니다. 대신 꿈과 희망과 기억을 묻습니다. 
그거 아세요? 다른 선직국들은 이력서에 사진 붙이는 곳이 없는데 한국만 이력서에 사진 붙이는 곳이 있어요. 그 흔한 용모단정한 어쩌고 하는 구시대 논리가 통용되는 19세기에 살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력서 내용을 보면 아주 흥미롭습니다. 
듣고 싶은 애칭, 마음의 나이, 살고 싶은 곳, 치명적 매력포인트와 가족 사항은 소중하고 끔찍한 관계를 적는 곳이 있습니다. 
학력사항은 대졸 고졸 이런 것이 아닌 꿈의 변천사와 나만 알고 있는 삶의 지혜가 있습니다. 경력사항은 내 경험이나 갖고 싶은 능력을 적네요. 어학 능력에는 농담, 공감, 아부, 욕 능력을 표시했네요. 

정말 엉뚱생뚱하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을 비꼰 것이 너무 유쾌하네요. 솔직히 회사가 요구하는 언어 능력은 그거 써먹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회사에서 요구하는 언어 특히 영어 능력은 변별력 도구일 뿐이지 그걸 제대로 써먹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약 400장의 이력서가 있는데 전부 읽어 보진 못했지만 한 200장 이상은 자세히 봤습니다. 상단에 있는 건 읽을 수 없기에 눈 높이에 있는 것은 다 읽어 봤는데 무척 흥미로운 것이 있습니다.

젋은 분들은 가고 싶고 살고 싶은 곳을 외국 특히 뉴욕이나 호주나 유럽으로 많이 적고 있네요. 또한, 하고 싶은 일도 세계일주가 가장 많았습니다. 젊었을 때 세계 여행을 가는 것이 무척 좋죠. 적극 추천합니다. 그러나 나이드신 분들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에는 특별하고 구체적인 것을 적지 않네요. 아무래도 하고 싶은 꿈이 사라진 나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 보다는 바라는 것은 있겠죠. 자식이 잘 되었으면 좋겠고 자신이 행복하면 좋겠고 뭐 이런 자식 종속적인 삶이라서 자신의 주체적인 삶은 사라진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공통적인 것이 있다면 소중한 관계의 90% 이상은 가족이었습니다. 가족이라는 기본적이고 천륜이 맺어준 관계는 모두들 소중하게 여기네요. 하지만 가족만큼 저주스러운 관계도 없어요. 이 이력서 중에는 거의 없었지만 가족 중에 특정한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도 꽤 많고 제 주변에도 보면 꽤 많아요.

그게 누굴까요? 바로 우리의 아버지들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관계가 가장 허술한 우리입니다. 이는 아버지라는 이름이 근엄하기만 한 이름이기 때문이죠. 특히나 지금의 50대 이상 아버지들은 가족과 동떨어져서 사는 외딴섬 같은 분들이 많죠. 반면 요즘 젊은 아빠들은 그런 아버지 밑에서 살아서 그런지 어느 아버지 세대보다 다정다감합니다. 



이분의 엉뚱한 이력서도 재미있습니다. 작가의 의도는 아닌 것 같고 모델이 된 분이 뒷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거꾸로 붙였네요. 반골 기질이 다분하네요. 이런 태도 아주 좋습니다. 


웃었습니다. 소중하고 끔찍한 관계에 아들을 적었네요. 아들만 바라보고 사는 엄마네요. 한국 엄마라면 다 공감이 갈 거에요. 


엉뚱한 사진관은 1월 8일부터 23일까지 오후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을 합니다. 올림푸스홀에서 전시되고 있는데 사진 관람하고 희망자에 한해서 뒷모습을 촬영하고 이력서를 받고 있습니다. 


어뚱한 이력서를 작성하고 


뒷모습을 촬영하면 됩니다. 


제안을 하자면 뒷모습을 꼭 3x4 이력서 증명 사진 크기를 넘어서 뒷모습 전체가 나온 사진도 즉석에서 출력해서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하네요. 엉뚱해서 좋았습니다. 사진은 이렇게 독특한 시선이 중요합니다. 똑같은 시선을 더 정밀하게 담는 것 보다는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시선, 나만의 시선을 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이런 독특한 사진전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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