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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상은 이렇게 주는 거야! 대종상 때문에 더 빛난 청룡영화상

by 썬도그 2015.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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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외부에서 일을 보다가 부리나케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오후 8시 45분부터 청룡영화상이 진행되기에 집에서 맥주 마시면서 보려고 후다닥 들어왔네요. 그리고 제가 직접 지켜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렇지! 상은 이렇게 주는거야~~



대종상과 품격이 다른 청룡영화상


대종상은 역대급 초라한 시상식을 보여줬습니다. 22개 부분 시상에서 무려 12명이나 대리 수상을 했습니다. 그것도 대리 수상자가 없어서 경쟁 후보 감독이 신인 감독상을 대신 받는 촌극이 벌어집니다. 하이라이트는 남우 주연상, 여우 주연상 후보 모두 불참을 해서 대종상 시상식은 엉망 진창이 됩니다

대종상의 이런 파행은 대종상 본부장의 입방정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대종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남녀주연상을 주지 않겠다는 말에 많은 논란이 있었죠. 결국은 남녀주연 후보들은 참석상이 되어버린 대종상을 보이콧합니다. 

시상식 자체도 문제지만 대종상 수상작들도 큰 문제였습니다. 이미 수년 전에 영화 광해에 무려 15개의 상을 몰라줘서 대충상이라고 비난을 받던 대종상은 올해도 국제시장에 무려 10개의 상을 몰아줍니다. 이렇게 한 영화에 많은 상을 몰아주면 다른 영화와 배우들은 들러리라고 생각되어서 시상식 자체를 꺼리게 됩니다. 

그러나 대종상은 이런 비난을 의식하지 않고 국제시장에 몰아줍니다. 이미 대종상 시작전에 국제시장에 상을 몰아준다고 소문이 파다하게 났었죠. 소문이 난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종상 심사위원 17명 중 반 정도인 8명이 주체 측인 사단법인 영화인총연합회 소속입니다. 이 8명은 나이 많은 우익 보수들입니다. 이렇게 우익 보수 성향이 짙은 심사위원을 8명이나 배치하니 당연히 나라사랑, 겨레사랑을 외치는 보수 입맛에 맞은 영화들에게 몰표를 줍니다

그 결과가 국제시장 10관왕입니다. 
이렇게 정치색을 띈 사람들을 심사위원에 앉혀 놓고 좋은 시상식이 되길 바라는 것은 억지죠

심사위원들 명단도 공개하지 않고 채점표도 공개하지 않는 기밀주의 시상식에 누가 참여하려 할까요?



청룡영화상은 달랐습니다. 심사위원 8명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스포츠조선은 그 채점표도 기사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이러니 공정성 시비가 날리가 없습니다. 보수 일간지인 스포츠조선이 주최하는 영화상이지만 대종상과 달리 공명정대하게 청룡영화상을 진행합니다.

사실, 청룡영화상도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창동 감독이 영화 오아시스, 밀양, 시까지 정치적인 이유로 청룡상을 보이콧했습니다. 이는 이창동 감독 본인의 결정이지 청룡상 자체는 진보 색채의 감독이나 내용을 담았다고 배척하지 않았습니다. 




<역대 청룡상 작품상 수상작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같이 보수들이 아주 짜증내하는 영화에게도 작품상을 줬죠. 반면 대종상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나오던 해에 개봉도 안 한 영화 '애니깽'에게 작품상을 줬다가 이후 쭉 망테크를 타고 있습니다. 




이게 영화 시상식이다!

청룡영화상 진행자인 김혜수는 어제 뼈 있는 한 마디를 했습니다. "청룡상은 상 참 잘줘요" 이는 대종상을 디스하는 멘트이기도 합니다. 어제 청룡상은 상 참 잘줬습니다. 잘 줬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충분히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상을 준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골고루 잘 줬습니다.

먼저 저예산 영화들에 대한 배려와 챙김이 돋보였습니다. 신인 남우주연상을 한류스타 이민호나 소설포비아의 변요한을 제치고 거인의 '최우식'에게 영광을 돌렸습니다. 거인이라는 영화는 올해 참 많이 회자되었던 영화죠.  이런 모습은 여우주연상에서 빛을 발합니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정현은 연기 참 잘 하는 배우입니다. 영화 꽃잎에서 미친듯한 연기로 단 번에 연기의 신에 등극했지만 이후 이렇다할 영화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올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저예산 영화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 출연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예산 영화도 청룡상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수상 소감에서 아주 작은 영화라고 말을 할 정도로 기대를 안 했던 이정현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여기에 소설이 원작인 영화 소수의견의 각본상 시상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입니다. 
이렇게 작은 영화 흥행과는 먼 곳에 있는 영화들까지 챙겨주고 보듬어주는 청룡상은 대종상에서 느낄 수 없는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청룡상 자체도 아주 멋진 영화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대체하거나 경쟁하는 영화상이 없기 때문에 올해 더 돋보이는 것이지 영화상 진행 자체는 문제가 많습니다.



청룡상이 앞으로 고쳐야 할 점

먼저 어제 8시 45분에 시작한 시상식은 SBS방송 스케쥴에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 권력에 휘둘렸다고 볼 수 있죠. 
저렇게 늦게 시상식을 진행하면 참여한 많은 일반 관람객들은 지하철 막차를 타거나 택시를 타고 집에 가야 합니다. 평화의 전당에서 전철역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걸립니다. 또한, 중간에 펼쳐지는 공연도 영화와 큰 연관이 없는 공연 등은 눈쌀이 찌푸려지네요. 아카데미의 눈요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영화상에 걸맞는 퍼포먼스가 등장했으면 하네요

그나마 자신의 영화 홍보하기 위해 시상을 하는 행위는 많이 줄어들어서 다행이네요. 
또한, 여전히 부자연스러운 시상 진행은 매년 봐도 촌스럽습니다. 대본대로 하는 연기인 시상을 왜 이리 어색한 연기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청룡상은 멋진 수상 소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눈에 확 들어오는 수상 소감은 없네요. 수상 소감이 길다면서 짜르라는 행동을 보고 움찔하는 수상자들의 멘트는 짜증스럽습니다. 그러기에 충분히 수상 소감을 말할 수 있게 방송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해야지 매년 보면 방송사의 횡포에 영화상이 휘둘리는 것 같네요. 앞으로는 방송사 시간에 맞추지 말고 강력하게 많은 시간을 요구 했으면 합니다. 

청룡상 수상을 한 모든 수상자들의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에 골고루 상을 분배한 듯한 모습이 썩 아름다워 보이네요.
상이라는 것이 아주 잘해서 주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 잘하라고 주는 것도 있는 데 그런 면에서 작은 영화에 많은 상을 배치한 것이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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