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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천국엔 살인이 없다. 광기가 가득한 소련을 정조준한 영화 차일드44

by 썬도그 2015.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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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엔 살인이 없어"

이 한 마디가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천국이란 소비에트 연방이고 그 천국에서는 살인 사건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되냐고요? 말이 안 되는 정권이 바로 소련입니다. 


영화 차일드 44는 올봄에 개봉한 영화로 누적 관객 2만 이라는 엄청나게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영화관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 엄청나게 지루합니다. 톰 하디나 게리 올드만이 출연했다고 해서 큰 기대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 구 소련에서 만든 영화가 아닐까 할 정도로 구닥다리 작법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13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정말 길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지루한 것은 아닙니다. 톰 하디의 매력적인 보이스와 연기가 그나마 영화를 힘겹게 이끕니다. 그러나 톰 하디를 지우면 이 영화는 지루한 요소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차일드 44는 구 소련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아동 납치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입니다. 주인공 레오(톰 하디 분)는 우크라이나 고아 출신의 전쟁 영웅입니다. 어렸을 때 소련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씨를 말리려고 자원 공급을 끊어서 수 많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굶어 죽었습니다. 그 고통 속에서 살아 남은 레오는 2차 대전에 참가해서 베를린에 소련 기를 꼽는 병사가 됩니다.

소련 깃발을 꼽는 것은 누구나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소련기를 꼽는 사진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단박에 레오는 전쟁 영웅이 됩니다. 그렇게 레오는 소련의 전쟁 영웅 대접을 받으면서 KGB라는 비밀경찰총국의 전신인 MGB의 요원이 됩니다. 
MGB 요원 중에서도 차기 국장의 첫 손가락으로 꼽히는 레오는 소련 안에 있는 배신자를 색출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도망친 수의사를 숨겨준 농부 부부를 부하가 즉결 처형을 하고 그 부부의 아이들까지 죽이려는 모습에 불 같은 화를 냅니다. 아마도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나 봅니다. 아이를 누구 보다 사랑하는 레오. 그런 따스한 성품도 소련이라는 거대한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습니다.

2차 대전에 함께 참전한 전우의 아들이 기찻길 옆에서 죽은 채 발견이 됩니다. 전우는 이건 분명히 살인이라고 항변하지만 상관의 명령을 받은 레오는 보고서를 내밀면서 "천국엔 살인이 없어"라는 말과 함께 조용히 사건을 무마하려고 합니다. 

"천국엔 살인이 없다"
당시 소련은 완전무결한 나라였습니다. 진짜냐고요? 진짜겠어요. 스탈린이라는 독재자가 여기가 천국이면 천국이야! 토달지마~~ 토 다는 새끼 배신, 배반형이라고 한거죠. 한마디로 똘마니였죠. 그런 천국에 살인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한 소련 당국은 모든 살인 사건을 부정합니다. 

레오 자신도 살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위에서 까라면 까야 하는 군인의 습성상 친구에게 보고서대로 사고사로 마무리 시킵니다. 그런데 레오에게 큰 시련이 닥칩니다. 내부밀고자가 레오의 아내인 라이사가 스파이 혐의를 받습니다. 이에 당국은 레오에게 라이사의 자백을 받아 오라고 지시를 합니다. 레오는 아내 라이사를 의심하지만 아무리 뒤지고 고백을 받아도 스파이 혐의가 없습니다. 라이사의 결백을 고백하지만 이미 레오는 팽을 당한 상태입니다.



그렇게 레오와 라이사 부부는 모스크바에서 열차를 타고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도시로 거의 추방 당합니다. 라이사는 청소부로 레오는 민병대원으로 근무하면서 모스크바와는 180도 다른 험한 꼴로 살게 됩니다. 

그런데 그 외딴 곳에서도 철로변에서 아이의 변사체가 발견됩니다. 
레오는 이게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닌 연쇄 살인 사건이라고 직감을 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어느 누구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자신의 상관인 네스테로프(게리 올드만 분)도 더 이상 모스크바 시절의 레오가 아니라면서 조용히 살라고 다그치죠. 

그렇게 연쇄 살인 사건은 묻히는 듯 했지만 아내 라이사의 한마디가 네스테로프 민병대 대장을 움직입니다. 
"살인범도 잡혔으니 앞으로 살인 사건은 없겠죠?"
네스테로프도 압니다. 뭔가 꺼림칙 한데 천국엔 살인이 없다는 지시 때문에 애먼 사람을 살인범으로 몰아서 잡아넣은 것을요.  그렇게 네스테로프와 레오는 함께 이 연쇄 아동 살인 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그 숫자가 무려 44명이나 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차일드 44는 스릴러 영화가 아닌 소련의 광기를 고발한 영화

뛰어난 스릴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고 하지만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가 아닙니다. 연쇄 살인범을 쫒는 과정은 극히 일부이고 그 찾는 과정도 복잡한 것도 아닙니다. 살인범을 찾는 과정은  곁가지이고 이 영화의 핵심은 소련이라는 광기가 지배한 세상을 고발하는 내용이 더 많습니다. 

각질 하나 없는 무결점 세상을 주장한 독재자 스탈린 때문에 살인 마저도 인정 못하는 광기가 지배하는 소련 사회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나직한 말로 시종일관 읊조립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이 영화는 홍보부터 제작까지 뭔가 제대로 핀트가 맞지 않은 느낌입니다. 원작 소설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화 차일드 44는 스릴러 영화가 절대로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몹쓸 영화냐? 그건 아닙니다. 핀트는 스릴러가 아닌 드라마지만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아주 진합니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비정상의 정상화입니다. 괴물이 지배한 세상에서 레오는 아내 라이사에게 수시로 묻습니다. 
"여보! 내가 괴물처럼 보여?" 괴물이 가득한 세상에서 괴물로 살기는 쉽습니다. 모두가 괴물이니까요. 그러나 괴물이 가득한 세상에서 사람으로 살긴 힘듭니다. 레오는 괴물의 세상을 박차고 나와서 사람의 삶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삶에 아내가 함께 합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아이에게 사과를 하는 모습은 눈시울이 붉어지게 하네요. 제가 이 영화에 어느 정도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사회가 스탈린이 지배하던 무결점을 지향하는 사회와 너무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비판하는 전단지 뿌렸다고 검찰이 3년을 구형하거나 복면 시위자를 IS에 빗대는 행위나 여러모로 스탈린의 공포정치와 비슷합니다.

한 마디면 됩니다. 미안합니다! 이 한 마디가 필요한 곳에서도 절대로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 꼰대 정치인들이 가득한 한국 사회를 생각하게 되네요. 그 미친 세상에서 레오는 과감하게 말합니다. 내가 잘못했구나! 어린 아이에게 사과를 하는 모습은 진한 눈물을 흘리게 하네요. 역사 교과서 왜곡이나 시위하는 학생들을 겁박하는 현 정부의 세태가 여러모로 차일드44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네요

그러나 영화 자체로 보면 뛰어난 소련 시절의 고증과 배우들의 연기만 빼면 크게 재미가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너무나 투박하다고 할까요? 추천하기는 힘든 영화네요.  차일드 44.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가 좋은 나라죠. 과연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요?

별점 ; ★

40자 평 :  천국엔 살인이 없다는 미친 세상에서 올바르게 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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