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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내부자들. 경제, 정치, 언론 유착의 악의 삼위일체를 돌직구로 부셔버리다

by 썬도그 2015.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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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질적인 불치병이 있습니다. 바로 학연, 지연, 혈연입니다. 실력과 능력 보다는 연줄이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한국이죠. 이는 제가 처음 사회 생활을 하기 이전부터 문제라고 지적하던 것인데 한 세대가 지난 지금도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구역질 나는 모습을 제대로 담은 영화가 바로 영화 내부자들입니다.


경제인과 정치인과 언론인, 악의 3대 축이 펼치는 어글리 코리아

영화가 시작하면 깡패 안상구(이병헌 분)이 미래 자동차가 조성한 수백억 원의 비자금 파일을 공개한다는 기자회견을 합니다. 이 기자회견을 보던 악의 3대 축은 똥 씹은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2년 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강희(백윤식 분)는 조국일보라는 보수 언론의 논설 의원으로 부장 검사 출신의 장필우(이경영 분)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코디네이터입니다. 이 장필우를 돈으로 지원해주는 사람은 미래 자동차의 오회장(김홍파 분)으로 장필우의 선거 자금을  풍부하게 쏴줍니다. 

이강희가 브레인 역할을 하면서 미래 자동차의 비정규직 문제를 장필우가 국회에서 비정규직을 단도리(?)하는 법을 통과 시키면서 미래 자동차를 지원합니다. 승승장구하는 장필우(이경영 분)는 여당 대표 후보까지 거론되고 대선 후보로까지 점쳐집니다. 

이 악의 3대 축인 경제와 정치 그리고 언론의 삼각 편대를 지원하는 행동 대장이 안상구라는 조폭입니다. 악의 3각 편대를 호위하는 호위무사 같은 조폭 안상구는 이 악의 3대 축을 고발하는 기자 회견을 하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기자회견을 끝으로 흔한 플래시 백이라는 기법을 통해 2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2년 전에는 안상구가 조국일보 논설 위원인 이강희와 형 동생하던 사이였죠. 그러나 누군가의 밀고로 안상구가 보험으로 삼기 위해 얻어낸  미래 자동차 비자금 내역을 담은 파일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미래자동차의 해결사인 조상무에게 한 쪽 팔이 짤립니다. 그렇게 안상구는 조폭의 우두머리에서 내쳐지고 나이트 클럽 화장실에서 손님의 삥이나 뜯는 버러지로 추락하게 됩니다.

이런 관계를 유심하게 지켜보던 눈이 있었으니 바로 열혈 검사처럼 보이는  출세가 목표인 우장훈 검사(조승우 분)이 이들의 관계를 지켜봅니다. 



두 조폭 같은 조직에서 밀려난 깡패 안상구, 검사 우장훈 손을 잡다

우장훈 검사는 경찰 출신의 능력 좋은 검사입니다. 그의 꿈을 오로지 출세도 대검찰청에 들어가는 것이 꿈입니다. 그러나 연줄도 없고 빽도 없는 검사 우장훈에게 돌아오는 것은 쓰라린 현실입니다. 부장 검사는 그런 그에게 "잘 하던가. 잘 태어나던가"라는 말로 우장훈 검사의 아픈 부분을 건드립니다.

발버둥을 쳐도 대검찰청에 갈 수 없음을 안 우장훈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토사구팽당한 안상구를 알게 되고 두 사람은 각자의 목표를 위해서 의기투합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영화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안상구는 출세를 위한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영화를 안상구는 자신의 한쪽 팔을 잘라낸 놈을 복수하는 복수극을 연출하게 되죠

영화는 복수극 형태의 정치 범죄 스릴러 형식으로 꾸며집니다. 초반에는 권력 관계의 구도를 보여주기 위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보여지는데 이 정치, 경제, 언론의 악의 삼위일체를 그리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이는 좀 지루한 면이 있습니다. 이미 이런 사회부조리를 고발하는 영화들은 꽤 있었죠. '돈의 맛'이나 'SBS드라마 추적자' 같은  최근에 사회 고발성 영화나 드라마가 정치인과 경제인의 관계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었죠.  그런 면에서 크게 새로운 면은 없어 보이고 빤한 구도도 보여집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정치, 경제라는 정경유착 보다 이걸 잘 버무리고 세상의 우민들을 다스리는 언론의 힘을 크게 부각 시킵니다. 


대중은 개, 돼지이다

형 동생하던 사이인 조국일보 논설위원 이강희가 안상구의 미래 자동차 비자금 폭로 기자회견을 보고 놀란 미래 자동차 회장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이 말에 화가 났지만 수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느끼는 대중은 그런 존재니까요. 요즘 초등학생도 언론 플레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언론의 힘을 잘 알고 있고 언론이 어떤 식으로 세상을 왜곡하는 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다 언론의 음흉한 계략의 한 방편입니다. 
언론은 대중을 가지고 노는 권력이 있습니다. 원래 이 언론은 입법, 사법, 행정 다음의 제 4의 권력이라고 해서 입법, 사법, 행정을 감시하는 감시자 역할을 할 때 그 사회는 바른 사회가 됩니다. 그러나 한국은 어떻게 된 게 입법, 사법,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시선을 가진 언론이 거의 없고 대부분은 행정부를 빨고, 입법부를 빨고, 사법부를 빱니다. 속된 표현이지만 이게 가장 적확한 표현입니다.

한국의 언론은 입법, 사법, 행정부의 홍위병 역할을 하고 앞에 나서서 국민들을 현혹합니다
영화에서도 이 언론의 힘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칼 보다 펜이라고 칼은 한 사람을 움직일 수 있지만 펜은 수많은 우민들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언론인 이강희는 대중을 개, 돼지라고 말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자신의 말을 철썩 같이 믿는 우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택시를 타고 나이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TV와 뉴스를 철썩 같이 믿습니다. 절대로 언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러나 언론은 팩트를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주관을 십분 활용해서 같은 팩트도 자신들의 시선을 잔뜩 담아서  자신들의 유리한 말을 생산합니다. 그런 보수 언론의 시선은 우민들에게 객관적 시선이라고 느끼게 하고 언론의 시선 즉 언론의 보수 또는 진보적인 시선이 마치 자신의 시선으로 착각하죠

하지만 그 시선은 남의 시선 즉 언론의 시선일 뿐이죠. 이런 모습 때문에 이강희는 대중을 사육당하는 개, 돼지라고 말합니다. 


기라성 같은 주, 조연 배우들의 연기 버라이어티

이병헌의 스캔들로 인해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를 피하는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인간 이병헌이 아닌 배우 이병헌은 연기를 참 잘 하는 배우입니다. 이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연기 잘 하는 배우인 조승우가 투톱으로 붙었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 앙상블이 꽤 좋습니다. 캐미라고 해야할까요? 깡패와 검사의 캐미가 영화 중 후반부터 꿀이 흐를 정도로 착착 잘 맞네요. 여기에 백윤식, 이경영 그리고 오회장 역할을 한 김홍파의 중견 연기자들의 무게감이 아주 좋습니다. 뭐 연기 9단들이라서 딱히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 2의 이경영이라는 무든 한국 영화에 나올 기세를 보이는 배성우와 미생의 김대명 그리고 조재윤 등의 조연들의 활약도 좋습니다. 스토리 자체는 그냥 그렇습니다. 후반에 반전이 있긴 한데 그게 딱히 놀라운 것도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스토리 보다는 배우들이 만드는 캐릭터의 힘이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썩은내 나는 한국을 정화시키는 자는 내부 고발자뿐

한국은 쓰레기 하치장 수준으로 부패한 나라입니다.  OECD 34개국 중에 부패지수가 27위로 하위권에 있는 나라죠. 이 부패지수는 점점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점점 더 부패하는 이유는 정치 경제의 정경유착을 넘어서 언론까지 자신의 본분을 잊고 정권과 기업의 홍위병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정,경,언 유착이 본격화 되었고 이는 점점 더 심해질 것입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이런 관계는 만들어낸 것이 아닌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이런 썩은내가 진동하는 한국 사회를 정화할 사람들은 검사가 아닙니다. 정화를 하는 사람들은 내부 고발자입니다.  한 대기업의 부패를 놀랍게도 총수 막내 아들이 검찰에 고발을 했습니다. 그렇게 그 기업의 거대한 비리는 검찰 수사를 받게 되었죠. 

그러나 그런 일은 수십 년에 아닌 수백 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일입니다. 그럼에도 다른 형태의 내부고발자들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다루었듯 한국은 내부 고발자의 살아 있는 양심만이 한국을 정화 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영화 '내부자들'은 그 내부 고발자를 다룬 영화입니다. 비록 자신도 죄가 있지만 양심에 따라 움직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깡패 안상구를 회유하기 위해 우장훈 검사가 자라라는 아이들을 위해서 정의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는 말에 콧방귀를 뀌는 안상구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네요. 그게 바로 우리들이 보는 세상에 대한 태도가 아닐까 해서요. 좋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목격해야 하는 영화입니다. 한국의 민낯을 제대로 담은 영화입니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 하고 싶은 심정이네요"


별점 : ★★★☆
40자 평 : 정치, 경제, 언론이라는 악의 3각 편대를 깨 부수는 내부고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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