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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당신의 사진이 공감 못 받는 이유! 나만 감동한 과한 주관적 감정 때문

by 썬도그 2015.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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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의 흔한 말 중에 세상은 나와 타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 말이 있죠. 여기서 타자란 야구 빠따를 휘두르는 타자도 길거리에서 보는 다른 사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타자란 나와 삶의 방식이 다른 모든 것을 타자라고 합니다. 

어느 날 문득 나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나의 이해 못할 행동을 보고 나에게서 낯 섬을 느끼면 나 또한 타자가 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세상을 주관과 객관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이 주관과 객관은  나와 수 많은 남들의 모임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보편 타당성'을 주장하면서 주관을 공격하죠. 

"너무 주관적인 시선이네요"
"너무 주관적인 글이네요. 실망스럽습니다"라는 댓글을 답니다. 분명 주관이 너무 강하면 나이 든 꼰대처럼 다른 사람의 의견은 다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유아론적인 생각입니다. 그렇게 개저씨, 개줌마들이 탄생합니다. 

그러나 주관은 오답이고 객관이 정답이라는 시선에 사로잡히면 자기 주관이 없는 줏대 없는 인간이 탄생합니다. 줏대 없는 사람들의 특징은 눈치가 무척 빨라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나 예의 주시합니다. 

주관은 중요합니다. 주관이 경험과 만나면 직관이 되고 그 직관에 따라 움직일 때 좋은 결과가 나올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주관을 남에게 강요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식으로 자신의 주관을 남에게 지시하고 강요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저렇다라고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주장이야 다른 사람들이 공감 버튼을 누르든 안 누르던 아무런 피해가 없으니까요. 오히려 자기 주관과 다르면서 자기 주관이 객관이라면서 객관을 강요하는 객관의 노예들이 당신 생각은 틀렸다고 지적하죠. 


"인간은 제멋대로 사물을 판단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특히 상호주관성이 필요하다" -에드문드 후설-

상호주관성이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주관 사이에서 서로 인정할 수 있는 공통적인 성질입니다. 내 주관과 다른 사람의 주관의 교집합이 상호주관성이고 이 상호주관성이 모이고 모이면 흔히 우리가 말하는 객관성을 강하게 띄게 됩니다.

사실, 이 객관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과학적인 사실이나 수학 같은 수치화할 수 있는 것은 객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랑, 미움, 공포, 분노 같이 추상적인 단어들을 객관이라고 하긴 힘든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는 말을 했죠. 그러나 말할 수 없는 그 정형화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는 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인간의 의사 소통 방식이니까요. 
그래서 사랑을 논하고 귀여움을 논하죠. 그러나 이 귀여움이라는 것만 놓고 봐도 어떤 사람에게는 그 사물이 귀엽게 다가오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역겨움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사진>

1+1=2는 전 세계의 아무나 붙잡고 말해도 1+1=2가 맞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같은 사진을 보고 그 느낌은 조금씩 다를 것입니다. 위 사진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은 부모님 심부름을 하는 듯한 위풍당당한  꼬마를 보면서 귀엽다고 느끼면서 살짝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귀엽다라는 느낌을 가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분명 누군가는 별 느낌이 없거나 남자의 흔한 허세라고 쓴 표정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들이 이런 것들입니다.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를 어느 블로거가 재미 없었다라고 쓰면 득달같이 달려 들어서 따져 묻습니다. 왜 재미없느냐! 넌 왜 그게 재미없다고 생각하냐고 따져 묻는 것을 넘어서 네 생각은 틀렸다라고 말합니다. 틀렸다? 감상에 틀린 감상이 있습니까? 그렇게 따지면 사진전에 가서 미술전에 가서 영화를 보고 나서 모두 같은 감상평을 내놓아야 하나요? 전시회 입구에서 나눠주는 전시회 서문이라는 정답을 달달달 다 읽고 그 정답과 실제 문제인 작품이 어떤지 비교하는 것이 전시회 감상입니까?

주관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모든 사람의 주관이 같다면 그건 끔찍한 생각의 병렬화가 된 인공지능이나 로봇들이 사는 세상입니다. 전체주의 국가가 바로 그런 독재가라는 주관에 자신의 주관을 맞추는 생각의 동기화가 된 세상이죠




<게리 위노그랜드 사진>

주관은 중요하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남의 주관을 삿대질 하면 안 됩니다. 이런 전제를 깔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지루하셨죠?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아이들이나 조카들을 예쁘다고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올려서 공유합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흔한 어린 아이로 보입니다. 이는 그 피사체에 대한 감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모성애와 부성애가 강력한 내 아이라는 주관적인 감정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집 아이보다 내 아이가 더 예뻐 보입니다. 

하지만 남이 보면 그냥 평범한 아이로 보일 수 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렇게 쓰면 아이들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분들이 미리 화를 내실 분들이 있는데 결코 그런 의도의 글이 아닙니다. 어떤 사물을 보고 어떤 피사체를 보고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그 피사체를 찍지 않습니다. 

그 사진을 찍을 때의 감정이 사진의 방아쇠를 당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강력한 감정의 폭풍 속에서 셔터를 연신 누릅니다. 
그리고 그 피사체를 SNS에 올립니다. 그러나 이상하게 내가 예쁘다고 느낀 그 사진을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 못할 때가 꽤 있죠?

왜? 난 참 괜찮다고 생각한 사진인데 왜 남들의 반응이 별로 없을까?

"인간은 제멋대로 사물을 판단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특히 상호주관성이 필요하다"
 -에드문드 후설-


후설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죠. 혼자 사는 세상 혼자 사진 찍고 혼자 보면 남들을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만 만족하면 그만이니까요. 그런 목적으로 찍는 사진은 공유도 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사진을 인터넷과 SNS에 공유하는 이유는 남들에게 널리 읽히고 보게 해서 다른 사람의 좋아요 버튼이나 공감 버튼을 누르게 하는 행위가 목적일 수 있습니다. 

그런 남들의 공감을 이끌 목적의 사진은 다른 사람의 감정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주관과 내 주관이 겹치는 부분이 많은 면 그 다른 사람은 내 사진이나 글을 읽고 좋아요 버튼을 눌러줍니다. 그러나 공감 가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리죠.   



<로버트 카파 사진>

좀 더 공감을 많이 얻는 방법은 뭘까요? 이는 자신의 사진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주관으로 사는 우리가 객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내가 찍은 사진을 그 감정의 폭풍 상태에서 바로 올리기 보다는 찍은 사진을 일단 보관합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난 후에 그 사진을 다시 보고 사진 찍을 때의 감정이 칼칼하게 다시 올라오면 그 사진을 공유해 보세요. 그러면 1주일 후에 내가 느낀 그 감정을 다른 사람도 느낄 확률이 높습니다. 

꼭 1주일일 필요는 없습니다
1달 후도 좋습니다. 거리 사진작가인 게리 위노그랜드 같은 경우는 1년 후에 다시 꺼내 보고 그때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진을 세상에 공개했다고 하죠. 

뜸을 들인 밥이 더 감칠맛이 나듯 감정이 어느 정도 사라진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다시 감정을 느낀다면 그 사진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감정을 일으킬 것입니다. 반대로 너무 급하게 올려서 후회하는 사진들이 있죠


찍고 나서 후회하는 사진 7가지

라는 글을 소개했었습니다. 가장 찍고 나서 후회하는 사진 1위는 술자리 회식 자리 사진 아닐까요? 술이라는 감정 증폭제를 잔뜩 먹고 자기들 생각에는 멋진 우리들의 모습을 담는다면서 조명이 최악인 어두 칙칙한 호프집에서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바로 공유하지만 그 사진을 본 술 취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릴 수 있습니다. 

사진은 감정이 방아쇠를 당겨서 촬영하는 사진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그러니까요. 다만, 좀 더 공감대가 사진을 원한다면 그 사진을 좀 더 뜸을 들인 후 공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뭐 사진만 그러겠습니까? 글도 그렇겠죠. 이렇게 주장하면서 단 1시간 만에 이 글을 쓰고 세상에 공개하는 저는 뭘까요? 궤변이겠지만 전 글을 쓰고 남들이 공감해주면 좋고 공감 안되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냥 제 생각을 빠르게 스케치해서 기록하는 공간으로도 이곳을 활용하거든요

마찬가지로 남들이 공감하건 말건 그냥 공유하는 분들에게는 이 글은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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