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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남자의 어린 아이 같은 찌질한 사랑을 담은 영화 맨하탄

by 썬도그 2015.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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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상 가장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준 영화 10편  라는 글을 소개하면서 안 본 영화 리스트 중에 '맨하탄'이 있었습니다. 
'우디 앨런' 감독의 1979년 작인 이 흑백 영화의 영상미를 보기 위해서 상암동의 '영상자료원'이 보유하고 있는 시네마테크인 KOFA에 들렸습니다. 제가 보려고 한 주 영화는 '맨하탄'이었고 '애니 홀'과 '한나와 그 자매들'은 덤이였습니다. 

 
현재 KOFA에서는 공간과 감독이라는 주제로 뉴욕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뉴요커인 '우디 앨런'감독의 영화를 무차별적으로 상영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맨하튼'은 몇몇 부분이 빼어난 영상미를 보여주지만 딱히 아름다운 영상미를 느낄 만한 영화는 아니네요. 디지털 버전으로 복원해서 잡티 없는 영상이었으면 모를까 브라운관 TV 화질에 좀 실망스럽더군요. 그런데 이 영화 영상미는 좋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영화 내용이 참 재미있습니다. 

 

<애니 홀의 후속편 같은 영화 맨하탄>

 

1977년 아카데미 주요상을 휩쓴 영화 '애니 홀'은 애니 홀을 통한 뉴욕 남자의 찌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다양한 영화 작법과 자유 분방하고 엄청나게 많은 대사들이 톡톡 튑니다. 스탠드 코미디언 출신 답게 감독이자 주인공인 '우디 앨런'은 세상을 비꼬면서 블랙 코미디를 펑펑 터트립니다.

그리고 2년 후에 영화 '맨하탄'을 다시 연출 및 연기를 합니다. 두 영화는 이어지는 내용의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두 영화가 너무 흡사한 주제와 대사와 세계관이 겹치다 보니 마치 이어지는 내용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는 두 주연 배우인 '우디 앨런'과 실제 연인이었던 '다이안 키튼'이 다시 나오고 각본을 '애니 홀'과 동일하게 '우디 앨런'과 '마샬 브릭먼'이 공동으로 각본을 만들었습니다. 

<이혼과 불륜과 신경질과 허영으로 가득찬 이혼남의 사랑 찾기>

 TV 코미디 작가인 이삭(우디 앨런 분)은 이혼남입니다. 이혼한 이유가 아주 웃깁니다. 결혼 생활을 하다가 아내가 성 정체성을 찾았다면서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이혼을 합니다. 이 코미디 같은 상황은 더 악화 되어서 이혼한 아내가 자신의 결혼 생활을 책으로 내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이삭이 우울하게 지내는 것은 아닙니다. 17살의 트레이시(마리엘 헤밍웨이 : 헤밍웨이의 손녀)와 사귀고 있습니다. 불륜은 아니지만 너무 어린 나이의 여자와 사귀는 모습이 이삭의 정신 세계를 대변합니다. 자신에게는 행운이라면서 이혼 생활을 즐깁니다. 

 

이삭의 친구인 예일은 메리(다이안 키튼 분)과 사귀고 있습니다. 문제는 예일은 유부남이고 메리와 바람을 피고 있습니다. 끼리끼리 논다고 하죠. 이 4명은 바람직한 관계는 아니지만 같이 몰려 다니면서 미술관도 가고 술집에서 수다를 떱니다. 그런데 예일의 애인인 메리는 사사건건 이삭과 부딪힙니다. 서로 주관이 강하고 다르다보니 약간의 티격태격을 합니다. 

이삭은 17살의 트레이시와 나름 행복하게 삽니다. 든든한 직장도 있겠다 큰 두려움도 불편함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놈의 성질머리 때문에 직장을 박차고 나옵니다. 코미디 작가인 이삭은 방송사에서 가짜 웃음 소리와 가짜 박수 소리를 주조종실에서 넣는 모습에 이건 거짓이라면서 평생 쓰레기 같은 프로그램이나 만들라고 저주를 퍼붓고 직장을 그만둡니다. 졸지에 백수가 된 이삭이지만 책을 출판하려고 준비중입니다. 

시간이 많이 남게 된 이삭은 예일의 숨겨둔 애인인 메리와 자주 만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성향도 성격도 다른 듯해서 데면데면 했던 메리와 대화를 해보니 이 여자 위트도 있고 지적인 모습이 17살의 트레이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공감대가 많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점점 친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메리의 고민도 알게되죠. 유부남이자 자신의 친구인 예일과 사귀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좋아 하지만 결혼할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이 버겁기만 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다가 센트럴 파크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를 맞고 천문관에 들어 가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메리는 예일에게 애인 관계를 정리를 통보하고 이삭도 트레이시를 정리합니다. 

이삭은 참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헤어질 때 이삭은 트레이시가 큰 상처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왜냐면 트레이시는 얘니까요. 17살 소녀가 뭘 알겠냐면서 런던으로 유학을 가고 거기서 자신보다 젊고 건강한 또래의 남자를 만나는 것이 트레이시 본인에게도 좋은 미래라고 설명해 줍니다. 

그러나 트레이시는 나이는 어리지만 진심으로 이삭을 좋아했습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트레이시. 그런 모습에 이삭은 어쩔줄을 모르지만 자신의 사랑이 더 중요합니다. 그렇게 메리와 이삭은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날 메리가 이삭에게 고백을 합니다. 

아직 예일을 잊지 못했다고요. 메리와 사귀기 위해서 트레이시를 정리했는데 메리는 예일에게 가겠다고 합니다. 그런 모습에 이삭은 화가 나지만 그 화를 표현할 방법을 잘 모르고 그게 자기 스타일도 아닙니다. 그게 맥아리 없는 병약해 보이는 지성인인 뉴요커의 행동인 것처럼 당혹해 하다가 영국 유학을 떠나려고 하는 트레이시에게 달려갑니다.

막 공항으로 가려고 하는 트레이시 앞에선 이삭. 이삭은 찌질하게도 트레이시에게 영국으로 가지 말라고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메리와 관계가 깨졌다고 말하죠. 황당해 하는 트레이시는 며칠 전에는 영국으로 가는 것이 나와 이삭 아저씨를 위하는 길이라고 해놓고 이제는 가지 말라고 하다니 황당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트레이시는 이삭을 사랑하기에 6개월만 기다리라고 합니다. 이삭은 6개월이라는 소리에 난망해 합니다. 6개월은 아주 긴 시간입니다. 트레이시는 6개월도 못 기다려주냐고 타박하죠. 그리고 말 합니다"6개월은 그리 길지않아요. 모든 사람이 다 변하는 것도 아니고요. 사람에게 믿음을 좀 가져봐요."


"믿음을 가져봐요"

 

 

40대의 이삭이나 메리 그리고 예일은 나이만 먹은 아이들입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도 못지고 항상 불평불만만 가득합니다. 사랑에 진득하지 못하고 바람을 피거나 유부남에 메달리며 이혼한 아내가 동성 애인과 만나서 이혼하자 찌질하게 자신의 차로 치려고 합니다. 

정말 어른답지 못합니다. 반면, 이 3명의 아이 같은 어른들은 실제로 어린 17살의 트레이시에게 넌 어려서 몰라라고 무시합니다. 그러나 트레이시는 항상 삶에 긍정적이고 밝은 면을 보고 진득합니다. 안절부절 못하는 쪽은 어른들입니다. 그런 어른들에게 트레이시는 말합니다. 

"사람에게 조금만 믿음을 가져봐요"

순간 뭐에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입니다. 이삭을 찌질하다고 손가락질 했지만 저 또한, 항상 세상을 염세적으로 바라보고 사람들의 관계를 거북스러워 하거나 건조하게 만나려고만 했습니다. 그게 도시의 삶인 것처럼 매 순간 순간 흔들리고 신경질적이었죠. 그런데 새파랗게 어린 소녀가 애 어른 같은 말을 합니다. "사람들에게 믿음을 가져봐요"

콘크리트 블럭을 쌓아 올린듯한 허드슨강 건너편의 마천루를 보면서 54번가의 다리 밑에서 맨하탄을 관조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삭은 이 어른 같은 소녀의 그 믿음을 가져보라는 말에 희미하게 웃습니다.명장면입니다. 정말 별거 아닌 장면이지만 대사 한 방에 영화를 정리해 버립니다. 신경 쇠약직전의 맨하탄에 사는 도시인들의 삶에 대한 훈계이자 본인을 향한 말인 듯 합니다. 뉴요커의 일상과 뉴욕 맨하탄의 풍경이 흑백으로 간간히 담기면서 그 안에 사는 뉴요커의 건조한 삶을 블랙 코미디와 함께 잘 섞은 영화입니다. 애니 홀이 좀 더 웃기고 흥미로운 요소가 많지만 뉴욕의 삶을 관통하는 영화는 '맨하탄'입니다. 영상에 취하려고 갔다가 영화 스토리에 취하게 되네요. 괘 볼만한 영화이고 2번 보면 더 좋은 영화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봐야겠습니다.

별점 : ★★☆
40자평 : 부유하는 도시인들의 건조한 삶을 밀착 인화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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