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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암살, 선악구도가 아닌 역사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오롯하게 담다

by 썬도그 2015.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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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봐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액션 케이퍼 무비인 암살을 크게 볼 마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딱히 볼만한 액션 영화도 없고 기본 이상은 하는 최동훈 감독을 믿고 영화 암살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내 생각과 다르게 약간 진중한 질문을 하고 있네요. 



선악구도가 아닌 역사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담은 영화 암살


독립군 영화를 만들때 가장 쉽게 만드는 방법은 일본놈들은 다 악질이고 포악하고 간사하며 인간 말종들로 묘사하면서 동시에 독립군은 선하고 바르고 착하고 의리있고 애국심이 투철한 살아 있는 히어로로 묘사하면서 간간히 액션을 넣어주면 관객들은 알아서 영화관에 와서 영화를 볼 것입니다

무척 교과서적인 묘사지만 영화 '연평해전'의 흥행 성공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형성된 여론을 그대로 스크린에 담기만 해도 대박이 날 수 있습니다. 일본 놈들을 기관총으로 멸살할 때의 그 짜릿함과 쾌감을 지나 카타르시스까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단순한 시선의 영화는 영화관 문을 나서면 금방 다 잊게 됩니다.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그냥 학습 받은대로 공산당은 싫고 일본은 때려 죽일 놈들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면 편하죠. 이런 단순 도식화 된  생각은 위정자들이 가장 잘 이용해 먹습니다.

보세요. 정치적인 난관에 부딪힐때 한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 지도자는 전쟁 불사 운운 하거나 독도는 우리땅! 다케니마는 우리땅!이라고 외치죠. 전 영화 암살이 이런 일본은 무조건 악하고 독립군은 그 악을 단죄하는 처벌자로 그려지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일본군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자세에 초점을 맞추네요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청부암살자인 '하와이피스톨(하정우 분)'은 이런 말을 합니다. 한일병합에 대해서 3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말하면서 한 사람은 일본에 적극 협력하는 사람이 되거나 저항하는 독립군이 되거나 아니면 자신과 같이 수수방관하는 방관자가 된다고요

정확한 대사는 아니지만 이런 비슷한 말을 영화에서 2번이나 합니다
이 대사는 국가 치욕의 사건인 한일병합에 대한 당시 조선인들의 삶의 방식을 거시적으로 다룬 말입니다. 


저항하는 조선인은 독립군입니다.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조선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분)과 속사포 등의 의혈단과 함께 김구와 김원봉은 불의에 저항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역사는 이 사람들을 칭송하고 우러러 보면서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시대 정신이 우리가 따라야 한다고 우리는 어려서부터 배웠습니다. 



반면, 밀정(스파이) 역을 하는 염석진(이정재 분)같은 일본 앞잡이 같은 민족 반역자들도 많습니다. 이 사람들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을사오적이라고 외우기 쉬운 명칭까지 만들어서 쳐 죽일 놈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 독립군과 일본 앞잡이는 둘 다 소수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대부분의 일제 강점기 시절의 조선인들 특히 저 같은 일반 백성들은 일제 시대를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전 이런 생각을 가끔 합니다. 우리가 일제시대에 큰 핍박을 받아서 울분의 나날을 보냈다고 역사책에서 배우고 있지만 그건 1940년 2차 대전 말기때 일이고 일본에 군정이 들어서기 전에는 1920년대까지는 일본이 조선을 비교적 부드럽게 통치를 했습니다. 

민초 입장에서는 조선이라는 지옥에서 사는 것이나(당시 민초들의 삶은 피폐할대로 피폐했음) 일본이라는 지옥에서 사나 어차피 지배층만 바뀐거지 도긴개긴이 아니였을까요? 따라서 그냥 지배층만 바뀐 시대에 적응하면서 살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3.1 운동에 참여하고 잡혀가고 부상당하고 동조한 사람은 당시 조선 인구의 2%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뭐 마음속으로는 3.1운동을 지지하지만 대놓고 지지했다가는 경찰도 아닌 일본 헌병이 잡아가는 시대인데 누가 대놓고 지지하겠습니까. 또한, 사람이라는 것이 민족 보다 먹고사니즘이 더 절실합니다. 민족을 외치고 곡기를 끊고 대한독립만세만 부르다 죽은 위대한 독립영웅은 극히 일부입니다. 아무나 못하는 일을 했으니까 교과서에 실리죠. 

하와이피스톨과 영감은 당시 대부분의 조선인의 시선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누가 지배하던 돈 잘벌고 잘 먹고 사는게 중요한 사람을 대변합니다. 하와이피스톨은 안윤옥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거물 2명을 죽인다고 세상이 변하나?"
이에 안윤옥은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지난 역사니까 결과를 다 알지만 안윤옥의 저격이나 독립군의 독립운동이 조선의 독립에 큰 기여를 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 핵폭탄 2방에 일본이 항복한 것이지 독립군에 의한 자주 독립은 아닙니다. 세상은 항상 해피엔딩이 아니니까요. 

안윤옥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소규모 암살같은 게릴라 전으로 일본군을 몰아낼 수 없다는 것을요. 그걸 알면서도 앞으로 전진한 사람들이 바로 독립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독립군을 우러러 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독립군을 우러러 보라고 교과서에서 가르치면서 친일파들이 그대로 대한민국의 권력자가 되어서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는 반민특위를 걷어 차버립니다. 그 친일파들이 쓴 역사가 대한민국 역사이고 지금도 곳곳에서 친일파들이 큰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친일파 후손들이 대한민국 건립에 큰 역할을 한 것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친일파가 그대로 경찰이 되고 군인이 되어서 또 다른 적인 공산군과 싸웠습니다. 제가 나온 고등학교 설립자도 한국전쟁에서 큰 활약을 한 군인이지만 일본 장교 출신이었습니다. 

지금의 대통령의 아버지도 만주 괴뢰정권을 지원하는 관동군 일본 장교 출신이었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되었을때 일본인들이 좋아했다고 하잖아요. 반면 독립군 후손들은 가난 속에서 잊혀져 갔습니다. 영화에서 자주하는 대사가 자신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합니다. 기억에서 잊혀진다면 그 거룩한 사람들은 우리의 삶과 역사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영화의 결말은 환타지라서 실망했습니다. 다큐로 마무리 했어야 하는데 여름시장을 노린 영화다보니 평이한 결말을 내는군요. 볼만한 영화입니다. 역사에 대한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 영화는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안옥윤입니까? 염석진입니까? 하와이피스톨입니까? 우리는 어떤 인물을 지향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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