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사진은 권력이다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한 책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본문

세상 모든 리뷰/책서평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한 책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썬도그 2015. 7. 20. 16:54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함을 넘어서 외면하고 거부하려고 합니다. 어른이 되는 과정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죽음을 목도하는 것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20대 초반이 되면 죽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장례식장에 갔다 온 나에게 어머니는 소금을 뿌렸습니다. 장례식장에서 귀신이 달라 붙어 올 수 있어서 뿌리는 소금이라고 하네요

지금은 이런 풍경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죽음을 거부하고 백안시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러나 죽음은 삶의 마지막 일 뿐 거부하거나 배척한다고 배척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보다는 죽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죽음을 외면하고 피하려고 하고 거부하려고만 합니다. 옆집에서 누가 죽으면 재수없다는 표정을 짓곤 하죠. 


유품정리사가 바라본 세상의 죽음들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은 유품정리사가 목격한 죽음에 대한 에세이집입니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생소하실 분들이 많아서 좀 소개를 하자면 유품정리사는 사람이 죽으면 남겨진 유품들을 정리해서 가족들에게 전해주는 간단한 일뿐 아니라 살해 현장이나 고독사로 사망한 참혹한 현장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을 하는 분들입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스럽죠? 실제로 이 일을 하는 분들은 국내에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많은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어느 직업보다 소명의식이 투철해야 하며 이타주의자야 합니다. 바이오해저드 특수청소 간판을 달고 2007년부터 유품정리사로 근무 중인 김새별씨가 근무하면서 겪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 30개를 담은 책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입니다. 

2012년에 읽은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라는 책을 통해서 일본의 유품정리인이라는 직업과 일본의 고독사를 읽어 봤습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가 되었고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민족성 때문인지 홀로 살다가 죽는 노인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선진국임에도 사회복지 제대고 미흡해서 누가 죽었는지도 수개월이 지나서 아는 경우도 허다하죠. 

반면, 한국은 사회복지사들이 매일 전화를 주고 지자체들이 많이 노력을 하고 있고 이웃간의 왕래도 일본에 비해서 어느 정도 있어서  홀로 죽어도 빠른 시간 안에 발견이 됩니다. 그럼에도 한국도 점점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 나온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는 죽음을 통해서 본 일본의 사회상을 그렸다면 2015년에 나온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은 한국의 죽음의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고독사에 대한 이야기가 꽤 많습니다. 일본 책과 다르게 저자가 최근에 범죄현장을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신문에 나왔던 참혹한 사건에 대한 뒷 이야기도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부담스러운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은 추하거나 더럽고 피해야 할 것이 아닌 삶의 마지막 마침표라는 시선으로 보면 이 책의 내용들이 역하게 다가오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전 이 책을 읽다가 수시로 책을 덮어야 했습니다. 지하철에서 길을 걷다가 눈물이 나서 잠시 책을 덮고 눈물을 훔쳤습니다. 전문 저자가 아니라서 책은 미려한 표현으로 담고 있지 않고 투박하게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에피소드는 길지 않습니다. 길지 않지만 그 짧은 글에서도 눈물이 흘러 나오게 하네요. 

눈물은 죽은 이에 대한 연민도 있고 세상에 대한 분노도 있었습니다. 죽음을 통해서 인간의 추악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네요.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반지하 단칸방에 홀로 살던 할머니가 홀로 돌아가신 후 자식들이 도착합니다. 모시고 살겠다는 했지만 한사코 만류하던 할머니는 죽기 전에 몇 안 되는 가재 도구를 다른 분들에게 전해 주라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렇게 가재 도구를 다른 분들에게 주고 옷장 밑 서랍에서 수의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수표를 발견합니다. 그 수표는 상당히 큰 금액인데 초등학생 때 찍은 자식들의 사진이 담겨 있었습니다. 자식들은 목 놓아 울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인집에서는 이런 죽음이 달갑지 않죠. 이에 도배와 장판을 다시 해드리겠다고 죄송하다고 말하는 자녀들에게 주인집 할아버지는 괜찮다고 합니다. 

주인집 할아버지가 말하길 할머니가 이사오던 날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 내가 나이도 있고 여기서 살다 보면 저세상에 갈 수도 있는데.... 나 여기서 죽어도 돼요?"
할아버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허락을 합니다. 자신이 허락을 했으니 도배와 장판을 다시 할 필요도 없고 보증금 받아 가라고 말합니다. 

전 이 에피소드가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부모님의 마음과 어찌 보면 주인집에서는 거북스러울 수 있는 죽음을 거부하지 않은 주인집 할아버지의 심성에 눈물이 저절로 나오네요. 제가 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이 에피소드 하나 때문은 아닙니다.이 에피소드 말고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외국에 있는 딸 걱정 하게 하지 않게 하려고 지병을 숨기고 혼자 살다가 죽은 아버지가 죽기 전에 전화를 건 것이 딸이 아닌 119였다는 에피소드 읽으면서 긴~~ 한숨을 쉬게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딸에게 걱정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딸의 전화번호도 저장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모습이 우리네 부모님들의 모습이 아닐까요?

요즘 어머니가 죽을 때가 되면 혼자 살겠다는 말을 자주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그런 소리하지 말라고 하지만 우리네 부모님들의 마음은 다 비슷한가 봅니다.



또 기억 남는 에피소드는 전직 법조인이었던 분이 가택 연금 때문에 세상과 단절되었고 가택연금이 풀렀는데도 스스로 가택 연금 상태가 되어서 세상과 단절하고 삽니다. 친척들과 연락도 끊어지고 자식도 없다 보니 연금과 경비원 일을 하면서 버는 돈으로 노숙자들에게 밥을 먹였습니다. 참 선량했던 분이 돌아가시자 어떻게 알고 왔는지 노숙자들이 빈소를 지켰습니다. 

여태 이 분에게 얻어먹었기 때문에 빈소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는 말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노숙자들은 정신이 피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들이 행색은 그래도 염치도 상식도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외모로만 사람들을 판단하죠. 

반면, 추악한 죽음의 풍경도 있습니다. 유품정리사 저자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자식들이 뛰어 들어와서는 집안 여기저기를 뒤적 거리면서 온 집안을 쑤시고 다녔습니다. 뭔가를 찾고 있는데 찾지 못하자 방에서 나왔습니다. 유품정리사는 부모님 사진이 든 액자를 전해주면서 부모님 사진이라도 가져가라고 하자 자식 중 한 명이 그 액자를 필요 없다면서 깨트립니다. 그런데 액자에서 돈 봉투와 땅문서가 나옵니다. 우루르 몰려 들어서 그 돈과 땅문서를 챙기고 떠났다는 이야기는 분노가 치밀게 하네요 이런 에피소드는 또 있었습니다. 부모의 죽음에 대한 슬픔은 없고 부모가 남긴 재산만 찾으려는 모습. 

제가 남들보다 더 분노하는 이유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죽음을 슬퍼하기 보다는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고 죽음을 통해 돈을 받아내려는 모습을 직접 경험하고서 인간의 잔혹함을 크게 느꼈습니다.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치가 떨리네요. 장례식 후 그 인간들과 관계를 싹 끊어버렸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는 산 사람들의 영혼의 깊이와 추악함과 아름다움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죽음은 하나의 거울과도 같습니다. 


유품정리사의 고단함도 함께 담겨 있는 책 <세상의 남겨진 것들>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번갯불을 피우고 죽은 젊은 청년의 죽음과 미래가 막막한 부모의 동반 자살과 전교 1등 못했다고 구타를 한 부모를 죽인 학생의 이야기 등등은 슬프고도 괴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죽음들의 이면을 통해서 우리는 좀 더 성숙한 세상, 성숙한 내가 될 것입니다. 

책은 소재가 어둡다 보니 상대적으로 삽화처럼 끼어지는 사진들이 아주 밝습니다. 그나저나 전 이분들이 참 궁금했습니다. 사람들이 다들 꺼림칙하고 싫어하는 직업, 그러나 이분들이 없으면 누가 그 고인들을 천국으로 모실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월급도 많이 받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엄혹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에는 유품정리사 일을 하면서 겪는 고초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이오해저드라는 이름을 검색한 분이 와서는 사람 죽은 현장을 정리하는 것임을 알고 차 빼라고 하는 모습을 지나서 욕하고 삿대질하는 모습. 게다가 이런 회사가 옆에 있는 것이 짜증 난다면서 민원을 넣어서 6개월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닌 모습 등등을 보면서 여전히 한국은 성숙한 사회가 아님을 여실히 느꼈습니다.

자기들도 다 죽으면 장례식 가고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가될 것이면서 집 주변에 화장터가 있으면 집 값 떨어진다면서 시위를 하는 모습들. 심지어 장애인 복지관 건립 반대하는 인간들도 참 자주 많이 볼 수 있죠. 이게 다 천민 자본주의에 영혼이 팔린 우리들의 민낯이 아닐까 합니다.


책에서는 직원들의 고충과 함께 힘들고 어렵지만 묵묵히 소명의식으로 근무를 하는 직원들도 소개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습니다. 천국으로 이사를 돕는 사람들. 이 말이 딱 어울리는 문장이네요.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자

요즘 웰다잉이라는 단어가 나와 있습니다. 어떤 단어가 나왔다는 것은 그 문화가 어느 정도 확산이 되었다는 것이죠. 우리는 지금까지 웰빙이라는 살아 있을 때만 집중해서 살았습니다. 특히나 한국 사람들은 현세주의자들이 대부분이라서 죽음 이후 보다는 똥밭이라도 이승이 좋다고 현재에만 집중 투자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름다운 죽음에 대해서 많이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아름다운 죽음이 많아지려면 우리가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 아름다운 삶이란 주변에 홀로 사는 어르신이 있으면 가끔 안부도 묻고 말도 건네 보면서 사회와의 관계망을  계속 연결하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외로운 죽음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 고독한 일상, 이웃과의 단절, 그러나 무엇보다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들을 너무나 그리워했다. 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경제적인 도움이나 위로가 아닌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 따뜻한 말 한마디였던 것이다. 포기하려던 삶을 부여 잡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건 거창한 도움이 아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꺠워주는 것,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중에서>



책 끝에는 유품정리사가 알려주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7계명이 나옵니다.

첫 번 째 계명은 정리를 습관화하라입니다.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 포기는 했지만 죽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물건을 계속 쌓아 놓습니다. 삶을 방치하듯 물건을 방치하고 물건을 수집하기만 합니다. 삶에 대한 애착이 사라진 만큼 물건에 대한 애착이 커진 것일까요? 그래서 그런지 삶에 애착이 강한 사람들이 정리 정돈을 잘 하고 필요 없는 물건은 남 주던가 잘 버립니다. 

또 하나의 계명은 지병을 가족들에게 숨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도 지병을 숨기고 쓸쓸하게 죽은 분들의 사연이 꽤 있습니다. 병은 내 탓이 아니고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공통된 고통인데 그걸 혼자 끌어 안다가 오히려 가족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삶을 사라고 합니다. 

맞아요. 부모님들은 부모가 되어서 가족을 위한 삶, 자식을 위한 삶을 삽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모의 삶도 살아야 하지만 자신의 삶도 살아야죠. 부모의 삶이 강하니까 자식의 삶도 삼켜서 부모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강요하다가 가족간의 관계가 깨지기도 하잖아요. 우리는 좀 더 이기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저자는 결국 죽을 때 가져가는 것은 아름다운 추억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죽으면 돈도 집도 가져갈 수 없지만 추억은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 이후의 삶은 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아름답게 자랍니다. 마이클 잭슨도 신해철도 이 세상엔 없지만 이글에서도 적고 있듯 우리들 산 사람의 기억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영원히 죽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살아 있지만 우리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사람이라면 그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죽은 사람들이 아닐까요?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삶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저자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심이 생겼습니다. 정말 궂은 일 중의 궂은 일을 하지만 묵묵히 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기만 하네요.

책은 두껍지 않습니다. 글도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통해 본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책입니다. 


<이 글은 청림출판으로 부터 책을 제공 받아서 쓴 리뷰입니다>

1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