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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소수의견,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투영한 영화

by 썬도그 201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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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과 2항은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국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올까요? 

저 헌법 1조 1항과 2항이 현실이 되려면 지금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들이 자기 표현을 하고 대의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세요. 정치 이야기 하는 사람에게 정치 이야기 하지 말라는 정치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결론도 나지 않는 정치 이야기 한다고 구박하고 피하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그렇게 정치 이야기를 피할수록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소수인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입니다.

사회가 왼쪽으로 돌아가는지 오른쪽으로 돌아가는지 관심 없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소수의 기득권자들이 자기들 맘대로 세상을 좌로 돌렸다가 우로 돌렸다가 심심풀이 장난감으로 여깁니다. 그렇다고 정치꾼이 되라고 하는 소리는 아닙니다. 정치꾼들은 세상 모든 것을 이분법으로 봐서 내편 아니면 니편으로 나누고 자기 편이 아니면 무조건 공격하려고 들죠. 

대한민국 주권이 국민에게 나오려면 사회에 대한 감시와 정치에 대한 비판을 꾸준히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국민이 많아질 때 비로소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옵니다. 


실제 사건과 무관한 허구라고 말하는 영화 <소수의견>, 그러나 현실과 너무 닮은 영화

영화 <소수의견>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실재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문구가 오히려 실재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마중물이 됩니다. 네 맞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 대부분이 아는 '용산 참사'사건과 많은 면이 닮았습니다. 

철거민 진압 작전에서 경찰도 철거민도 죽는 참극이 벌어지는 모습은 여러모로 '용산 참사'사건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 상영 시간이 늘어갈수록 '용산 참사' 사건을 지나서 대한민국 정부와 사법부의 패거리 습속을 정조준합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용산 참사' 사건을 모티브로 했을 뿐 실제로는 한국 정부와 사법부를 비판하는 영화입니다



철거민 박재호(이경영 분)은 1년 넘게 북아현동 철거 현장에서 용역 깡패와 경찰의 협동 공세를 철거민들과 함께 막아내고 있었습니다. 보통 재개발을 하게 되면 꾸준한 설득을 통해서 재개발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자본은 시간이 돈이기 때문에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고 철거 용역과 경찰이 철거민들을 강제 해산 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의경이 죽고 박재호의 아들도 죽게 됩니다. 정부는 진압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나자 무전 채널을 비공개로 돌리고 사건을 수습합니다. 사건 수습은 순조롭게 잘 되는 것 같았습니다. 철거민 박재호가 아들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자 눈이 뒤집혀서 근처에 있던 의경 뒤통수를 쇠파이로 강타해서 죽입니다. 그러나 박재호의 아들을 죽인 것은 의경이 아닌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철거 용역이 자신이 죽였다고 실토를 합니다. 청와대는 이 골치 아픈 사건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 시선을 돌릴만한 연쇄 살인 사건을 부각 시키라는 지시를 합니다. 전형적인 여론 환기 기사 발굴 대처법이죠. 이런 부분은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의 행동과 너무나도 흡사합니다. 

그렇게 사건은 조용히 마무리 될 것 같았습니다. 철거민 박재호의 변론을 맡은 국선 변호사 윤진원(윤계상 분)은 박재호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조용히 처리하려고 적극성을 보이지 않자 박재호는 

"나에게 할 말이 그게 다예요"라고 윤진원 변호사에게 화를 냅니다. 박재호는 아들을 죽인 사람은 용역 깡패가 아닌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분명이 경찰이었다고 말합니다. 뜻하지 않는 변수에 윤진원 변호사는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윤진원은 의문이 들어서 경찰에게 철거민 진압 작전 조사 내용을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나 경찰은 검사가 사건 조사 기록물을 열람 금지 시켰다고 전합니다. 이에 윤 변호사는 그런 명령을 내린 검사를 찾아갑니다. 


끝발이 있는 홍재덕(김의성 분)검사는 지방대 출신의 변변찮은 윤진원 변호사를 무시하는 말투로 대합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윤 변호사는 구석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듯 거물급 검사와 맞짱을 뜹니다. 이후 영화는 법정 드라마로 진행이 됩니다. 



법조계의 추악한 짬짜미를 비판한 영화 <소수의견>

<소수의견>은 법정 드라마입니다. 영화는 중반에 접어 들면서 2개의 재판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하나는 박재호의 살인이 정당방위라는 것을 입증하는 재판과 또 하나는 정부가 철거 현장에서 공권력을 무지막지하게 써서 애꿎은 청년 2명이 죽었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겁니다. 국가배상청구소송은 국가로부터 돈을 받을 목적이 아닌 사과를 받을 목적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청구액을 100원으로 정합니다. 

이 2개의 재판을 통해서 대한민국 법조계의 추악한 짬짜미가 드러나게 됩니다. 검사와 판사가 친한 친구 사이인 것과 배심원 제도의 맹점, 검사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죄를 물을 수 없는 등의 모순 덩어리인 사법 시스템을 하나 하나 건드리면서 대한민국 법조계의 가면 뒤에 있는 추악한 얼굴을 온 세상에 밝힙니다. 수 많은 법정 드라마가 있지만 법조계 자체를 정조준한 영화는 많지 않습니다. 영화 <소수의견>은 법의 판결과 진실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세상은 정의로운 것이 아닌 정의로운 척하는 것이라는 암울하지만 그게 현실이라고 읇조립니다. 

여기에 정부가 진실을 어떻게 조직적으로 왜곡하는지 그리고 정부에게 죄를 묻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도 잘 보여줍니다.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스스로 자기 꾀에 넘어가게 만든 영민함으로 승부하다

영화 <소수의견>은 영화 <변호인>과 처음에는 비슷한 모습으로 흘러 가는 듯 했습니다. 속물 변호사 윤진원과 장대석(유해진 분)이 물에 물타듯 술에 술타듯 살다가 철거민 사건으로 국가의 폭력성에 당당하 맞서는 열혈 변호사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영화 변호인과 달리 폭발하지는 않습니다. 폭발하는 힘 대신에 국가를 상대로 하면서 영민하게 대처를 해서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서 웃음 거리가 되게 만듭니다.

실제로 영화 중간 중간 박장대소가 터지게 됩니다. 그 웃음이란 그 상황이 너무나도 아이로니컬하기 때문입니다. <변호인>이 정면 비판 방식을 택했다면 영화 <소수의견>은 핏대 선 분노의 눈길 대신 정면 대결 보다는 우회해서 여론의 힘을 이용해서 정부의 폭력적인 모습을 웃음꺼리로 만들어 버립니다. 

 여기에 정의에 대한 이야기도 담깁니다. 윤진원 변호사와 장대석 변호사 그리고 열혈 사회부 여기자 공수경의 협동은 뻔한 구조로 보여주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릅니다. 법정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인 변호사와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기자의 소명이라고 말하는 두 개의 정의가 충돌하는데 이게 다른 영화와 다른 점 중 하나입니다. 


배우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볼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주조연 배우들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볼만합니다. 스토리가 뻔한 줄 알았는데 예상치 않은 전개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결말 등등은 이 영화가 뛰어난 원작을 반석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을 뺄 수 없습니다. 


로맨틱 가이로만 인식 되던 윤계상의 허허실실 전법 같은 강단 있는 연기와 유해진이 웃기면서도 정의를 포기하지 않는 열혈 변호사의 모습도 좋았습니다. 특히나 눈에 가장 많이 들어온 배우는 김옥빈입니다. 김옥빈은 차세대 한국 영화계를 이끌 배우가 아닐까 할 정도로 광채나는 미모와 한 치 흐트러지지 않는 카리스마가 뚝뚝 떨어지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강력한 악역이자 국가의 분신 같았던 김의성의 연기도 좋았고 권해효와 이경영의 연기도 빼어났습니다. 특히 눈에 쏙 들어오는 배우가 한 명 더 있습니다. 유인하 검사역을 맡은 오연아는 안내 방송 목소리 톤으로 법정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는데 국가가 사람이라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할 정도로 인상 깊은 연기를 합니다.

앞에서는 방실방실 웃으면서 희망, 미래, 소통을 강조하지만 뒤에서는 국가에 대드는 국민의 팔을 꺾고 찍 소리도 내지 말라는 그런 모습이죠. 여기에 노배우 박규채와 장광도 긴 배역은 아니지만 눈여겨 볼만한 연기를 합니다.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민주주의 시스템의 부조리를 담은 영화 <소수의견>

 의견이 갈리면 흔히 우리는 다수결로 하자고 합니다. 그게 공평한 민주주의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민주주의 시스템의 맹점은 다수결 원칙을 찰떡같이 믿고 따르는데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맹점은 민주주의의 주요 의견 선택 방식인 다수결은 항상 소수의견을 묵살할 때 생깁니다. 이게 바로 다수에 의한 독재입니다. 공명정대한 민주주의가 되려면 다수결을 따르되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주의가 소수의 의견을 귀담아 듣나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소수의 철거민의 고통을 들으려고 할까요? 들어도 때쟁이들이 보상금을 더 받아내려고 한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더 많죠. 그런데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왜 <소수의견>일까? 계속 생각 하게 되었습니다. 철거민이라는 국민 중 소수의 목소리가 소수의견일 수 있지만 의견이라기 보다는 소수의 목소리입니다. 영화에서는 소수의견이 나오는 장면이 없습니다.


배심원도 여론도 다수 의견입니다. 주인공 편을 드는 사람들 대부분은 저 같은 일반 국민들이고 그들은 다수입니다. 그런데 왜 소수의견을 제목으로 삼았을까요? 그 이유를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 절대악으로 나오는 소수들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신의 대리인 같은 공명정대 해야 하는 판사는 한 사람이지만 엄청난 권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검사도 청와대도 고위 공직자도 모두 소수지만 거대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여기에 사회 정의보다는 자신의 이미지만 신경 쓰는 국회의원도 모두 소수입니다. 이 소수들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합니다. 

이 소수들을 보통 우리는 엘리트라고 합니다.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가 이상적인 민주주의지만 그렇게 운영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권력을 소수에게 몰아주죠. 그 소수들이 깨끗한 사람이라면 그 나라는 깨끗한 나라가 되겠지만 그 소수들이 국민들이 준 권력을 자기 멋대로 사익을 챙기거나 자신들만의 논리로 행한다면 그 나라는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영화 <소수의견>에서 소수의 엘리트들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국민으로부터 주권이 나오는 것이 아닌 국민이 뽑아준 소수의 엘리트들에게서 주권이 나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소수의 부정부패를 소수의 양심 있는 사람들이 맞서 싸우는 모습을 블랙 코미디로 담아서 보여줍니다. 이런 모습이 이 영화에 깊이감을 더해줍니다. 전체적으로는 연출이 좋다고 할 수 없고 성긴 모습이 꽤 있어서 수작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색다른 시선으로 대한민국의 추한 모습을 조명한 모습은 꽤 흥미롭고 신선하네요.



국가라는 존재에 대한 진중한 물음을 던지는 <소수의견>

국가는 실체가 없습니다. 대통령이 국회의장이 대법관이 국가는 아닙니다. 국가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하나의 관념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국가를 위해서 희생을 하면서 지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지키려고 한 국가가 국민을 배신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국가는 평상시에는 실체가 없지만 가끔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전쟁이 났을 때나 국가에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대통령에서 국가의 모습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그 국가라는 사람이 6.25 전쟁 났다고 일본 망명 타진을 한다면 우리는 그 국가에 실망을 넘어 분노하게 됩니다. 

영화 <소수의견>에서도 국가라는 실체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화 후반에 갈수록 홍재덕 검사를 통해서 국가가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관객은 홍재덕 검사를 통해서 국가가 거짓말을 하고 사건을 조작하는 모습에 분노를 하게 됩니다. 

"이게 국가입니까"
라는 말이 유행이 될 정도고 국가가 국민을 기만하고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국가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세상에 영화 <소수의견>은 국가란 어떤 존재인가를 묻습니다. 무너져가는 재개발 지역의 거대한 십자가가 쓰러지는 모습은 우리가 믿는 신념의 주체들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실은 엄혹하지만 변호사협회의 염교수와 윤진원, 장대석 변호사와 공수경 기자 같은 돈과 명예와 출세보다 사회 정의 실현을 하려는 소수들이 쓰러져가는 세상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메시지도 살짝 담깁니다. 아주 빼어나고 뛰어난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나 메르스가 지나간 후 깊은 생채기가 생긴 한국인들이 되새김질 할 만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2013년 제작해서 정치적인 이유로 개봉이 늦쳐진 그 모습 자체도 쓸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네요. 소수의견은 영화 외적인 부분까지 곁들여서 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국가의 민낯을 보여주는 영화 <소수의견>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철거민 아들과 의경 아들이라는 두 젊은이의 죽음을 바라보는 두 아버지의 시선이 교차할 때가 잊혀지지 않네요. 
과연 국가란 무엇일까요? 희생만 강요하고 자신의 본분을 제대로 하지 않는 국가를 어떻게 바라봐야할까요?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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