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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몸은 늙지만 영혼은 늙지 않는다. 노년의 욕망을 담은 영화 화장

by 썬도그 201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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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가 주인공입니다. 현실세계에서는 을의 위치에 있지만 영화, 드라마, CF 등등 모든 가상을 바탕으로 한 세계에서는 20,30대가 주인공입니다. 저 같은 40대는 이상은 주인공을 받쳐주는 조연 또는 엑스트라입니다. 선남선녀가 나와야 흥행에 성공하기 때문에 건강하고 잘생긴 젊은 배우들이 스크린과 드라마의 주인공입니다.

그런 전형적인 드라마에서 40대 이상 중장년과 노년층은 코믹 캐릭터나 감초 캐릭터 아니면 주인공의 연애를 막는 바리케이트 역할만 합니다. 드라마에서 나이든 사람들은 모두 주인공을 빛나게 해주는 재료로 활용되죠. 그런데 이런 나이든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공통점은 성욕이 거세된 존재라는 것입니다. 

저도 그분들이 그런 줄 알았습니다. 50대 이상이 되면 성욕은 사라지고 중성화 되어서 성에 대한 욕망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나이에 가까워지니 알겠더군요. 그 욕망은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경험이라는 필터를 통한 영혼은 더 맑아지고 세상을 보는 시선은 확고해는 꼰대끼가 들긴 하지만  20대 때 머리게 가득했던 잡음은 사라지고 세상을 보는 눈은 선명해집니다. 

단지 몸은 점점 늙어가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되죠. 그래서 '벤자민 버튼'처럼 인간은 늙게 태어나서 젊어지면서 죽어야 한다고 말했죠. 인간 몸의 정점은 20대이지만 인간 영혼의 정점은 40대입니다. 그래서 나이들수록 우리는 20대의 몸을 탐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예쁜 여자 보다는 건강한 여자에게 눈길이 더 가네요.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제가 최근 들어 몸이 예전 같이 않다는 것을 부쩍 느끼고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뇌종양에 걸린 아픈 아내를 간호하는 중년의 남자 눈에 들어온 봄과 같은 젊음

화장품 회사 마케팅 상무인 오정석(안성기 분)는 아픈 아내를 병간호하면서 힘든 하루 하루를 견디고 있습니다. 
머리에 있는 뇌종양을 제거 했는데 또 다시 재발해서 병원에서 병간호를 하고 아침에 출근을 합니다. 이 병간호 해보신 분들은 압니다. 정말 병간호 하다가 병 날 정도로 무척 힘듭니다. 


 

힘든 나날을 겪고 있을때 추은주(김규리 분)대리가 경력 사원으로 입사합니다. 젊고 탱탱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오정석 상무는 추 대리에게 내색은 하지 않지만 은근 슬쩍 눈길을 줍니다. 




그렇다고 그 눈길이 음흉한 눈길은 아닙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아름다운 꽃을 보면 잠시 멈춰서 꽃을 보고 향기를 맡는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그러나 오 상무는 그 자연스러운 눈길도 변태 취급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남들 모르게 슬쩍 슬쩍 봅니다. 



그날도 매출 대박을 올려서 금일봉으로 좋은 술집에서 단체 회식을 하는데 오 상무만 먼저 자리에서 뜹니다. 상사들이 자연스럽게 빠져줘야 아래 직원들끼리 3차나 4차를 가기 때문이죠. 그러나 오 상무는 추 대리를 보고 싶은 욕망에 택시를 돌려 다시 술자리에 참석하려다 아픈 아내가 있는  다시 병원으로 향합니다. 



오 상무가 추 대리를 보는 시선은 추 대리라는 인간 보다는 추 대리가 가진 생기 넘치는 몸 때문입니다. 아픈 아내의 반댓말인 추 대리의 건강한 몸에 대한 간절함은 자신도 모르게 자꾸 추 대리를 보게 됩니다. 남자들은 시각적 동물이기도 하지만 평생 20대의 몸을 가진 여자를 바라보면서 삽니다. 그게 남자들의 기본 욕망입니다. 

응큼하다고요? 아닙니다. 생물학적으로 남자는 자신의 씨를 받아줄 가장 건강한 여자를 탐하게 되어 있습니다. 남자라는 동물이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아내를 두고 20대 여자와 잠자리를 하는 것은 금기시 되어 있고 법에 저촉 되는 행동입니다. 기본적으로 도의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면 안되죠.

그럼 남자들은 어떻게 행동하냐! 
간단합니다. 참습니다. 그냥 참는 겁니다.  머리엔 미꾸라지 같은 활력이 있는 성욕이 있지만 그걸 분출하지 않고 참습니다. 그 분출을 막는 제어 장치는 위신도 있고 아내도 있고 자식들도 있고 여러가지 장치가 있기에 그걸 분출하지 않습니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분출은 아내에게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상향은 아내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상향을 바라보게 되죠.  

가끔 그걸 제어하지 못해서 간통을 저질렀다가 철컹 철컹하는 남자들이 많죠. 간통죄가 사라졌다고 내 세상 만났다고 생각하는데 간통죄만 사라졌지 관련 보완 법이 더 강력해져서 쾌재를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기본 적으로 욕망대로 살면 그게 사람입니까? 개 아들이죠. 



젊음을 갈망하는 중년 남자의 고뇌를 잘 담은 영화 화장

중년 남자가 젊은 여자를 갈망하는 영화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영화 '은교'가 대표적이죠. 은교를 보지 못해서 비교하기 힘들지만 이 영화 '화장'은 은교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습니다. 또한, 추 대리와의 어떤 미묘한 관계 설정이나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추 대리는 마음 좋은 상사로 여기고 상사인 오 상무는 일 잘하는 후배 사원 이상으로 여기는 것을 은유적으로 그립니다. 



이런 젊음에 대한 갈망은 아픈 아내를 병간호 하면서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는 오 상무의 굳은 얼굴에 그대로 담깁니다. 아내만 아픈 게 아닙니다. 나이 들어서 생기는 성인병과 비아그라를 먹어야만 하는 자신의 무너져가는 육체를 보면서 젊음에 대한 갈망은 더 심해집니다. 



이런 갈망은 장례식장까지 이어지다가 아내의 유품 중 하나인 지갑에서 자신의 웃고 있는 사진이 나오면서 멈춥니다. 전제척으로 이 영화는 중년 남자의 젊음에 대한 욕망을 그런대로 잘 담았습니다. 그러나 단편 영화 같은 무미 건조한 연출이나 스토리는 무척 아쉽네요. 잔잔함 속에서 꿈틀거리는 중년의 욕망을 담은 모습은 좋지만 심심한 연출이나 스토리 자체는 큰 매력이 없네요. 


옛날이 좋아지! 라는 노인들의 넋두리 같은 영화 화장

영화가 시작하면 꽃상여가 지나가고 화려한 만장이 따릅니다. 그 뒤를 따르는 오상무는 문뜩 뒤를 돌아봅니다. 뒤에는 붉은 옷을 입은 추 대리가 따라오고 있습니다. 이 꽃상여는 옛것이자 그리움입니다. 

아내를 화장하고 처제가 화장은 언니를 두 번 죽이는 행동이라고 현재의 장례 문화를 비판합니다. 
예전 꽃가마와 만장이 따르는 화려한 장례식이 고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지만 시대는 변해서 그걸 실행하지는 못합니다. 이미 지나간 물이고 돌이킬 수 없습니다. 세상이 그렇습니다. 나이들면 옛날이 좋아지라는 푸념 속에서 남은 여생을 살아갑니다.  이는 떠나보낸 젊은 몸에 대한 푸념이기도 합니다. 

다시는 찾을 수 없는 젊은 몸과 젊은 시절, 생각대로 몸이 움직이고 생각을 몸이 이끌던 그 시절의 에너지가 그립습니다. 
추 대리는 그 젊음이었습니다. 그 젊음이 찾아 왔을 때 오 상무는 자리를 뜹니다. 그게 바른 행동임을 아는 노회한 영혼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으로 무척 단조롭고 심심해서 추천하기 힘듭니다. 거장 임권택 감독의 영화라고 해도 새로운 스타일도 없고 스토리 자체도 특별난 것이 없어서 아쉽네요.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서편제 같은 영화는 나오기 힘들 듯합니다. 그럼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영화를 찍어가는 모습은 좋네요. 임권택 감독의 봄도 다 떠난 듯 해서 씁쓸한 느낌도 드네요

죽음의 화장과 젊은 처자가 하는 화장 사이에 있는 영화 화장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젊음에 대한 중년의 수줍은 욕망을 담은 영화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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