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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어설펐던 첫사랑을 리와인드해서 보는 듯한 지브리 애니 '바다가 들린다'

by 썬도그 201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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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3박 4일간 머무르는 중학교 수학여행이 최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황당하게도 고등학교 선배들의 성적이 좋지 못해서 학교 망신이라면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수학여행까지 취소합니다. 참으로 꼰대스러운 발상이지만 학부모와 학교 선생님의 의기투합으로 학생들의 의견이나 불만은 안중에도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합니다. 


중3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 놓고 불만 있는 사람 손을 들라고 하는 선생님 앞에서 용감하게 2명이 손을 듭니다. 그 두 사람은 바로 모리사키 다쿠와 마쓰노 유타카입니다. 두 학생은 자의식이 강한 학생으로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것은 참지 못합니다. 

이런 인연으로 다쿠와 유타카는 단짝 친구가 됩니다. 다쿠는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하는 성실한 학생입니다. 두 친구는 중학교 고등학교 통틀어서 같은 반이 된 적은 없지만 항상 서로를 챙겨줍니다. 고2 여름 방학 때 횟집에서 알바를 하는 다쿠에게 유타카는 학교로 오라고 전화를 합니다. 친구의 전화에 부리나케 학교에 간 다쿠


유타카가 급하게 학교에 오라고 한 이유는 도쿄에서 온 전학생 '무토 리카코'때문입니다. 첫눈에 반해버렸는지 유타카는 은연중에 다쿠 앞에서 리카코를 향한 은밀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리카코를 다쿠에게 소개시켜주지만 리카코는 서울 깍쟁이마냥 썡하고 그냥 가버리고 2학기 때 보자고 합니다. 



리카코는 좀 이상합니다. 도쿄에서 지방 도시인 고치라는 촌 동네에 온 것이 달갑지 않는지 학우들과 섞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예쁜 얼굴에 공부도 잘해서 남학생들의 이목을 끌지만 스스로 벽을 만들어서 남자 건 여자 건 접근하기 힘든 스타일입니다. 

그렇게 말 한마디 제대로 섞어 보지 못한 리카코가 하와이로 떠난 수학여행에서 다쿠에게 말을 건냅니다.
"돈 좀 빌려줄래?"
용돈을 잃어 버렸다면서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다쿠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돈을 빌려줍니다. 빌려주는 것도 크게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고 오히려 돈 빌렸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는 소리까지 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에게는 비밀이 생깁니다. 



그렇게 돈을 빌려준 후에 또 다시 두 사람은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지냅니다. 꿔준 돈도 돌려줄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전화 한통을 받습니다. 리카코의 유일한 단짝인 유미가 리카코가 갑자기 아빠가 있는 도쿄에 가겠다고 한다는 것입니다. 원래 계획은 둘이서 콘서트장에 가는 것인데 느닷없이 리카코가 도쿄에 가겠다는 것입니다.

전화를 받은 다쿠는 좀 황당했습니다. 그걸 왜 자기에게 이야기 하냐는 듯 물었더니 유미는 리카코가 끊은 도쿄행 비행기 표가 다쿠에게 빌린 돈으로 구매 했다는 것입니다. 유미가 공항으로 와서 리카코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을 하자 다쿠는 자신의 돈에 관련된 일이라서 택시를 타고 공항에서 리카코를 만납니다. 

리카코는 아빠를 만나야 한다면서 아빠를 만나면 다쿠에게 빌린 돈을 갚을 것이라고 말하죠. 다쿠는 유미를 집으로 보내고 대신 자기가 도쿄에 같이 가주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도쿄행 비행기를 타고 도쿄에 도착합니다. 



그렇게 리카코와 다쿠는 도쿄로 향합니다. 리카코는 도도한 모습을 보였는데 도쿄에서 자신의 삶의 일부를 다쿠에게 보여줍니다. 어느정도 다쿠도 예상했지만 리카코 아빠는 새 애인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이혼을 한 후 엄마를 따라 리카코는 시골로 유배를 당한 것이죠. 아니 리카코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골 아이들인 학교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노력을 하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해서 다시 도쿄로 재입성하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아빠의 애인과 황금연휴에 여행을 떠나버리자 리카코는 현실을 인식하게 되고 그 슬픈 기운을 아빠가 잡아준 호텔에 있는 다쿠에게 쏟아냅니다. 그렇게 다쿠는 도도한 리카코의 실제의 삶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두 주인공은 한 호텔에 머물게 됩니다.  술을 먹고 뻗어버린 리카코를 침대에 눕히고 다쿠는 혼자 욕실에서 잡니다. 


평범하지 않은 비밀을 또 가지게 된 다쿠와 리카코. 그렇게 다시 도쿄로 돌아와서 예전처럼 또 말 한 마디 안하고 지내게 됩니다. 



그런데 이 다쿠와 리카코 호텔에서 같이 하룻밤을 지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고 다쿠는 사투리를 쓰는 유타카를 조롱하는 듯한 말을 한 리카코에게 찾아가서 따귀를 때려버립니다. 무례하고 무시하는 그런 행동을 다쿠는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쌍 따귀를 날리면서 둘 사이의 비밀은 다 사라지고 그냥 증오의 씨만 남고 유타카 리카코 다쿠는 말 한마디 섞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모두 다른 대학에 입학하게 됩니다. 

스토리는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이런 류의 학창시절의 삼각 관계나 서로의 감정을 숨기거나 악플을 달아서 자신의 관심을 반대로 표출하는 어리숙한 학생들이 참 많죠. 츤데레라고 하죠.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척 하거나 오히려 쌀쌀맞게 굴거나 퉁명스럽게 받아쳐서 자신의 감정을 반대료 표현하지만 은근히 챙겨주는 캐릭터들이요. 동아시아 쪽은 이런 츤데레형 인간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학교와 직장에는 츤데레들이 꽤 많습니다. TV애니메이션인 <바다가 들린다>는 이런 츤데래들의 향연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츤데레들이 펼치는 첫사랑 이야기들이 은은한 톤으로 담깁니다. 스토리 자체는 이런 비슷한 류의 영화들이 꽤 많이 나와서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애니 1993년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1993년 당시에는 신선 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2015년 현재에서는 진부한 이야기냐? 그것도 아닙니다. 비슷비슷한 첫사랑 이야기라고 해도 첫사랑 자체는 진부하지 않듯 <바다가 들린다>는 우리 각자의 첫사랑의 어설픔을 투명한 수채화에 잘 담은 깔끔한 애니입니다. 약간의 트릭도 있고요.

여기에 보고 싶어도 바로 볼 수 없고 연락할 수 없는 휴대폰이 없던 시절의 아련함과 기다림의 정서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지브리 애니 치고는 뭔가 가슴을 울리는 것이 없긴 하네요. 지브리는 유난히 도시와 농촌을 비교하는 애니가 꽤 많은데 이 애니 <바다가 들린다>도 그런 정서의 비교가 조금있네요. 



자신의 감정이 사랑인지 좋아함인지 명징하지 않은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어설프지만 투명하고 감정에 순수했던 첫사랑 그시절의 투명하게 빛나는 시간을 차분하게 아주 잘 담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 스토리는 그냥 TV드라마로 만들어도 되는데 왜 애니라는 제작기간도 길고 제작비도 많이 드는 방식을 택했나? 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나 이런 것까지 애니로 담아내는 애니 강국 일본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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