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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뉴스의 선정성과 SNS의 인정욕망을 비판한 영화 나이트크롤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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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선정성과 SNS의 인정욕망을 비판한 영화 나이트크롤러

썬도그 2015. 3. 4. 13:47

우리는 뉴스 중독자들입니다.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뭐가 올랐는지 지켜보고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새로운 뉴스를 갈구합니다. 조금 늦게 알아도 큰 문제는 없는데 우리는 새로운 뉴스를 찾으면서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뉴스를 알려고 합니다. 이렇게 뉴스 중독자가 늘다 보니 더 강한 뉴스를 갈구하게 됩니다. 마치 매운 것을 찾다가 더 매운 음식을 찾듯 더 자극적인 뉴스를 원합니다. 

이렇게 강한 뉴스를 찾고 자극적인 뉴스를 요구하게 되면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듯 기레기라고 하는 쓰레기 기자들이 그에 맞는 선정적이고 가학적인 뉴스를 생산하게 됩니다.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사화 하고 노골적으로 낚시성 기사를 쓰는 요즘. 과연 이 선정적인 엘로저널리즘은 기레기(쓰레기 기자)때문일까요? 아님 우리가 그런 기레기를 원하는 것일까요?


엘로저널리즘의 역학관계를 제대로 담은 영화 '나이트크롤러'

이런 영화를 원했습니다. 특종에 눈이 멀어서 보도하지 않아야 할 것까지 적나라하게 보도하고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마치 중대한 일인양 낚시성 기사로 포장해서 뉴스로 만드는 현재의 한국 언론들의 찌질함과 추잡스러움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영화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제 욕망을 채우고 남는 영화가 바로 '나이트크롤러'입니다

감독은 댄 길로이로  영화 리얼스틸의 각본을 쓰고 처음으로 영화를 연출한 초보 감독입니다. 그러나 각본가 출신이라서 그런지 뛰어난 스토리텔링이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야간순찰을 돌 듯 어두운 L.A 밤거리를 스틸 사진처럼 보여줍니다. 그런데 한 사내가 철조망을 자르고 있네요. 경비원이 다가오자 딴 소리를 하다가 그 경비원을 쓰러트리고 시계를 강탈합니다. 그 사내는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 분)으로 실업자로 맨홀 뚜껑이나 철조망을 뜯는 등 추잡스러운 좀도둑질을 합니다. 

맨홀 뚜껑을 파는 고물상에 가서 취직 시켜 달라는 생떼를 쓰지만 너 같은 도둑놈은 취직 시켜줄 수 없다는 소리에 분노가 치밀지만 그게 현실임을 인정하면서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합니다. 


집으로 향하다가 자동차 사고를 발견하고 차를 멈춰서 그 사고를 지켜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송국 차량 같은 것이 옆에 서더니 카메라 기자 2명이 빠르게 내려서 불타는 사고 차량과  차 안에 있는 여성을 경찰이 구하는 장면을 촬영합니다. 이 2명의 카메라 기자는 방금 촬영한 영상을 FTP 서버에 올려 놓고 방송국과 흥정을 하는데 그 짧은 시간 일하고 250달러라는 돈을 받습니다. 이들은 사고나 화재 등 방송국보다 심지어 경찰이나 소방관보다 빠르게 사건 사고 현장에 도착해서 현장 영상을 촬영하고 그걸 지역 방송국에 파는 프리랜서 방송 영상 기자입니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본 루이스는 이 프리랜서 방송 영상 기자를 자신도 할 수 있겠다 싶어 좀 도둑질을 해서 조악한 캠코더와 경찰 무전을 몰래 들을 수 있는 불법 경찰 무전 스캐너를 차량에 장착합니다. 



그렇게 조악한 캠코더만 들고 경찰 무전을 듣고 사건 현장에 출동하지만 경쟁 프리랜서 방송 기자들에게 놀림이나 당합니다. 이에 굴하지 않고 루이스는 자신의 조악한 캠코더 성능을 다른 기자보다 더 가까이 근접 촬영하면서 극복합니다. 

이 근접 촬영한 영상을 KWLA라는 사건 사고 영상를 주로 보여주는 지역 방송국에 보여줍니다. 화질은 조악하지만 다른 프리랜서 기자 영상과 다르게 근접 촬영한 사고 장면의 선정성이 맘에 든다면서 보도국장(르네 루소 분)은 이 영상을 방송에 내보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방송국 내에서 반대도 분명 있죠. 그러나 보도국장은 시청률만 오른다면 그깟 비판 따위는 가볍게 무시합니다. 그렇게 루이스는 첫 수입으로 250달러를 벌게 되고 이 프리랜서 방송 기자를 직업으로 삼습니다.



여기에 L.A 지리에 익숙한 조수까지 채용해서 좀 더 빠르게 사고나 사건 현장에 접근하게 됩니다.
조수 덕분에 기동성이 확보된 루이스는 다른 영상 기자와 다르게 영상 미학까지 추구합니다.
보통 사고 현장 영상은 사고 현장을 스케치하는 무미건조한 영상이지만 루이스는 과감하고 다양한 앵글까지 추구하면서 남들과 다르면서도 빠른 영상을 무기로 계속 큰 돈을 벌게 됩니다.

카메라 장비도 바꾸고 폐차 직전의 차량도 카마로라는 아주 빠르고 비싼 차량으로 바꿉니다. 루이스가 이런 모든 것을 다른 프리랜서 기자나 방송국에서 배운 것은 없습니다. 오로지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습득합니다. 단, 소비자들이 어떤 뉴스를 좋아하는지를 방송국 보도국장으로 언질을 받습니다.



뉴스 소비자들이 좋아하고 보고 싶어 하는 뉴스를 취재해봐~

KWLA의 보도국장은 신참내기 루이스에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뉴스를 취재하라면서 교외 지역에 사는 돈 많은 백인이 강도를 당하는 뉴스를 뉴스 시청자들이 좋아한다면서 뉴스 소비자들의 취향을 귀뜸해 줍니다. 이 말에 루이스는 조수와 함께 돈 안 되는 뉴스는 걸러내고 교외 지역에서 일어나는 화재나 강도 폭력 사건 등등 부촌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경찰 무전만 청취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뉴스의 가치가  뉴스를 생산하는 방송국이나 언론이 아닌 뉴스를 소비하는 우리들에게 있다고 말하는 장면으로 뉴스가 뉴스 소비자들의 욕망에 근거 한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뉴스 중에 어떤 뉴스가 더 값어치(가치?)가 있는 지를 알 게 된 루이스, 점점 돈 되는 뉴스를 찾고 찍기 시작합니다.


특종 경쟁에 중독되어 도덕성이 말살된 뉴스를 저격한 나이트크롤러

루이스의 뛰어난 활약에 경쟁 프리랜서 방송 기자는 자기 밑으로 들어오면 팀을 만들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합니다. 그러나 루이스는 이미 대단한 열정과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 밑이 아닌 자신만의 방송국을 차리고 싶어 합니다. 이런 뛰어난 욕망은 보도국장이라는 갑을 쥐고 흔들어서 한 순간에 보도국장을 을로 두고 자신이 갑이 되는 놀라운 협상 수완까지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매번 특종을 따낼 수는 없습니다. 낙종을 한 날에는 보도국장에게 심한 질타를 받습니다. 
그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자라는 괴물처럼 루이스는 점점 괴물이 되어갑니다. 그래서 해서는 안되는 행동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영상 미학을 위해서 사건 현장을 훼손하기도 하며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까지 하게 됩니다

여기에 살인 사건을 촬영하고도 묵인하는 등의 파렴치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 그런 불법 취재한 영상을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면 모자이크 처리 등으로 법을 피해가면서 방송에 내보내는 보도국장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그런 비도덕적인 행동을 묵인을 넘어 용인하게 합니다. 


<케빈 카터가 촬영한 수단 기아 사태를 전세계에 알린 독수리와 소녀>

보도에는 보도 윤리가 있습니다. 그 뉴스가 세상이 잘 알지 못하는 진실이고 세상 사람들에게 환기를 시켜주는 목적 또는 세상을 변화 시키는 마중물이라고 생각하면 작은 비판이 있을지라도 사진 촬영을 해야 합니다. 

위 사진은 사진 보도 윤리의 대표적인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본 세상 사람들은 수단의 극심한 기아 사태를 알게 되고 전세계에서 구호품이 답지 합니다. 수많은 자선단체와 구호단체들이 그렇게 도와 달라고 외쳤지만 이 사진 한장 보다 파괴력이 약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사진을 찍을 시간에 저 독수리를 쫒아 버려야 하지 않았냐며 사진기자 케빈 카터에게 손가락질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진 찍을 시간에 저 소녀를 먼저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 다르게 생각합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 직전인 사람이라면 카메라를 내려놓고 도와주는 것이 옳습니다. 또한, 낭떠러지에 매달린 사람을 찍어봐야 그 사진은 단순 호기심만 유발하는 선정적인 사진일뿐 세상을 변화 시키거나 환기 시킬 힘도 없습니다.

그러나 위 사진은 사진 찍는데 몇 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그 몇 초 늦게 도와줬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습니다. 또한, 전염병 때문에 현지인을 만지면 안된다는 현지 규제도 있고 사진 촬영을 한 후 독수리를 쫒아버리는 등 케빈 카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했습니다. 그 몇초 늦게 도와줬지만 이 사진을 통해 수단의 저 굶주린 소녀와 소년들은 큰 도움을 받게 됩니다. 맥락 파괴의 시대라고 하죠. 우리는 너무 부분에 집착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부분을 확대해서 오래 들여다 보면서 남이 비판하면 덩달아 비판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루이스는 세상을 환기 시키고 변화 시키려는 소명 의식을 가진 기자가 아닙니다. 돈 되는 영상만 찍는 전형적인 기레기입니다. 돈이 되는 트래픽을 끌기 위해서 낚시성 기사 제목을 쓰고 쓰레기 같은 사진을 올려서 이목을 집중 시키는 엘로 저널리즘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루이스의 선정적인 사건 사고만 촬영하는 모습에 형사가 불법 촬영을 의심을 합니다. 여기에 자신의 동료의 죽음까지 촬영한 영상을 보고 형사가 질타를 하자  루이스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그게 내 직업이예요" 소름이 쫙 돋더군요. 동료의 죽음까지도 돈으로 생각하는 모습. 마치 연예인 장례식장에 독수리 때처럼 카메라를 가득 펼치고 장례식장에 입장하는 연예인들을 촬영하는 한국 기자들의 모습이 스쳤습니다.


쓰레기 같은 행동을 하는 루이스를 보고 관객들은 손가락질을 합니다. 아무리 특종도 좋고 돈도 좋지만 촬영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촬영하는 추잡스러움에 고개를 돌리자 루이스는 관객에게 이런 말을 던져줍니다.

"너도 나처럼 했을꺼야. 난 알아!"

뜨끔했습니다. 완전히 부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에서 온갖 진상 짓을 촬영해서 SNS에 올리는 사람들은 어떤 심리일까요? 공명심 때문에 올린 것이라고 스스로는 포장하겠죠. 그러나 지하철 진상짓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닙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지하철 진상들은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SNS에 지하철 진상을 촬영해서 올리는 진짜 이유는 인정욕망입니다. 그 사진을 통해서 자신이 유명해지고 싶은 유명세.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유명하게 만들기 위해 반 사회적 행동을 스스로하기까지 합니다. 최근의 세월호 어묵 사진도 다 그런 심리에서 일어난 것이겠죠. 

남의 불행을 촬영한 엄청난 특종을 들고 희희낙낙 KMLA 방송국에 들어가는 루이스의 모습에서 분노와 함께 서글품이 밀려나왔습니다. 욕하고 싶지만 욕을 할 수 없는 그 마음에 한 동안 흔들리는 영상처럼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시청률 지상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다

한 사람을 한 가지 기준으로 비판하고 좋아한다면 참 기분이 나쁘겠죠. 그런데 방송과 언론은 단 한가지 기준으로만 평가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한 가지 기준이란 바로 시청률입니다.  시청률이 낮으면 아무리 호평이 많아도 사라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반면, 아무리 욕을 많이 먹어도 시청률이 좋으면 계속 끌어갑니다. 그래서 막장드라마는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방송국이 단골로 등장합니다.

이게 과연 예능과 드라마에 국한된 것일까요?
영화 '나이트크롤러'는 뉴스의 시청률 지상주의를 저격합니다. 2년 계약직인 보도국장은 뉴스 시청률이 낮으면 재계약이 어려운 것을 알고 시청률에 목숨을 겁니다. 이런 모습을 루이스는 간파하고 보도국장의 약점을 이용합니다. 여기에 조수를 통한 열정페이도 건드려줍니다. 영화는 생각보다 아주 다양한 최근 사회 현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시청률 지상주의에 물든 엘로 저널리즘 현상과 함께 높은 실업률과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인턴쉽까지 사회 비판적인 요소가 아주 다양하게 담겨 있습니다. 



TV로 보면 진짜 같아요

서서히 특종을 따내기 시작한 루이스는 보도국장인 니나와 함께 뉴스데스크 앞에 섭니다. 화려한 L.A의 야경이 뉴스의 배경이 되었는데 실제로 보니 그냥 배경천이라는 사실에 살짝 놀랍니다. 

"TV로 보면 진짜 같아요"

TV로 보면 진짜 같다는 말. 우리가 뉴스를 대하는 태도 아닐까요? 뉴스가 담지 못하는 이면이나 뉴스의 목적성을 간파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스가 말하는 내용을 찰떡같이 믿습니다. 뉴스는 진실을 보도하기 보다는 진실로 알아주길 바라는 것을 보도하는 매체입니다. 세상 모든 뉴스를 공정하게 보도하기 보다는 데스크의 입맛에 맞는 뉴스를 좀 더 확대해서 보여주거나 중요한 사건도 가볍게 스킵해버립니다. 여기에 가끔 사실 왜곡까지 하는 것이 언론의 요즘 생리입니다.

루이스는 보도국장에게 따끔한 일침을 합니다.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행정, 의회, 법률, 국가 정책 등등의 뉴스는 짧게 보도하면서 사건, 사고 같은 큰 의미도 없지만 눈을 홀리고 솔깃한 폭력적이고 가학적이고 말초적인 뉴스는 길게 방송하는 KMLA의 방송 생리를 지적하면서 그걸 이용합니다., 

KMLA는 현재 인터넷언론을 그대로 담은 공간입니다. 
보도국장은 루이스에게 "나에게  보여줘서 고마워요"라는 달콤한 말을 합니다. 마치 우리가 찌라시 언론들에게 하는 달콤한 귓속말 아닐까요?

비록 이 영화 아카데미 상에서 철저하게 외면한 영화이지만 감히 말하지만 이 영화 가장 뛰어난 언론 비판 영화이자 뉴스 중독자들인 우리들의 세상을 정면으로 비판한 빼어난 수작입니다.  제이크 질렌할의 큰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미친 광끼를 표현하는 모습이나 점잖은 척 하면서도 시청률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보도국장 역을 한 르네 루소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다만, 영상 미학은 뛰어나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미끈한 시나리오가 시종일관 우리를 수시로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결말이 아주 맘에 드네요.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결말까지도 참 맘에 드는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40자 평 :  선정적인 뉴스의 역학을 제대로 담은 수작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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