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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버드맨의 김치냄새 논란, 영화 직접보니 무시할 정도로 가벼운 대사일 뿐

by 썬도그 2015.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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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누가 받을까 참 궁금 했습니다. 보이후드나 이미테이션게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미개봉작인 위플래시를 시사회로 봤고 거의 대부분의 작품을 봤기에 작품상 예상을 하고 싶었지만 버드맨을 안 봤기 때문에 예상하기 힘들었습니다. 버드맨에 대한 평이 대단히 좋아서 이 영화가 작품상을 거머쥐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들었는데 역시 제 예감처럼 버드맨이 알짜배기 상을 다 타버렸네요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 버드맨은 그렇게 세간의 화제가 되었지만 바로 김치 냄새 논란이 일어납니다


영화 속 주인공의 딸이 한국인인지 한국계 미국인인지 모를 꽃가게에서 꽃을 사면서 "꽃에서 x같은 김치 냄새가 나"라는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대사 한 마디에 세상은 버드맨이 한국을 비하했다는 논란이 일어났고 뉴스에서는 이 부분의 대사만 따내서 한국 비하 논란을 부축였습니다

이에 영화를 보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 중에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던 안 강하던 이 논란에 인상을 찌뿌렸고 불매운동까지 하겠다는 사람들도 꽤 있더군요. 

이 부분이 참 궁금했고 보고 싶었던 영화이기도 해서 영화 버드맨을 봤습니다.


영화 버드맨을 잠깐 소개하자면 버드맨은 할리우드 스타 배우의 흥망성쇠 과정을 창의적인 카메라워크와 적절한 비유로 유명세의 본질을 아주 잘 담은 꽤 좋은 영화입니다. 다만, 카메라가 시종일관 흔들거려서 정신 사나운 것은 좀 아쉽긴 하네요

김치 냄새 발언은 놀랍게도 영화의 첫 시퀀스에 나옵니다. 팬티만 입고 공중부양을 하고 있는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분)'이 
노트북을 켜서 딸과 영상통화를 합니다. 왕년에 버드맨이라는 할리우드 액션 히어로물의 주인공이었던 '리건 톰슨'의 딸은 아빠의 첫 연극 연출작이자 출연작을 돕는 의상 보조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마초 같은 마약을 해서 재활원에서 막 출소한 딸은 말도 참 직설적으로 하고 싸가지가 없으나 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입니다. 그 딸에게 아빠인 '리건 톰슨'은 향기 좋은 꽃으로 사오라고 합니다. 이에 딸은 "모든 꽃에서 x같은 김치 냄새가 나"라고 대답을 하죠. 

화면에는 한국인 점주가 배경으로 살짝 나옵니다만 이 대사는 딸이 아빠에게 하는 대사입니다. 
이런 딸의 성격은 대마초를 또 다시 피다가 아빠에게 걸리면서 다시 한 번 폭발합니다. 왕년에나 스타였지 다 늙어서 인기도 없고 예술을 위한다는 가면 뒤에는 자신의 커리어에 훌륭한 마침표를 찍고 싶어하는 아빠의 속물 근성을 제대로 건드리는 폭발적인 대사를 하면서 아빠와 딸의 살갑지 않은 관계를 드러냅니다. 

이 김치냄새 대사는 단 5초도 나오지 않는 대사이고 심각한 대사도 아닌 그냥 흘려 지나가는 대사입니다. 
그런데 우린 그 대사를 하루 종일 아니 1주일 내내 씹어보고 물고 뜯고 있던 것은 아닐까요?



위 이미지는 한 드라마의 장면을 캡쳐한 이미지로 순간캡처 놀이의 대명사입니다. 이 이미지를 보면서 누구도 차태현의 진짜 얼굴이 저 얼굴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웃자고 캡처한 것이니까요. 그러나 위 이미지를 실제 차태현의 이미지라고 다큐적 시선으로 뉴스화 한다면 그게 더 코메디 같은 행동 아닐까요?

버드맨에서 김치냄새 대사는 악의적이지 않았고 전혀 논란꺼리가 되지 않은 대사이지만 우리의 언론은 어린아이 장난 같이 본질은 외면한 채 순간적인 대사를 논란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에 우리는 무비판적으로 그 언론이 만든 논란의 장단에 저주의 춤을 췄던 것은 아닐까요? 


또한, 우리는 영화를 보지 않고 덮어놓고 비판하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물론, 그런 행동의 1차적인 책임은 쓰레기 같은 언론들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그냥 수용하는 우리의 태도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흥미롭게도 영화에서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 리건이 연극판에 뛰어 들자 독설가로 유명한 타임즈의 연극 비평가가 당신의 연극을 보지 않았지만 개봉하자마자 악평으로 가득찬 비평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이에 리건은 어떻게 연극도 보지 않고 악평을 하겠다고 하냐며 따지자 당신같은 할리우드 스타가 예술한답시고 연극판에서 깝쳐서 좋은 연극 하나가 이 유명한 무대에 서지 못한다고 악담을 합니다. 영화는 이런 비평가의 악의와 속물 근성을 보여주면서 영화 마지막에 놀라운 반전을 보여줍니다. 


타임즈 비평가는 연극을 직접 보고 난 후 기념비적인 연극이었다고 칭찬을 하죠. 김치 냄새 발언에 민감한 분들은 이 버드맨이라는 영화 보지도 않겠지만 만약 본다면 타임즈의 비평가 같은 용기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참 세상은 요지경입니다. 비판적인 사고는 남들에게 맡기고 남들이 하는 생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후 내 생각이라고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듯 화를 낼까요?. 맥락은 사라지고 부분이 전체를 대변하는 시대에 사는 암울한 우리들의 자화상을 이 김치 냄새 논란으로 또 한 번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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