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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을과 을이 싸우게 만든 교활한 롯데시네마와 CGV

by 썬도그 2015.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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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갑들은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갑이겠죠. 단, 갑이 단 하나 무서워하는 것이 보이콧입니다. 그 갑이 정치인들이면 낙선운동을 가장 무서워할 것이고 그 갑이 기업이라면 불매운동에 움찔하면서 사태의 흐름을 지켜보다가 커질 것 같으면 그때서야 등 떠밀려서 사과를 합니다. 

우리는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통해서 불매운동의 위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공적인 불매운동이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남양유업 불매운동 할 때만 열심히 참여하다가 조용해지면 다들 다시 사 먹으니까요. 물론, 지금까지도 남양유업 제품을 불매하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교차상영이라는 관객을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터득한 롯데시네마, CGV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에 대한 글을 이 블로그에 꾸준하게 많이 썼습니다.  그 글들은 이 좋은 영화가 제대로 된 관객과의 만남도 하지 못하고 영화관에서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재미 없으니까 일찍 영화관에서 내려온 것 아니냐고 합니다.

재미 없어서 일찍 영화관에서 내려온 영화가 한 둘이 아니기에 그런 것까지 제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재가 재미있다고 해서 이 영화가 무조건 옳다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저뿐 아니라 대부분의 관객들과 평론가들의 호평이 있었던 영화라는 점은 아쉽습니다. 제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영화가 재미 있고 없고를 관객이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게는 해줘야 하지 않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개훔방은 제대로 된 시험을 치루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첫날부터 퐁당퐁당이라고 하는 교차 상영질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교차상영이란 하루에 대략 5~6회 상영할 수 있는 상영관에서 손님들이 잘 들지 않은 오전 일찍과 오후 늦게 심지어 새벽 시간에 상영 시간을 배정하는 방법입니다. 정작 피크 타임인 퇴근 이후의 시간에는 개훔방을 제대로 만나 볼 수 없었습니다. 관객이 이 영화를 보려면 아침 일찍이나 오후 시간 그리고 새벽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루에 최소 4회 이상 상영을 보장 받아서 관객이 편한 시간에 볼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롯데시네마와 CGV는 첫날부터 교차 상영을 했습니다. 알 팔리는 시간에 배치해 놓고 좌석점유율을 근거로 개훔방을 조기 종영했다고 하는 변명을 합니다. 이는 억지입니다. 대입시험을 5교시까지 보는데  2,3교시에는 개훔방을 입장하지 못하게 해서 시험 성적이 낮게 나오자 시험 성적이 낮아서 입학을 허가할 수 없다는 논리와 똑같습니다. 양심이 있으면 저런 좌석점유율 드립을 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시민들의 항의에 설 연휴에 재개봉한 개훔방


시민단체들의 항의와 저와 같은 일반인들의 항의와 언론의 연일 계속 되는 개훔방 사태(?)를 취재하자 롯데시네마와 CGV는 여론 동향을 지켜봤을 것입니다. 전 아주 강력하게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내 돈 내고영화를 보지 않겠다는 강력한 보이콧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전에 없던 강력한 압박을 받아서 불안했는지 놀랍게도 설 연휴에 개훔방이 재개봉 됩니다.

뭐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겠죠. 설 개봉을 목표로 가족 영화로 기획한 영화인 쎄시봉이 멸망하자 부랴부랴 대체제를 찾다가 '개훔방'을 다시 상영한 것도 있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개봉한 지 1달 약간 지난 시점에 다시 개봉하는 기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이미 IPTV로 풀린 영화를 영화관에 가서 볼 이유는 많지 않습니다. 그것도 드라마 영화를 큰 스크린으로 볼 타당성이 높지 않죠. 그럼에도 재개봉을 이끈 모습은 흐뭇했습니다. 해피엔딩이라면 해피엔딩 또는 여론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로 흐뭇한 풍경이었죠 그런데


[까칠한 윤기자] '개훔방' 재개봉을 외치던 관객들은 어디로 갔나

세계일보 윤기백 기자의 황당한 기사가 강타를 하더군요. 좌석점유율 13,8%라면서 애먼 질타를 하고 있습니다. 
기사 마지막 줄에 보면 마치 개훔방이 재미도 없는데 억지 재개봉했다는 뉘앙스까지 주고 있습니다. 좋은 영화는 굳이 홍보 없이도 입소문을 타고 흥행한다고 하는 질책까지 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좋은 영화는 입소문을 통해서 흥행을 할까요? 그런 영화는 많지 않습니다. 독립영화 중에 큰 인기를 끌었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가 큰 흥행을 한 이유는 CJ라는 거대한 배급사가 든든하게 버텨줬기 때문입니다. 배급사의 빽이 아주 좋아야 성공하는 게 현실입니다. 물론,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영화도 어느 정도 초기에 강력하게 후원을 해줘야 큰 폭발력을 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시동이 제대로 걸어주게 하는 역할을 누군가가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교차상영이라는 시동도 제대로 걸지 않은 상태에서 굴러가길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가 교차 상영지을 당했나요? 그리고 IPTV로 상영하고 있는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집에서 볼 수 있는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는 쉽지 않죠. 이런 핸디캡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을과 을의 싸움으로 만들어서 쉽게 승리하는 법까지 배운 롯데시네마와 CGV

이 개훔방의 미담은 해피엔딩이 아닌 새드엔딩으로 끝날듯 합니다. 지난 주에 개봉한 조류인간은 러시안 소설을 감독한 신연식 감독의 최신작입니다. 러시안 소설은 2012년 올해의 한국 영화 TOP10에 올라갔던 영화일정도로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어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개훔방을 질타했습니다. 상업영화로 개봉했던 개훔방이 독립영화관에서 재개봉을 하면서 프라임 시간대를 개훔방이 가져가고 조류인간은 개봉 첫날 부터 교차 상영질을 당했다는 내용입니다. 이게 신연식 감독이 직접 낸 것 같지는 않고 제작사가 낸 것이기에 감독의 목소리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개훔방 각색가가 신연식 감독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 주장이 설득력이 있지만 방향은 잘못 되었다는 것입니다.
먼저 개훔방은 조류인간과 같이 예술을 지향하는 예술 영화가 아닙니다.  철저히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들어진 상업영화이고 상업영화는 상업영화관에서 상영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 목적성이 다르기에 독립예술영화관에서 개훔방이 빠져야 합니다. 

그러나 롯데시네마와 CGV는 이 개훔방을 독립영화 또는 예술영화 전용관에 배정해 놓았습니다.이러다보니 조류인간 같은 원래 대접을 받아야 할 영화들이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노약자 석에 개훔방에 앉아 있는 모습이죠. 
롯데시네마와 CGV뿐이 아닌 다른 영화관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그러나 개훔방은 일반 상영관에서 소비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재개봉을 하면서 독립영화관으로 밀어 넣어 버려서 조류인간에게 불쾌감을 나타내게 했습니다. 이에 조류인간은 독립영화관이나 롯데시네마나  CGV등에 항의를 했어야 합니다. 그 노약자 석에 앉게 한 것이 자본가들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마치 개훔방 때문에 조류인간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식의 보도자료를 썼네요

뭐 전문을 읽어보지 못해서 흔한 기자의 이간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보기는 좋지 않네요. 
이렇게 을과 을끼리 싸우면 웃는 것은 누굴까요? 바로 갑입니다. 가장 쉽게 적을 이기는 방법이 이이제이(
以夷制夷)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롯데시네마와 CGV는 어떻게 교차상영질을 대한 불평 불만을 피해갈지도 터득했을 듯 합니다. 공급자 우선 정책을 펼쳐서 관객을 훔치는 방법은 이미 알고 있었고 이번 조류인간 사태로  이이제이라는 방법까지 터득했을 듯 합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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