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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집고 넘어가야 할 사진작가 박김형준의 '화마_포이동 재건마을 이야기'

by 썬도그 2014.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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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화재로 71세 주민 한 분이 돌아가셨고 59가구 118명의 이재민이 발생 했습니다. 구룡마을은 노후주택이 가득한 마을이고 항상 화재로부터 취약한 동네입니다. 예전부터 큰 화재로 사상자와 많은 이재민이 발생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또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구룡마을 주민 분들은 지난 봄 부터 강남구에 장마철 수해와 화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지만 강남구청은 이를 묵살 했습니다.  구룡마을 인근에 포이동 재건마을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포이동 재건마을과 구룡마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노후주택이 밀집 된 지역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고 근처에 '타워팰리스'가 있다는 정도 밖에 모릅니다. 


이 마을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문래동 철공소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오픈갤러리에서 다큐 사진작가 박김형준 개인전 '화마_포이동 재건마을 이야기' 사진전이 2014년 11월 1일 ~ 11월 14일(금) 오후 2시 ~ 8시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박김형준 작가의 5번째 개인전입니다. 
잠시 이 전시회에 들렸습니다. 오픈갤러리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곳입니다. 문래동 우체국을 정면으로 보고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1층에 Azit라고 써 있습니다. 



1층에 들어서니 불탄 트럭과 큰 망루가 실루엣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불에 타버린 마을. 황망스러운 풍경입니다. 



문에 있는 오픈갤러리 사용 설명서를 읽고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유리문 뒤에는 방문객들의 깨알 같은 응원 메시지가 가득하네요


이런 다큐 사진은 캡션이나 작가 노트를 읽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탐미적인 사진도 있지만 기록성이 중요하기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어떤 장면인지 알고 보면 좋죠.  박김형준 작가는 2006년부터 포이동 재건마을과 인연을 맺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2009년에 포이동 266번지 등 다양한 사회성 짙은 다큐멘터리 사진전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포이동 266번지는 현재 개포4동 1266번지로 바뀌었습니다. 구룡 마을보다는 작은 규모이지만 이곳도 구룡마을과 비슷한 분들이 모여서 살고 있습니다. 


포이동 재건마을은 군부정권이었던 1979년 넝마주이 등을 계도하면서 자활근로대를 결성하고 곳곳에 집단 수용을 했습니다. 지금 20대들은 넝마주이가 뭔지 잘 모르실거예요. 제가 어렸을 때는 마을에서 놀고 있으면 뒤에 큰 바구니 같은 것을 들고 다니면서 꼬챙이로 땅에 떨어진 종이를 찍어서 종이를 줍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이런 폐지를 팔아서 근근히 먹고 살았습니다. 지금도 마을에서 나오는 폐지를 모아서 고물상에 팔아서 돈을 버는 노인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모습과 비슷하죠

이런 넝마주이 분들을 집단 수용소에 가두어 놓고 군대식으로 통제 했습니다. 박정희 정권 때는 국민은 존엄성을 가진 존재라기 보다는 계도하고 계몽해야 하는 존재 또는, 훈육의 대상으로 여기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강제 집단 수용이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전국 곳곳으로 자활근로대를 분산 시킵니다. 1981년 45명을 현 포이동 재건마을에 살게 합니다. 이후 1988년까지 허허벌판에서 통제를 당하면서 살게 됩니다. 

지금의 강남이 예전에는 다 논 밭이었습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허허벌판이었죠. 그러다 80년대 아파트 광풍과 함께 강남 개발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지고 88올림픽이 터지면서 강남은 한국의 신도심이 됩니다. 지금은 아시겠지만 돈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 되었죠. 어떻게 보면 포이동이나 구룡마을이나 강남의 원주민들입니다. 

포이동 재건마을이나 구룡마을 모두 강제 이주자들이 사는 곳입니다. 정부가 강제 이주 시킨 분들인데 이 강제 이주에 대한 일말의 책임도 없이 주민들에게 불법점유자라고 토지변상금을 부과하기 시작 합니다. 이게 바로 법대로 하자는~~ 꼰대주의입니다. 이분들의 삶의 맥락을 집어보면 결코 토지변상금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돈의 논리로 보는 정부는 이들을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으로 손가락질 하죠

그러나 포이동 재건마을 분들은 서울시청과 강남구청에 항의하고 학교 개발 계획도 철회 시키고 투쟁을 통해서 주민등록을 등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시지 2011년 6월 대형 화재로 마을 절반이 소실됩니다.


왼쪽 사진이 2008년 포이동 재건마을 사진이고 오른쪽이 2011년 6월 화재 후 모습입니다. 처참한 풍경입니다
그러나 세상엔 천사들이 존재합니다. 범시민사회종교단체와 시민 모금을 통해서 소실된 집들을 복구 합니다. 그러나 강남구청은 불법 건축물이라면서 새벽에 용역을 시켜서 철거 합니다. 그러면 다시 주민들이 복구를 해 놓습니다. 

맥락은 사라지고 오로지 불법만을 주장하는 강남구청, 서울시 입장은 뭔지 모르겠지만 이분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봤으면 합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폭력을 가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 폭력의 시대에 국민들은 국가의 지시를 묵묵히 따랐습니다. 
그 묵묵히 따른 지시를 어느 날 니들은 불법적인 존재야!라고 낙인을 찍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니들은 불법이야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한 과거의 행동은 전혀 돌아보지 못합니다. 이런 정부와 구청과 시라면 그 정부와 구청과 시는 괴물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분들에게 무상으로 아파트를 주라는 것도 아닙니다.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하네요. 이렇게 말하면 요즘 한국에서는 빨갱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워낙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라서 마음의 여유들이 없어서 그런지 정의를 외치면서 부분과 현재만 집착하는 맥락을 보지 못하는 괴물들이 정상인이라고 떠들고 있습니다. 



마음이 많이 무거워져서 나왔습니다. 그래도 이런 분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는 밀알 같은 사진작가분들이 있어서 너무 좋네요. 세상엔 여전히 안 보이는 날개를 가진 천사 같은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이타적인 분들 때문에 우리는 더불어 사는 방법을 잊지 않고 기억하게 됩니다. 



볼 시간이 없는 분들은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foto3570&logNo=220148992821에서 박김형준 작가의 사진과 설명을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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