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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아이들이 아빠 엄마의 사진 찍기를 거부하는 이유와 해결방법

by 썬도그 2014.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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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는 가장 행복한 빨간책이 있습니다. 가끔 들쳐보면서 희미한 미소를 머금게 되는 빨간 사진집 '윤미네 집'은 저에게 있어서 하나의 행복입니다.


윤미네 집은 토목공학자인 전몽각 교수가 딸 전윤미씨를 태어나서 1989년 시집을 갈 때까지 딸의 성장과정을 사진에 담았고 그 사진을 엮은 사진집입니다. 아마츄어 사진가가 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놀랍게도 지난 몇년 간 가장 많이 팔린 사진집이 바로 '윤미네 집'입니다.  프로도 아닌 아마츄어의 사진집을 왜 그렇게 많이들 샀을까요?

그 이유는 공감 때문일 것입니다. 태어나서 결혼하기전까지의 딸의 성장과정을 빼곡히 담은 모습은 집집마다 있는 가족앨범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족앨범과 같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우리네 가족앨범에는 딸이나 아들의 성장 과정이 담겨 있지만 초등학교까지만 촘촘히 기록 되어 있고 중학교만 올라가면 사진이 드문드문 있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딸이나 아들의 독사진은 거의 없고 어쩌다 가족단체 사진 정도만 놓이게 됩니다


이는 전몽각 교수도 겪였던 일이기도 합니다. 윤미네 집 서문에는 전몽각 교수가 쓴 서문이 있는데 아이들이 카메라를 자꾸 의식하는 점과 공부하는 데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점 때문에 사진찍기를 자제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사진찍기를 거부하는 이유는 자의식이 생겼기 때문

요즘 캐논이나 니콘 카메라 광고를 보면 아빠들이 전면 등장하고 있습니다. 캐논은 아이가 태어나자 카메라를 든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빠의 모습을 니콘은 추사랑의 아빠인 추성훈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아마 사진에 관심 없는 엄마 아빠들이 미러리스나 DSLR과 같은 고급 카메라를 사는 시기가 첫 아이가 태어날 때일 것입니다. 이때는 정말 열심히들 찍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진을 아이의 성장과 함께 사진으로 남기지만 어느 순간 사진들이 뜸해지기 시작합니다.

자! 사진찍자라고 하면 V질을 하면서 새초롬한 표정을 짓던 아이가 카메라를 드는 엄마 아빠를 보자마자 고개를 돌려 버립니다. 이럴 때 참 난감합니다. 며칠 전 까지 내 앞에서 사진 찍자고 하면 웃던 아이가 갑자기 사진찍기를 거부하면 당혹스러워집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거부하는 시기가 거의 비슷한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 됩니다. 이 시기는 사춘기 시기와도 겹칩니다. 아이가 사진찍기를 거부하는 시기는 아이가 자의식이 생기는 사춘기 시기와 비슷합니다.

그전까지 사진찍기는 일방적인 사진찍기였습니다. 아빠나 엄마가 사진찍고 아이는 모델 역할만 했습니다. 이렇게 일방적인 관계가 성립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가 엄마 아빠의 지시를 잘 따랐기 때문입니다. 엄마 아빠는 하나의 법이자 따스함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권력자였습니다. 또한 아이는 엄마 아빠의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죠.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할 시기도 아닙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만 올라가면 자기 자신을 생각하게 됩니다. 몸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외부로 향했던 시선이 자기 자신으로 향하게 되고 이런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 자의식을 생성하게 됩니다.

그렇게 자신에 대한 각성은 자신을 맹목적으로 찍고 있는 아빠 엄마를 발견하게 되고 그 아빠 엄마가 찍은 사진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더 이상 사진의 주인이 아빠 엄마가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자신이 찍기 싫으면 찍기 싫다고 고개를 돌려 버립니다.


<윤미네 집 중에서>


윤미씨도 그런 모습을 보였고 전몽각 교수는 이때부터 사진찍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윤미네 집에는 고등학교 시절 사진이 많지 않지 않습니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다보면 딸과 아들 사진을 꾸준하게 올리는 엄마 아빠들이 많은데 대부분 갓난 아기와 초등학생 정도가 대부분입니다. 중, 고등학교 자녀들의 사진들은 거의 찾기 힘듭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커서 자의식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모델을 넘어 직접 자기 자신을 찍는 셀카의 시기로 넘어가기 때문도 있습니다. 아빠 엄마가 찍은 사진보다는 자기 자신이 찍은 사진을 더 좋아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자! 이젠 니가 아빠를 찍어줘~~




이런 자의식이 생긴 시기에도 꾸준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사진찍는 재미를 알려 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아빠 엄마가 찍은 아이 사진은 일방적인 사진이었습니다. 아이는 항상 카메라 앞에 서야만 했고 엄마 아빠는 카메라 뒤에 있었습니다. 이런 관계가 아이가 자의식이 강해지면서 힘들어지면 이제는 아이에게 카메라를 내밀면서 

"자! 이젠 니가 아빠를 찍어줘"라고 말하면서 사진 찍는 재미와 사진의 재미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제는 동등한 입장에서 내가 모델이 되고 아이가 모델이 되는 수평적인 관계를 가져야 합니다. 아이에게 카메라를 하나 사주거나 자신이 쓰던 카메라를 주면서 자신을 찍어 달라고 요청을 하면 아이는 카메라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트릴 것입니다

이 방법은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찍을 때도 효과가 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주눅이 들어서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모델에게 다가가서 카메라를 건네주면서 나 좀 찍어 주실래요? 라고 말하면 카메라 뒤에서 보는 세상을 보면서 카메라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트립니다.


이렇게 사진 찍기에 재미를 아이에게 알게 해주세요. 카메라 관련 서적이나 사진전시회를 함께 보면서 사진에 대한 관심을 꾸준하게 키워 올리면 아이는 카메라에 대한 거부심도 사진찍기의 짜증도 내지 않을 것입니다. 




영국 Gillingham Kent에 사는 Munish라는 아버지는 딸 Suman Bansal에게 아주 뜻 깊은 18살 생일 선물을 했습니다. 
18살 생일 선물로 태어나서 매일 같이 찍은 딸의 사진을 이용해서 모자이크 사진을 만들어서 선물해줬습니다. 저는 이 사진을 보면서 이 분은 어떻게 사춘기 시절, 아이가 사진을 거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까? 궁금 했습니다. 아마도 아이에게 카메라를 친근하게 하는 비법이 있지 않았을까요?


<전몽각 교수>

아이들의 사진을 길고 오래 기록하려면 자의식이 생기기 전부터 카메라를 장난감처럼 다룰 수 있게 사진 찍는 재미를 아이에게도 가르쳐주세요. 그게 길고 오래 아이들과 함께 사진 찍는 재미를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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