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종로 시내에 나가보면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특히, 제가 자주 가는 인사동과 북촌 한옥마을은 한국에 관광 온 외국인들이 꼭 들려보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들도 참 많이 찾는 곳입니다. 인사동과 북촌 한옥마을이 인기 있는 이유는 우리의 문화를 잘 보존하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사동은 점점 우리의 것을 벗고 현대화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인사동 뒷골목 쪽은 고풍스러운 한옥 건물이 꽤 많습니다.
인사동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북촌 한옥마을은 주말만 되면 국내외 관광객들이 골목마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렇게 북촌 한옥마을이 인기 있는 이유는 서울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한옥마을이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한국은 고도성장기 때 우리의 것을 버리고 편의 위주의 건물과 빌딩 그리고 아파트를 지어 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통의 미를 간직한 공간도 많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던 우리들은 현재를 둘러보니 소중한 우리의 문화들과 우리의 전통의 미를 담은 공간이 많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옥이라는 건물이 불편하기만 한 건물이 아닌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며 우리의 심신을 달래주는 공간임을 재인식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한옥의 불편함은 줄이고 좋은 점을 적극 활용하는 한옥식 건물과 인테리어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 흐름을 만든 곳이 바로 '북촌 한옥마을'입니다. 북촌 한옥마을은 고궁같이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간이 아닌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나는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서 더 정감이 가고 편안하며 포근합니다 한옥은 굵은 기와를 이고 있는 건물 양식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아파트나 연립주택에는 없는 마당이나 한지를 이용한 창호, 툇마루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진 것이 한옥입니다.
한옥의 장점은 아주 많지만, 단점은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옛 방식의 건물이다 보니 전기나 수도관에 대한 배려가 없는 공간입니다. 이런 한옥의 불편함은 현재의 생활 양식에 맞춰서 줄이고 한옥의 한국적 공간미학을 적극 활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한옥 같은 전통적인 고전 요소를 현재의 생활양식에 맞게 현대화시킨 한국적 생활문화공간을 발굴하고 소개하고 하나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사업이 바로 '한국적 생활문화공간 발굴 및 확산 사업'입니다.
한국적 생활문화공간 발굴 및 확산 사업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매년 한국의 미를 담은 생활공간 및 실내공간 중에 시범공간과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소개함으로써 공공 및 민간차원에서도 자생적이면서도 지속적인 한국적인 공간 확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적 공간은 "한국문화의 디자인과 가치를 현대적으로 구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옥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현대인이 살기에는 불편한 모습이 있습니다. 이를 현대의 실용성과 편의성을 접목 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최근에 지어지는 한옥들을 보면 전통 한옥보다는 개량 한옥에 가까운 한옥 건물들이 많이 올라서더군요. 한옥에 없는 유리창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한옥의 얼개는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 고풍스러운 멋과 현대의 세련미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들이 많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전통 방식 그대로 한옥을 지으면 전선이나 수도관, 보일러, 창문 등의 현대인을 위한 필수 요소들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사는 데 불편합니다. 이 불편함은 줄이고 한옥의 멋스럽고 옛스러움은 그대로 품고 있는 것이 한국적 공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한옥의 장점을 실내 공간에 적극 차용하고 있는 것이 한국적 생활문화공간입니다.
한국적 생활문화공간 시범공간 3곳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우리 전통 문화 콘텐츠를 적용한 실내공간 확산을 위해서 공모를 통해서 시범조성 공간을 지원 했습니다.
올해 선정된 시범 공간 3곳은
1. 법무부 서울 소년원
2. 완주군 대승한지마을
3. 연수구 새마을회관(연월당, 담묵헌)
입니다. 3곳 모두 한국의 공간 미학을 담은 곳인데요. 서울 소년원은 백색을 통한 한국적 공간의 비움의 미학을 채운 곳이고
대승 한지마을은 들 문을 이용한 공간의 나눔과 한지의 물성을 반영한 공간입니다. 연수구 새마을회관은 반자천정을
모티브로 밝은 빛을 한지를 통해 걸러서 밝으면서도 부드럽고 포근한 빛을 가득 담은 공간입니다. 한지가 직사광을
확산광으로 만드는데 아주 좋은 재료인데요. 한옥에서 자다보면 창호지를 넘어서 들어오는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아주 뽀얗습니다. 그 빛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 하염없이 부드러운 빛을 담은 곳이 연수구 새마을회관입니다.
한국적 생활문화공간 우수사례 6곳
한국적 스토리와 정서가 잘 반영된 공간, 전통문화를 계승, 활용한 공간, 한국적 원형의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 한국적 스타일의 조형미를 살린 공간입니다.
2. CJ Food World 내 제일명가 (한식당)
3. 저집(공예 젓가락 판매점)
4. 바라움(주거공간)
5. 하얏트 리젠시 제주 한실(호텔 객실)
6. 산집(주거공간)
서울시 중구 CJ제일제당 지하1층에 있는 제일명가는 한옥의 '채'의 개념을 사용한 곳입니다.
한국 건축의 공간은 공간 구성 방법에 따라서 '채 분화'와 '실 분화'로 나뉩니다.
채 분화는 독립된 채들이 모여 군집을 이루면서 다양하고 복합적인 전체 기능을 충족시키는 방식입니다
안채, 사랑채, 행랑채, 문간채, 별채 등이 그 예인데요. 제일명가는 이중에서 한국적 정서와 질감을 느낄 수 있게 벽체 아래와 위를 비움으로써 별채를 형상화 했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시면 조명이 상단과 하단에서 은은하게 흘러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은은한 빛은 한지가 직사광을 은은한 확산광으로 만들어서 실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또한, 잔다듬돌과 물 갈기 돌로 마감을 해서 한국의 마당의 느낌도 담고 있습니다.
한국 건축에는 차경(借景)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서양은 창을 단절 시키는 기능으로 존재합니다. 즉 외부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개념이 우선이지만 한국 건축은 창을 단절이 아닌 외부공간을 끌어 적극 끌어들이고 바라보는 역할을 하게 합니다.
그래서 고궁이나 한옥을 보면 창호지로 된 창을 걷어 올려서 창을 통해 바람이 들어오고 풍경이 들어오는 문이 되기도 합니다. 자연을 배척하는 것이 아닌 향유의 문화가 있습니다.
제일명가는 이 차경의 개념도 적극 차용해서 실내에서 외부풍경을 볼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 제일명가는 전통적인 요소인 '채' 개념과 함께 한지를 활용해서 온화하고 우아한 공간 분위기와 차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입니다.
전통 디자인과 소품을 활용한 바라움
바라움은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다가구주택입니다. 바라움의 지붕은 산세와 어우러진 전통 가옥의 핵심 중 하나인 기와지붕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창들은 위에서 설명한 한국 전통 건축의 차경 개념을 이용해서 외부로부터의 단절이 목적이 아닌 외부 풍경을 적극적으로 품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창에서 바라보는 외부 풍경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차경 개념이 우리의 DNA에 녹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같은 풍경도 창을 통해서 바라보는 풍경을 좀 더 값어치 있게 봅니다. 그래서 '전망 좋은 집'에 대한 선호가 아주 높습니다.
한국 건축에는 한옥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옥을 구성하는 수 많은 전통 인테리어 소품들이 가득하죠.
특히, 물확이라고 하는 절구통 같이 생긴 곳에 물을 담아서 여름에는 연과 물옥잠, 금붕어를 키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이 물확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빗소리를 들으면 여름을 피하기 보다는 여름 풍경을 즐길 수 있게 합니다.
이 바라움에는 한국 전통 인테리어 소품인 가득합니다. 안마당에는 석등과 동그란 물확과 직사각형의 물확이 분재 같은 작은 자연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또한, 바라움은 한지를 바른 전통 방식의 문과 툇마루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 창문 밖에는 옛스러운 석등이 눈에 들어 옵니다.
바라움의 중앙에 있는 진입로는 건물 전체의 중심축이자 주요 동선을 형성하는 공간으로 집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완충공간의 기능을 담고 있습니다.
전통 한지와 좌식 문화를 담고 있는 '하얏트 리젠시 제주 한실'
서양인들이 한국 문화 중에 가장 낯설어하고 힘들어하는 문화 중 하나가 좌식문화입니다. 우리는 양반 다리라고 하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앉아서 생활하는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반대로 우리는 서양인들이 집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서 침대 앞에서 신발을 벗는 모습에 생경스러워 하는데요. 이는 온돌방 문화와 침대 문화의 차이에서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는 방에 들어가면 신발을 벗고 주로 앉아서 생활을 합니다. 이런 좌식 문화는 한국 문화의 큰 특징중 하나인데요. 동양인에서도 양반 다리를 하거나 한쪽 다리를 올려서 앉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입니다. 이런 양반다리 문화는 우리의 한복이라는 복식 문화에서 생긴 것이기도 합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호텔 '하얏트 리젠시 제주 한실'은 전통좌식문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전통 생활패턴인 좌식 문화에 맞게 가구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방석과 높이가 낮은 탁자, 그리고 침대도 침대 다리가 없고 두꺼운 매트리스만으로 배치해서 침대의 푹신함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앉아서 생활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구들을 보면 다른 호텔 객실과 달리 다리가 없고 높이가 낮습니다. 이는 호텔 이용자의 시선을 전체적으로 낮게 만드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구만 낮은 것이 아닌 조명의 위치와 색채도 낮음의 미학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낮음의 미학과 함께 전통한지를 사용한 창은 햇빛과 외부의 빛을 부드럽게 확산 시켜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매년 청계천에서는 전통 등축제를 합니다. 그 전통 등의 핵심은 한지를 바른 등입니다. 저는 서양의 불꽃놀이와 크리스마스 트리 문화보다는 이런 전통 한지를 이용한 조명이 더 근사하고 우아해 보이는데요.
이런 전통한지의 뛰어난 빛의 확산성에 요즘은 많은 카페나 상점에서 한지로 된 조명 갓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전통한지를 이용한 창은 기품 있는 깊은 백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얏트 리젠시 제주 한실은 전통한지와 좌식문화의 전통적인 요소와 함께 기능성과 현대적인 공간감도 느낄 수 있게 가구 및 마감재에 한국적 색채와 어울리게 참나무를 착색한 편의 도구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한국적 생활문화공간은 현대의 편의성과 전통의 기품 있는 온화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최근에 이런 한국의 전통 건축방식과 요소를 활용하는 상점이나 음식점과 호텔들이 늘어가고 있는데요. 이런 한국의 전통 디자인 미학이 널리 멀리 퍼졌으면 합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도 한국풍 인테리어, 한국식 정원, 한국식 건물들이 많이 보였으면 합니다.
한국적 생활문화공간 우수사례 칭찬이벤트
한국적 생활문화공간 우수사례 선정작은 '한국적 생활문화공간 홈페이지(http://www.ko-space.net/main/main.php)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이벤트도 지금 진행 중에 있습니다.
6개의 우수사례 공간을 감상한 후에 감상평을 남기고 자신의 블로그나 SNS에 알린 분들을 추첨해서 스타벅스 카페라떼 교환권 2장을 총 50명에게 줍니다.
이벤트 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ko-space.net/selection/selection_list.php?year=2013
<이 포스트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포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