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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추상 자본주의의 추악함을 건조하게 그린 '코스모폴리스'

by 썬도그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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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머리를 깎을 생각입니다. 보디가드는 이 블럭에도 이발소가 꽤 있는데 왜 거길 가야 하냐면서 대통령 리무진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돌아가야지 가로 질러서 갈 수 없다고 합니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 그는 28살의 억만장자인 '에릭 패커(로버트 패틴슨)'입니다. 에릭 패커는 주식 시장을 주무르는 거물 투자가입니다. 하루에도 수천 억 단위의 돈을 주무릅니다. 

 

패커의 사무실이자 집은 리무진입니다. 영화는 지루하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초반의 많은 부분을 리무진에서 사람을 만나고 건강검진을 받고 성적 쾌감을 느끼고 술을 마시고 업무를 하는 패커의 삶을 집중 조명합니다. 얼마나 이 시간이 긴지 제가 다 답답할 지경이었습니다. 설마! 영화 끝까지 리무진에서 카메라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 묘한 공포감이 들 정도로 리무진 안에서 삶은 사는 패커를 보여줍니다. 

 

리무진이라는 인큐베이터

 

리무진의 부와 명성의 상징체입니다. 세계의 수도 뉴욕에는 성공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리무진 차량도 엄청나게 많이 다닙니다. 그 수 많은 리무진 중에 패커의 리무진이 있습니다. 패커는 리무진을 완벽하게 셋팅을 한 후 리무진 안에서 모든 업무를 봅니다. 

리무진은 계속 움직이면서 약속된 사람들을 태웁니다. 경제학자, 사회학자, 성 접대부와 친구까지 모든 사람을 리무진 안에서 만납니다. 패커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 리무진에서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나올 때는 점심을 먹거나 아는 사람을 봤을 때 리무진에서 나옵니다. 리무진은 패커의 성이자 사무실이자 외부와의 완벽한 단절을 가져다주는 도구입니다.

창 밖으로 흐르는 세상 풍경은 하나의 그림과 같이 감상할 뿐 관여하지 않습니다. 이런 그의 세상에 대한 태도는 리무진 밖에 나가서도 리무진처럼 외부와 단절 된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쉽게 말하면 현실 감각이 떨어져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총아이자 거물이 되었지만 정작 그는 인간이 가져야 할 염치라는 것이 없습니다. 돈이 많다 보니 무조건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무진은 미성숙한 패커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같이 보입니다. 

자신이 수집하는 그림이 한 교회에 걸려 있다고 하자 그 교회를 사겠다고 말합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면서 그 교회를 통째로 사서 그 그림을 자신만 감상하려고 합니다. 이런 그의 소유욕은 자본주의라는 마약에 취한 패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돈이면 뭐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패커는 아주 강한 소유욕 때문에 감상용으로 러시아 구형 폭격기를 구매합니다. 

이런 그에게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부인과의 잠자리입니다. 


전혀 다른 성향의 패커 부부, 그러나 본질은 동일하다

 

패커가 리무진에서 내려 옆에 있던 택시를 탑니다. 그 택시에는 결혼한 지 2주 밖에 되지 않는 아내가 타고 있습니다. 
아내는 시인으로 재벌의 딸입니다. 전형적인 정략 결혼이자 쇼윈도우 부부입니다.

이 부부는 성향이 다르지만 본질은 비슷합니다. 둘 다 거대한 재벌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패커가 중국 위안화의 폭락에 올인을 했다가 폭삭 망하자 자기 아버지에게 도와달라고 말해보겠다면서 대신 결혼 생활은 끝이라고 말합니다. 이 부부는 성향은 다르지만 

차가운 이기주의라는 동질감이 있습니다.  

추상화 되는 돈의 세계에서 세상을 추상적으로 바라보는 에릭 패커

에릭 패커도 인간미는 조금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랩퍼가 죽자 그를 추도하면서 웁니다. 그러나 그가 왜 죽었는지를 모릅니다. 그냥 흔한 사인인 총에 맞아서 죽었다고 지례짐작을 하지만 실제는 선천적인 병 때문에 죽었습니다.

보통 음악을 좋아하면 그 뮤지션의 사생활도 관심이 있어야 하는데 패커는 음악은 좋아했지 그 뮤지션이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를 모릅니다. 이런 몰인정하고 현실 감각이 마비되고 사회성이 없어 보이는 '에릭 패커'의 모습은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돈을 벌고 만지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예전에는 돈 거래를 하면 현금이 왔다 갔다 하고 현금이라는 실물을 보고 거래를 하는데 요즘은 계좌이체 같은 온라인 뱅킹을 이용하기 때문에 실제 돈을 보기 보다는 통장이나 스마트폰에 찍힌 숫자로만 파악합니다. 점점 돈은 종이 화폐나 동전, 금화 같은 실제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숫자로만 이루어진 추상의 세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현금 100억원을 쌓아 놓으면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지만 신문에서 100억, 1조억원을 말하면 그 크기를 갸늠할 수 없습니다. 그냥 많구나 정도로만 느낍니다. 이렇게 실제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숫자로만 된  추상의 단계로 들어서자 돈이 얼마나 많은 지를 자기 자신도 모르게 됩니다. 이렇게 숫자로만 이루어진 돈은 현실 감각을 점점 마비 시키게 되고 현실 감각과 사회성이 마비된 패커는 교회의 그림을 자기만 보겠다고 교회를 통째로 사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세상엔 돈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음에도 그걸 인정하러 들지 않습니다. 돈의 추상화의 폐해를 영화는 패커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인간의 역사는 반동분자와 혁명세력이 위치 바꿈만 하는 것

코스모폴리스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자 대사는 리무진 안에서 사회학자의 말입니다. 
월가의 붕괴 후 시위대들이 지나가는 차량을 습격하고 있었고 패커의 리무진도 락커칠로 도배가 됩니다. 리무진 밖에서 시위대들이 패커의 리무진을 흔들고 낙서하고 흔들어 대는 가운데 사회학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저런 시위? 인류 역사에서 항상 있었던 거야. 새로운 게 아니야! 라며 지루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런 뉴앙스였습니다. 반동분자들을 혁명세력들이 때려잡고 정권을 잡아도 그들이 또 시간이 지나면 반동분자가 되고 또 다른 혁명세력이 때려잡는다고요. 반동과 혁명의 순환이 인간의 역사라는 말이 참 공감이 가네요. 
20대 때 기성세대를 비판하면서 혁명을 외치던 현재의 4,50대들은 또 하나의 반동분자가 되어서 20대를 밟고 있습니다. 

또 하나 기억 남는 사회학자의 말은 우리가 미래에는 고통도 건강에 대한 고민도 없는 유토피아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그건 망상이라고 말합니다. 지금의 현재가 과거의 미래였는데 고통은 여전하다면서 오히려 그런 쓸데 없는 망상에 가까운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보다는 혀실을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러게요. 미래는 항상 밝을 것이라고 많이들 말하죠. 미래에는 고통이 없고 영생을 하며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그린 미래 상상도에 울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지구가 멸망하나요? 다들 아름답게만 그리죠. 그러나 그건 망상입니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망상을 심어주고 있고 우리 어른들도 그런 실현 불가능한 망상을 희망이라고 착각하고 살고 있죠.이 장면은 상당히 흥미롭던데요. 락커칠이 된 차창 밖을 건조하게 바라보는 패커의 표정이 생각나네요. 

지루하고 지루한 영화, 영화 매니아를 위한 영화 '코스모폴리스'

행여나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로버트 패틴슨'을 보려고 이 영화를 본다면 멘붕이 올 것입니다.
이 영화 영화 좋아는 제가 봐도 엄청나게 지루하고 지루합니다. 상암동 시네마테크에서 어제 봤는데 거기까지 찾아가서 볼 정도면 영화 매니아라고 할 수 있는데 양 옆에 있는 여자분 모두 졸더군요. 

졸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지루하게 리무진 안의 모습만 보이고 후반에는 리무진에서 나오지만 큰 액션도 이야기의 큰 변화도 없습니다. 또한, 롱 테이크와 엄청나게 긴 대사들이 자주 나옵니다. 여기에 카메라 기교도 없습니다. 무슨 2시간 짜리 진지한 연극을 본 느낌입니다. 때문에 영화 매니아가 아니면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영화가 말하고 있는 추상 자본주의의 폐해와 돈이 세상을 어떻게 양극으로 몰았는지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수 많은 대사들이 다 졸립기만 합니다. 

블랙 스완에 무너진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패커

패커라는 자본주의 괴물을

리무진 밖으로 끌어 낸 것은 블랙 스완이었습니다. 
스완은 백조라는 뜻입니다. 모든 백조는 백색입니다. 당연한 위치죠. 검은 색 백조가 있다면 다른 이름으로 불렀겠죠. 그런데 실제로 검은 백조가 등장을 합니다. 사람들은 당혹스러워 했습니다. 존재해서는 안 되고 존재하면 백조라는 이름에 대한 이율배반이 되기 때문에 난감해 했지만 검은 백조는 실제로 존재 합니다. 
이렇게 교과서에도 위키 백과에도 세상 어떤 책에도 없는 변수가 등장하면 기존의 시스템은 경보를 울립니다. 에릭 패커는 남들보다 빠른 분석을 통해서 돈 버는 괴물이 되었습니다. 항상 그가 만든 룰에 따라서 돈은 흘러가는 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위안화 하락에 몽땅 배팅을 하지만 이전에는 없었던 예측하지 못한 돌발 변수 한방에 무너집니다. 그렇게 리무진이라는 성에서 나온 패커는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과 만나게 되고 또 장문의 대화를 합니다."난 전립선이 비대칭이래" 라고 투정어린 듯한 말을 하는 패커에게 실업자이자 패커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은 이렇게 말 합니다. "세상엔 정대칭이 아닌 것도 있어"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 의식이 잘 담겨진 영화입니다, 그러나 추천은 하지 못하겠네요. 너무 지루한 영화입니다. 무슨 설교를 그렇게 말로만 하는지 모르겠네요.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는 나름대로 꽤 좋긴 하네요. 아이돌 스타 같은 이미지에서 싸가지 없는 졸부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비슷한 소재와 주제를 다룬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은 너무 자극적이여서 문제고 이 영화는 너무 밍밍해서 별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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