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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신념에 대한 거룩한 이야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by 썬도그 2013.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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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의 죽음도 나 자신의 소모려니 그건 나도 또한 인류의 일부이기에 그러니 묻지 말지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느냐고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헤밍웨이의 명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영화입니다. 1943년 미국에서 제작된 이 영화는 1937년 스페인 내전을 다룬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항상 끝 부분만 보다가 뭔 영화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로버트 카파' 사진전 때문에 다운로드해서 봤습니다. 왜냐하면 로버트 카파라는 포토 저널리스트를 전 세계에 알린 '어느 공화국 병사의 죽음'의 배경이 된 스페인 내전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로버트 카파는 스페인 내전을 통해서 전 세계에 알려진 사진작가이자 헤밍웨이, 피카소를 친구를 둔 사진작가입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는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사진작가입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반 파쇼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알기 전에 2차 대전의 축소판이자 전초전인 스페인 내전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스페인 내전은 인민전선이라는 공화국과 파시즘의 지원을 받는 프랑코 장군이 이끄는 반란군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은 다른 유럽의 국가처럼 왕권국가였습니다. 그러나 민중봉기가 일어나면서 노동자, 농민과 지식인들이 주축이 되어서 이 불합리한 계급사회를 타파하기 위해서 공산주의자와 사회주의자가 연합을 한 (공산주의자들은 지원만 했죠) 인민전선을 구축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민주주의적인 분권 사회를 못마땅히 여긴 민족주의를 고양하고 그 맹목적 민족주의와 계급의 불평등을 용인하면서 반합리주의와 엘리트 정치를 옹호하는 폭력을 신봉하는 파시즘이 자연 발생을 합니다. 모로코에 기반을 둔 프랑코 장군은 스페인에 상륙한 후 이 민주적이고 계급파괴적인 인민전선이 세운 공화국을 분쇄하기 위해서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지원을 받아서 인민전선 정권인 공화국과 맞섭니다.

1936년 2월 총선을 통해서 정권을 잡은 인민전선은 선거를 통해서 473석의 의석 중 289석을 얻으면서 정권을 잡았지만 그해 7월 프랑코 장군은 이 정권을 용납하지 못한다면서 전쟁을 일으킵니다. 그렇게 인민전선과 프랑코 파시즘의 2년 8개월의 전쟁이 배경이 됩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유일한 밑에서의 혁명인 농학운동 세력을 일본군의 지원을 받은 조선 정부와의 대결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인민전선은 붕괴가 되어버리고 이 파시즘은 2차대전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영화는 이 공화국을 지원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카파와 헤밍웨이가 지원하던 인민전선의 시선에서 다룹니다. 원작자인 헤밍웨이는 1,2차 세계대전을 참전한 참전용사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로버트 조단입니다. 로버트 조단은 헤밍웨이의 분신입니다

로버트 조단은 미국 몬테나 대학교 교수입니다. 어쩌면 남의 나라 내전에 참전한 외국 용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단은 이런 불합리한 세상을 깨부수기 위해서 스스로 아무런 연고도 상관도 없는 스페인에서 폭파 전문 요원으로 활약합니다
국제 청년 의용군의 일원으로 외국인이지만 이 스페인 내전을 적극 돕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이런 사람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작년인가 아랍의 봄을 돕겠다면서 유럽의 청년들이 자진해서 아랍에 가서 반정부군에 합류한 사건을 보더라도 이런 사람들이 자연 발생적으로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그게 양심이라고 모든 사람에게 인정 받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목숨을 내건는 용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로버트 조단(게리 쿠퍼 분)은 인민전선 공화국 장군의 지령을 받습니다. 동료의 죽음 앞에서도 의연한 조단. 그는 동료의 죽음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합니다. 대의를 위해서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그는 한 다리를 폭파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그 다리는 요충지라서 인민전선에게 있어서는 꼭 폭파를 해서 프랑코 군대의 진군을 지연 시켜야 합니다. 그 다리를 폭파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소외 계층인 집시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3일 안에 다리를 폭파하는 명령을 받고 찾아간 현장의 집시 무리 속에서 보석을 발견 하게 됩니다
첫눈에 둘이 반할 정도로 둘은 보자마자 사랑을 느낍니다. 그 보석의 이름은 아리따운 여인 마리아(잉그리트 버그만 분)입니다. 마리아는 인민전선 공화국을 지지하는 시장의 딸이지만 파시스트들에 의해서 겁탈을 당한 어두운 기억과 과거가 있는 여자입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순수한 여자이기도 합니다. 집시들에 의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집시들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런 마리아를 조던은 첫눈에 사랑하게 되고 마리아도 이 조던에게 반하게 됩니다. 


다리 폭파는 순탄치가 않았습니다. 집시의 우두머리인 파블로는 다리 폭파를 도와 줄 수 없다고 하죠. 이에 파블로의 아내인 필라의 도움과 안세르모 등의 다른 집시들의 도움으로 다리 폭파를 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내용은 단순합니다. 다리 폭파를 하느냐 못하느냐의 이야기지만 영화에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지만 당시의 소용돌이 같은 정세를 알고나면 이 조단이라는 인물의 거룩함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마리아와 조단의 사랑도 어두운 현대사에서 강한 촛불이 됩니다. 

코는 어디에 둬야 하죠? 라는 명대사로 유명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그 만큼 마리아의 순수한 사랑과 조단의 자신을 태우면서 지키려는 대의와 그 대의의 아름다움이 이 영화의 강한 감동을 줍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마리아 역을 한 잉그리트 버그만입니다. 남자들에게 몹쓸 짓을 당한 여인으로 나와서 머리가 짧게 나오는데요. 이 짧은 머리를 하고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모습을 보면서 감격을 했습니다.

지금의 V라인 미인들과는 사뭇 다른 외모이지만 너무나도 맑고 청초한 이미지에 사망한 배우지만 그 아름다움이 스크린 가득 채우고도 넘쳐 흐릅니다. 여기에 게리 쿠퍼의 잘생긴 외모도 한 몫했죠. 아마도 이 두 배우인 게리 쿠퍼와 잉그리트 버그만이 아니였다면 이 영화가 이렇게 기억남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영화 내용 자체는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내전에 대해서도 잘 알려진 것도 없고 내용도 크게 격정적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그렇지만 이 영화는 명징한 메시지를 확실히 던져주고 있습니다. 다리가 다쳐서 동료와 연인을 뒤로한 채 다가오는 프랑코 군대를 향해서 기관총을 갈겨되는 마지만 조단의 모습에서 거룩함이 느껴집니다. 

그 기관총의 총알은 2차대전이라는 살육의 도화선이 된 파시즘을 향한 총알이었습니다. 
로버트 카파의 연인이기도 했던 '잉그리트 버그만'의 아름다운 외모와 아름다운 이야기가 21세기를 사는 저에게도 큰 감동을 주네요. 

결국 인민전선은 패배하고 파시스트인 프랑코가 정권을 잡고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사망한 1975년 전 까지 스페인은 파시스트가 정권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말년까지 파시스트 짓을 한 것은 아니고 1960년대 부터 서방국가와 화해의 제스쳐를 취하면서 서방 민주주의 세력과 온건하게 지내게 됩니다. 그러고보면 스페인도 한국과 참 비슷한 역사네요. 한국도 동학혁명이 실패한 후 외세에 의한 해방 그리고 이승만이라는 독재자가 나왔다가 국민 혁명인 4.19를 통해 잠시 민주적인 대통령이 등장 했다가 박정희라는 또 다른 친일 독제 세력 그리고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독재자가 나왔습니다.

아마도 스페인 사람들 중에 노인 분들은 프랑코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겠죠. 한국에서도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노인들이 많은 것처럼요. 러시아에서 스탈린과 레닌을 그리워하는 노인들이 많듯 독재자는 그 당시 함께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대상이자 그리움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로버트 조단 같은 사람이 많아져야 맑은 세상 혹은 민주주의 세상이 될텐데 현재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목놓아 찾고 싶은 사람이 로버트 조단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을 버리고 불의와 양심에 따라 행동한 로버트 조단. 이런 사람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종은 누구를 위해서 울리는 것이 아닌 불의에 항거하고 신념을 향해서 돌진하는 그대를 위해서 울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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