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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설국열차에 이은 또 다른 99%의 영화 엘리시움

by 썬도그 2013.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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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열차는 규제라는 제동 장치가 없으면 필연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로 치닫게 됩니다. 규제라는 제동 장치가 있어도 그 제동 장치를 위정자들이 권력의 방향키로 삼아서 제동 장치의 제동을 방치한다면 자본주의는 제동 장치가 있으나 쓸 일이 없게 되고 필연적으로 폭주 기관차가 됩니다. 

이런 자본주의 세상을 영화적 문법으로 비판한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사회 하층민 혹은 소외계층이라는 뜻을 가진 '꼬리칸'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설국열차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운영쳬제인 자본주의와 점점 뚜렸해져가는 계급화 사회와 권력을 은유 한 영화이고 이 은유로 인해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설국열차는 폭발적인 인기 보다는 꾸준하게 팔리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이런 꼬리칸이라는 99%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8월 29일 개봉을 했습니다. 그 영화의 이름은 '엘리시움'입니다. 



천국과 같은 엘리시움에 사는 1%와 세상 고통은 다 짊어진 듯한 99% 지상인들의 삶을 담은 엘리시움

엘리시움은 2154년 배경으로 하는 SF 드라마입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99%인 지상에 사는 사람들의 디스토피아와 대기권 밖 우주에서 사는 1%의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엘리시움은 상당히 독특한 시선을 가진 영화입니다. 보통의 SF영화라면 외계인의 침공 혹은 우리가 자원을 약탈하는 모습이나 우주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신나는 모험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SF영화지만 외부로의 침공을 다룬 것이 아닌 우리 지구안에서의 갈등을 담고 있습니다. 즉 상류층과 중,하층민의 극명한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 토털 리콜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2012년 개봉작 '토털 리콜'은 원작과 달리 지구안에서의 계층 간의 극명한 삶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구 내부를 관통하는 열차를 타고 출근하는 노동자의 삶과 그 노동자가 키우는 자본으로 천국 같은 삶을 사는 소수의 엘리트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엘리시움은 정말 상류층처럼 하늘 높은 곳에서 상류층과 지상의 노동 계급인 중 하층민을 영화 시작하자마자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상당히 친절하게 초반에 이 세계를 천천히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기권 밖 큰 바퀴 같이 생긴 대형 우주체인 엘리시움은 세상의 1% 상류층이 사는 곳으로 집 걱정, 음식 걱정, 돈 걱정, 건강 걱정이 사라진 유토피아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이런 엘리시움을 먹여 살리는 사람들은 엘리시움이라는 천국에 탑승하지 못한 99%의 지상의 근로자와 평범한 지구인입니다. 이런 대비적인 삶의 모습은 영화 설국열차의 꼬리칸 사람들과 정식 티켓을 돈 주고 사서 탑승한 평화롭고 쾌락적인 삶을 살고 있는 상류층 사람과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왕년에 잘 나갔던 노동자 계급의 맥스(맷 데이먼 분)입니다. 왕년에는 차 도둑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마음을 잡고 드로이드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드로이드 조립 공으로 근무를 합니다. 엘리시움은 지상의 인간을 다스리기 위해서 드로이드라는 꼭두각시를 만들어서 지구인을 하늘에서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다룹니다. 

참으로 아이러니 합니다. 자신들이 만드는 드로이드가 자신들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모습.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실제로 우리 현재의 삶도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CCTV 생산 공장에서 근로자를 감시하는 CCTV가 이와 비슷하겠죠. 맥스는 하늘에 떠 있는 엘리시움을 동경하지만 갈 능력은 없습니다. 지상의 99%들이 엘리시움을 동경하는 이유는 그곳의 삶은 아닙니다. 아니 그들이 삶을 원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이기에 꿈도 꾸지 않죠. 그러나 단, 하나 엘리시움을 가려는 이유가 있는데 그건 바로 만능 치료기 때문입니다


이 만능 치료기는 엘리시움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엘리시움 집집 마다 이 치료기가 있습니다. 암, 백혈병, 심지어 얼굴이 날아갔어도 포토샵처럼 바로 복원을 해주는 정말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만능 치료기입니다. 

지상의 99%는 세상 고통 99%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인데 다른 것은 참아도 돈이 없어서 치료를 하지 못하는 고통은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엘리시움으로  향하는 수 많은 행렬이 있지만 엘리시움은 불법 이민자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오는 족족 격추를 시킵니다. 


힐러리 국무장관을 연상 시키는 국방장관(조디 포스터 분)은 엘리시움에서 대통령 명령도 받지 않고 엘리시움으로 다가오는 99%의 시도를 병균처럼 취급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맥스가 드로이드 생산 공장에서 사고로 방사능에 쏘이게 되고 5일 후에 죽게 된다면서 드로이드가 던저준 진통제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맥스가 사는 곳은 비포장 도로에 비탈진 언덕, 판자촌이 덕지덕지 있는 곳으로 엘리시움의 모습과 큰 대척점에 있습니다. 그렇게 5일 후에 죽게 될 운명을 명 받은 맥스는 과감한 결심을 합니다. 이렇게 죽느니 엘리시움에 가서 죽겠다면서 엘리시움에 있는 만능 치료기를 향해서 진군을 합니다. 

 



엘리시움과 설국열차의 닮은 점 그리고 다른 점

엘리시움과 설국열차는 참  닮은 점이 많습니다. 먼저 두 감독이 미국이 외 그것도 유럽도 아닌 감독입니다. 
한 마디로 비주류인데요. 봉준호는 한국 감독이고 엘리시움의 닐 블롬캠프는 남아공 감독입니다. 
이렇게 세계 영화계에서는 변방의 국가라고 하는 곳에서 허리우드 자본으로 자본주의의 병폐나 해악, 문제점을 지적한 다는 점이 너무나 닮았습니다. 

자본이라는 기차가 제동 없이 달리게 되면 어떤 99%인 사람들에게 어떤 디스토피아가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공한 지구 운영체제라고 하는 자본주의도 이제는 덜그럭 거리고 수 많은 워킹 푸어와 점점 고착화 되는 계급사회를 두 영화는 극명하게 다르고 있습니다. 엘리시움이 수직으로 지구의 극도의 계급화를 보여줬다면 설국 열차는 수평으로 달리는 기차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두 영화를 다 본다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씨줄과 날줄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영화가 다른 점도 꽤 눈에 들어오네요.
먼저 설국열차는 이 자본주의의 양극화를 큰 알레고리(은유)로 다층 적으로 보여줍니다. 자원 분배의 불합리성과 차별 대우, 그리고 폭력에 대한 반발인 혁명을 보여줍니다. 기차라는 체제를 전복 하려는 혁명 단계까지 진격하지만 엘리시움은 그렇게 과격한 모습은 없습니다.  

수 많은 자본주의의 병폐 중에 건강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엘리시움을 보고 난 후 의료 민영화를 비판한 영화라고 하는 소리도 있더군요. 실제로 이 엘리시움에서 보여지는 아파도 돈이 없어서 치료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가 바로 미국이고 어떻게 보면 엘리시움은 미국의 의료 체계를 정면으로 비판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또한, 엘리시움을 갈아 엎고자 하는 모습 보다는 오로지 그 만능 치료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설국열차가 자본주의에 대한 전체적인 비판 그리고 혁명 전복 후의 권력이양까지 다루고 있다면 엘리시움은 그냥 현시적인 수 많은 문제 중에 건강 문제만 다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좀 더 메시지 전달력이 좋은 영화는 엘리시움이고 그 만큼 쉽습니다. 하지만 좀 더 오래 곱씹어 볼 영화는 설국열차입니다. 



SF드라마이기에 미약한 액션과 미스 캐스팅은 너무나도 아쉽다

영화를 보고 나오자마자 쓴소리가 나왔습니다. 이 영화는 액션이 많지 않습니다. 저는 SF액션으로 기대하고 봤는데 상당히 액션이 약해서 왜 이런가 봤더니 SF 드라마였네요. 따라서 줄거리가 주는 즐거움 메시지가 주는 즐거움이 대부분이고 액션은 많지도 규모가 크지도 않습니다. 

시각적 재미는 있습니다. 실제 촬영 장소가 쓰레기 처리장이었다고 하는데요. 쓰레기가 난무하고 난민촌과 대형 비행선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은 상당히 센세이션 합니다. 특히 미끈한 비행선이 아닌 마치 오래된 트럭 같은 낡고 녹이 슨 모습은 몰입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스타워즈가 센세이션 했던 것은 우주선들이 낡고 허름한 모습 즉 진짜 전투를 벌이고 전투 경험이 있는 듯한 모습으로 담겼기 때문입니다. 엘리시움에서의 비행선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또한 폭발 탄의 위력을 묘사하는 모습이나 신개념 병기의 등장은 살짝 고무적이긴 하지만 이 영화가 액션 영화가 아니기에 그냥 잠시 눈 요기로만 그려집니다. 


비쥬얼은 상당히 좋긴 하지만 '맷 데이먼'이 차고 나온 괴력을 내게 하는 몸에 박아 놓은 슈트는 정말 보기 짜증 날 정도로 썩 보기 좋지 않습니다. 마치 온 몸에 임플란트를 한 것처럼 철사를 달고 다니는데 이게 폼도 안 나고 보기 좋지도 않습니다. 몸에 박아서 핏자국도 있고요. 특히나 머리 뒤에 있는 작은 디스플레이는 사이보그 느낌도 안 나고 그렇다고 액션 전사의 느낌도 없고 그냥 밍밍합니다. 


그러나 워낙 연기를 잘하고 배역에 어울리는 맷 데이먼이라서 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지만 악역 크루거 역을 한 샬토 코플리는 악당으로 보이기에는 너무 외소한 체형으로 인해 오히려 악당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합니다. 차라리 맷 데이먼의 친구로 나오거나 해커 집단 두목으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여기에 조디 포스터를 너무 쉽게 사용한 모습 등은 아쉬운 면이 많습니다. 



메시지 전달력은 괜찮았지만 영화적인 재미는 높지 않았던 영화 '엘리시움'

엘리시움에서 광선 총 싸움이나 대규모 화력 전 혹은 폭발 장면을 기대한다면 적극 말리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저 같이 액션 영화인 줄 알고 봤다가 99% 지상인과 1%의 우주인의 계층간의 괴리감을 담은 드라마임을 나중에 알면 심한 배신감이 들 것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를 SF로 담은 현시적인 드라마라고 보시면 그나마 볼만한 구석이 있습니다. 

노동자 계층에 대한 괴로움과 공장주의 비열함에 분노하게 하는 힘이 있지만 어떤 스트레스를 푸는 영화는 아닙니다. 노동자의 삶을 그냥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도 드라마는 참 좋아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굳이 대스타와 SF라는 장르로 담았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차라리 대규모의 액션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계층간의 갈등을 담은 '토털 리콜' 같은 영화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분명 비쥬얼적인 재미는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감독의 전작인 '디스트리트9'에 비해 그 재미가 한 참 떨어지네요. 

또한, 뻔한 결말과 진부한 액션도 후한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닐 블롬캠프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힘은 좋습니다. 솔직히 이런 자본가들을 비판하는 영화를 허리우드 자본이 담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이런 영화가 자주 만들어지느는 않을 듯 하네요. 다만, 자본주의의 병폐를 다층 적으로 그리지 않고 너무 건강에만 집중한 모습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아쉬운 점이 되었습니다.

엘리시움. 99%인 우리들의 디스토피아를 담은 영화이자 희망을 담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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