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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인사동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한 외국인의 바이올린 연주

by 썬도그 201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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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 밤의 천막이 드리우면 깔끔한 외모의 한 외국인이 바이올린을 켭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낮에도 연주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낮에 본적이 없습니다. 이 바이올린 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인사동이라는 외국인이 자주 찾는 거리에서 한 백인 아저씨의 바이올린 연주는 그냥 스치듯 들려 왔고 좀 지켜보다가 지나갔습니다

이 인사동에는 가끔 배낭여행 족들이 다른 나라에서 산 혹은 직접 만든 장신구들을 판매하고 그 판 돈으로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는 정거장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저렇게 연주 하다가 또 다른 나라고 가겠지라고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은 틀렸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인사동에 갔었고 인사동에서 이분을 또 발견 했습니다. 지난 여름에 봤고 다시 보는지라 같은 분인지 잘 몰랐지만 그가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같은 사람임을 알았습니다. 연주하는 곡들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팝송이나 익히 많이 들었던 클래식 같은 곡을 연주 했습니다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나  엘가의 사랑의 인사 같은 곡들이죠. 사진전을 관람하고 나왔는데 이 추운 날씨에 손이 얼었는데 호호 입김을 불고 쉬고 계시더군요. 지난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에도 나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추운 날씨에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것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바이올린 아저씨는 묵묵히 연주를 합니다.

마치 삶을 처연하게 바라보는 듯 아무도 듣지 않아도 연주를 합니다. 가끔 저 같은 사람들이 카메라에 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갑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거리의 악사 문화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인사동이 좀 싫습니다. 아니 좀 밉습니다. 전통의 거리?  인사동이 전통의 거리요? 에이! 20년 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전통의 거리 아닙니다. 한국을 느끼게 해주겠다면서 인사동을 데리고 가는 것을 적극 만류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삼청동의 북촌 한옥마을을 보여주던지 고궁을 보여주던지 하시는 것을 더 추천합니다. 

솔직히, 서울에서 옛 한국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거의 다 사라졌고 박물관 같은 곳만 남아 있습니다. 경복궁도 박물관이고 서울 역사 박물관도 박물관이고 아무튼 서울의 100년 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고 그냥 현재의 한국을 보여주고 이게 한국이다라고 하는 것이 더 빠를 것입니다. 아니면 시간과 여력이 된다면 지방의 한옥마을을 소개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이나 안동의 하회마을도 좋을 듯 하네요. 서울 근교라면 용인 민속촌이나 충남 외암마을도 괜찮습니다. 
인사동의 정체성은 미술 갤러리의 거리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 합니다. 인사동에 엄청나게 많은 갤러리들이 많거든요. 그냥 문화의 거리가 더 어울리겠죠. 한국적인 색은 퇴색되고 그 자리에 예술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가득합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한국색을 버리고 여러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다문화를 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따라서 외국인들이 돈 벌이를 하던 그냥 자기 실력을 보여주던 하나의 마당을 마련해주고 누구나 쉽게 공연을 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합니다. 

그러나 이게 쉽지 않더군요. 작년인가 한 프랑스인 연주자가 악기연주를 하자 주변의 상인들이 장사 방해 된다고 내쫒았고 경찰까지 출동 했습니다. 사람들이 그 외국인 연주자에 몰리자 자기 가게 앞 막는다고 상인들이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죠. 

저는 그런 생각이 참 아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롭고 많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그런 공간성이 인사동을 빛나게 하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데 그걸 거부하다뇨. 이래서 전 인사동이 싫습니다. 상인들의 잇속만이 가득한 거리가 현재의 인사동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바이올린 연주를 들었습니다. 


구슬픈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면서 이분이 누군지 궁금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아무런 정보가 없네요. 딱 하나의 글에서 우크라이나의 레오라고 적혀 있던데 이분, 우크라이나 출신인가 봅니다.

그러나 왜 밤마다 연주를 하는지 무슨 스토리가 있는지 알 수는 없네요. 영어를 좀 하면 참 좋으련만 전혀 하지 못하니 접근하기도 힘드네요. 혹, 저분이 한국어를 잘하면 좋을텐데, 기자 분들이 한번 취재해 보세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분 여기서 꽤 오래 연주 했습니다.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고요. 기사화 하면 참 좋을텐데요.  연주 장소는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인사 아트센터' 주변에서 연주를 합니다


사진을 찍은 후에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살며시 놓고 왔습니다. 영화 '원스'도 생각나네요. 
볼것이 많지만 삭막함도 느껴지는 인사동, 이 인사동에 바이올린 선율을 들려주는 행위에 대한 제 작은 선물입니다. 
그나저나 이런 푼돈이 도움이 될까요?  돈이 목적일까요? 아님 소명의식일까요? 여러가지로 궁금하네요

사진을 찍는 다른 분에게 적극적으로 노출을 허용하는 너그러움도 있습니다. 

잡상인 다 쫒아낸다더니 인사동은 다시 잡상인이라고 하는 포장마차가 가득 했습니다. 저는 포장마차나 이런 길거리 리어커 상가들을 옹호합니다. 상점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죠. 먹으면서 감상하면 기분이 더 좋잖아요. 먹으면서 구경하면 더 재미있잖아요. 다만, 상인들이 불만스러워 하는 세금은 내고 장사를 하고 양성화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박근혜 당선인이 주장하는 지하경제 양성화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현재 포장마차들은 세금 안 내고 장사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이런 포장마차 양성화 해서 세금 걷는 것일까요?  인사동. 항상 뭔가를 느끼고 발견하는 공간입니다. 그 점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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