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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원작소설과 일본영화를 안 본 상태에서 쓰는 용의자X 리뷰

by 썬도그 2012.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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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X의 헌신이라는 소설이 인기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촌스런 제목에 볼 생각도 안 들었습니다.
일본 추리소설이라고 하는데요. 제목에 책 내용을 다 담고 있어서 무척 촌스러웠습니다. 또한 추리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일본 추리소설은 읽은 것이 없네요. 

어제 페북 이웃분 덕분에 일본 추리소설 원작인 용의자X를 보고 왔습니다. 방은진 교수이자 감독의 작품이고 예고편을 보니 짐짓 재미있을 것 같아 약간의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봤습니다.


원작소설과 일본영화를 안 본 상태에서 쓰는 용의자X 리뷰

줄거리


원작소설도 일본 영화도 보지 않고 봤습니다. 몰랐는데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일본 영화가 2008년에 개봉했더군요
따라서 전 아무런 내용도 모르고 봤습니다. 영화는 3명의 주연이 나옵니다. 

석고(류승범 분)는 고등학교 수학교사입니다. 고등학교 수학교사이지만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수학자이죠.
석고는 엄청나게 내성적입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말도 잘 걸지도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합니다. 내성적인 범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이런 스타일이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내성적이고 범생이 스타일이었죠. 문제는 이 석고는 정도가 좀 지나칩니다. 너무 내성적이라서 자기안의 세계에 갇혀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자폐적인 성향이 있기도 하지만 그의 엄청난 열정을 보면 오타쿠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석고라는 수학교사의 옆집에는 미모의 화선이라는 여자가 조카와 삽니다. 어린 조카를 혼자 키우면서 도시락 집에서 일을 합니다. 


석고는 이 화선에 첫눈에 반합니다. 매일 같이 '좋은 아침'이라는 도시락집에서 점심을 사는 석고, 화선은 어느정도 눈치를 챕니다. 석고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요. 그러나 화선은 석고에게 사무적으로만 대합니다. 


그러다 대형사건이 터집니다. 이 화선(이요원 분)이라는 여자는 과거에 호스티스로 일을 했었습니다. 남자관계도 복잡하고 남편도 있는 여자입니다. 무뢰배 같은 남편이 어떻게 알았는지 대전에서 서울로 몰래 이사온 화선의 집을 찾아옵니다.

화선은 놀라죠. 이때 중학생 여조카가 집에 들어옵니다. 여조카에게 해꼬지를 하는 등 몹쓸 행동을 하는 모습에 두 여자는 남편을 죽여버립니다. 어쩔줄 몰라 하던 때에 옆집에 살던 석고가 문을 두드립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해결해 주겠다고 나섭니다.

"제가 반드시 지켜드리겠습니다"

시체는 한강변에서 발견되고 형사들이 부인인 화선을 찾아옵니다.

형사 민범은 직감적으로 부인인 화선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고 지목하고 수사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화선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체 사망 예상시간인 11월 9일에 조카와 영화를 보고 식당에 갔다 온 것을 본 목격자와 CCTV등을 보게 됩니다. 목을 조르다가 인대가 늘어난 듯한 손 떨림 증상을 보이는 모습등 여러모로 의심할 점이 많지만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접근을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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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짓말탐지기로 검사까지 하게 되는데 이 검사도 통과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모든 화선의 행동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수학교사인 석고입니다.  형사들은 완벽한 알리바이로 인해서 화선에게 드리웠던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물러갑니다.

그런데 이 민범이라는 형사와 석고는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수사를 하다가 서로를 알아보고 술자리를 하면서 친하게 지내죠. 
석고는 난감한 상태가 되었지만 슬기롭게 잘 이겨 나갑니다. 사건이 미궁에 빠지던 어느날 

민범이 석고의 고등학교에 찾아옵니다. 그리고 석고를 의심합니다. 그 이유는 석고가 화선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이후 영화는 석고라는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 헤깔리게 하는 등의 약간의 실강이가 있습니다.  


추리물이라고 보다는 진한 멜로물

전 추리물로 봤습니다.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 형사와 수학교사의 고도의 머리싸움일 줄 알았는데 그런 과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스위스 시계처럼 촘촘하지 않습니다. 상당히 느슨하고 투박하고 돌직구 같습니다. 

전 추리소설의 재미는 서로 속고 속이고 혹은 완벽한 통제를 통해서 주인공이 범인을 혹은 범인이 형사를 놀려먹다가 뒤통수 한 대 맞고 잡히는 모습이 참 재미있는데요. 이 영화는 그런 재미가 많지 않습니다.  반전이 크게 한번 있는데 그 반전은 놀라움과 아니! 저놈이~~~ 저럴수가가 아닌  눈물을 흘리면서 느끼는 애처로움과 애잔함이었습니다.

추리물을 보다가 눈물을 흘리다니 참 난감하더군요.. 보통의 장르물들은 눈물보다는 쾌감을 주면서 끝냅니다. 그런데 이 영화 추리물을 가장한 멜로물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남녀의 밀당이 나온는 것이 아닌 원작에도 나오는 헌신의 갑으로 나오죠

아니 저렇게 까지 헌신할 수 있나? 저게 사랑인가? 아님 집착인가? 아님 싸이코인가? 아님 자폐인가?
라는 의문도 들지만 그런 논리적인 모든 것을 넘어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영화관에서 운 분들 꽤 많으시더라고요.
사랑은 수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고 정답을 낼 수 없는 X값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워낙 인기소설이라서 내용을 다 알고 볼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감독 방은진은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추리영화적인 모습 보다는 화선과 석고의 이야기에 집중했고 그 결과로 이 영화는 원작보다 상당히 멜로적인 요소가 강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소설 안 읽었기 때문에 추리물적인 요소가 느슨해서 조금은 당황했습니다.

감독 스스로도 반성하게 된다고 하는 말을 하던데요. 따라서 이 영화는 원작소설을 읽은 분들이면 더욱 좋은 영화입니다.
그러나 저 같이 원작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에게도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입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장근영 심리학자는 사랑은 "열정, 친밀감, 헌신"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석고에게는 헌신 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열정도 얼핏 보입니다. 시체를 숨기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도 헌신도 있지만 열정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친밀감이 둘 사이에는 없습니다. 

먼저 석고라는 캐릭터가 남과 쉽게 어울리는 성격이 아닙니다. 말수도 적고 항상 음습한 모습과 건조하고 차가운 말투등 여러모로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힘든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이 석고라는 캐릭터가 기계인간은 아닙니다. 화선이 자신의 죄를 숨겨준 고마움의 표시로 목도리를 선물했고 그 선물에 손을 떨 정도로 격정적인 모습을 보이는데요. 

자신을 표현할 줄을 몰랐지 석고는 이상한 싸이코나 스토커는 아닙니다. 다만 자신을 표현하는 기능이 망가진 인물입니다.
또한 화선도 이 석고에게 접근하지 않습니다. 엄청난 일을 도와주었는데 마음을 열어주지 않고 나중에는 스토커냐고 의심까지 합니다. 

이렇게 헌신을 하지만 이 사랑은 공허하기만 합니다. 서로 친밀감이 없고 교류가 없고 일방적으로 석고가 사랑을 주입하는 짝사랑이다 보니 그 사랑은 공허하기만 합니다. 혹은 영화에서는 외사랑으로 까지 비추어지기도 합니다.

원작을 보지 못해서(곧 보고 나서 다시 비교하면서 리뷰를 또 쓸 예정입니다) 원작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의 한줄기 눈물은 석고 때문에 흘리기 됩니다. 자신이 모든 것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칠수 있는 사랑은 이제 고전소설에서나 남아 있는 요즘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지고지순함을 넘어 신의 사랑까지 도달한 석고의 사랑 때문에 진한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계산기 같은 주고 받는 사랑이 '사랑의 정석'이 된 요즘 우리의 사랑방정식을 다 깨버리는 절대 순수의 사랑을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뭐 저야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하고 마지막 장면을 봤습니다만 공감하지 못하는 관객도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랑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미친사랑으로 보이니까요. 


수작은 아닙니다. 아쉬운 장면도 많고 어설픈 장면도 있습니다. 개연성은 그런대로 괜찮고 끊기는 장면도 없습니다. 타이트하게 찍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추리물의 머리 싸움을 기대한다면 이 영화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만 석고의 사랑, 지고지순하고 숭고한 사랑을 보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일본사회가 개인화를 넘어 원자화 되어 가는 모습들 반영한 듯한 원작소설이 한국에서도 히트한 이유는 한국도 예전과 달리 같이 하기 보다는 혼자서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 것 아닐까요? 평론가의 말 처럼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 이유는 한국도 점점 일본처럼 혼자 밥먹고 혼자 여행가고, 혼자 영화보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말도 하던데요. 

여러모로 이 영화는 멜로이지만 현 세태를 살짝 담은 모습도 있는 영화입니다. 석고 역활을 한 류승범의 연기는 괜찮았습니다. 괴성을 지르고 열을 내는 류승범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다가 절제하고 참고 견디고 모든 것을 조용히 표현하는 연기도 꽤 잘하더군요. 다만 그의 전매특허이자 특히 잘하는 코믹한 연기를 즐겨보다가 느닷없이 소심한 오타쿠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이 좀 낯설기는 하네요.  이요원은 여전히 아름답고 예쁩니다. 이요원이 아니라면 이 영화 이렇게 까지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제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온 조진웅도 연기 참 잘하더군요. 살을 좀 빼서 이제는 샤프한 느낌도 나는데요. 연기에 물이 올랐습니다. 연출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들도 좋지만 문제는 이 영화 좀 심심한 것도 있습니다. 강력한 카운터 펀치가 몇번 주고 받아줘야 관객들이 숨을 죽이면서 보는데 그냥 잔잔하게 잔잔하게 추리도 멜로도 진행시킵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15분에 모든 것을 터트립니다. 그래서 그런지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것 같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물을 모았다가 한번에 분출하는 댐 처럼요.  이 가을 색다른 사랑, 공감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짝사랑의 최강을 만나보셨으면 하네요.  사랑은 X다.. 그 X값을 영화에서 구해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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