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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도둑들 1,300만 보다 서편제 100만이 더 진솔한 숫자다

by 썬도그 2012.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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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1천만 관객 돌파? 그냥 숫자 놀음일 뿐

개봉하고 한달이 지나서 '광해, 왕이된 남자'를 봤습니다. 영화 자체는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지만 영화 데이브와의 상당한 유사성과 뭔가 가슴을 때리는 충격은 없었습니다. 그냥 평이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일 뿐이죠. 한 마디로 프랜차이즈에서 맛 볼 수 있는 그런 음식 같았습니다. 

이 광해는 현재 950만을 돌파하고 별 무리없이 1천만 관객동원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광해의 1천만 관객 돌파를 전 전혀 축하해줄 맘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 광해가 최근들어 억지 관객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 영화 '용의자X' 시사회를 보러 영등포CGV에 갔더니 말로만 들었던 쌍둥이가 구입하면 1+1 마케팅을 하고 있더군요.
한 명이 보면 한 명은 공짜로 본다는 것과 이름에 광이나 해가 들어가면 1+1을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천만 관객 돌파라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입니다. 억지로라도 천만 관객을 돌파해야 마케팅 측면에서 아주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광해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이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재미있는 영화임은 알겠는데 억지로 1천만 관객을 돌파시킬려는 CJ의 무대뽀는 좀 짜증이 나네요


이는 도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둑들도 1,300만 명의 관객숫자를 돌파했지만 전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 숫자도 억지로 만들어낸 숫자이기 떄문입니다

제가 관객숫자를 억지로 만든다는 말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개봉관수 1천개 이상 잡아서 그 영화만 보게 만드는 요즘 영화관람 세태

요즘은 관객이 영화를 고르는 시대가 아닙니다. 요즘은 영화관이 관객을 고르는 시대입니다.
영화관 가보세요. 딱 그 영화만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르키고 있습니다. 

온통 한 영화가 4개관에서 30분 단위로 돌아가고 있고 다른 영화는 새벽별보기 운동인지 밤 24시에 개봉하거나 교차상영을 하는 영화들도 참 많습니다. 놀이동산에 갔더니 내가 가장 타고 싶어하는 놀이기구는 하루에 2회 밖에 운행을 안하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롤러코스터나 바이킹은 10분 단위로 계속 출발한다면 어떤 것을 타겠습니까? 꼭 타고 싶은 놀이기구가 있어도 엄청난 희생을 치루어야 합니다.

지금 영화관이 딱 이 모양새입니다. 배급사와 영화관이 밀어주는 영화는 1천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쉴새없이 돌아고고 관객은 그 영화를 볼 것인가 말것인가만 고민하면 됩니다. 이런 이유로 조금만 재미있다고 생각되면 열폭적인 지지를 영화관에서 해주면 쉽게 1천만 관객동원을 합니다  물론 아무리 1천개를 잡아줘도 재미없는 영화는 망합니다. 다만 어느정도 재미가 있고 입소문도 좋으면 쉽게 1천만 관객동원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인정하지 않지만 해운대가 1천만 관객을 넘었고 도둑들은 1,300만 까지도 넘었습니다. 도둑들의 막판 공짜표 뿌리는 마케팅인 참으로 추하고 추했죠. 또한 적자를 보면서 까지 좌석 점유율이라고 해서 상영관 안에 사람들이 없어서 텅텅 비어도 관객 숫자 올릴려고 억지로 상영하는 모습은 기가 차더군요.

반면 '피에타' 같은 좌석점유율이 높아서 꽉꽉 차는 영화는 교차 상영을 하고요. 이런 배급사와 영화관의 농간에 지금의 관객들은 놀아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전 광해와 도둑들을 딱히 1천만 관객 돌파 영화라고 인정해주고 싶지 않고 그냥 500,600만 정도로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식으로 덩치로 밀어부치는 영화는 계속 나올 듯합니다. 이건 뭐 마트에 갔더니 특정 회사 마요네즈만 있어서 그 회사 제품 싫어도 사게 만드는 이런 꼬라지가 정말 싫네요


2. 관객동원 숫자 늘리기 위한 무리한 마케팅과 스크린 독과점

위에서도 지적한 쌍둥이에게 표를 한 장사면 한 장을 더 준다든지 이름에 광이나 해가 들어가면 공짜표 한 장을 더준다느니 하는 것이나 개봉한지 2달이 지나서 좌석점유율이 한 자리 숫자로 떨어졌는데도 1,300만 관객 돌파할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무리한 관객 숫자 놀음이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네요. 차라리 그 스크린에 다양성 영화라고 해서 다양한 해외 유수의 영화를 수입개봉해서 상영하면 어떨까요?

광해를 제작 배급한 CGV는 다양성 영화 상영 횟수가 1.41%에 그쳤습니다. 


미디어스 기사 발췌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452

그나마 CGV나 메가박스가 높은 편이죠. 최근들어 미국을 제외한 외국의 유명한 작품이나 인기작품이 국내에 수입해서 성공한 작품이 있나요? 오로지 한국 영화와 미국영화 딱 두가지만 우리는 보고 살고 있습니다. 

자본이라는 것은 아주 간사하고 영악해서 돈 되는 것만 합니다. 그러다보니 돈되는 것들인 한국영화와 미국영화만 상영하는 모습이 되었네요. 거기에 요즘 한국분들 자막 읽는 것 너무 귀찮아 하죠. 예전에 미국에서 외국영화가 성공하기 힘든 이유가 자막을 넣으면 미국인들 귀찮아 한다고 하잖아요. 한국이 미국의 80년대가 된 것 같습니다. 저 조차도 자막 많고 말 많은 외국 영화 짜증나더라고요. 아무튼 이렇게 과도한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1천만 관객을 쉽게 만들지만 반대로 맣은 영화들이 상영되는 기회가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뭐 국내 개봉되는 외국영화나 한국영화 숫자로만 보면 예년과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영화는 1천개의 스크린에서 돌려지고 어떤 영화는 단관 개봉하는 이런 양극화가 만연해져서 실제로는 관객들에게 느껴지는 상영영화 숫자는 예년의 반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나마 단관도 교차상영하면 또 말이 달라지겠죠. 


서편제 100만 관객동원이 더 유의미하다

먼저 말씀을 드리자면 서편제가 도둑들보다 광해보다 작품이 더 좋고 재미있다고 하는 글이 아님을 먼저 밝힙니다.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각자가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는 영화 자체의 비교는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서편제의 100만을 더 유의미하게 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90년대 초반까지 즉 한국에 지금처럼 동네마다 대형 스크린을 여러개를 갖춘 멀티플렉스관이 점령하기전에는 영화 상영을 대부분 단관개봉했습니다.

80년대 까지만 해도 영화 상영 시스템은 단관개봉이었습니다. 지금은 집근처에서 개봉영화를 볼수 있지만 당시는 종로에서만 개봉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서편제는 93년 단성사에서 개봉해서 무려 6개월 동안 장기 상영하면서 100만을 넘겼습니다. 지금으로 보면 에게~~~ 할 수 있지만 6개월 동안 관객들이 많아야 하루에 6회 상영을 하는 가운데 한번에 많아야 500명씩 소화하는 영화관에서 100만을 기록하기는 여간 힘든게 아니였습니다. 결국 저도 종로에 나갔다가 지금같이 예매시스템도 발달하지 않아서 갔다가 전회 매진 되는 것을 몇번 보면서 포기 할 정도였습니다.

신문으로 치면 열독율이 무척 높았다고 봐야죠. 따라서 당시의 관객들의 가치로 따지면 지금의 1천만을 넘어섰을 것입니다.
또한 장기상영을 하면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까지 보도 되었는데요.  지금은 1,300만을 넘겨도 그 반응은 시큰둥 합니다.

따라서 단순하게 관객 동원 숫자로만 영화를 판가름 하기에는 무리수가 있습니다. 당시는 억지로 쥐어짜는 스크린 독과점도 없었습니다.

최근 배급사와 영화관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억지로 관객 숫자 늘리는 모습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며 배급사나 영화관들도 더 이상 억지로 관객 동원 숫자 늘리는 마케팅은 하지 않았으면 하네요. 여러모로 요즘은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기 보다는 영화관이 관객에게 이거 보던지 아님 굶던지 하는 모습 같아 보여서 좀 보기 좋지 않네요. 이런게 거대 자본이 선택한 영화를 우리는 그냥 기계적으로 보는 시대가 되었고 이런 풍경은 점점 재미없는 영화도 흥행에 성공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져서 영화적인 완성도 보다는 상영 스크린 갯수 늘릴려는 노력을 더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천만 관객 영화가 늘어날 수록 영화보는 짜릿함이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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