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옛날 영화를 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현실적 사랑을 다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by 썬도그 2012. 4. 21.
반응형


쿵~~~ 성인도박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 분)는 새벽길에서 들려온 그 소리에 눈을 돌립니다.
거기엔 사람들이 수근거리던 할머니가 10년 째 끌고 다니던 유모차가 난간게 부딪혀서 서 있었습니다

그 유모차에 뭐가 있기에 사람들은 수근거리고 할머니는 애지중지 끌고 다녔을까요?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츠네요. 그리고 그 유모차 속에서 20대의 조제(이케와키 치츠루 분)가 눈을 깜박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둘은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조제가 담긴 유모차를 밀고 츠네오는 조제네 집에 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아침밥을 얻어 먹습니다. 
쿵~~~  츠네오는 또 놀랍니다. 높은 의자에서 펄쩍 뛰어 내리는 하반신 마비인 조제의 모습에 놀랍니다. 안 아플까?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츠네오, 그렇게 츠네오 속에서는 쿵하는 사랑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 합니다.

조제의 원래 이름은  코미코입니다. 학교도 갈 수 없고 하루종일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조제에게 할머니는 근처의 집에서 버려지는 책들을 주워다가 조제에게 줍니다. 코미코는 그 책중에서 '프랑스와 사강'의 소설을 너무 좋아했고 그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인 '조제'를 자신의 본명처럼 사용합니다.

전 이 영화를 4번째 봤고 일전에 리뷰를 한번 쓴 적이 있습니다. 명작은 씹으면 씹을수록 보면 볼수록 우러나는 맛이 다르다는 것을 어제 또 느끼었습니다. 어제 이 영화를 장애인의 날 특집 영화로 방영했는데요. 4번째 보면서 제가 쓴 2007년의 리뷰를 다시 읽으니 참 글 못 썼더군요. 못쓴것도 있지만 이 영화를 보고 이 정도 밖에 느끼지 못했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4번째 보니 올곳하게 이 영화 가 왜 나를 울렸는지 왜 마음이 아려왔는지 그 아림의 정체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 조제라는 캐릭터는 너무나 현실적입니다. 아름답게 묘사하지도 추하게 그리지도 않습니다.  

대부분의 영화속 장애인들은 하나의 주체라기 보다는 주인공의 수단이 되는 형태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이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다릅니다. 조제라는 장애인을 주체로 담고 있고 그의 시선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조제는 그런 우리 주변의 장애인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학교도 가지 못하고 빈민가에서 웅크리고 지내는 모습을 그대로 영화는 담고 있습니다. 츠네오는 그런 조제를 좋아합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동정심으로 바라봅니다.

비장애인들이 으레 그렇듯 동정심으로 시작한 사랑은 웃으면서 달립니다. 하지만 츠네오는 그게 동정심인지도 잘 모릅니다. 그냥 조제를 도와줘야겠다 생각하죠.

그렇게 츠네오는 조제가 만들어준 계란말이를 먹으로 조제네 집에 들립니다.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도 그걸 잘 몰라서 받지 못한 혜택을 받게도 해줍니다. 츠네오의 친구중에 복지학과를 다니는 여자친구가 있기 때문이죠

사실 이 츠네오는 지고지순한 청년은 아닙니다. 인스턴트 사랑을 즐겨하는 그냥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그런 츠네오가 사랑을 궁금해하면서도 자신의 처지에 맞게 살자는게 신조인 조제에게 푹 빠지게 됩니다.

조제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츠네오는 시청복지과에서 1주일에 몇번 씩 들려주는 것을 확인하고 떠납니다.
"기분 나쁜 아저씨가 한번 안아주면 쓰레기를 버려다준뎄어" 그 말에 황망해 하는 츠네요
"복지과에 부탁해"
"복지과 아저씨는 대낮에 오고 쓰레기는 아침에 버려야 해"

츠네오는 조제의 현실을 그때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왜 그 변태 아저씨에게 포옹을 허락했는지 알고 난 후 기숙사 짐을 빼서 조제와 동거를 시작합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츠네오의 여자친구가 조제를 찾아옵니다. 츠네오의 전 여자친구 치메오가 말합니다
"그쪽이 가진 무기가 부럽다" 장애에 대한 질투심을 느낀 치메오는 막말에 가까운 말을 합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면 너도 다리를 잘라" 그 말을 듣고 치메오는 조제의 따귀를 때립니다. 
조제가 손을 들자 치메오가 뺨을 갖다 됩니다.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입니다. 장애를 가진 츠네오의 여자친구인 조제에 대한 질투가 있지만 장애를 조롱하거나 비아냥 거림이 아닌 진짜로 그 장애를 부러워 하는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장애를 조롱했다면 조제가 유머차에서 손을 내밀면 멀리서서  뭐라냐 너~~ 라고 내려봤겠죠. 하지만 치메오는 머리를 숙여서 뺨을 대줍니다. 조제도 때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츠메오의 사랑은 사랑이 아닌 동정심이라고 넌지시 말하죠.  조제도 알았을까요? 알고 있었을까요? 아님 그때 알게 되었을까요? 츠메오의 사랑이 동정심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그 동정은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요


조제는 호랑이가 가장 무서웠습니다. 남자친구가 있으면 함께 그 가장 무서운 공포를 느끼고 싶었고 그 공포감 뒤에 푸근한 남자친구의 어깨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호랑이를 무서워했던 조제가 가장 좋아하는 물고기를 보러 남자친구인 츠네오와 함께 수족관에 찾아갑니다.
그 길은 츠네오가 조제를 가족들에게 소개를 시켜주러 가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족관은 때 마침 휴관일이었습니다.
공포를 같이 바라봤지만 좋아하는 것을 함께 보지 못한 조제는 바다를 보러가자고 합니다.
츠네오는 등에 업은 조제의 무게를 현실의 무게로 느낍니다. 그리고 점점 장애인과의 사랑을 이어갈 자신이 없어집니다

바닷가 해변을 같이 걷는 것은 비장앤들 커플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지만 여자친구가 장애인인 츠네오에게는 그 무게가 묵직함을 느끼고  손안에서 모래알이 빠져나가듯 서서히 빠져 나갈려고 합니다


조제는 그 바닷가에서 츠네오의 마음을 읽었을 듯 합니다. 잠시 궤도을 이탈해서 행복감을 느꼈지만 내가 가아햘 굴레와 궤도는 이게 아님을 알게 되죠. 그리고 츠네오가 있기 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예지하게 됩니다


행복의 상징물인 물고기를 보지 못한 조제는 '물고기의 성'이라는 이미테이션 이미지가 가득한 러브호텔에 들어갑니다.
진짜 물고기를 보지 못하는 모습은 어찌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의 비극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동등한 관계로 발전하지 못하는 삐걱거림을 조제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조가비 모양의 러브호텔에서 조제는 혼잣말에 가까운 말을 합니다.

"깊고 깊은 바다에서 나왔어. 츠메오와 야한 것을 하기 위해서. 빛도 바람도 소리도 없는 곳에서 왔어. 
외롭지 않아. 처음부터 거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천천히 시간이 흐르고 난 두번 다시 거기로 못갈거야
언젠가 니가 내 곁에서 사라지면 혼자서 조개처럼 바다 속에서 데굴데굴 구르겠지.
그래도 그것도 나쁘지 않어"


그리고 얼마 후 츠네오는 담담하게 조제와 이별을 합니다. 이별을 하자마자 전 여자친구가 기다리고 있었죠
마치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했고 편의점에 들렸다가 나오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둘은 새로운 사랑을 하는 듯 합니다. 조제는 슬프지 않았을 것 입니다. 

만날 때 부터 헤어질 것을 예상했으니까요. 
무덤덤하게 손에 먼지를 털듯 훌훌 털고 일어난 츠네오는 치메오와 함께 거리를 걷다가 왈칵 눈물을 쏟아냅니다. 
그 눈물의 의미를 처음 봤을 때는 잘 몰랐습니다. 두번 세번 그리고 네번 째 보니 그 눈물의 의미를 조금은 알듯 합니다. 

바람 결에 날아든 조제에 대한 추억이 그를 울게 만들었을 듯 합니다. 어찌보면 그 눈물은 진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동정심과 사랑의 차이도 모른채 무모하게 조제하게 달려들었던 자신의 모습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장애인과의 사랑이 쉽지 않음을 깨닫고 자신의 사랑도 사랑이 아닌 동정심이 원형재였다는 것을 알게되자 서서히 서서히 빠져나옵니다. 어찌보면 평생을 동정심을 사랑이라고 오해하면서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오해하고 살기에 현실적인 장애인의 삶은 각박합니다 

쿵~~~~ 조제는 괜찮습니다. 이전 처럼 쿵 하고 높은 의자에서 내려와서 자신이 직접 구운 생선구이와 계란말이를 해서 먹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조제도 츠메오 때문에 변했습니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유머차를 버리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시장에 가서 직접 장을 보러 갑니다.

전동 휠체어를 몰고 가는 조제의 뒷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아파오네요.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장애인의 사랑이야기를 가장 현실적으로 담은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이 영화가 조제를 동정의 대상으로만 담았다면 졸작으로 끝났을 것 입니다. 하지만 철저하게 조제의 입장에서 그렸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누드 잇신 감독의 연출작법이 훌륭했으면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났습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동정심으로 시작했고 그걸 인지했다면 츠네오는 조제의 영원한 친구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게 조제에게는 더 큰 행복일 수도 있죠. 물론 이건 제 일방적 시선입니다.

가끔 우린 장애인을 장애우라고 합니다. 이건 잘못된 언어입니다. 장애우라는 단어는 장애인은 무조건 우리들의 친구라는 비장애인들의 일방적 시선이 담긴 시선의 폭력이 담긴 단어입니다. 

장애인들도 감정이 있고 개인의 존엄성이 있으면 그 사람들이 비장애인을 친구로 대할지 안 대할지는 그들에게 선택권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우는 비장애인이  장애인들은 무조건 친구라는 일방적 시선이 담겨 있죠

맥도날드 할머니가 싫다는데도 도와주겠다고 했다가 얻어맞은 사람이있었죠. 도움도 상대가 원하면 해줘야지 무조건 도와주는 것은 안됩니다. 시각장애인이 건널목에서 힘들어 할때 무조건 손을 잡고 끌고가면 그건 무례한 행동입니다. 큰소리로 도와드릴까요? 라고 묻고 도와줘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장애인을 자주 만나는게 아니라서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사람들로 인식하죠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장애인에 대한 담백하고 정직한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가 끝이나면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통키타 소리네요. 아주 편한하고 나른한 노래, 그렇게 조제는 세상을 굴러다닐것입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