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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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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북촌 방향'의 전주곡 같은 영화 '옥희의 영화'

썬도그 2011. 10. 3. 11:12
토요일 밤 12시가 가까운 시간에  관객이 별처럼 드문드문 있는 가운데 홍상수 감독의 '북촌 방향'을 봤습니다.
졸리운 시간이지만 저 같은 영화광들의 반짝이는 눈망울들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영화를 볼 생각은 없었습니다.  대중성이 없다는 이유로 하루에 3회만 상영하는 영화의 숙명이라고 할까요? 대중성없는 영화의 숙명처럼 새벽에 밖에 볼 시간이 안나더군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본것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밖에 없었습니다.
돈주고 일상을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북촌 방향은 끌리더군요. 그 이유는 제가 자주가는 삼청동과 북촌이 영화에 가득 나올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삼청과 북촌이 나오긴 하지만 가득 나오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8할이 술먹는 씬입니다. 술자리가 대부분이고 그것도 거의 모두가 롱테이크입니다.  제 기대와는 다르게 북촌을 많이 담지는 못했죠. 하지만 전 홍상수라는 감독이 그린 일상의 변주곡에 푹 빠졌고  새로운 보석을 발견하고 왔습니다

홍상수 감독은 즉흥적으로 영화를 잘 만들기로 유명합니다. 스텝도 3~4명만 대동하고 촬영을 하죠.
김기덕 감독이 빨리찍기의 달인이라면 홍상수 감독은 적은 인원수로 장편영화 찍기를 하는데 달인입니다.

제작인원이 많다고 오래 찍는다고 대작이 나오는 것은 아니죠.

북촌방향을 보고난 후 사람들이 홍상수의 전작인 '옥희의 영화'의 2부격이라고 하는 소리에 1부라고 하는 아니 닮은듯한 영화 옥희의 영화를 봤습니다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사랑에 대한 변주곡 같은 영화 '옥희의 영화'


옥희의 영화는 4개의 영화로 된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4개로 이루었지만 등장인물은 비슷합니다.  

1악장 같은 주문을 외운날에는 30대의 영화감독이자 시간강사인 진구(이선균 분)이 아내와 함께 출근하는 모습부터 시작됩니다.  송교수(문성근 분) 밑에 있으면서 영화도 만들고 시간강사도 하죠. 때로는 여학생을 혼내면서 술자리에서는 송교수에게 아부도 떨면서 직언도 합니다. 직언이라기 보다는 소문을 직설적으로 말하고 송교수를 분노케 합니다.  
회식자리를 하고 난 후  자신이 만든 영화에 대한 관객과의 대화에서 아주 직설적이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질문을 받습니다.
한 관객이 질문하길 자기 친구가 감독 진구와 사귀었는데 헤어진 후 폐인이 되었다면서 따지듯 묻습니다.  송교수에게 직언에 가까운 질문을 했던 진구는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2악장인 키스 왕은 진구의 20대의 학생시절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과 대학생인 진구는 송교수에게 칭찬도 많이 받고 
주변에서 상을 받을것이라는 소문도 듣는 촉망받는 대학생으로 나옵니다.  진구는 같은 과 여학생인 옥희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옥희는 송교수와 애인관계였죠. 그런 사실도 모른채 진구는 술기운에 빌려서 사랑고백을 합니다.  

그리고 강제적으로 입맞품을 하죠. 그러나 이상하게 옥희도 크게 빼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븟날 진구는 옥희네 집 앞에서 밤을 세우면서 옥희를 기다리게 되고  옥희는 그런 모습에 진구와 잠자리를 하고 애인이 됩니다.


3악장인 폭설 후는  송감독(송교수)가 시간강사로 있을때를 다룹니다.
진구와 옥희는 같은과 학생으로 등장하고 폭설이 내린 계절학기에 3명 빼고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셋은 강의를 접고  송감독에게 질문의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옥희와 진구는 많은 질문을 쏟아냅니다.
그 질문들을 보고 있으니  마치  홍상수감독에게 하는 질문들과 대답들이 계속 나옵니다. 마치  홍상수 감독과의 GV나 Q & A 같다고 할까요. 

 


4악장은 '옥희의 영화'입니다.
옥희가 사귄 두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아차산 산행으로 다룹니다.  2년전에  송교수와 왔던 아차산
2년후에 새로운 애인인 진구와 산을 오릅니다.  그 산행에서 50대 송교수와 20대 진구와의 차이점을 영화는 담고 있습니다.

화장실을 들렸느니 안들렸느니 부터 어떤 이야기를 했느니 어디서 멈추고 어떤 말을 했느냐 까지 꼼꼼하게 옥희는 자신의 영화에 담습니다.  50대 유부남인 송교수는 자신의 처지를 알아서 인지 헤어짐을 준비하는듯 하는 말을 하고 20대인 진구는 그냥 무덤덤합니다. 감수성도 별로 없고 큰 생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옥희의 관점에서 본 두 남자의 차이점을 영화는 아차산 산행이라는 배경위에 그려냅니다
그리고 마술같이 한 공간에 과거의 남자와 현재의 남자가 순간 스치듯 담깁니다. 송교수가  진구와의 산행에 나타난 것이죠. 
2년전에 헤어지더라도 1월 1일에 만나자고 했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나온것이죠



 이 영화는 참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그 재미란 영화를 여러각도로 해석할 수 있고  4개의 에피소드가 같은 인물 같으면서도 다른 인물로 해석해도 괜찮다는 것 입니다.

1,2,3,4악장의 등장인물이 같은 인물로 봐도 재미있고 전혀 다른 인물로 봐도 될 정도로 느슨한 모습속에서 관객들은
각자의 경험의 녹여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인물로 보고 보면  1악장인 '주문을 외울 날'이 가장 최근의 일이고  폭설 후가 가장 오래된 이야기고 그 다음이 키스왕과 옥희의 영화가 보여집니다.  이렇게 뒤죽박죽인 시간설정은  그들의 관계에서 유추 할 수 있습니다.

옥희가 송교수를 사귀면서 헤어질려고 할때 진구의 고백이 들어왔고 진구와 사귀지만 현재의 진구는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되어 있죠.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했던 이야기는 옥희의 영화입니다.  진구와 송교수라는 두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재미이자 감독이 말할려고 했던  홍상수 감독 영화의 핵심 키워드인  '차이와 반복'을 담고 있습니다.

 "많은 일들이 반복되면서 또 어떤 차이를 가지는 이 인생이라는 것이 끝내 뭔지는 알 수 없겠지만 
제 손으로 두 그림을 붙여 놓고 보고 싶었습니다"

라고 하는 옥희의 멘트는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차이와 반복 이 굴레에서 우리 인생은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입니다. 휴일이 지나면 또 다시 반복되는 지하철과 버스나 차를 몰고 출근을 하면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스케즐 점검을 하고 본격적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하는 반복된 일상,  그 반복됨이 지겨워서 반복에서 차이를 만들기 위애서 일탈도 가끔 하고 술로 머리를 리셋시켜보지만  또 다시 반독되는 일상의 궤도에 진입해서  자동모드로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을 그대로 박제한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홍상수 감독 영화 '북촌 방향'의 주제도 비슷합니다. 차이와 반복 이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죠.
똑같아 똑같아~   북촌 방향의 주인공은 옛 애인과 너무 닮은  작은 술집의 여자를 보자 혼자 읇조립니다.  우리는 이렇게 익숙한 것에 취하면서 너무 똑 같이 닮으면 멀리할려고 하고 결국은 또 익숙한것에 물들으면서 그 익숙한것들이 가져다 주는 편함에 취하게 됩니다.

 


사랑도 반복되는 것이죠.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만 결국 그 안에서 예전 여자의 얼굴을 찾을려고 하고 예전 남자를 찾을려다가 말싸움을 하게 되죠.  자신의 이상형에 현재의 남자나 여자를 맞출려고 할때 일탈은 시작되고  반복되는 사랑질도 식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반복되는 사랑속에서 포근함을 느끼다가 다시 지루함이라는 권태의 독버섯이 피어오르고요


영화 '옥희의 영화'는 깔끔하면서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사랑에 닳고 닳은 분들에게는 더더욱 풍성한 느낌을 받게 해줄것입니다. 항상 느끼지만  배우 정유미는 언젠가 큰 배우가 될 가능성이 너무 높네요. 영화 '차우'시사회때 무대인사를 할때 수줍어 하던 그 배우가 이제는  전도연이 주목할만한 배우라고 지목할 정도로 괄목성장했네요.

도가니에서 나온 여배우가 정유미라서 다행이었습니다.  다음 차기작도 기대가 많이 되고 정유미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신뢰감이 많이 가네요.  배우에게 있어 신뢰감이란 바로 티켓파워로 연결되는데  앞으로도 유심하게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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