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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푸른 하늘 같은 아름답고 청순한 사랑이야기,

by 썬도그 2011.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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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참 하늘이 맑고 곱네요. 그냥 그런 가을하늘이지만 유난히 더 파랗고 고즈넉합니다. 아마 영화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봤기 때문일까요? 

코쿠리코 언덕에서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지브리에서 만든 애니입니다. 인물 작화만 봐도 대번에 지브리 거구나 알 수 있습니다. 커다란 눈동자 날렵한 카룬렌더링과 과장된 몸짓등 전형적인 지브리의 작화입니다.

이 영화는 지브리의 거의 모든 것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가 연출한 작품입니다.
지브리는 3D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린 만화들이 범람하는 가운데도 일본 장인처럼 2D를 고집하는 애니메이션 회사죠.
이 영화는 어떻게 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장한장 수작업으로 그린 정성이 바로 지브리의 정신이고 그런 이유로 모두가 3D와 컴퓨터로 만든 애니를 만들 때 2D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역설적으로 지브리의 차별성을 더 도두라지게 하고 있고 3D나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애니보다는 더 감성적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이전 지브리 작품들과 좀 다른 작품입니다.
지브리의 첫 사랑이야기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지브리 하면 거대한 고양이 같은 것이 뛰어다니거나 코난 같이 활달한 소년이 나와서 거대한 악과 맞서기도 하고 귀엽고 혹은 괴상한 캐릭터들이 범람하는 이야기들이 많죠.

한마디로 판타지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 같은 작품을 보면 기괴하지만 묘하게 매력 있고 귀엽기도 한 캐릭터들이 참 많이 나오죠.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만화가 지브리 만화이기도 합니다. 또한 천공성의 라퓨타 같은 경우는 SF적인 모습도 담겨 있죠. 일본판 디즈니라고 할만하죠

그러나 지브리가 꼭 그런 공상만 하는 만화만 만든게 아닙니다. '추억은 방울방울'이나 '반딧불의 묘' 같은 경우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공상이 없는 만화들은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주제가 아닌 전쟁이나 추억을 소재로 했죠. 그래서 '코쿠리코 언덕에서'가 지브리가 처음으로 담는 사랑이야기 맞습니다

코쿠리코 언덕에서

스토리는 좀 빈약합니다. 아니 좀 밋밋해요.
이야기는 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의 어촌마을입니다. 주인공 소녀 우미는 코쿠리코 언덕에 있는 하숙집을 운영하는 여고 2학년입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우미가 하숙생과 동생들과 할머니에게 아침밥을 맛있게 차리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우미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전쟁물자를 수송하다가 기뢰가 터져서 배와 함께 실종되었습니다. 엄마는 교수출신인데 미국에 가 있고요. 하숙집을 운영하면서 먹고살아야 하는 60년대 일본인들의 고단함과 부지런함을 몸에 익힌 우미는 큰 불평 없이 아침밥을 차리고 학교에서 수업 후에 바로 집으로 와서 도우미아줌마와 바통터치를 해야 합니다.

참으로 참으로 고단한 삶이죠.
우미는 아침마다 실종된 아버지를 위해서 깃발을 답니다. 깃발들은 하나의 수신호인데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펄럭거리게 되죠.

우미가 다니는 학교는 오래된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그 건물은 너무 오래되어서 철거가 예정되어 있고 학생들 80%가 철거를 찬성합니다. 그 건물은 동아리 건물인데 오래된 목조건물입니다. 우연히 알게된 슌이라는 고3선배, 우미는 슌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시험 족보를 미끼로 우미는 학보사에서 글을 옮겨 적는 일을 하게 되면서 둘 사이는 가까워집니다.

슌도 그런 우미가 좋습니다. 우미네 집에서 열린 파티에 초대된 슌. 슌은 우미가 보여준 아버지 사진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 사진을 본 이후 슌은 우미를 자꾸만 피하게 됩니다

코쿠리코 언덕에서

우미는 평소성격답게 방과 후에 슌을 기다립니다. 우산을 같이 쓰고 가면서 슌은 한장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우미의 아버지와 친구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어제 호적을 확인했는데 너와 나는 같은 아버지라고 말을 합니다. 즉 우리는 남매사이라고 폭탄선언을 하죠. 우미는 그날 몸져누워버리죠.

영화는 두 가지의 플롯이 진행됩니다.
우미와 슌의 러브스토리, 그리고 오래된 동아리건물의 철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동아리 건물을 최신식 건물로 새로 지어주겠다는 학교 측과 대부분의 학생들을 우미의 아이디어로 기존의 오래된 동아리건물을 청소하고 페인트칠을 다시 해서 설득을 합니다.

코쿠리코 언덕에서

스토리 부분은 불만이 없지는 않습니다. 먼저 주된 러브스토리가 주인공이 직접 말했듯 막장드라마 코드인 두 남녀주인공의 관계설정 부분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지만 남매사이라서 좋아하지 못하는 스토리는 너무 많이 봤죠.
처음에는 '가을동화의 애니버전'인가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내내 두 남녀사이의 남매가 맞냐 아니냐 실랑이만 다루고 있어서
좀 식상하고 심심합니다.

그래도 이 이야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우미라는 캐릭터가 참 매력적이더군요. 그렇게 힘든 일상을 살면서도 씩씩하게 사는데 미국에서 돌아온 어머니 앞에서 그렁그렁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천상 여고생이나 했네요.

그리고 또 하나의 이야기축인 동아리건물 이야기도 괜찮습니다. 한 건물을 허무는 것은 과거에 산 사람들을 무너트리는 일이라고 반대하는 모습에서는 온고지신의 느낌도 들긴 합니다. 옛것에서 지혜를 얻지 못하고 무조건 새것이 좋다고 외치는 대중들에 대한 삿대질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서는 슌이 과년도의 시험문제지를 차곡차곡 모아서 그 기출문제를 추려서 족보를 만드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된 60년대 일본은 우리의 70,80년대와 비슷하게 고도성장의 시기라서 옛것은 무조건 불편하고 못난 것이라고 치부하고 불도저로 밀어붙이던 시절이었죠. 한국도 고도성장 과정에서 옛것의 가치는 생각 안 하고 무조건 다 허물어 버렸죠. 그런 이유로 옛것이 거의 다 사라진 서울에서 이제야 사람들은 옛것의 부스러기를 찾아서 XXX 가 있던 터라고 건물의 묘비를 세우고 있습니다.

코쿠리코 언덕에서

먹고사니즘이 철학이었던 일본의 모습을 잘 담고 있는데 주인공 슌과 우미는 그런 옛것에 대한 소중함을 잘 아는 주인공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대중성이 높거나 재미가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특히 토토로 생각해서 어린아이 손잡고 오시는 부모님들은 만류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초등학생 이상이 봐야 좀 이해를 할 수 있고 올곧이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첫사랑을 하는 사춘기 이상의 아이들에게 좋은 영화네요

스토리는 밋밋하고 일본의 60년대를 그래서 그 감흥을 다 느끼긴 힘들죠.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그런 부실하고 부족하고 아쉬운 스토리를 작화로 메꿉니다. 언제 봐도 지브리의 작화술은 세계 최고입니다. 물론 개인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그리고 또 하나의 매력은 주제가와 배경음악입니다. 무성영화의 피아노곡처럼 경쾌한 피아노곡이 깔리고 영화가 끝이 나면 흐르는 서정적인 노래는 관객들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이 애니를 60년대에 봤다면 아주 감미로운 러브스토리가 될 수 있었지만 수많은 러브스토리를 닳고 닳게 본 요즘 관객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힘이 부치네요.

적극추천하지 못하지만 가을하늘아래 잔잔한 사랑영화 보고 싶은 분에게는 추천합니다. 영화 보면서 느낀 건데 일본의 또 하나의 애니거장인 '신카이 마코토'의 느낌이 너무 많이 나네요. 언젠가 지브리의 액션성과 마코토의 감수성이 융합된 작품이 나오길 바랍니다. 뭐 이미 '별을 쫒는 아이'가 나오긴 했지만 배경은 마코토가 인물 작화는 미야자키가 하면 어떨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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