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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월드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라 잡지 못하는 이유들

by 썬도그 2011.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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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는 축구를 보고 즐기기 보다는 국가대항전만 보는 국민들이었습니다. 
K리그를 하면 관중석은 온통 기업에서 동원한 응원단이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동작으로 응원을 했죠. 마치 북한의 플랜카드 응원을 보는듯 했습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때가 기억납니다. 우리는 어느해보다 16강 진출을 염원했고 국민들은 16강 진출을 낙관했습니다.
그러나 네덜란드에게 5대0이라는 대패를 하고 맙니다. 차범근 감독은 월드컵 중간에 짤리고 쓸쓸하게 국내로 돌아옵니다.

성난 국민들은 차범근을 욕했습니다. 16강 진출을 약속해 놓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분노지요. 하지만 객관적으로 한국은 16강에 들어갈 실력이 아니였습니다. 민족과 애국주의로 뭉친 언론들이  그런 객관적 평가를 무시하고 마치 16강을 당연히 들어간다는 식으로 보도를 했고 그 결과물로 16강 탈락을 받아오니 온통 국대와 차범근을 욕했습니다.
전형적인 결과위주의 한국축구고 그런 축구를 지지하는 한국인들이었습니다.

이런 결과지상주의는 많은 병폐가 있습니다.  다 여물지도 않는 학생들을 공부까지 팽개치고 축구나 야구에 올인하게 하는 엘리트체육을 낳게 되었고  초등학교때 부터 기술연마보다는 이기기 위한 축구 야구를 하게 됩니다.
 
물론 결과지상주의가 좋은 점도 있습니다. 남들보다 빠른 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광속과도 같은 경제성장이면에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풍토가 있었기 때문에 광속과도 같은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빠르게 따라 갈려면  결과지상주의로 채찍질을 해서 능력 이상의 결과물을 끌어낼 수 있을때는 좋습니다.  하지만 따라가는게 아닌 따라 잡을려면  이런 결과지상주의 결과물로 모든것을 판단하는 풍토로는 힘듭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라 잡지 못하는 이유들



1. 창의력을 떨어트리는 엄청난 노동강도

 어제 아주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그 프로는 한국의 기업문화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특히 야근문화를 다루더군요. 엘지디스플레이라는 회사의 야근문화와 대기업의 야근문화를 다루었습니다.  다른 직업을 가진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 IT쪽은 엄청난 강도의 노동을 합니다.
대학생들이 그러더군요.  엘지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는 아오지탄광이라고요.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하고 매일 야근입니다. 야근이 뭐 오후 10시에 퇴근하는게 야근이 아닌 철야입니다. 새벽까지 일하고 책상에서 몇시간 눈 부치고 또 일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24시간 공장이 돌아가고 경쟁업체가 많다보니 보다 빠르게 치고 나가지 않으면 2등,3등업체에 추월당하기에 엄청난 강도의 노동을 합니다. 대기업 직원들 연봉이 참 부러우시죠. 전 하나도 안부러워요. 왜냐면 그렇게 매일 야근하고 철야하면서 벌면서 정작 행복을 느낄 시간도 없는데 큰 돈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적게 벌어서 적게 쓰면서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전 그래서 대기업직원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뭐 명함 내밀때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겠죠. 하지만 그 간판뒤에 긴 장탄식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대기업직원들의 현주소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노동강도속에서 만드는 제품은 작고 가볍고 빠른데에는 일가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과 같은 패러다임을 바꿀정도의 큰 영향을 주는  제품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그렇다고  대기업 직원들이 창의력이 없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비록 주입식 교육을 받았어도  머리 회전들은 좋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여유를 선물해야 합니다. 여유로움속에서 머리속에 전구가 반짝이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기한을 정해놓고 무조건 내놓으라는 식의 멱살잡이로 내놓은 제품들은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긴 힘듭니다




2.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삼성전자의 기업문화


어제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전직 삼성전자 직원이라는 사람들이 인터뷰를 하더군요.
그들이 말한 삼성전자의 조직문화는 한마디로  살벌한 무한경쟁이었습니다. 어떤 제품을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내기위해 여러 팀을 꾸리지만  대부분의 팀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사장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애플은 모르겠지만 구글 같은 경우는 실패를 독려한다고 하죠. 실패했다고  채찍질하고 좌천시키고 책임을 지게 하면 어느 직원이 기를 펴고 살겠어요. 매일 매일이 나는 가수다입니다.  오디션 서바이벌이 따로 없습니다.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생각에서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니 그게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나오겠어요

실패를 하면 실패에 대한 분석을 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패에 대한 분석들이  성공의 화수분이 되는 것이죠. 
그러나 삼성전자를 넘어 한국사회는 실패를 용납하지 못합니다.  

땡~~~~ 탈락. 다음 참가자 
이런 식이죠.  단박에 짤리거나 좌천당하거나 일을 주지 않습니다. 이런 기업문화에서 무슨 창의적인 제품이 나오겠습니까?
삼성전자는 너 말고도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다는 식으로 직원을 대합니다. 한번 실수하면 바로 그에 대한 책임과 처벌이 있습니다. 



3.  단기성과에만 집착하는  근시안적인 성과주의


삼성전자 전 직원은 임원들은 1년짜리 자리라고 합니다. 1년동안의 성과를 평가하고 성과가 좋지 않으면 갈아버립니고 합니다.  매분기 매출의 등락을 평가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바로 바로 합니다.  따라서  항상 이동이 많죠. 
단기성과를 올리는데는  이런 단기평가가 좋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지 못한다면  예전의 소니처럼 몰락하고 말것입니다.  




3.  삼성전자는 기업문화가 없고 조직문화만 있다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삼성전자는 기업문화는 없고 조직문화만 있다고요
상명하복과 쥐어짜기식  채찍질 이런 조직문화에서  직언이 나올 수 없으면  자신의 운신의 폭을 넓힐 수가 없습니다.
딱 틀에 가두어놓고  그 틀을 벗어나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막으면서 창의적인 제품을 내놓으라고 하니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겠어요.  전직 직원이 말했듯 삼성전자에는  애플 따라잡기 부서가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애플의 신제품 나오면 그거 분석해서 비슷하게 만들어서 내놓는게 삼성전자의 장기입니다.
이번 월드IT쇼에서 삼성전자 직원분이 갤럭시S2를 보여주면서  아이콘안에 아이콘을 넣는 기술을 보여줍니다.

"이거 애플 아이폰이랑 똑같네요. 애플이 특허 침해라고 제소했는데 이거 애플이 뭐라고 하면 어떻해요?"
"좋은 기술은 널리 퍼지는게 좋습니다"

헉~~~  이런 공유마인드가 삼성전자의 마인드인가요?  
삼성전자는 조직문화가 아주 뛰어난 회사입니다. 그래서 삼성을 관리의 삼성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나 이런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는 결코 애플 아이폰같은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지 못합니다. 
분명 위에서도 얘기했듯 이런 조직문화가 소니나 도시바 파나소닉등을 따라 갈때는 필요할 수 있고 효율적이기까지 합니다.  남들을 따라가는 것은  창의력보다는 순발력과 집중력과 효율만 생각하면 됩니다. 결국 삼성은 그런 따라가기 전술로 소니를제쳤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그런식으로 따라갈 수 없다는 것 입니다.  애플을 따라갈려면 창의성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시장을 선도하고 문화를 형성하고 아우라를 느낄수 있고 추종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의 삼성전자 같이 마케팅과 언론플레이로는 국내에서는 먹힐지 몰라도 세계에서는 먹히지 않습니다. 




애플이 부럽거든 체질개선을 하던지 아니면 따라잡지 말아라

삼성전자 직원은 자사의 게시판에 넋두리를 적었습니다. 
우리도 애플 아이폰같이  사람들이 추종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요. 애니콜처럼 3개월짜리 제품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고요. 사실  삼성이나 LG전자 제품들을 보면  한국축구가 생각납니다.

네덜란드는 별로 뛰지도 않고 가볍게 톡톡 차서 넣는데 우리는 엄청난 에너지를 동원해서 겨우 한골 넣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올인해서 한골 넣으면  상대는 가볍게 톡차서 넣습니다.  참 허무하죠
이게 애플과 삼성전자의 차이입니다. 전체 매출은 삼성전자가 앞섭니다. 하지만 애플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삼성보다 앞섭니다. 휴대폰 시장만 따지자면 애플이 매출액과 판매대수 영업이익에서 모두 앞섭니다. 

삼성전자의 조직문화로는 1위를 따라가는데는 편합니다. 그러나 1위를 지키고 유지하기에는 좀 버거워 보입니다.
특히 애플과 같은 창의적인 회사를 따라잡기는 힘듭니다. 삼성이 소니를 따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소니의 모든 장점을 흡수하고  소니의 단점인 관료주의를 어느정도 타파하고 순발력을 강화시킨 결과입니다.  그러나 창의적인 기업인 애플과의 승부에서는 다른 조직문화로 만들어야 할것입니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겠죠. 하루아침에 피가 바뀌면 사람 죽습니다. 따라서 서서히 변화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아니면 차라리 애플을 따라잡지 말고 삼성의 장점인 순발력을 내세워서  삼성만의 장점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도 좋을 것 입니다. 

제가 삼성전자를 비판했지만  솔직히 삼성전자만이 아닌 한국 IT기업들의 모든 고질병입니다.
또한  삼성전자의 문화와 LG전자의 조직문화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껍데기만 파는 하드웨어 업체들은 많습니다.
모토로라, 노키아,  HTC등등 해외 유수의 IT기업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조직문화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애플처럼 문화를 팔고 그 안에 콘텐츠까지 파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조급증에 걸린 삼성전자에서는 혁신적인 제품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좀 여유를 가지고  2등이 되더라도 더 큰 1등이 되기위해서  느슨하면서도 창의적인 조직으로 서서히 변화시켜 갔으면 합니다.  닥달한다고  삼성 아이폰이 나오는게 아닙니다. 통찰력과 깊이있는 성찰만이  애플과는 또 다른 창의성이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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