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인디아
인도란 어떤 곳일까요?
요가의 나라? 세계 2위의 인구대국? 못 사는 나라, 가난한 나라, 하지만 IT가 발달한 나라 거기에 영어가 공통어라서 해외에 많은 IT인력을 보내는 나라, 우주선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라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가난하게 사는 나라
비슷한 중국이란 나라와 또 다른 나라
인도에 여행을 갈 생각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저에게 변화를 가져온 것은 여행서들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많은 여행서들이 인도찬양서적으로 바뀌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도여행을 가서 큰 깨달음을 얻고 왔다는 여행서들이 많아지고 있죠.
한때 여행서를 즐겨 읽었습니다. 제가 몸과 마음이 지쳐서 훌쩍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을 때 여행서들은 이국의 정취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인도 여행서들이 많아지더군요
그 이유가 뭘까요?
인기 예능인 무한도전에서 '인도여행편'을 선보이기도 했을 정도인데요. 인도 가면 다 철학자가 될까요?
무한도전 인도여행편이 망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도라는 느린 시간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빨리빨리'만 외치다가 망한 꼴이죠.
많은 인도여행서를 읽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여행서들에게서 흐르는 공통된 이야기는 느림입니다.
느리면 속터지죠. 아주 환장합니다. 생각해 보면 80년대 보다 2011년 현재는 엄청나게 빨라졌습니다.
얼마나 빨라졌는지 밥 먹으면서 스마트폰으로 문자나 카카오톡을 하고 있고 메일을 보냅니다.
밥 먹으면서 PC를 하고 게임을 합니다. TV를 켜고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하다가 전화까지 합니다
이렇게 멀티태스킹 삶을 살면 삶이 더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여유롭기는커녕 더 복잡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핸드폰이 없고 PC가 없던 시절에는 여유가 많았습니다. 코리안 타임이라고 항상 늦게 오는 녀석은 10분에서 20분 늦게 나타났고(저입니다!) 20분 늦었다고 해서 화를 내긴 하지만 강제를 하지 않습니다.
느린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죠. 분명히 나만 느리면 욕을 먹고 도태의 지름길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느리고 한 나라가 느리다면 다른 이야기일 것입니다. 느리게 살면 세상이 망할 것 같이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도가 망하지 않고 유럽이 망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느리게 산다고 우리 삶이 팍팍해지거나 하지 않을 것 같네요
3인의 예술가들이 담은 3색 빛깔 인도 여행기
'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예쁜 자계장 같은 표지가 눈에 쏙 들어옵니다.
지금은 없지만 80년대 찍은 사진들(왜 그때는 집에서 가족사진들을 많이 찍었을까요?)을 들춰보면
꼭 집집마다 자계장 앞에서 어색한 표정으로 찍은 가족사진들이 있습니다.
그 자계장 같은 표지가 눈에 쏙 들어옵니다.
이 책은 인도여행서와 포토에세이 집의 경계에 있습니다.
보통의 포토에세이라면 사진과 감성에 젖는 글을 배치하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포토에세이구나 했는데 들춰보니 안에 생각보다 많은 글이 있어 인도여행기인가 했습니다.
그러나 인도여행기 이면서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묘한 책이더군요
보통의 여행 서라면 시간의 흐름 순으로 꼼꼼하게 기록하는 게 특징인데
이 책은 여행의 여정을 꼼꼼하게 담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이야기도 중간중간 들어가 있고요
인도는 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했을까 궁금했는데 이 궁금증은 3명의 예술가가 각자 쓴 기행에세이를 다 덮고 나면 이해가 됩니다.
영화감독 이사강이 본 인도는 크리에이티브에게 영감을 주는 나라
2006년 개봉한 영화 '더 폴'을 기억하시나요?
전 이 영화 보는 사람마다 추천을 해주고 있습니다. 시나리오의 재미는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CG를 쓰지 않고도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낸 그 가공할 만한 시각적 충격은 사진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이 영화에 홀릭하고 맙니다. 한동안 '더 폴'앓이를 하기도 했고요
이 영화 '더 폴'을 만든 감독은 인도감독인 '타세요 싱'입니다. 대부분 인도에서 촬영했는데 지구상에 실제로 있는 아름다운 공간에서 모든 것을 촬영했습니다
인도는 허리우드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영화를 많이 생산해 내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발리우드라는 소리가 있죠. 뭐 대부분 국내 수입도 안 되는 인도용 영화이지만 그 풍부한 인력은
우리보다 뛰어난 영상미학을 만들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서 인도출신 CF감독들이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영화감독 이사강은 영화감독보다는 배용준의 연인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뭐 이런 이야기는 짧게 하고요. 이사강 감독은 인도에 영화제 인트로 촬영 때문에 갑니다.
그 여정기를 담백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도 인도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특히 발리우드 영화계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영화감독답게 발리우드 영화계를 소개하는 글들은 썩 좋더군요.
거기에 멋진 삽화 같은 사진들이 켜켜이 붙어 있습니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큰 줄거리가 없이 이리저리 흩어져 보이는 글들이 좀 산만해 보인다는 것
느림의 미학을 배운 사진가 김태환
사진가 김태환은 이 책의 삽화가 이기도 합니다. 색감이 풍부하고 인도의 풍경을 덤덤하게 담백하게 담기보다는 약간의 꾸밈으로 담았는데 이 사진들의 느낌이 상당히 좋습니다.
하지만 제가 워낙 현실과 비슷한 다큐 사진을 좋아하다 보니 약간의 꾸임이 있는 사진들이 큰 충족감을 주지는 못하지만 제 시선이 아닌 평범한 시선으로 보면 사진들은 눈에 콕콕 박혀 듭니다. 사촌동생이 이 책을 보더니 다 읽고 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 뭔가 끌리는 게 있나 봅니다.
왜??
라고 물으니 사진이 예뻐서
라는 단순 명료한 대답을 하더군요
사진가 김태환은 인도에서 느림을 배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한 그 느림의 미학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 문제없어!라는 말을 말합니다.
욕해도 화내도 짜증 나도 아무! 문제없어라고 말하는 인도인들. 그래서 인도인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일까요? 모든 고통을 신이 주는 선물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 우리 기준으로 보면 참 팍팍하고 머리카락 곤두서는 서글픔이 가득할 것 같은데 인도인들은 웃으며 아무! 문제없어라고 말합니다.
가장 멋진 사진이 위 사진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쌀알 같은 하얀 점이 있습니다. 하얀 점은 별입니다. 그 하얀 점을 이어가면 하나의 별자리를 만들죠. 이 사진 밑에는 낙타가 있습니다. 자세히 보세요....
이웃블로거인 김피디님 말대로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담는 것도 멋진 사진이라는 말이 공감이 가네요
이 책은 사진 때문에 혹하는 것이 많은데 저도 이 책을 보면서 책의 깊이는 깊지 않지만 친구나 손님 올 때 대접할 책이 없을 때 툭 하고 던져주면 좋을 책입니다. 요즘이야 집에 누가 놀러 오면 게임하고 밥먹고 술먹고 하지만 예전엔 그랬나요. 친구가 집에 놀러오면 그 집 앨범 뒤적거리고 책장 뒤지다가 재미있는 책 발견하면 빌려가곤 하죠.
그때 빌려주고 바로 받을 수 있는 책이 이 책이기도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니까요
설치 미술가 유쥬쥬가 본 인도는 두리안이다
3명의 저자 중(비교하는 건 좀 그렇지만) 가장 공감 가는 글들을 많이 쓴 저자는 바로 설치 미술가 유쥬쥬입니다. 인도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인도의 느낌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비교체험 극과 극처럼 더러움과 고귀함이 한 블록 안에 공존하는 나라, 두리안같이 냄새가 지독하지만 한입 베어 물면 그 맛에 폭 빠지는 나라. 이런 모습을 책에 잘 녹여내고 있습니다
이중 맘에 드는 구절을 소개해 볼게요
유쥬쥬가 길거리에서 만난 할머니는
"인생은 짧은 것, 내키지 않는 일에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지이다"
"무슨 일이든 한 번 뿐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것이야말로 가장 귀중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내가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건 삶에 후회가 없기 때문이다"
단순한 지리이지만 우리는 그게 한 번 뿐이라는 것을 잘 모릅니다. 언젠가 또 오겠지 하지만
대부분 오지 않습니다. 손해 볼 것 없다면 해보는 게 좋죠
이 책은 여행을 좋아하는 20,30대 여자분들이 좋아할 만한 책입니다.
물론 남자인 저에게도 좋은 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감수성이 남자보다는 여자감성에 착 맞는 듯하네요.
선물로 주기도 좋은 책이기도 하고요.
책선물을 많이 하지만 어려운 책 선물하면 읽지도 않더라고요. 잡지보다는 깊고 소설책보다는 가벼운 책
'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