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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장진 유머의 시초가 된 영화 기막힌 사내들

by 썬도그 2010.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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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장진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요. 지금까지 만든 영화중에서 망한 영화도 없지만 크게 대박난 영화도 없습니다.  영화에서는 대박나고 다음작품이 쪽박나는 것 보다는 장진감독처럼 꾸준하게 조금이라도수익을 내는것이 가장 좋은 모습입니다

장진감독은 팬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진식 유머를 좋아합니다.
그의 유머는 아주 독보적이죠. 특유의 언어의 유희와 아이러니한 상황의 연속속에 기발한 상황을 비꼬는듯한 대사들.

이런식이죠.

한이연(이나영)이 짝사랑하는 야구선수 동치성(정재영)이 술이 떡이되서 여관에 누워주고 나오는데 이나영은 좋아하지 않는 척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상황을 넘어가고 여관의 복도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짝사랑의 고통을 함껏 담은 씬인데 그 뒤로 나레이션이 나옵니다.

나는 3가지가 없다.
나는 애인이없고 내년이 없고  그리고 주사가 없다.
주사가 없다는 것은 한이연이 동치성에게 곱게 잔다고 말해준 대사입니다. 진득한 대사끝에 주사가 없다~~ 라는 말에 관객은 빵 터집니다.
이런식으로 능청스러운 대사들의 유희가 장진표 유머라고 할 수 있고 이런 유머는 장진감독이 국내에서 독보적입니다. 이전에는 김상진 감독이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연출을 참 잘했는데 이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어제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장진감독의 기막한 사내들을 봤습니다
장진감독의 영화 대부분을 봤지만 이 영화는 보지 못했습니다. 장진감독을 좋아하던 여자후배가 꼭 보라고 했던 영화였는데  98년 개봉당시 큰 인기를 끌지 못했고 절 잡아끌 만한 출연배우도 없었습니다. 98년이면 쉬리가 막 제2의 한국영화붐을 일으킨 시대라서  한국영화에 대한 불신의 장벽이 있던 시대였죠.

예전엔 그랬어요. 한국영화라는 이유만으로 극장에서 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던 때가요.


영화 기막힌 사내들은 군대를 전역하고 연극무대에서 활약하던 장진감독이  그 끼를 영화로 발산한 최초의 작품입니다.
장진이라는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고 충무로의 소문난 재담꾼이 영화에 데뷰한 첫 작품이죠

영화 기막힌 사내들은 장진식 유머가 가득한 영화이자 실험정신이 깃들인 영화이자 단편영화 같은 장편영화 세련미가 좀 없어 보이는 영화입니다. 먼저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장덕배(최종원)은 감옥에서 막 출소 합니다. 좀도둑으로 수차례 감옥을 들락거렸죠. 그에겐 딸이 있습니다. 장진감독 영화에 항상 나오는 화이(오연수). 딸 화이는  보육원 교사로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화이는 출소해서 찾아온 아버지에게 화를 냅니다. 보육원을 돕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면서 자전거가 변변치 않아서 통학거리가 1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아이들이 걸어다니는 일이 태반이라구요

이 영화는 초반에 두개의 큰 이야기가 따로 진행되다가 후반에 만남을 가집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연쇄살인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그 살인사건이 일어나는곳에 손현주가 계속 지나가다가 용의자로 체포됩니다.
두번연속 애먼 용의자로 잡히자 손현주는 노이로제에 걸립니다.   돌잔치하는 곳으로 향하던 손현주.  그러나 재수가 옴 붙었는지 그곳에서 또 살인사건이 나고 경찰차 싸이렌소리가 들립니다. 그런데  장덕배(최종원) 양택조(유달수) 신하균이 앞에서 달려오고 이 4명은 같이 뛰게 됩니다.  장덕배일당은 담을넘어 도둑질을 할려다가 경찰 싸이렌 소리에 놀라서 튄것이고  엉겁결에 손현주도 같이 뛰다가 4명은 잡히게 됩니다

영락없이 4인조 강도.  이 오해는  딸 화이가 찾아오고 때 마침(?) 다른 살인사건이 나면서 오해가 풀립니다.
그리고 딸 화이를 위한 아버지의 마지막 미션이 시작되죠.

그 마지막 미션이란  화이가 그렇게 원하던 자전거를 선물해 주는것인데  화이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보육원 앞마당과 숲길 가득히 자전거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좀 유치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감동 가득한 마지막 장면이기도 합니다.

사실적으로 따져보면 그 많은 자전거 도둑질 한것인데 도둑질해서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게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한 진중한 물음을 할 수 있지만 장진감독의 영화들은 대부분 환타지적인 요소들이 있어 그렇게 따져 묻고 할 영화는 아니기에 부드럽게 받아들이는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기막한 사내들의 재미는 아이러니한 상황의 연속입니다.
좀 작위적으로 보일수 있지만 영화에서 가장 웃음을 많이 나게 했던 손현주는 살인사건 범행 부근에 우연히 지나가다가 3번이나 검찰청에 끌려간 사람이고  항상 죽기만을 꿈꾸던 20대 청년 신하균은 독도를 수호하자면서 산속에서 목을 메다가 실패해서 장덕배(최종원) 유달수(양택조)에게 발견되고 3인조 좀도둑이 됩니다.  신하균의 목숨을 살려준 두 노인. 그러나 살려주니까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으로 신하균은 좀도둑을 그만둘려고 하자 먼가 크게 한탕하자고 부축입니다.

거기에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는 지금은 유명한 그러나 당시는 유명하지 않았던 많은 배우들을 볼 수 있습니다. 까메오는 아니죠. 유명한 사람이 나와야 까메오지 당시는 유명한 배우도 아니였으니까요.  정재영은 길치인 택시기사로 나오고  국밥집 보이로 대사 몇마디 없던  엄태웅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거기에 채정안도 살짝 볼 수 있는데  자세히 봐야 합니다.

영화 중간에는 느닷없이 뮤지컬이 시작되는데  경찰과 죄없는 시민들이 함께 노래부르는 노래는 당혹스러우면서도 신선했습니다.
신인감독만의 객기라고 할까 켤코 보기 힘든 모습이 한국영화에서 보이더군요. 그 노래부르는데 홍록기도 살짝 나옵니다.

장진감독은 전봇대를 무척 사랑하나 보네요. 이 영화에서도 전봇대 클로즈업 씬이 많은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진감독의 영화 아는여자에서도 전봇대가 주요소재로 나오죠.  영화는 신인감독의 치기어림도 많이 보이지만  대성할 감독이 갖추어야 할 스토리텔링의 맛깔스러움과
웃음이 끊이지 않게 만드는 코메디전문 감독 장진의 진면목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이 영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매니아 사이에서는 회자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이 벌써 12년전의 작품이라니 세월 정말 쏜 화살같이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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