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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분노에 대한 교향시. 영화 플래툰을 보고

by 썬도그 2010.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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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현충일입니다.  나라를 지키다 돌아가신 분들의 고마움을 느끼는 하루입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크지 않습니다. 여타의 공휴일처럼 그냥 하루 쉬는날이고 올해는 일요일과 겹쳐서 더 큰 느낌이 없습니다.  대통령 내외가 사병묘역에 방문했다는 기사가 보이는데 그런 모습은 썩 좋아 보이네요. 사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분들의 거룩함은 모두 소중합니다. 하지만 동작동 국립묘지에 가보면 그런 느낌이 크게 들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장군들 묘역과 사병들 묘역은 천지차이입니다. 봉분이 있는 장군들의 묘역을 보고 있으면

영혼에도 계급장이 달린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무명용사들이 전 더 소중하다고 생각됩니다. 직업이 군인인 사람과는 또 다른 희생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EBS에서 플래툰을 해주고 있습니다. 89년 교련시간에 시청각실에서 비디오로 처음 봤던 플래툰.
지금 5번째 보고 있는데도  볼때마다 명작의 향기가 나네요

이 영화는 이전의 베트남 영화와 다른 시선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베트남전쟁속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분노의 화신이 되어가는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고  외부의 적보다는 우리 내부의 적이 더 무서움을 담고 있습니다.

크리스는 베트남에 막 배치된 신참입니다. 베트남에 온 미군병사들의 면면은 초라하기 그지 않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동네에서  중졸같은 저학력자들이 수두록합니다. 어차피 본국에서 취직도 못하고 노느니 군대에 입대해서  돈을 벌 목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열패감이 가득한  소대(플래툰) 풍경은  크리스에게 많은 느낌을 주게 됩니다.
크리스는 두 명의 상관을 보게 됩니다.  반즈라는 인정머리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매파 중사와  인간미가 가득한 부드러운 비둘기파 일라이어스 분대장이 있습니다.

둘은 사사건건 티격태격하죠.  크리스는 데미안의 싱크레어처럼 고뇌하면서  데미안같은 일라이어스 분대장을 잘 따릅니다.

전쟁에 대한 공포감이 가득했던 신참 크리스는  부비트랙으로 동료병사가 죽게되자 분노하기 시작합니다.
이웃마을에 가서 침대밑에 숨었있던 한쪽다리가 없는 장애인을 끌어내더니  자기를 보고 웃는다면서 땅바닥에 총을 쏘면서 분노를 하죠

분노한 미군들은  부녀자를 겁탈하고 애먼 돼지까지 죽입니다.
전쟁은 이런 분노바이러스로 전염됩니다.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은 싱가포르에 가서 한국에 투자하라면서 절대로 한국에서 전면전이 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언제부터 이명박대통령이 예언자였나요?
전쟁은 교통사고와 같아서 내가 싸우지 않는다고 해서 안나는게 아닙니다. 내가 똑바로 바르게 운전한다고 해도 옆차선의 차가 달겨들어 사고가 날수 있습니다.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전쟁 안한다고 해도 상대가 쳐들어오면 전쟁이 시작되죠. 더구나 한국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 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94년 북핵위기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영변핵시설 폭격을 검토하기 까지 했다고 그의 자서전 마이라이프에 밝힌적이 있죠.

전쟁이 나면 총을 정말 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합니다. 그러나
옆의 동료가 총에 맞아 쓰러지면 분노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분노는 총을 난사하며 돌격앞으로 하게 되고 그런 병사들은 또 다른 병사를 분노케 합니다.   

정부는  천안함사고를 북한의 소행이라고 밝혔고  분노의 표시로  휴전선에 대북방송용 스피커를 설치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북한은  격파조준사격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덤으로 전면전 이야기를 말했습니다.

그러자 한국국민들은 전쟁공포에 휩쌓였고 그 공포감은 6.2지방선거에 표심으로 표출되었습니다.

정부는  스피커설치를 계속 하겠다고 하지만 지금 숨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분노만 하는게 정답이 아닌것을 깨달은듯 합니다.
또한 미국도 한국 국방부의 핵항공모함과의 연합작전 발언에  뒤로 한발짝 물러나고 있습니다.

반즈중사는 사사건건 부딪히는  일라이어스 분대장에 분노했고    숲속에서 둘만의 조우에서  총을 쏴서 일라이어스 분대장을 죽입니다.
이에 분노한  크리스는  반즈를 똑같은 방식으로 죽입니다.

이렇게 분노는  외부의 적으로만 향하는게 아닌 내부로도 불똥이 튀어  많은 희생을 유발합니다.
분노가 모든것을 해결하지 않습니다. 분노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면 연쇄반응에 의해서 더 큰 분노가 생기게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절대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고 있지만 전면전도 국지전의 분노가 차오르면 터지는 것이죠.
지금이라도 남북한 고위층들이  분노를 누그러트리고 대화로 해결했으면 합니다. 북한은 지난 연평해전때 한국에 공식사과를 했습니다.

북한이라는 나라가 꽉 막힌것 같기도 하지만  가끔은 사과도 할줄 아는 나라이고 대화가 아예 안되는 나라가 아닙니다.
지금 미국과 한국 일본이 대화보다는 실력행사로 북한의 분노를 올리고 있습니다.  엊그제 뉴스를 보니 판문점 북한군이 철모로 모두 바꾸었다고 하죠.  대외용 경계색을 표출한 모습입니다.

브레이크 없는 분노게이지로 마주보고 달리는 남북한의 분노기차.  누군가가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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