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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김명민, 하지원의 연기력만으로는 부족했던 내사랑 내곁에

by 썬도그 2009.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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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는 도식적인 영화입니다. 한마디로 뻔한 영화죠. 한때 한국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주인공이 죄다 병 걸려서 죽을 때가 있었죠.

그 병명은 돌림병이였는데 죽음을 미화시키는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짜증이 나더군요. 사람 죽는 게 그렇게 흔하게 그것도 백혈병 같은 병으로 죽는 모습에 비현실적이고 죽음을 팔아 돈벌이한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70년대 러브스토리나 라스트 콘서트 같은 신파조 최루성 영화가 먹혀들어가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신파조의 주인공이 병으로 죽는 설정의 영화는 최근에 만들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만들어도 거의 다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뻔한 영화 누가 돈 주고 볼까요. 혹 유명 청춘 배우가 나온다면 또 모르죠.

내사랑 내곁에 감독 박진표는 이런 뻔한 영화 만들기가 주특기입니다.
공전의 히트작인 너는 내 운명도 신파조의 뻔한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날 눈물 흘리게 만들었던 것은 배우 황정민의 철창 씬이었죠. 박진표 감독 스스로 인정하듯 스토리보다는 연기자의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영화를 자주 만들고 그게 감독의 스타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내사랑 내곁에도 뻔한 영화였지만 박진표 감독이 연기자의 연기력을 끄집어내서 극대화시켜 놓고 뻥하고 감정의 댐을 터트리는 모습이 있을 줄 알았고 그걸 기대했지만 그런 장면은 없더군요. 한마디로 좀 실망한 영화입니다

높낮이가 없는 스토리, 지루함을 느끼게 하다.

내사랑 내곁에

시한부 인생을 사는 주인공의 삶을 다루고 실화도 아니라면 대놓고 순정만화식으로 그렸으면 차라리 나을 뻔했으니 이 영화는 덤덤하게 시작합니다. 요즘은 추리물도 범인을 보여주고 시작하는 것이 대세인지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도 대놓고 루게릭병을 앓고 시작합니다. 보통의 영화라면 남녀 주인공이 해피해피 러브러브 하다가 suddenly 병에 걸리는 것이 정석인데 이 영화는 병에 걸리고 나서 시작합니다. 새로운 시도임은 틀림없으나 새로운 시도가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부모님 장례식에서 루게릭병을 앓고 있던 동네 오빠인 종우(김명민 분)를 만나게 된 지수(하지원 분)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두 번의 이혼 경험이 있고 장례지도사를 직업으로 가진 지수는 동네 오빠였던 종우를 좋아하게 됩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커리어 우먼이었다면 종우를 사랑하지 않았을까요? 감독이 죽음에 익숙한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배치한 것은 분명 의도된 모습이고 죽음을 관조적으로 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마치 8월의 크리스마스의 정원처럼요. 그러나 이 영화 관조적인 영화가 아닙니다. 이 둘은 장례식에서 만나자마자 한눈에 반하고 사랑을 시작합니다.

이 부분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영화 보는 내내 의문시되었습니다.
아니. 아무리 사랑이라고 해도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고 해도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까요?
종우가 시체를 닦는 지수의 손을 만지며 세상에서 가장 예쁜 손이라고 말하는데 이 말에 지수가 종우에게 빠졌다고 영화에서 말하는데 저는 그 말 한마디에 시한부 인생의 남자와 결혼할 용기가 선뜻 날지 의심스럽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영화 전체는 실제 시한부 인생의 삶을 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다큐멘터리 시선으로 처리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 사이는 엄청난 감정의 점프가 일어나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박진표 감독은 시네 21 인터뷰에서 그 부분에 대한 질문에 사랑을 안 해 봐서 그런다라고 치부하던데요.
박진표 감독이 했던 한방에 훅 가는 사랑만이 사랑이 아닙니다. 미술관 옆 동물원의 춘희처럼 사랑이 서서히 물들어가는 것인 것을 알게 되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지수가 종우를 사랑하는 당위성이 미흡하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이 영화의 가장 큰 결점 중에 하나입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에서 갑자기 바늘이 튀는 느낌이죠.

전체적인 스토리는 에피소드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잔잔합니다. 그냥 병실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들을 담습니다.
6인실 병실의 사연을 잠깐씩 스케치하는데 기복이 없는 내용이라서 지루하더군요. 또한 루게릭병도 서서히 근육이 굳어가는 병이라서 그런지 너는 내 운명에서의 철창 씬처럼 격정적인 동작이나 장면이 없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의 냄새를 느낄 수 있고 잔잔한 바다 같은 얇은 슬픔이 눈시울을 젖실 듯 말 듯합니다. 한방을 터트려주는 감정이입의 장면이 있었으면 했으나 이 영화는 그런 장면이 없습니다. 물론 감독이 여기서 한번 시원하게 팽~~~ 하고 울어라고 노골적으로 했다면 좋으련만 , 그런 장면이 있긴 있는 듯 한데

왠지 저는 그 장면에서 오히려 쓴웃음을 지어버렸네요. 영화의 내용이 너무 뻔하고 예측 가능한 이야기만 나오니 울어야 할 장면에서 웃어버렸네요. 제가 좀 시니컬하게 본 것은 있습니다. 몇몇 관객들은 눈물을 훌쩍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눈물이 잔잔하게 있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오히려 웃고 말았네요.

김명민과 하지원의 연기는 1등급

내사랑 내곁에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두 배우입니다. 바로 연기의 신이라는 칭송을 받는 매소드 연기의 달인 김명민과 하지원

두 배우 상당히 잘 어울리더군요. 특히 하지원의 비음 섞인 애교 살랑이는 목소리는 정말 짜릿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김명민이야 연기에 대해서 따로 논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배우이고요. 다만 이 영화 홍보할 때 20킬로그램을 빼다가 이러다 죽는구나 했다는 김명민의 인터뷰 내용은 영화를 보면서 크게 도움되지 않습니다. 다이어트 성공 프로그램 영화가 아니잖아요. 배우가 매소드 연기를 하면서 살을 빼고 찌우는 게 노력성 면에서는 만점이라고 하지만 배우의 노력과 연기만 뜯어먹고 보는 게 영화가 아닙니다.


배우의 연기는 영화의 일부분입니다. 또한 연기력보다는 살 뺀 모습만 너무 언론에서 부각해서 김명민의 야윈 몸을 보러 가게 하는 게 흥행코드의 하나였다면 잘못된 홍보입니다. 이 영화에서 김명민의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 몇 번 나오지만 별 느낌이 없습니다. 뭐 살을 빼고 서서히 살을 찌워가는 연기는 쉽고 살을 빼면서 촬영하는 연기는 어렵다고 한들 뭐 합니까. 그게 영화의 재미를 증폭시켜 주니 않고 하나의 참고 사항일 뿐이죠.

영화 오아시스의 오마쥬 장면

내사랑 내곁에


영화 중간에 영화 오아시스를 오마쥬 한듯한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 오아시스에서 지체부자유 장애인 역할을 했던 문소리가 영화 중간에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지하철에서 노래를 하는 모습에서 해외 관객들이 깜짝 놀랐다고 하죠. 아니! 저 배우 장애인이 아녔네 하고요.

이 내사랑 내곁에도 그런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이 이창동 감독에 대한 존경의 표시인 오마쥬라면 할 말이 없지만 김명민의 연기력을 위한 장치였다면 별로였습니다. 나 이렇게 멀쩡한 배우야! 그런데 이렇게 살 빼고 신체마비 연기를 하고 있어~~라고 확인시켜 주는 모습 같아 보였습니다. 아니면 신체가 마비된 주인공의 내면 심정을 표현하기 답답해서 상상씬으로 처리한 것일 수도 있고요.

브아걸 가인도 설경구도 못 살린 잔재미들

내사랑 내곁에

영화에는 눈에 익은 조연들이 보입니다. 단연코 뛰어난 웃음 메이커는 임하룡이었습니다. 임하룡 씨 개그맨을 넘어 이제는 훌륭한 조연 전문 배우가 되었네요. 거기에 브아걸 가인도 나옵니다. 침좀 뱉은 역할로 나오고 브아걸들이 병문안도 옵니다. 김명민과 티격태격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매가리가 없습니다. 영화 자체가 사실성을 높였다고는 하지만 기승전결이 있어야 할 텐데 각각의 에피소드는 따로따로 놉니다.


내사랑 내곁에

거기에 설경구가 잠깐 카메오로 출연하는데 다큐식으로 영화를 다루다가 코미디식으로 설경구의 뜬금없는 등장에 헉! 놀라기만 하지 감정선은 움직이지 않네요.

8월의 크리스마스도 너는 내 운명도 아닌 뜨뜨 미지근한 영화 내사랑 내곁에

내사랑 내곁에

시한부 인생을 사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영화 러브스토리나 라스트 콘서트 혹은 영화 편지식의 신파조 영화입니다. 중반 이후부터 질질 질 짜게 만드는 감정선을 쥐락펴락 하는 영화들이 있고요. 또 하나는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죽음을 받아들이고 나머지 삶을 관조적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좋았던 적은 질질 짜는 신파조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영화가 싫은 분도 있지만 시한부 인생을 다루는 색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이 내 사랑 내 곁에는 러브스토리의 신파 영화와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관조적 영화 사이에서 헤매다가 끝납니다.
신파 영화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죽음에 대한 성찰이 있는 영화도 아니고 그냥 근처에 있는 큰 대학병원 병실을 다큐 3일처럼 담은 영화입니다. 내 사랑 내곁에는 뜨뜨 미지근한 긴 장송곡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적 재미로써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네요.

그렇다고 루게릭병의 공포와 무서움을 일깨워주는 사회적 환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큰 메시지도 없습니다. 오로지 두 연기자의 연기 호흡만 있을 뿐입니다. 이 가을에 펑펑 울고 싶다면 이 영화 권하지 않습니다. 다만 슬픈 영화 김명민의 연기를 사랑하고 하지원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은 오로지 두 연기자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만 추천해 드립니다.

 
내 사랑 내 곁에
〃나 몸이 굳어가다 결국은 꼼작 없이 죽는 병이래. 그래도 내 곁에 있어줄래?〃 몸이 조금씩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종우(김명민).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마저 돌아가시던 날, 종우는 어린 시절 한 동네에서 자란 장례지도사 지수(하지원)와 운명처럼 재회하고 사랑에 빠진다. 1년 뒤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의 신혼보금자리는 바로 병원. 종우는 숟가락 하나 손에 쥐는 것도 힘겨운 처지지만 늘 곁을 지켜주는 아내 지수가 있어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누구보다 투병의지가 강하다. 〃지수야, 나한테도 정말 기적이 일어날까...〃 전신마비나 식물인간 상태의 중환자들이 모인 6인실 병동. 비슷한 아품을 지닌 병동 식구들과 서로 격려하고 위로 받으며 지내는 사이 회복세를 보이는 환자도 수술의 희망을 갖게 된 환자도 하나 둘 생겨난다. 그러나 종우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만 가고, 병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투병의지를 불태우던 종우도 하루하루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지켜보는 게 점점 더 두려워진다. 그리고 마침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언어장애가 시작되는데......
평점
7.7 (2009.09.24 개봉)
감독
박진표
출연
김명민, 하지원, 임하룡, 임성민, 최종률, 남능미, 신신애, 가인, 임형준, 임종윤, 신치영, 장원영, 홍석연, 김여진, 김광규, 정의철, 설경구, 강신일, 송영창, 서효림, 손영순, 유승목, 김영필, 유지연, 김영훈, 박지연, 윤미, 김미희, 최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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