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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상업사진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애니 레보비츠

by 썬도그 2009.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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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터에서 영상이 쏟아져 나오기 전까지 이런 1시간짜리 다큐에 8천 원을 투자하는 게 옳은 일인가? 회의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도 스크린도 아닌 빔프로젝터로 상영하다니. 거기에 극장의 좌석은 불편하고 소극장이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작은 모습의 압구정 스펀지하우스 이렇게 까지 추례하게 예술영화를 봐야 하나? 소수의 설움이란 것이 이런 걸까? 영화가 시작되지 5분 전에 했던 제 생각들입니다.

유지태 감독의 단편영화 초대가 끝나고 애니 레보비츠의 영상이 스크린에 쏟아집니다.
그리고 그 1시간은 그 어떤 영화에서 느낄수 없는 생각거리와 감동을 주었습니다.

먼저 50대 여성 사진작가이자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상업작가인 애니 레보비츠를 소개해야겠네요 그녀의 대표작을 소개하면서 이야기해야겠네요

이 사진 기억하시나요? 저는 이 사진 보고 너무나 강렬한 이미지에 잊히지가 않습니다. 존 레넌과 오노 요코의 강렬한 포옹, 이 사진을 찍은 작가가 바로 애니 레보비츠입니다. 또한 90년대 큰 논란거리가 되었던 데미무어의 만삭의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도 애니 레보비츠입니다.

또한 베네티 페어라는 잡지에서 수많은 허리우드 대스타들을 중세시대 옷을 입혀놓고 단체사진을 찍은 작가도 바로 애니 레보비츠입니다. 허리우드 스타들을 단 한 번에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사진작가라면 애니 레보비츠뿐일 것입니다.

애니 레보비츠는 상업작가입니다. 그리고 허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인물 사진가로 알려지고 인정하는 작가이기도 하죠. 한국에서는 조선희 작가가 애니 레보비츠와 비슷합니다. 조선희 작가의 사진 중 몇몇 사진은 레보비츠의 사진을 오마쥬한 사진도 있더군요.

그만큼 애니 레보비츠는 상업사진작가이자 최고의 인물사진작가이기도 하며 가장 혁신적인 이미지를 생산해 내는 비주얼리스트입니다.

 

좀 지루할지는 모르겠지만 다큐 줄거리를 좀 적어볼게요.
이 애니 레보비츠 :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 은 애니 레보비츠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입니다, 영화는 처음에 애니의 어린 시절을 그립니다. 아버지가 공군인 관계로 이리저리 방랑하는 삶을 삽니다. 웨건이 집이라고 할 정도로 부초 같은 삶을 삽니다. 그리고 그 커다란 웨건의 창문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자동차 창문은 하나의 프레임으로 그녀에게 사진 찍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사실 자동차 창문을 보면 카메라 파인더 같은 생각이 듭니다.

세상을 내모랗게 자르는 자동창 창문, 그녀는 대학에 진학 후에 미술을 배우다가 우연한 기회에 사진을 접하게 됩니다.
사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아버지를 따라서 공군기 지안에서 살다가 놀이터 대신에 기지 내 암실에서 살았던 것이 그녀를 사진으로 자연스럽게 이끕니다.

애니 레보비츠를 사진작가로 만든 롤링스톤지

사진에 열정을 보이는 그녀를 남자 친구가 언더그라운드 대중문화, 음악잡지인 롤링스톤지에 입사합니다. 애니 레보비츠를 유명한 사진작가로 만든 것은 롤링스톤지입니다. 롤링스톤지가 없었다면 애니 레보비츠라는 지금같이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애니 레보비츠

롤링스톤지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잡자사였고 표면적으로는 대중음악가들을 다루는 잡지이지만 대중문화라면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이런 자양 분속에서 애니 레보비츠는 사진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셀러브러티(유명인)를 찍게 되는데 그게 바로 존 레넌과 오노요코입니다. 듣보잡 사진기자가 대스타인 존 레넌과 만난다면 대스타는 불같이 화를 내겠죠. 뭐야~~ 이런 신출내기를 데리고 왔어. 대놓고 화를 내지는 못해도 잡지사 측에 무언의 짜증 어린 표정을 보낼 것입니다. 그러나 존 레넌은 개의치 않고 편하게 애니 레보스키를 대합니다. 이후 애니의 사진들은 강렬함으로 다가옵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신인인 patti smith를 강렬하게 묘사하기 위해 뒤 배경에 드럼통을 놓고 석유를 뿌린 후 불을 지릅니다. 패티 스미스는 등이 뜨거워짐을 무릅쓰고 사진을 찍었고 이 사진을 통해 패티 스미스는 세상에 각인이 됩니다. 사람들은 애니의 사진을 보기 위해서 롤링스톤지를 사볼정도로 그녀의 사진들은 강렬한 연출사진, 화려한 비주얼로 사람들에게 크게 인기를 끕니다. 이런 식이죠

애니 레보비츠

영화 로즈 홍보용 사진을 찍기 위해 애니 레보비츠는 의뢰를 받습니다. 배트 미들러는 장미꽃 사이에 파묻힌 채 사진을 찍는다는 소리에 그 설정 자체도 유치하고 장미가시에 긁힐 것을 예상하고 짜증 섞인 표정을 짓습니다. 스튜디오에 도착한 베트 미들러는 감동하고 맙니다.

아니 장미에 가시가 없어요!!

애니 레보비츠는 그 수천 송이의 장미의 가시를 일일이 다 떼어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유치할 수 있지만 단순하고 강렬한 사진은 대박을 냅니다.

애니 레보비츠

대중들은 은유법 같은 것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영화 로즈면 로즈가 나와야 하고 브루스 브라더스는 얼굴을 파랗게 칠하면 됩니다. 이런 단순하면서 강렬한 메시지 전달은 그녀의 장기가 됩니다.

또한 애니는 피사체가 사진작가를 인식하지 않을 때까지 어울려 놀다가 결정적일때 사진을 찍습니다.
이 방법은 여러 사진작가들이 쓰고 있는 방법이고 정석으로 되었습니다. 피사체가 카메라를 인식하지 않을 때 그때 카메라를 드는 모습,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롤링스톤 같은 유명한 락밴드 투어에 겁 없이 따라나선 애니 레보비츠
여자라는 신체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롤링스톤의 절친이 될 정도로 항상 그들 곁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롤링스톤의 친구라는 유명세까지 얻게 되죠.

 

존 레넌과의 만남

애니 레보비츠

존 레넌과의 첫번째 만남 후 롤링스톤지를 통해 유명해진
애니는 다시 존 레넌과 오뇨요코를 만납니다. 초짜였던 지난 시절에는 연출하는 방법을 몰라서 자연스럽게
있는 존레논 부부에게 가끔가다가 이쪽을 봐주세요~~라고 말하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남에서 애니는 크게 성장하고 그 성장한 모습을 존 레넌은 축하해 줍니다.
오노 요코는 회상합니다. 애니는 다른 사진작가들이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요구하지 않고 이렇게 할 생각인데 당신들은 어떠세요?라고 묻는 사진작가라고요

그리고 오노 요코에게 누드를 제안합니다. 오노 요코는 상반신까지는 되지만 올누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거부합니다. 그러나 애니의 제안에 존 레넌은 흔쾌히 누드가 됩니다. 그리고 아기처럼 웅크린 존 레넌의 모습을 애니는 담습니다.

이 세기의 명작을 찍은 후 애니는 숙소로 향한 후 4시간 후 한통의 전화가 옵니다. 존 레넌과 닮은 사람이 병원에 실려왔다고요.이 사진을 찍은 후 4시간 후에 존 레넌은 총격사고로 사망합니다. 존 레넌의 마지막 모습이자 가장 강렬한 사진이 됩니다.

 

세계적인 지성 수잔 손택과의 뜨거운 우정

애니 레보비츠

수잔 손택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성체입니다. 유명한 책들을 많이 내기도 했죠. 특히 이 수잔손택은 타인의 고통과 사진에 관하여라는 책을 통해서 사진에 대한 깊이 있는 글을 담습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합니다. 수잔손택은 수많은 사진작가를 대신하여 상업사진작가인 애니 레보비츠를 절친으로 삼습니다.

사실 애니 레보비츠와 수잔 손택은 친해줄수가 없습니다. 사진은 세상을 기록하는 목격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잔손택과 사진을 통해 돈벌이를 하는 상업사진작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당연히 수잔손택은 애니를 보면 쓴소리를 많이 합니다. 수많은 쓴소리와 질타를 애니는 다 받아들입니다
사진작가 조선희가 한국의 애니 레보비츠가 될 수 없는 것은 혹 이런 수잔 손택과 같은 쓴소리 친구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애니의 사진들을 항상 코치해 주고 지적해 주는 수잔 손택은 애니에게 보스니아로 가라고 등 떠밉니다.

90년대 초 보스니아 내전 때 수잔 손택은 애니를 시체공시소로 안내합니다. 은유법이 통하지 않는 삶과 죽음만 보이는 그곳에서 애니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보스니아 내전을 카메라로 담습니다. 애니가 다른 상업작가와 다른 게 있다면 직접 보도사진을 찍으면서 보도사진계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보스니아에서 돌아온 애니는 그 전쟁터의 충격 속에서 헤맵니다. 당장 유명배우들의 화보를 찍어야 하는데 카메라가 잡히지 않죠. 그리고 보스니아에서 삶의 죽음에 대한 경험은 그의 사진에 깊이를 더 하게 합니다.

수잔손택은 2004년도에 사망합니다. 병으로 사망하는 그의 곁에 끝까지 있어준 것은 애니 레보비츠였습니다. 이 수잔 손택과의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애니는 울더군요. 그만큼 두 여자는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수잔 손택이 문인이었다면
애니 레보비츠는 화가였습니다. 둘이 만나면 훌륭한 책이 하나 만들어졌죠.

 

롤링스톤을 떠나 베네티 페어에 안착하다.

애니 레보비츠

이 사진은 90년대에 나왔습니다. 90년대 중반으로 기억하는데 브루스 윌리스와의 결혼생활 중에 임신한 아이를 밴 데미무어의 사진이었는데 참 논란이 말았죠. 여성을 상품화했다는 쓴소리와 함께 임신한 여자의 아름다운 D라인을 그렸다고 극찬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당시는 논란이 많았지만 2009년 요즘 결혼하고 임신한 부인들 치고 이런 임신사진 안 찍는 분 거의 없더군요. 뒤에서 남편이 꼭 껴안고 찍는 임산부 사진, 이 데미무어 사진이 없었다면 임산부 사진은 롤링스톤지에서 15년간 일했던 애니 레보비츠는 약물에 절어 삽니다. 약을 하면서 사진을 찍고 코카인을 흡입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몸은 망가지기 시작하고 그녀를 아끼는 지인은 그에게 롤링스톤을 떠날 것을 권유합니다.

그리고 재활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그녀가 돌아온 후 찾은 곳은 베네티 페어라는 패션잡지입니다. 베네티 페어는 유명 허리우드 스타들을 찍어 표지모델로 삼는데 그 사진들이 대단히 세련되고 비주얼이 강렬합니다.

베네티 페어의 유명한 사진들의 대부분은 애니 레보비츠가 찍은 사진입니다. 애니 레보비츠는 인물들의 이미지를 기억했다가 그 인물의 이미지를 사물화 시켜 인물을 한마디로 나타낼 수 있는 사물을 인물옆에 배치해서 인물을 설명하는 방법을 잘 씁니다. 그런데 베네티 페어에 와서 애니는 화려한 연출사진, 컨셉사진, 놀라울 정도의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스타일리스트로 태어납니다 이런 사진을 만들어 낼수 있는 사진작가 그렇게 흔하지 않죠.

 

2008.01.27 - [삶/잡동사니] - 디즈니 만화에 허리우드배우가 출연한다면

 

디즈니 만화에 허리우드배우가 출연한다면

디지니 유명만화에 해외 유명인사들이 출연한다면? 그 둘이 만난 결과들 입니다 촬영과정

photohistory.tistory.com

이라는 글에서 소개한 사진들은 모두 애니 레보비츠가 찍고 연출한 사진입니다. 애니 레보비츠는 화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코끼리와 점보비행기 군악대등 비주얼을 위해서라면 매니저에게 필요한 이미지를 요구합니다. 매니저들은 죽을 맛이죠. 뭘 갖다 달라 뭘 해달라 그런데 그 이상의 사진으로 보답하니 안 들어줄 수도 없습니다.

애니 레보비츠

확실히 애니 레보비츠는 비주얼의 대가입니다. 거기에 인물사진은 그녀의 전공입니다. 그 콧대 높은 허리우드 배우들이 다른 사진작가는 물리쳐도 애니 레보비츠라면 전용기 타고 올 정도니까요.

애니 레보비츠

허리우드 유명 여배우들의 이 강렬한 이미지를 만든 레보비츠는 국내 몇몇 잡지들이 따라 하기도 합니다. 유명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 배우들의 아우라를 충분히 살린 사진 찍기도 힘든데 애니 레보비츠는 훌륭히 소화합니다.

애니 레보비츠

디지털 시대에 와서는 포토샵도 적극 활용하여 이미지를 창조합니다.

애니 레보비츠

이런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때로는 허리우드 스타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실제로 다툼도 있고 거부하는 스타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레보비츠가 요구한 그 힘든 작업들은 대 성공을 거두고 스타의 인기를 더 높여줍니다. 이러니 레보비츠를 스타들이 멀리 할 수 없죠.

애니 레보비츠

이제는 50대의 삶을 살고 3명의 어린 자녀들을 두고 있는 애니 레보비츠 그녀가 창조하는 새로운 이미지를 기다리는 팬으로서 그녀의 셔터음이 계속 세상에 울렸으면 합니다. 비록 상업사진작가라는 꼬리표가 있지만 그 꼬리표를 잊게 해주는 마력 같은 사진들을 그녀는 우리에게 선물해 줍니다.

애니 레보비츠의 사진은 유명합니다. 그 이유는 유명한 사람들을 찍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지 유명한 사람을 찍는다고 모두 유명한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유명한 사람들이 그녀의 사진을 알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사진이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유명세를 뛰어넘는 사진을 만들어야 합니다. 분명 애니 레보비츠는 유명인들의 유명세를 증폭시키는 작가입니다.

영화는 1시간짜리 다큐입니다. 사진을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라면 권해드리지 않고 사진작가들을 잘 아는 분들이고 사진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는 그 짧은 1시간이 2시간 이상의 느낌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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