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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추억을 길어올리는 우물

얘들이 보는 만화를 어른들도 보게한 공포의 외인구단

by 썬도그 2009.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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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은 가라 얘들은~~ 이라는  유행어가 80년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작용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어른들은 가라 어른들은~~~
바로 만화입니다.  만화는 얘들이나 보는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지금도 많지만) 로봇찌빠, 강가딘 같은  만화가 히트치던 80년대 보물섬과 어깨동무, 새소년이라는 어린이 잡지는 날개돋힌듯 팔렸습니다.  82,83년도를 돌이켜보면  주먹대장을 매달 기다리는 제 모습이 오버랩되네요.   만화는 얘들만 보는 시선이 많던 시대였죠.   그렇다고 성인만화가 없던것은 아닙니다.  선데이 서울같은 어른들이 보는 잡지에  고인돌같은 성인만화도 있긴 했었네요. 그러나 보편적이지는 않았죠.


만화가게는  지금의 노래방의 자리만큼 동네마다 있었습니다.  만화가게에서 아이들은 코흘리게 돈으로  만화책을 읽곤했었죠.
그러나 사회의 시선은  만화책을 읽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수시로 만화가게를 단속하여 불량만화를  압수하고  몇몇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악영향을 준다면서  만화책을 불태우기도 했습니다.



이런 만화 자율정화대회도 있었던것이 80년대 입니다.
지금은 이런 단어를  안쓰지만  80년대는 명랑만화만이  권장되었습니다.   로봇찌빠, 주먹대장, 달려나 하니, 영심이등이 다 명랑만화라는 이름으로 나왔죠.  뭐 80년대 유행어중 하나가 명랑이 많았던것 같네요. 명랑운동회, 명랑사회,명랑만화.  참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은 그 80년대를 가장 암울한 한국현대사의 시기라고  역사는 적고 있습니다.  



이 80년대에 하나의 만화가 등장하여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습니다.
너 그거 봤어?  아니!!
에이 그것도 안읽고 뭐하냐.    그렇게  까치와 엄지는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운동화 광고에 더벅머리 까치와 엄지가  나오고    까치 엄지 아빠라는 이현세라는 만화가가 광고에도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권의 만화책의 이름을 알았죠. 공포의 외인구단!! 당시 국민학생인 저에게는  이 만화를 보지 못햇습니다.
만화가게 가는것을  마치  유해업소인줄 알고  그런데 가면 못된 아이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가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만화가 나온후에 몇년이 지난후 중학교때 첫 이현세 만화를  접하게 됩니다.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이현세,  그가 처음부터 이런 화풍을 가진 만화가는 아니였습니다.  그의 초기작이자 습작시절의 만화를 보면  조악스럽고  망측한 그림도 있습니다. 까치가 처음부터 그렇게 멋진 까치머리를 가진것은 아닙니다.   시모노세키의 까치놀이를 보면  어색한 까치가 보입니다.  저는 중 1때 친구의  간곡한 부탁으로 만화가게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공부를 곧잘해서  만화가게가 유해업소가 아님을 알았죠.  (참 순진했어요. ㅎㅎ)

만화가게에서 무슨만화를 봐야 할지 몰라서 이상무의 독고탁을 들고서 뒤적이다가 이현세와 까치가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그 유명한  공포의 외인구단을 찾았습니다.  공포의 외인구단이요?  엄청난  히트작이었습니다. 만화계에서 졸업한 중고등학생 형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만화책을 사서 읽거나  만화가게에서 보게 할 정도였으니까요.   80년대 초의 문화적 움직임이라고 까지 평가해도 될 정도 입니다. 

그러나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책은 엄청난 인기에  이빠진  모습처럼 1,2권이 항상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3,4권부터 읽기도 그렇고 다른 작품을 골라 봤습니다. 그때 읽은게  지록의 링,  제왕,  까치와 고독한 영웅들 입니다.
 지옥의 링을 처음 읽던  85년 그 봄 저는 얼어 붙었습니다.  어~~ 이거 만화가 아니다.  지옥의 링의 오혜성은  충격 그 자체의 캐릭터였습니다.  명랑만화가 아닌 리얼리티 만화를 첨 접하게 되었죠.  오혜성이라는 주인공의 끈기와  집념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뭐 저런 주인공이 다 있을까?  좀 실없는 이야기지만  이 지옥의 링을 읽고  제 성적이 반에서 한자리숫자 안으로 들어 갔었습니다. 새벽 1시까지 공부하고 그랬거든요.  백지와 같은 나이라서   뭐에 영향을 받으면   주인공과  동화될려는 나이였으니까요.
지나가는 이야기지만  지옥의 링은 영화화 됩니다.   지금은  잘 알려진 탈랜트인 조상구씨가  까치역을 맡았고  주제가는  지금은 SM이사로 있는  이수만씨가   불렀습니다.   노래 제목은  사랑하고 만거야~~ 참 유치한  노래제목이죠.  사랑하고 만거야~~ ㅋㅋ
그런데 노래는 아주 좋습니다. 저는 한때 이 노래만 듣고 지냈어요.


방과후에는 이현세가 절 지배했고  밤 10시 이후는 이문세가 지배한 86년도 였습니다.  지옥의 링을 지나서  제왕을 읽었습니다.
이현세 만화의 특징은  주인공 이름이 까치와 오혜성 두개를 씁니다.  그리고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스포츠인 야구와 복싱을 소재로 합니다.  공포의 외인구단, 제왕등이 야구만화이고   지옥의 링, 까치와 고독한 영웅들이  복싱만화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공포의 외인구단을  보게 되었습니다. 

대충 줄거리를 말하자면  오혜성과 엄지는  소꼽친구입니다. 오혜성은 엄지때문에  야구를 합니다.야구가 하고 싶다기 보다는  오혜성의 연적인 마동탁을 깨부스고 싶어서 야구를 합니다.  마동탁은 야구 엘리트로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러나  밑바닥에서 시작한 오혜성이 그런 마동탁을  철저하게 부셔버립니다. 그리고 투수로써의 생명이 끝나죠.
그리고  외인구단을 만드는 손감독 밑에서 혹독한 지옥훈련을 마치고 새사람으로 태어납니다.  잉여선수들로 뭉친 외인구단 그들은  용병시스템으로  망해가는 팀에 들어가  우승을 만들어 놓는 귀신같은 존재로 나옵니다. 스토리가 재미있는데 이전 야구만화들은 주인공이 마구나(독고 탁) 강속구로 세상을 지배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 만화는 투수로써 생명이 중간에 깨져버립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이 만화는  성인들이 좋아할만한 멜로극을 철저하게  캐릭터속에 녹여냅니다. 오혜성의 집념과 복수의  아이콘으로써의 매력, 엄지의  멜로주인공의로써의 아이콘, 그리고 오혜성의 연적으로 나오면서 항상  엘리트역활로 나오는 얄미운 캐릭터의 대명사 마동탁, 후에  다른 만화에서는 오혜성과 마동탁이 친구로 나오는 만화도 있긴 합니다.

한국 만화계에서 이런 만화는 이전에 없었습니다. 성인 취향의 만화가 이전에는  별로 없었죠.
이상무로 대표되는 독고탁이 어려운 환경을 견디어서 밝은 세상을 맞이한다는  개천에서 용난다는  스토리는 있었지만
공포의 외인구단같이  권선징악, 억지 해피엔딩이 아닌  극단적  세드앤딩을 그린 만화는 없었습니다.
또한 그림체도 아주 훌륭했습니다. 지금이야.  그림 잘그리는 만화가가 많지만  이 당시만해도 로봇찌빠같은 만화를 보다가 세심한 붓터치(다 일본만화 배끼면서 배운 그림체겠지만)에  그림에 쏙쏙 빨려들어가더군요.     하지만  이현세의 스토리작가로써의 역랑은 지금의 만화가에게도  보기 힘든 힘과 박력과 엑센트가 있습니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오혜성(까치) 패션이라고 해서  더벅머리에 청자켓을 입고 반쯤 말아올린 모습을 하고 주먹을 쥐고 다니는 모습이
유행은 아니였지만 친구녀석이  그러고 다녔습니다. 자기머리 까치머리라고 우기고 청자켓만 줄창 입고  스포츠백을 메고 다니는 모습에서 살짝 까치내음이 나긴 나더군요.

까치 오혜성이라는 캐릭터는  흉내낼수 없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사랑에 대한 순수함, 그리고  한 여자를 위해서  목숨까지 가볍게 바치는  열정적인 순수한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우회하지 않고  직진하면서 비포장도로를  맨발로 다니는 모습의 강인함, 그 사랑을 위해서  무섭도록 힘찬 집념과 집착과 오기,
그래서 오혜성을 연기할 배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에서는  당시 터프가이로써  인기가 많았던 꽃미남배우 최재성이 했었습니다. 다른 대안이 없었어요.
오혜성은 최재성이 아니면 안될정도였으니까요. 경쟁상대가 있다면  최민수가 있긴했지만  최민수는  신의 아들을 찍었고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습니다
이장호의 외인구단은 대박을 터트립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조잡하다고 할까요. 유치합니다.
연출력부재보다는  제작비 부재로 인한 문제가 많았죠.   왜 공포이 외인구단이었냐구요?
당시 86년도에는  공포라는 단어가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줄수 있다고 해서 빼라고 해서 이장호의 외인구단이 되었습니다.    도둑이 지발 저린다고 하죠.   공포정치 하면서 공포란 단어를 쓰지 말라고 했던 시대이니까요.


어제 TV에서  공포의 외인구단을  해주더군요. 그 드라마를 보면서 어렸을때 읽은 공포의 외인구단이 생각나더군요.   그리고 고민을 좀 했습니다.  어렸을때 그 추억의 만화를 드라마로  바통터치해야하나?  아님 꽃같은 추억을  그대로 간직해야 하나?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앗지만    추억의 만화를  원작의 아우라에 손상가게 하지 않게만 좀 그렸으면 하는 바램이 큽니다.

갑자기 그 노래가 듣고 싶어 지네요.  표절 판정이 났지만   정수라의   난 너에게가 한때  대 히트를 했었죠.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수 있어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수 있어

맞아요. 오혜성은  뭐든지 할수 있었어요.  엄지가 원한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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