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옛날 영화를 보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TOP 10에 항상 들어가는 영화 오발탄 리뷰

by 썬도그 2025. 1. 11.
반응형

한국영상자료원은 주기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TOP10을 선정 발표합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영화를 평론하는 평론가들의 의견을 추합 해서 10년 단위로 발표하는데 2014년에는 하녀, 바보들의 행진과 함께 1위, 2024년에 4위에 오른 영화가 바로 <오발탄>입니다. 

오발탄을 이해하기 전에 알아야 하는 1950년대 후반의 분위기 

영화 오발탄 리뷰

영화 <오발탄>은 국정교과서에 소개될 정도로 뛰어난 이범선의 단편소설인 <오발탄>을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 보면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보실 것을 권합니다. 영화 <오발탄>의 시대 배경은 1959년이고 영화는 1961년에 상영됩니다. 

영화 오발탄 리뷰

먼저 해방촌입니다. 해방촌은 남산 밑 산기슭에 있는 동네 이름입니다. 행정명은 아니고 월남한 분들이 살던 곳이라서 해방촌이라고 합니다. 1945년 광복이 되자 북한은 유물론을 앞세워서 정신적인 것들을 분쇄합니다. 그렇게 북한 폭정 속에서 인민재판으로 사라지는 사람들이 지식인, 종교인, 지주였습니다. 이런 북한의 폭정에 견디지 못하고 북한에 있던 재산을 다 포기하고 짐 보따리만 들고 남한으로 내려온 월남인들이 주로 주거했던 곳 중 하나가 해방촌입니다. 지금은 연립주택이 가득한 동네로 변했지만 1950년대만 해도 판자촌이 가득했습니다. 

영화 오발탄 리뷰

움막집이라고 쌀 포대 같은 걸 뒤집어쓰고 토굴을 만들어서 살던 사람들이 미군 씨레이션 박스를 담던 판자들을 가지고 와서 얼기설기 만든 집이 판자촌입니다. 실제로 판자로 만들어서 판자촌이라고 했죠. 영화 초반 계리사에 출근하는 모습 옆으로 보이는 이 장면은 영호가 어떤 환경에서 지내는지 바로 알게 해 줍니다. 전 작은 건물 뭔지 알아요. 저 작은 판잣집은 공동변소입니다. 

 

상하수도가 어디 있고 복지가 없던 시절입니다. 1962년 군사쿠데타가 일어나기 전인 이승만 정권의 폭정이 가득했던 시절의 풍경입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잘한 것도 분명 있습니다. 토지개혁을 통해서 경제적 기초를 닦은 것은 다들 인정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경제발전에 대한 기초의 틀도 마련 못했습니다. 보다 못한 미국이 이러다 굶어 죽겠다 싶어 했을 정도니까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사실은 박정희 정권이 만든 것이 아닌 그전 윤보선 민주당 정권 아래에서 만든 걸 박정희가 실현한 것입니다. 

 

아무튼 1959년은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여기서 가장 이해가 안 가는 인물이 나옵니다. 바로 상이군인 영호입니다. 

영화 오발탄 리뷰

한국전쟁에 참전해서 옆구리 관통상을 당한 영호(최무룡 분)는 전역한지 2년이 넘도록 매일 같이 전역한 동료 군인들과 술을 퍼마시고 삽니다. 보면 속이 뒤집어질 정도로 못나 보입니다. 실제로도 못났고요. 그런데 이때 시대 풍경이 그랬습니다. 1953년 한국전쟁이 휴전되고 3년이 지난 1956년부터 군대에서 전역한 군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군대에서 배운 기술은 하나도 없고 취직을 하려고 해도 이미 일자리는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승만 정권이 스마트했으면 외국 차관이라도 빌려서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질 다양한 인프라 건설을 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영화가 1961년에 촬영되었고 영화 후반 영호가 쫓길 때 보이는 수많은 콘크리트 전봇대 공장을 보면서 저런데라고 취직하면 되지 않냐는 한탄만 나오네요. 다만 영화는 영화고 소설의 배경이 된 1959년은 청년 일자리 일도 없던 시절입니다. 

 

그런 것을 감안해도 술 먹을 돈은 있고 조카에게 사줄 신발 사줄 돈은 없는 영호의 지질한 모습은 편하게 볼 수 없게 하네요.

해방촌은 용산이자 서울역에서 가까운 동네라서 주인공인 철호(김진규 분)은 걸어서 서울역 인근의 계리사 그러니까 현재로는 회계사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서울역 일대와 서울시청 일대를 배경으로 촬영해서 한 편의 기록 영화가 되었습니다. 

 

리얼리티 영화의 시조새 오발탄 

영화 오발탄 리뷰

영화 <오발탄>은 제작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돈이 생길때마다 조금씩 촬영하다 보니 1년 이상 제작을 했습니다. 또한 최무룡 같은 배우는 거마비만 받고 출연할 정도로 영화 제작이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1961년 개봉했을 때는 큰 인기를 끌었으나 1962년 군사쿠데타가 일어나자 영화에서 노모가 "가자, 가자"를 외치는 모습에 북으로 가자는 소리냐며 영화가 1년 동안 상영금지가 되었다고 우여곡절 끝에 1963년 재개봉을 합니다. 

 

<오발탄>은 리얼리티 영화의 시조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라는 것이 엔터테인먼트가 주이고 예술성은 을인 시스템은 현재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1950년대는 더했죠. 그럼에도 1961년 이 한해에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들이 꽤 나왔습니다. <서울의 지붕 밑>,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마부> 같은 명작들이 쏟아지죠. 문화라는 것은 풀어줄 때 숙성이 되는데 이승만이나 박정희, 전두환 정권은 온갖 검열로 인해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지 못합니다. 

 

이중 <오발탄>은 시대상을 그 시대에 만든 놀라운 영화입니다. 사실 이런 영화는 영화 제작자들이 좋아할 영화는 아니죠. 그래서 감독 스텝 그리고 배우들까지 힘을 합쳐서 돈이 생길 때마다 찍고 또 찍어서 기어코 만듭니다. 어떻게 보면 독립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의 내용을 각색해서 1950년대 후반의 암울한 한국 사회를 아주 잘 담았습니다. 

영화 오발탄 리뷰

주인공은 철호(김진규 분)입니다. 서울역 인근 계리사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는데 월급은 아주 박봉입니다. 이 철호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전역 군인이지만 2년 동안 놀고 있는 영호 그리고 임신한 아내와 여동생 명숙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신문을 돌리지만 큰돈을 못 버는 막내 남동생이 있습니다. 이중 영호와 명숙은 일자리가 없는 백수입니다. 혼자 7 식구를 먹여 살리는 것이 참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회계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면 꽤 인텔리이고 여섯 식구라도 해도 먹여 살릴만 하다고 느껴지지만 전혀 아닙니다. 당시 50년대 후반은 한국은 아프리카 수준의 후진국이었고 일자리가 없었습니다. 당시는 북한이 더 잘 살았죠. 다 이승만 정권의 무능한 경제정책 때문입니다. 차관 빌려서 사회 인프라 구축할 생각은 안 하고 미국 원조에만 기대는 저질 국가 경영을 합니다. 부정선거나 일삼는 나쁜 정권이었죠. 

영화 오발탄 리뷰

동생 명숙과 영호가 그냥 놀고 먹는 것만은 아닙니다. 나름 노력은 합니다만 기술 일도 없는 퇴역 군인과 나이만 먹은 명숙을 받아줄 곳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담배와 술 먹을 돈은 있다는 것이 보면서 화딱지가 납니다. 반면 철호는 점심을 보리차 한잔으로 때우면서 이 가장 노력을 꾸역꾸역 합니다. 그나마 명숙은 차라리 미쳐버리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수치심은 있습니다. 

영화 오발탄 리뷰

집에만 들어오면 "가자, 가자"라고만 외치는 늙은 노모가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말 이런 집에서 살고 싶어 할까요? 그래도 가장이라서 견뎌야 합니다. 이런 모습을 가장 직설적으로 말하는 인물은 철호의 딸입니다. 

 

철호의 딸은 삼촌 영호가 신발 사준다는 말에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한두 번 속은 게 아닙니다. 이러다 보니 영호의 말은 씨알도 안 먹힙니다. 그렇다고 영호가 무뢰한은 아닙니다. 영호는 근처 충무로에서 근무하는 애인과 함께 하면서 일자리를 살펴봅니다. 한 번은 주연을 시켜주겠다는 감독의 제안에 드디어 돈 벌 곳이 나왔구나 했는데 영호를 캐스팅한 것이 아닌 영호가 총알 관통상을 당한 그 모습을 탐했습니다. 이는 상이용사에 대한 조롱입니다. 이에 영호는 결심을 합니다. 

 

1961년 당시 서울을 담고 있는 영화 <오발탄>

영화 오발탄 리뷰

모든 스튜디오 촬영을 제외한 영상과 사진은 기록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그 시대를 기록합니다. 그래서 어떤 영화는 영화 자체는 좋은 평가를 못 받았지만 당시 한국을 기록한 기록성을 인정받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형모 감독의 1966년 <워커힐에서 만납시다>이 요즘 큰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기록이라는 것이 요즘은 돈 한 푼 안 들지만 당시는 엄청난 돈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그 시절을 담은 사진과 영상물은 높은 가치를 받고 있죠. 

 

영화 <오발탄>은 1960년 서울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서울역 일대를 주로 담고 있습니다. 영호가 은행을 털던 상업은행 남대문지점은 현재 흥국생명 남대문빌딩입니다. 숭례문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이죠. 이외에도 지금은 사라진 반도호텔과 미도파도 나옵니다. 미도파는 현재 롯데 영플라자로 바뀌었죠. 명동 앞에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오리온 드로프스와 카라멜이 붙어 있는 철길 장면입니다. 영호는 군 시절 자신을 간호했던 설희를 만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삼각지역 인근 철길입니다. 지금도 오리온 제과 건물이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당시 서울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조선호텔과 환구단도 담겨 있습니다. 

 

다소 심심한 초반 그러나 몇몇 장면과 후반의 비극적 놀라움이 가득하다

영화 오발탄 리뷰

왜 이 영화를 영화 평론가들이 극찬을 할까요? 영화 평론가들이 극찬하고 대중은 별로라고 하는 영화도 꽤 많지만 이 영화는 댓글을 보면 극찬 일색입니다. 저는 영화 초반은 이 영화가 왜 극찬을 받을까 했는데 후반의 영호가 은행을 털고 여러 장면이 나오면서 비극의 깊이가 한도를 초과합니다. 

 

가장 쇼킹하고 놀란 장면은 청계천 복개 공사를 하던 시절 받침목을 하고 있는 청계천 지하를 지나는데 아기를 업은  어머니가 목을 매고 죽은 장면은 충격 그 자체입니다. 얼마나 살기 어려우면 스스로 그것도 아이를 안고 죽었을까요? 철호나 영호가 당시 20대였다고 치면 지금은 90대일 겁니다. 그래서 지금이 80,90대 분들은 엄청난 고통 속에서 청년기를 보냈을 겁니다. 

 

이분들의 고통이 한 장면에 훅 들어오네요. 이 쇼킹함에 영호의 돈다발을 들고 튀는 것이 홍콩 누아르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외에도 양공주 짓을 하다가 경찰에 걸려서 오빠 철호가 여동생을 데리고 나오는 장면은 딮포커스로 담아서 철호와 여동생 명희가 멀찍이 떨어져서 걷는 장면을 옆으로 따라가면서 잡는 장면 등등 구도와 시퀀스가 꽤 흥미롭습니다. 이는 당시에 이런 과감한 구도와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를 담았다는 것이 좀 놀랍네요. 

 

소설에 있지만 영화에 없는 결정적 장면

영화 오발탄 포스터

영화의 핵심 이야기는 영호 입에서 나옵니다. 영호가 형처럼 바른생활 사나이로 사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합니다. 양심은 손끝의 가시라서 그냥 따끔할 뿐이고 윤리는 나일론 빤스 같은 것이라서 티도 안 나는 것이고 관습은 리본 같은 것이라고 예쁘지만 없어도 되는 것이라는 명 문장을 말합니다. 이게 소설에는 있는데 영화에서는 대충 지나갑니다. 

 

영화가 가위질당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너무 직설적으로 느껴지니까요. 또한 너무 노골적이고요. 이 장면이 없다 보니 아쉽더라고요. 아무튼 영화에서 영호는 형 철호에게 그렇게 살아봐야 거지꼴은 못 면한다면서 한탕을 외칩니다. 그렇게 영호는 은행을 텁니다. 소설에서는 강도짓이라고 나오지만 영화는 각색을 통해서 은행을 텁니다. 

 

이후 비극은 계속됩니다. 철호는 남을 위해서 아니 가족을 위해서 아픈 이를 참아가면서 살다가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서 삽니다. 아픈 이를 뺍니다. 그러나 이처럼 가족은 뽑아서 버릴 수가 없습니다. 치매 걸린 노모가 있는 해방촌, 아내가 죽은 병원 그리고 동생이 잡혀 들어간 경찰서를 나라시 택시에서 이리저리 외칩니다. 

 

오발탄이라는 소리는 이 나라시 불법 택시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오늘 오발탄 같은 손님을 태웠어!
이 죽지 못하고 무거운 삶의 어깨에서 축 늘어진 철호의 모습이 참 애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에 대한 애증이 있습니다. 증오하지만 동시에 버릴 수 없는 가족. 반대로 사랑하지만 너무 기대는 건 부담스러운 가족. 철호에게 가족은 아픈 이 같은 존재입니다. 뽑아버릴 수 있지만 안고 가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해방촌 전경

참 답답한 영화이지만 당시 1950년대의 북한보다 못 살았던 시대의 비극을 너무 잘 그렸습니다. 엄청나다는 느낌은 없지만 그럼에도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말하는 시절을 목격하는 힘이 아주 강한 영화 오발탄입니다. 오발탄은 유튜브 한국고전영화 채널에 올라와 있습니다. HD로 복원해서 깔끔한 화질로 무료 감상이 가능합니다. 유튜브에서 '오발탄' 검색하면 1분 40분짜리 영상이 바로 복원된 '오발탄'입니다. 

 

별점 : ★ ★ ★ ★
40자 평 : 1950년 후반의 한국 사회를 그대로 박제한 놀라운 기록 예술 영화

 
오발탄
가난한 계리사로 한 집안의 가장 철호(김진규)는 정신착란증을 앓고 있는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그의 아내(문정숙)는 만삭의 몸으로 생활의 고단함에 찌들려 살고 잘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려있다. 남동생 영호(최무룡)는 한국전쟁으로 부상을 입고 제대한 청년으로, 상이 군인들과 어울려 다니며 울분을 참지 못하고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여동생(서애자)은 밤이면 짙게 화장을 하고 식구들 몰래 양공주 일을 한다. 막내 아들은 빈곤을 견디지 못해 신문팔이로 나선다. 철호는 만성 치통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치과에 갈 수 없는 비참한 상황이다. 견디다 못한 동생 영호는 마침내 권총을 마련하여 은행을 털 결심을 한다. 병상에 누워있는 노모는 비행기의 폭음 환청에 시달릴 때마다 놀란 듯 벌떡 일어나서 "가자, 가자"를 외친다. 아내는 출산일이 되어 병원에 갔으나 난산 끝에 절명하고, 은행강도에 실패한 동생은 형사에 붙잡힌다. 치통을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치과에 간 철호는 앓던 이를 뽑고 택시에 몸을 싣지만 잘못 발사된 오발탄처럼 갈 곳이 없다.
평점
8.9 (1961.04.13 개봉)
감독
유현목
출연
김진규, 최무룡, 서애자, 문정숙, 노재신, 김혜정, 윤일봉, 유계선, 남춘역, 박경희, 고설봉, 지방열, 최명수, 이룡, 이대엽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