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안중근 의사라고 하지만 저를 포함 안중근 의사가 어떤 인물인지 자세히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많이 아는 건 안중근 의사가 이등방문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 역에서 저격했다는 내용만 잘 알고 있죠. 이 저격 사건이 어떤 의미인지도 잘 모릅니다.
영화 하얼빈은 실제 역사와 가상의 인물이 함께 섞인 영화
영화 <하얼빈>이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리에 김훈의 소설 <하얼빈>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가 했는데 아닙니다. 제목만 같을 뿐 원작이 없는 영화로 각본은 영화 <내부자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영화 <하얼빈>은 1908년 '신아산 전투'에서 시작해서 거사를 행하는 날까지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실존 인물과 가상의 인물이 섞여 있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를 실제 역사로 아시면 안 됩니다. 실제 역사에 재미를 위한 장치와 가상의 인물을 통해서 안중근을 부각하기 위한 모습이 아주 강합니다. 예를 들어서 우덕순은 실존 인물이지만 조우진이 연기하는 김상현이라는 인물, 무기 공급책인 전여빈이 연기하는 공부인 그리고 빌런으로 나오는 일본군 장교인 '모리 다쓰오'는 다 가상의 인물입니다. 또한 채가구 역이 중요한 장소로 나오지만 거기서 일어난 일들은 실제와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가공을 한 이야기가 많아서 이걸 실제 역사로 오해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너무 가공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하얼빈>은 안중근이라는 인물이 가진 태도와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숭고함과 거룩함이 있습니다. 그게 이 영화의 핵심 재미이자 메시지입니다.
영화 <하얼빈> 줄거리
영화 <하얼빈>은 꽤 단순한 연출로 담은 영화입니다. 현란한 편집이나 카메라 앵글 이런 것 다 걷어내고 투박하고 담백하게 모든 것을 담습니다. 꽤 정적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액션도 많지 않습니다. 초반 눈 속 전투와 중간 기차를 터트릴 폭탄을 싣고 이동하는 마차가 폭발하는 장면과 마지만 하얼빈 역 장면에서 액션이 있지 다른 장면에는 액션이 없습니다. 오로지 이 독립군들의 강렬한 의지와 결연한 눈빛이 영화 전체를 휘어잡고 끌고 갑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는 안중근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안중근을 기다리는 독립군들이 회의를 하는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안중근에 대한 성토장이라고 할 정도로 안중근의 이해하지 못 할 행동에 대해서 지적을 합니다. 그 이해 못할 행동이란 대규모 전투에서 포로로 잡은 일본군 장교를 풀어줍니다. 이유는 포로를 죽일 수 없고 대한독립이 목표지 일본인 모두 죽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고 말하죠.
이에 주변 동료들이 화를 냅니다. 살려두면 다시 일본군을 끌고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고 말하죠. 이런 예상은 적중합니다. '모리 다쓰오(박훈 분)' 일본군 소좌는 일본군을 끌고와서 독립군을 죽입니다. 그리고 안중근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안중근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늙은 늑대'인 '이토 히로부미'를 자신이 죽이겠다고 말하죠.
그렇게 안중근 장군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기 위한 거사를 계획합니다. 그리고 이 계획이 자꾸 새어나갑니다. 우리 안에 밀정이 있습니다. 줄거리는 재미를 위해서 밀정을 투입시킵니다. 영화적 장치이자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부각하기 위한 설정으로 보입니다.
안중근의 고결함과 거룩함을 가득 담은 영화 <하얼빈>
영화 <하얼빈>을 한 장의 사진으로 보여준다면 위 사진입니다.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고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 독립의 길을 걷는 외로운 투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친 숨소리를 내 뱉으면서 얼음 위를 걷는 독립군들의 고생과 결기가 가득 느껴지는 영화가 <하얼빈>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몇 번 울컥거렸는데 그 이유는 신파가 있어서도 울부짖는 배우들의 모습 때문이 아닙니다. 영화에 빨려 들어가서 내가 독립군이었다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하는 영화 속 인물들과 동화되어서 나오는 뜨거운 눈물이었습니다.
순응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는데 자신의 삶 전체를 던져서 대한독립을 위해서 산화하는 거룩한 독립군의 느낌이 가득 느껴집니다. 이게 이 영화 <하얼빈>의 매력입니다.
담백하고 묵직하고 시종일관 근엄합니다. 숨막힐 정도로 무게감이 대단합니다. 한국 영화에서 꼭 등장하는 깔깔이 캐릭터가 없습니다. 유일하게 웃음을 살짝 머금게 하는 배우가 있다면 우덕순의 박정민이 있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정도입니다. 오히려 후반에는 근엄함에 눈시울을 젖게 만듭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게 지루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근엄하고 엄숙하고 거룩하고 숭고하지만 액션 장면도 많지 않고 화려한 카메라 워크도 없고 현란한 편집도 없습니다. 치장이 하나도 없다 보니 지루함이 계속 피어 나옵니다. 이걸 감독도 아는지 아주 아름다운 영상과 장면을 끼어 넣습니다.
얼마나 담백하게 담고 신파로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지 거사 장면을 인물의 클로즈업 없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부감샷으로 전환해 버립니다. 이는 감독이 신파에 빠지지 않고 너무 가볍게 느껴지지 않게 노력하는 흔적이 가득 보였습니다. 기존의 영화 관습에서 많이 벗어나려고 하는 모습 등등이 보였는데 전체적으로 아쉬움도 있고 지루함이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내가 본 안중근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고 독립을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 중에서도 가장 힘이 좋고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마치 반찬 없이 밥만 먹는 느낌인데 그 밥이 너무나도 맛이 좋습니다.
릴리 프랭키의 엄청난 연기에 감탄하다
이토 히로부미 역은 일본의 국민 배우인 '릴리 프랭키'가 연기를 합니다. 아주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이토 역을 맡았습니다. 감히 말하지만 이 '릴리 프랭키'의 이토 연기는 압살할 정도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말투와 대사와 연기까지 딱 일본 제국의 느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루한 구간에서 '릴리 프랭키'만 나오면 화색이 될 정도로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네요.
여기에 대사가 가장 인상 깊은 대사를 합니다.
이런 말을 합니다. 조선 유생 정권이 수백년 동안 해준 것도 없고 우리는 단 3년 만에 조선을 근대화시켜 주었는데 왜 우리를 적대시하냐면서 조선 백성들이 위험 요소라고 말합니다. 이는 과거가 잘 보여줍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왕은 빤스런을 했는데 조선 백성들은 의병들을 모집해서 왜군과 맞서 싸웠습니다.
무능력한 위정자들의 나라지만 백성이 나라를 구한다는 대사는 가슴을 후벼 파네요. 이번 계엄 사태에서도 봤듯이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들인 군인, 경찰, 검찰, 국회의원, 대통령이 나라를 작살내려고 했는데 시민들이 야당 국회의원이 막아냈습니다.
독립군이 되어본 2시간. 그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 <하얼빈>
화려하고 웃기고 펑펑 터지고 부셔지고 화려한 카메라 워크와 뛰어난 대사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진행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나름 가상의 이야기로 재미를 주려고 했지만 그게 핵심 재미는 아닙니다. 거룩함입니다. 내가 독립군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영화는 절박하고 망해버린 조국을 살리기 위해서 목숨을 바쳐서 싸운 독립군이 되어서 느껴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어두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전 어둡고 무겁지만 맑아서 좋았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고 음악 영상 모두 좋았습니다. 우리가 순국선열에 대해서 조건반사식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만 이 아닌 영화 <하얼빈>을 보고 나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겁니다. 그만큼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독립군의 이야기를 잘 담은 영화 <하얼빈>입니다.
그래서 안중근이 이토를 죽여서 역사를 바뀌게 했냐? 할 수 있는데 바뀌었습니다.
1943년 연합군과 중국 장제스가 카이로 회담을 할 때 장제스는 윤봉길 의사와 안중근 의사 사건을 떠올리면서 조선을 꼭 독립국으로 인정해 달라고 말합니다. 이 위대한 영웅들이 있기에 조선은 일본 식민지에서 독립된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일제 강점기를 사는 한국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장제스를 움직인 사람들이 바로 대한 독립군들입니다.
별 3개 반을 줘야 하지만 시국이 시국이고 친일 정권이 스스로 무너진 시대라서 하나 더 추가합니다.
별점 : ★ ★ ★ ★
40자평 : 2시간의 독립군 체험하게 하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