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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옛날 영화를 보다

청담동 부부의 태양은 없다는 일본 영화 키즈 리턴의 아류

by 썬도그 2024.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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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부부라는 애칭 또는 별칭으로 불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된 정우성, 이정재가 만나게 된 영화가 1999년 개봉한 <태양은 없다>입니다. 안 봤습니다. 이상하게 안 끌리더라고요. 다만 주제가처럼 나요는 '러브 포션 넘버 9'는 압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2024년 올해 재개봉을 했습니다. 솔직히 한지도 몰랐습니다. 관심 없는 영화였으니까요. 

 

그러나 봤습니다. 요즘 영화관 안 간지 꽤 되었고 개봉 영화도 볼만한 영화도 없습니다. 지난여름에 이어서 올 겨울인 영화 성수기에도 이렇다 할 영화가 없다는 것이 충격적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큰 위기는 2026년이라는 소리도 있네요. 아직도 창고 영화가 가득하고 개봉을 저울질한다고 하죠. 영화라는 것이 클래식이 되려면 아주 잘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중 영화는 시의성이 중요해서 2년만 묵혀도 이상하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서 망하는 영화가 엄청 많습니다.

 

볼영화가 없어서 봤습니다. 넷플릭스에 있더라고요. 정우성의 사생활 이슈가 있지만 관심 없습니다. 전 요즘에 연예인들의 개인 사생활 신변잡기 이 모든 걸 처단했습니다. 돌아보면 내가 연예인이라는 사람에게 쏫은 그 시간들이 부질없더라고요. 그냥 친근하게 느낄 뿐 그냥 다 구름 같은 잡히지 않는 존재에 무슨 시간과 돈을 투자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허우적거리는 두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태양은 없다

태양은 없다

<서울의 봄>을 천만 감독이 된 김성수 감독의 초창기 영화 중 하나입니다. 김성수 감독은 다양한 흥행 영화를 만드는데 뛰어난 비주얼리스트로 영화 참 잘 만드는 감독입니다. 칭찬은 여기까지 하고 글 후반에 아쉬움이 잔뜩 나오니까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스토리부터 시작하죠. 

 

25살 또래인 도철(정우성 분)은 복싱 선수지만 전성기가 지나서 기울어져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스파링 파트너 역할이나 근근히 합니다. 홍기(이정재 분)는 성인비디오를 팔다가 흥신소 직원으로 여러 구차한 일을 하지만 빚이 있어서 항상 병국(이범수 분)에게 쫓겨 다닙니다. 미미(한고은 분)는 내레이터 모델로 활동하면서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죠. 

 

모두 가진 스펙은 없고 건강한 몸으로 청춘을 하루하루 견뎌갑니다. 어떻게 보면 한심해 보일 수 있지만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말하듯 자본주의 최첨단 국가에서 돈 많이 버는 것을 성공이라고 한다면 한국에 사는 인생 9할은 다 루저일 겁니다. 그냥 3명의 청춘은 일상적인 루저일 뿐이죠. 다만 홍기라는 캐릭터가 좀 심합니다. 홍기는 돈 떨어진 도철이 흥신소에서 일하게 되면서 룸메이트가 되는데 도철의 피해합의금을 들고 튀는 등 양아치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특유의 친화력으로 도철과 영혼의 단짝이 됩니다. 

 

영화 <태양은 없다>라는 제목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고 있습니다. 

태양같이 불타 오르는 청춘이지만 홍기와 도철은 미래가 어둡습니다. 현실은 시궁창이고요. 매번 지고 지고 또 지고 넘어지고 엎어집니다. 뭘 해도 항상 최악이 되기에 미래는 없습니다. 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가 지금 보니 어색한 이야기로 비추어집니다. 왜냐하면 홍기는 사람을 패고 보석을 터는 등 절도와 강도 짓을 합니다. 요즘 영화들은 이에 대한 죗값을 받는 것으로 끝나야 하는데 이 영화는 두 주연 배우의 비극적 결말을 적극적으로 말려서 그냥 태양 보면서 끝납니다. 물론 그 이후에 잡혔을 수도 있고 당시는 또 cctv가 거의 없어서 안 잡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매끈하게 끝나지는 않네요. 

화보 그 자체인 두 배우의 잘생김과 매력이 영화의 핵심 재미 

태양은 없다

<태양은 없다>의 핵심 재미는 스토리에 있지 않습니다. 핵심 재미는 두 배우에게서 나옵니다. 지금도 잘생겼지만 당시는 더 잘생겼던 정우성이 노 메이크업으로 나오고 이정재도 뺀질거리는 홍기 역할을 너무 잘했습니다. 보고 있으면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 그냥 정우성, 이정재 그 자체로 보이고 두 사람이 정말 친하구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이후 두 배우는 현재까지도 청담동 부부로 우정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영화 <헌트>로 흑행과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김성수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이 두 배우를 더 돋보이게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시 유행하던 왕가위 감독의 '스텝프린팅' 기법과 우산 하나 사가지고 오는데도 나오는 과도한 슬로우 모션이 많이 사용됩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토니 스콧' 감독이락 할 정도로 매력적인 영상을 많이 만듭니다. 

1999년을 느낄 수 있는 시대 배경

태양은 없다태양은 없다

콜라독립 815, 삐삐 판매를 위한 나레이터 모델들 가판대에서 성인비디오를 파는 모습 등등 1999년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 1999년은 1998년 터진 IMF를 극복하기 시작한 해입니다. 나라 말아먹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전두환의 민정당 후신인 신한국당이 나라 경제를 말아먹자 김대중 정부가 카드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무차별적인 신용카드 남발을 합니다. 부작용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수 경기가 크게 살아나서 조기에 IMF를 탈출하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홍기가 빌딩 아래서 60억짜리 빌딩이 30억짜리가 되었다면서 내가 돈 벌어서 30억에 이 빌딩을 사겠다는 소리를 하죠. 참고로 당시 월급이 그렇게 높지 않은 100만 원 내외도 참 많았습니다. 여기에 허름한 건물들도 참 많이 보입니다. 태양이 뜨는 모습을 보던 곳은 서울역 뒤 청파 1동 등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담은 장소들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기록 매체라서 원하든 원치 않든 당시 서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잘 담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난 24년 동안 한국은 참 많이 발전했네요. 흥미로운 내용도 있는데 미미가 오디션을 보러 클럽 같은 곳에 가서 감독님들에게 소개하는 장면에서 임상수 감독이 "너 이 바닥이 어떤 곳인지 알지 여기 장난이 아니다"라는 대사를 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곳에 허진호, 이현승, 박헌수, 박기형, 김인식 감독들도 있었습니다. 동료 감독 도움 주려고 출동들을 하셨네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는 참 더러운 바닥 중 하나가 연예계였습니다. 

 

키즈 리턴의 아류작 같았던 <태양은 없다>

태양은 없다

<태양은 없다>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가난합니다. 영화 <키즈 리턴>을 안 보는 겁니다. 전 그런데 이 영화를 먼저 봤네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이고 지금도 청춘 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키즈 리턴>입니다. 그런데 영화 내용이 <태양은 없다>와 너무 흡사합니다. <키즈 리턴>은 고등학생을 배경으로 하지만 2명의 청춘이 방황하는 모습을 잘 담았습니다. 한 명은 야쿠자가 되고 한 명은 권투선수인데 참 비슷하죠. 물론 설정이 유사하지 대사나 진행 과정은 다릅니다만 분명 김성수 감독이 이 <키즈 리턴>에 많은 영향을 받은 느낌입니다. 

 

<키즈 리턴>이 1996년 작품이니 충분히 영향을 받을만 합니다. 당시는 일본 영화가 개방이 되어서 서서히 들어왔지만 본격적인 수입이 되던 시기는 아니라서 <키즈 리턴>을 본 사람은 거의 없고 이 영화가 한국에 정식 수입 개봉된 해가 <태양은 없다> 개봉 1년 후인 2000년입니다. 

 

감히 말하지만 <키즈 리턴>이 더 재미있고 진솔하고 묵직합니다. 차이가 있는데  미래가 안 보이는 두 청년을 그리는 묵직함이 <키즈 리턴>이 더 와닿습니다. 특히 대사 중에 인상 깊은 대사가 있는데

 

우리 이대로 끝난 걸까?
바보!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이와 비슷한 장면이 <태양은 없다>에도 나옵니다. 보석상을 털고 화진포 해수욕장에 도착해서 푸른 바다 앞에서 소리소리 지를 줄 알았는데 정작 밤바다는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홍기와 도철의 미래처럼 보이죠. 실제로 청춘들이 가장 크게 느끼지 못한 것이 있는데 인생은 생각보다 깁니다.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길고 많습니다. 엄청나게 길어요. 생각한 것보다 엄청나게 깁니다. 

 

그 현실을 자각하는 나이가 되면 청춘은 저 멀리 과거가 되어 있습니다. 
<키즈 리턴>이 연출 스토리가 더 단단합니다. 그리고 <태양은 없다>도 음악이 좋은 영화이지만 '히사이시 조'의 영화 오리지널 스코어들이 엄청 좋습니다. 연출도 좀 더 담백해서 좋았습니다. 

 

다만 <태양이 없다>가 나쁜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류라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볼만하고 지금 봐도 재미는 있습니다. 두 잘생긴 배우 얼굴만 봐도 좋고 생기 넘쳐서 좋습니다. 다만 <키즈 리턴>과 너무 비교되게 되네요. 따라서 <키즈 리턴>을 안 보고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김성수 감독은 꾸준히 성장하네요. 스타일리스트였지만 항상 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영상 작화와 스타일을 지금도 보여주고 계시네요. 배우들도 감독 모두 성장했네요. 

 

별점 : ★ ★ ★
40자 평 : 청춘이 불안한 이유는 미래라는 태양이 안 보이기 때문

 
태양은 없다
한때는 챔피언 후보로 주목받았던 권투선수 도철(정우성)은 후배에게 KO패 당한 후 권투를 그만둔다. 펀치 드렁크 현상이 있는 그는 관장의 도움으로 흥신소에서 일하게 되고 홍기(이정재)를 만난다. 30억짜리 빌딩을 갖는 것이 꿈이라고 큰 소리 치는 그는 사실 빚에 시달리고 있는 양아치일 뿐이다. 홍기의 단칸방에서 같이 지내던 도철은 배우를 시켜주겠다며 홍기가 꼬드긴 미미(한고은)를 만나 사랑을 느낀다. 어느날 미용실 개업식에 미미를 찾아간 둘은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다가 미미의 매니저가 내리친 술병에 도철이 맞아 입원한다. 홍기는 보상금과 도철의 돈을 훔쳐 달아나고 갈 곳이 없어진 도철은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가는데...
평점
7.8 (2024.03.13 개봉)
감독
김성수
출연
정우성, 이정재, 허진호, 장민정, 임상수, 노명철, 박기형, 이범수, 김영민, 최윤주, 김나희, 최선중, 권태원, 한상미, 박성욱, 김영호, 이관근, 이기열, 한고은, 이현승, 김정수, 이은영, 김태환, 문소연, 양형호, 류현경, 이봉규, 윤진호, 임창용, 박헌수, 박성웅,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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